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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에 괴물 아저씨
1화
“하읏……!”
어떻게 이렇게 된지 모르겠다.
“으흑……! 까읏……!”
남자의 혀가 침으로 범벅된 그곳을 요란하게 핥아 댄다. 끈끈한 애액과 침이 흘러내려 이미 바닥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흐읏……!”
서희는 힘없이 신음을 뱉어 낸다. 자신은 지금 뒤집힌 개구리처럼 벌러덩 벗겨져 그곳을 유린당하고 있다. 남자는 서희의 엉덩이 두 쪽을 적나라하게 벌리고 움찔거리는 입구에 굵은 혀를 요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첩, 쩝, 첩, 쩝.
할짝거리는 소리가 몸서리치게 야하다. 서희는 눈앞에 새하얘진다.
“흐으응……! 아흐으응……! 흐으으읏……!”
얼마나 열심히 핥아 대는지 모른다. 긴 혀가 음부 깊은 곳에서부터 주름진 외부까지 쭈욱 한 번에 쓸어 올라온다. 서희는 발가락 끝을 오므렸다.
“아……!”
남자는 정말 ‘개’처럼 핥아 댄다. 혀는 얼마나 두껍고 침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한 번 핥을 때마다 엉덩이 골로 애액이 줄줄 흘러내린다.
“아아……!”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촉에 서희는 다시 한 번 신음을 질렀다.
“하아아……!”
허리가 절로 들썩이고 이빨은 덜덜 떨린다. 허벅지에는 언젠가부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는 표현이 정확했지만 남자가 음부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있는 한 다리를 오므릴 수 없다. 그저 좌우로 벌려진 다리를 휘청거릴 뿐이다. 남자는 한참을 그렇게 핥다가 잠깐 멈췄다.
“흐으…… 흑…….”
눈물이 줄줄 흐른다. 성적 쾌감이란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아니 처절한 건지 처음으로 알고 만다. 울고 있는 서희를 느꼈는지 남자가 음부에서 대뜸 고개를 번쩍 들어 그녀를 바라본다.
“좋나.”
억양이 강한 사투리. 묵직하게 눌러 오는 톤은 생소하다. 서희는 고개를 젓고 싶지만 반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처음에 아니라고 했더니 오히려 더 발끈하여 자신을 괴롭히지 않았던가. 서희가 붉어진 눈가로 쳐다보니 남자가 히죽 입가를 올렸다.
“니 사람 혹하게 볼 줄 아네.”
말도 안 된다. 누구 때문인데. 자신이 누구 때문에 이렇게 울부짖고 있는데!
“맘에 든다.”
쪽.
남자는 서희의 상체에 올라타 키스했다.
“키스, 딴 아덜이 하는 걸 보면 징그럽던데.”
남자는 파격적이라는 듯이 말한다.
“니하고 하는 건 좋다.”
“뭐……!”
당황해하는 서희를 보며 남자는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니도 좋제?”
“아…….”
“위고 아래고 내 빨아 주니까 억수로 좋제?”
“흐읏…….”
“말하지 않아도 안다. 네 표정이 다 말해 준다카이.”
사내는 다시 한 번 수염이 뾰족하게 난 입가로 히죽 웃고는 서희의 흘러내리는 눈물을 혀로 핥았다. 그럴 때마다 빳빳해진 그의 성기가 서희의 얇은 배를 찔러 왔다. 서희는 움찔거리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아따. 부드럽고 야시럽네.”
“아아…….”
“어쩜 이렇게 짭조름한지. 아래처럼 맛나다.”
“흣…….”
남자의 노골적인 칭찬에 서희는 울상을 지었다. 자신이 울고 있는 건 틀림없이 부끄러워서다. 좋아서가 아니었다. 남자는 다시 몸을 내리더니 서희의 골반을 꽉 움켜쥐고 또 짐승처럼 비부를 핥기 시작한다.
“아앗……!”
숨구멍이 모조리 막히는 듯한 쾌감! 서희는 울부짖듯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으읏……!”
쾌락이 너무 무서울 정도다. 벗어나려고 해 봤지만 소용없다. 조개처럼 꽉 붙들린 하체는 미동도 안 한다. 엄청난 악력이었다. 공사판 막노동을 뛴다고 했던 말이 거짓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쩌업, 쩝, 쩝, 첩, 첩―!
또다시 귓가를 울리는 색스러운 소리! 남자는 음부의 삼각 살 여린 부분을 빨아 먹고 있다. 서희는 두 팔을 마구 비틀었다. 첩첩거리는 소리가 음식을 먹는 것 같을 정도로 원색적이다. 그러나 민망함을 느낄 새도 없이 뒷골을 강타하는 쾌감이 너무도 크다. 남자는 쪽쪽쪽 여자가 자지러질 만한 포인트를 알아 대차게 빨아 먹고 있는 것이다.
“까아아……!”
서희는 가장 큰 신음을 지르고야 말았다!
“제, 제발…… 아……!”
서희가 숨을 헐떡거리며 간신히 입술을 뗐다. 눈이 뱅글뱅글 돈다. 남자가 단지 혀를 쓰는 것만으로도 이미 서희의 정신은 저 멀리 우주로 날아간 듯한 착각을 받는다.
“그, 그마아……! 하아……! 하으으응……!”
남자는 듣지 못했나 보다. 아니, 잘못 들었나 보다. 오히려 서희의 애원을 더 진하게 해 달라는 것으로 알아들어 표면만 핥고 있던 혀가 질의 입구 안쪽으로 촙 하고 들어간다. 뜨거운 살덩이가 대범하게 밀고 들어옴에 서희는 흠칫했다. 다리가 덜덜 떨려 온다.
“아아……!”
남자가 그런 서희를 놓칠 리 없다. 서희의 흠칫거림을 보고 옳다구나 혀로 질의 입구를 집중적으로 문지르며 제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했다.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여인이 절규할 수 있도록.
“흣……! 응……! 읏……!”
민감해져 있던 서희의 감각이 또다시 요란하게 반응한다. 서희는 눈물을 흘리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고민해 보았다.
“아, 아, 아……!”
빨라지는 혀 동작. 날름거리는 사내. 서희는 울며 탄성을 질렀다. 아마도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거 같다. 그것도 아주 교모하게. 서희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감각에 결국 두 눈을 질끈 감고야 말았다.
***
그러니까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무더위에 지쳐 있었고 야근에 피로해져 있었다. 늘어지는 몸뚱이를 위해 잠시 그늘에서 쉰다는 게 그녀는 공원 벤치에서 꽤나 오랫동안 졸고 말았다. 소나무 향기가 코를 찌르며 그녀의 단잠을 깨울 때, 어느새 밤은 이슥해져 있었다.
“?”
평소랑 같은 길, 항상 지나치는 소나무 공원을 지나왔는데 이상할 정도로 도시가 낯설다.
“뭐지.”
90년대 드라마를 보듯, 낮은 건물들이 멋없는 담뱃갑처럼 줄지어 서 있고, 양옥 주택들이 지붕을 겹치며 빼곡한 형태로 골목길을 가득 메웠다. 낡은 가로등 불 아래 반사되는 도로 역시 아스팔트라기보다 시멘트에 가까워 서희는 눈을 크게 떴다.
저 멀리 고장이 난 건지 깜박거리는 가로등과 그 뒤로 쭉 이어지는 지저분한 담벼락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서희는 기어이 자신의 머리를 흔들고 말았다.
“내가 잠이 덜 깼나.”
가볍게 뺨을 두드리며 서희는 습관적으로 오피스텔이 있는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어?”
24층의 세련된 오피스텔 빌딩은 어디 가고 단층의, 누런 양옥 주택 하나가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주택의 담벼락 주변으로 굵은 소나무들이 억세게 들어서 있는 것을 보며 서희는 어이가 없었다.
귀신에 홀린 것만 같다. 분명 자신의 오피스텔이 있던 곳이다. 근데 퇴근해 보니 건물이 없어지고 웬 낡은 주택이 그녀를 반겨 준다. 서희는 멍한 정신으로 양철 대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정말 양옥 주택이 맞는지,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이 아닌 것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싶었다.
끼이이익.
오래된 쇠문은 기괴한 소음을 토해 냈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데 그런 서희의 눈에 시멘트로 메워진 마당이 들어온다. 그 가운데에는 호수가 끼어진 수도꼭지가 있었다. 굳이 마당에 저런 수도 시설이 필요할까. 서희가 낯설게 쳐다볼 때 그 바로 옆쪽 대청마루에서 헛기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아가씬 또 누구야?”
무척이나 촌스러운 파마머리다. 일명 폭탄머리라고 하는 뽀글머리 한 40대 중반쯤 되는 여인이 서희를 흘겨보며 입을 삐죽였다.
“하여간 지겨워! 오늘만 도대체 몇 명이야?”
자신에게 하는 소리인가? 시선을 보건대 자신에게 하는 게 맞다. 서희는 어색하게 물었다.
“아주머니, 누구세요?”
“누구세요오오? 말투 한번 고상하네. 가만 보니 젊디젊은 아가씨구만? 하여튼 이 씨! 재주도 좋아! 다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거야? 이 씨에게 진한 숫총각 냄새라도 나나? 국밥집에서 만났든 슈퍼에서 만났든, 역전에서 만났든, 뭘 안다고 졸졸졸 쫓아오냐고!”
“저기…….”
서희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말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정말!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다니까! 사람들이 염치가 있어야지! 거시기 크다고, 밤일 잘할 거 같다고 남자를 무작정 쫓아와?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하여간 말세야, 말세! 밀레니엄이고 지랄이고 간에, 하늘이 무너질 기미는 이런 데서 보이는 거라니까? 사람들의 태도만 봐도 아는 거야. 세상이 단단히 미쳐 가는 꼴이지! 내가 진짜 신고 여러 번 하고 싶었는데 이 씨가 가만있으니 참고 있는 거야! 이런 이야기는 어디 가서 떠들지도 못한다고! 여자들이 남자 뒤꽁무니 쫓아다닌다고 하면 다들 욕하고 지랄할 테니까. 얼마나 남사스러워?”
여인은 혼잣말처럼 많은 말을 한꺼번에 쏟아 냈다. 광주리에서 배추를 다듬는 동안에도 속사포는 멈추지 않았다. 질려 버린 건 서희였다.
“하아…….”
“한숨은 왜 쉬어? 한시가 급하다 이거지? 하여간.”
귀도 밝은 여인은 투덜투덜하더니 곧 목을 길게 빼놓고 소리쳤다.
“이 씨! 이 씨! 뭐 해? 이상한 손님 왔다니까! 얼른 나와서 설명해! 이 씨는 그런 거 관심 없다고! 돈이고 기둥서방이고 그런 거에 추호도 관심 없다고 말이야!”
1화
“하읏……!”
어떻게 이렇게 된지 모르겠다.
“으흑……! 까읏……!”
남자의 혀가 침으로 범벅된 그곳을 요란하게 핥아 댄다. 끈끈한 애액과 침이 흘러내려 이미 바닥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흐읏……!”
서희는 힘없이 신음을 뱉어 낸다. 자신은 지금 뒤집힌 개구리처럼 벌러덩 벗겨져 그곳을 유린당하고 있다. 남자는 서희의 엉덩이 두 쪽을 적나라하게 벌리고 움찔거리는 입구에 굵은 혀를 요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첩, 쩝, 첩, 쩝.
할짝거리는 소리가 몸서리치게 야하다. 서희는 눈앞에 새하얘진다.
“흐으응……! 아흐으응……! 흐으으읏……!”
얼마나 열심히 핥아 대는지 모른다. 긴 혀가 음부 깊은 곳에서부터 주름진 외부까지 쭈욱 한 번에 쓸어 올라온다. 서희는 발가락 끝을 오므렸다.
“아……!”
남자는 정말 ‘개’처럼 핥아 댄다. 혀는 얼마나 두껍고 침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한 번 핥을 때마다 엉덩이 골로 애액이 줄줄 흘러내린다.
“아아……!”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촉에 서희는 다시 한 번 신음을 질렀다.
“하아아……!”
허리가 절로 들썩이고 이빨은 덜덜 떨린다. 허벅지에는 언젠가부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는 표현이 정확했지만 남자가 음부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있는 한 다리를 오므릴 수 없다. 그저 좌우로 벌려진 다리를 휘청거릴 뿐이다. 남자는 한참을 그렇게 핥다가 잠깐 멈췄다.
“흐으…… 흑…….”
눈물이 줄줄 흐른다. 성적 쾌감이란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아니 처절한 건지 처음으로 알고 만다. 울고 있는 서희를 느꼈는지 남자가 음부에서 대뜸 고개를 번쩍 들어 그녀를 바라본다.
“좋나.”
억양이 강한 사투리. 묵직하게 눌러 오는 톤은 생소하다. 서희는 고개를 젓고 싶지만 반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처음에 아니라고 했더니 오히려 더 발끈하여 자신을 괴롭히지 않았던가. 서희가 붉어진 눈가로 쳐다보니 남자가 히죽 입가를 올렸다.
“니 사람 혹하게 볼 줄 아네.”
말도 안 된다. 누구 때문인데. 자신이 누구 때문에 이렇게 울부짖고 있는데!
“맘에 든다.”
쪽.
남자는 서희의 상체에 올라타 키스했다.
“키스, 딴 아덜이 하는 걸 보면 징그럽던데.”
남자는 파격적이라는 듯이 말한다.
“니하고 하는 건 좋다.”
“뭐……!”
당황해하는 서희를 보며 남자는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니도 좋제?”
“아…….”
“위고 아래고 내 빨아 주니까 억수로 좋제?”
“흐읏…….”
“말하지 않아도 안다. 네 표정이 다 말해 준다카이.”
사내는 다시 한 번 수염이 뾰족하게 난 입가로 히죽 웃고는 서희의 흘러내리는 눈물을 혀로 핥았다. 그럴 때마다 빳빳해진 그의 성기가 서희의 얇은 배를 찔러 왔다. 서희는 움찔거리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아따. 부드럽고 야시럽네.”
“아아…….”
“어쩜 이렇게 짭조름한지. 아래처럼 맛나다.”
“흣…….”
남자의 노골적인 칭찬에 서희는 울상을 지었다. 자신이 울고 있는 건 틀림없이 부끄러워서다. 좋아서가 아니었다. 남자는 다시 몸을 내리더니 서희의 골반을 꽉 움켜쥐고 또 짐승처럼 비부를 핥기 시작한다.
“아앗……!”
숨구멍이 모조리 막히는 듯한 쾌감! 서희는 울부짖듯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으읏……!”
쾌락이 너무 무서울 정도다. 벗어나려고 해 봤지만 소용없다. 조개처럼 꽉 붙들린 하체는 미동도 안 한다. 엄청난 악력이었다. 공사판 막노동을 뛴다고 했던 말이 거짓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쩌업, 쩝, 쩝, 첩, 첩―!
또다시 귓가를 울리는 색스러운 소리! 남자는 음부의 삼각 살 여린 부분을 빨아 먹고 있다. 서희는 두 팔을 마구 비틀었다. 첩첩거리는 소리가 음식을 먹는 것 같을 정도로 원색적이다. 그러나 민망함을 느낄 새도 없이 뒷골을 강타하는 쾌감이 너무도 크다. 남자는 쪽쪽쪽 여자가 자지러질 만한 포인트를 알아 대차게 빨아 먹고 있는 것이다.
“까아아……!”
서희는 가장 큰 신음을 지르고야 말았다!
“제, 제발…… 아……!”
서희가 숨을 헐떡거리며 간신히 입술을 뗐다. 눈이 뱅글뱅글 돈다. 남자가 단지 혀를 쓰는 것만으로도 이미 서희의 정신은 저 멀리 우주로 날아간 듯한 착각을 받는다.
“그, 그마아……! 하아……! 하으으응……!”
남자는 듣지 못했나 보다. 아니, 잘못 들었나 보다. 오히려 서희의 애원을 더 진하게 해 달라는 것으로 알아들어 표면만 핥고 있던 혀가 질의 입구 안쪽으로 촙 하고 들어간다. 뜨거운 살덩이가 대범하게 밀고 들어옴에 서희는 흠칫했다. 다리가 덜덜 떨려 온다.
“아아……!”
남자가 그런 서희를 놓칠 리 없다. 서희의 흠칫거림을 보고 옳다구나 혀로 질의 입구를 집중적으로 문지르며 제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했다.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여인이 절규할 수 있도록.
“흣……! 응……! 읏……!”
민감해져 있던 서희의 감각이 또다시 요란하게 반응한다. 서희는 눈물을 흘리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고민해 보았다.
“아, 아, 아……!”
빨라지는 혀 동작. 날름거리는 사내. 서희는 울며 탄성을 질렀다. 아마도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거 같다. 그것도 아주 교모하게. 서희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감각에 결국 두 눈을 질끈 감고야 말았다.
***
그러니까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무더위에 지쳐 있었고 야근에 피로해져 있었다. 늘어지는 몸뚱이를 위해 잠시 그늘에서 쉰다는 게 그녀는 공원 벤치에서 꽤나 오랫동안 졸고 말았다. 소나무 향기가 코를 찌르며 그녀의 단잠을 깨울 때, 어느새 밤은 이슥해져 있었다.
“?”
평소랑 같은 길, 항상 지나치는 소나무 공원을 지나왔는데 이상할 정도로 도시가 낯설다.
“뭐지.”
90년대 드라마를 보듯, 낮은 건물들이 멋없는 담뱃갑처럼 줄지어 서 있고, 양옥 주택들이 지붕을 겹치며 빼곡한 형태로 골목길을 가득 메웠다. 낡은 가로등 불 아래 반사되는 도로 역시 아스팔트라기보다 시멘트에 가까워 서희는 눈을 크게 떴다.
저 멀리 고장이 난 건지 깜박거리는 가로등과 그 뒤로 쭉 이어지는 지저분한 담벼락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서희는 기어이 자신의 머리를 흔들고 말았다.
“내가 잠이 덜 깼나.”
가볍게 뺨을 두드리며 서희는 습관적으로 오피스텔이 있는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어?”
24층의 세련된 오피스텔 빌딩은 어디 가고 단층의, 누런 양옥 주택 하나가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주택의 담벼락 주변으로 굵은 소나무들이 억세게 들어서 있는 것을 보며 서희는 어이가 없었다.
귀신에 홀린 것만 같다. 분명 자신의 오피스텔이 있던 곳이다. 근데 퇴근해 보니 건물이 없어지고 웬 낡은 주택이 그녀를 반겨 준다. 서희는 멍한 정신으로 양철 대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정말 양옥 주택이 맞는지,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이 아닌 것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싶었다.
끼이이익.
오래된 쇠문은 기괴한 소음을 토해 냈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데 그런 서희의 눈에 시멘트로 메워진 마당이 들어온다. 그 가운데에는 호수가 끼어진 수도꼭지가 있었다. 굳이 마당에 저런 수도 시설이 필요할까. 서희가 낯설게 쳐다볼 때 그 바로 옆쪽 대청마루에서 헛기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아가씬 또 누구야?”
무척이나 촌스러운 파마머리다. 일명 폭탄머리라고 하는 뽀글머리 한 40대 중반쯤 되는 여인이 서희를 흘겨보며 입을 삐죽였다.
“하여간 지겨워! 오늘만 도대체 몇 명이야?”
자신에게 하는 소리인가? 시선을 보건대 자신에게 하는 게 맞다. 서희는 어색하게 물었다.
“아주머니, 누구세요?”
“누구세요오오? 말투 한번 고상하네. 가만 보니 젊디젊은 아가씨구만? 하여튼 이 씨! 재주도 좋아! 다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거야? 이 씨에게 진한 숫총각 냄새라도 나나? 국밥집에서 만났든 슈퍼에서 만났든, 역전에서 만났든, 뭘 안다고 졸졸졸 쫓아오냐고!”
“저기…….”
서희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말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정말!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다니까! 사람들이 염치가 있어야지! 거시기 크다고, 밤일 잘할 거 같다고 남자를 무작정 쫓아와?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하여간 말세야, 말세! 밀레니엄이고 지랄이고 간에, 하늘이 무너질 기미는 이런 데서 보이는 거라니까? 사람들의 태도만 봐도 아는 거야. 세상이 단단히 미쳐 가는 꼴이지! 내가 진짜 신고 여러 번 하고 싶었는데 이 씨가 가만있으니 참고 있는 거야! 이런 이야기는 어디 가서 떠들지도 못한다고! 여자들이 남자 뒤꽁무니 쫓아다닌다고 하면 다들 욕하고 지랄할 테니까. 얼마나 남사스러워?”
여인은 혼잣말처럼 많은 말을 한꺼번에 쏟아 냈다. 광주리에서 배추를 다듬는 동안에도 속사포는 멈추지 않았다. 질려 버린 건 서희였다.
“하아…….”
“한숨은 왜 쉬어? 한시가 급하다 이거지? 하여간.”
귀도 밝은 여인은 투덜투덜하더니 곧 목을 길게 빼놓고 소리쳤다.
“이 씨! 이 씨! 뭐 해? 이상한 손님 왔다니까! 얼른 나와서 설명해! 이 씨는 그런 거 관심 없다고! 돈이고 기둥서방이고 그런 거에 추호도 관심 없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