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뷰어

3화



서희는 까마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앞에서 콧김을 뿜으며 눈을 빛내는 남자는 완전히 욕정으로 꽉 찬 상태였다. 처음 본 사람끼리, 그것도 생면부지의 사람끼리 이토록 흥분해 서로에게 달려들 수 있을까?

서희는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상황도, 이런 남자에게 자신의 경계를 풀어 버린 몸도.

‘내가 왜 이러지?’

남자만 이상한 게 아니었다. 미친 듯이 성욕을 폭발시켜 자신에게 달려드는 눈앞의 남자만큼, 자신의 몸 또한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받아들였다.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아무리 이성이 그러지 말라고 외쳐도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마음의 경계를 자진해서 벗어던진 육체는 그를 기다려 왔다는 듯이 적극적으로 쾌락을 느꼈고 흥분에 떨었다. 그의 손길 하나 혀 움직임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 했다. 애액이 봇물이 터진 것처럼 쏟아질 때에는 서희는 그야말로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이런 음란한 자신이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남자라는 불길에 스스로 심지를 태운 몸이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흐읏……!”

남자의 혀가 다시 음부에 닿았다. 서희는 소스라치듯이 전신을 떨었다. 뜨거운 살덩이가 파고들자 코끝이 찡해져 왔다.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에 제정신을 차릴 수 없다.

“아아……!”

할짝거리는 소리가 요망하게 귀를 파고들었다. 배가 움찔거렸고 눈물이 치솟았다. 서희는 아래에 투명한 액체가 돌기 시작한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애액이 쏟아지는 입구에 혀를 가져다가 댔다. 요란하게 움직이자 서희의 입에서 비음이 터져 나왔다.

“하아앗……!”

“맛이 끝내준다!”

남자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외쳤다. 굵은 혀를 이용해 서희의 비부를 간질이자 서희는 참지 못하고 몸을 비틀었다. 혼이 쏙 빠지는 능욕적인 애무에 서희는 눈앞이 어지러웠다. 이 상태론 안 돼. 이 상태로 영원히 벗어나질 못할 거야. 그런 생각으로 서희는 있는 힘을 다해서 발을 들어 남자를 걷어찼다

탁.

그러나 그 공격은 계란으로 바위를 친 것처럼 의미가 없었다. 남자는 자신의 가슴에 박혀 있는 두 발을 힐끔 내려다보았다. 그는 서희의 발목을 한 손으로 하나씩 붙잡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니 뭐 하나. 꼭 고라니 같네.”

“고, 고라니……?”

“고라니 모르나? 완전 서울 여잔가 보네.”

남자는 소리 없이 웃으며 여인의 다리를 적나라하게 벌렸다. 서희는 짧은 신음성을 뱉어 냈다. 투명한 물로 흠뻑 젖어 있을 아래가 백열전구 아래서 어떻게 보일지는 안 봐도 뻔했다.

서희는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천장을 바라봤다. 오래된 전구가 시야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보였다. 민망함으로 현기증을 느끼고 있을 때, 남자는 자신의 허리를 서희의 엉덩이에 갖다 붙였다.

“아!”

다가온 남자의 성기는 엄청났다. 입구에 살짝 닿은 것만으로도 받아들이기엔 무리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서희는 등골이 오싹해졌는데, 거대한 귀두가 자신의 비부를 찢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

“긴장 풀어라. 어디서 봤는데, 긴장 안 풀면 억수로 아프기만 하고 들어가지 않는단다.”

“자, 잠깐……! 부, 불가능……! 아으……!”

“가능하다. 내가 충분히 빨았다. 앞뒤로 엎어 놓고.”

“헉!”

포옥 비부가 귀두를 받아들였다. 섬뜩한 아픔이 밀려왔다. 서희는 저도 모르게 방바닥을 손톱으로 긁었다.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감각, 수컷의 성기를 받아들이는 생경한 통증에 서희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흐으읍―! 냄새 좋다! 니는 땀 냄새도 상쾌하네!”

남자는 코를 벌렁거리며 서희의 배 부근을 냄새 맡았다. 그리고 배꼽 주변을 혀로 날름거리며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허리는 서희의 내부를 향해 움직였다. 귀두가 조금씩 전진하며 몸 안으로 들어오자 서희는 허리를 비틀며 신음했다.

“앗, 아아……!”

“오매, 좋다!”

“하응……! 하으으……!”

“니도 좋제? 배 봐라. 꿈틀거리고 있다.”

남자는 씰룩거리는 여인의 납작한 배를 증거마냥 황홀하게 바라봤다. 꿈틀거리며 자신의 것을 머금고 있는 여인의 배는, 정말 솔직하게도 점점 볼록해져 갔다. 남자의 성기를 머금으면 머금을수록 뚜렷하게 볼록해졌다.

남자는 묘한 쾌감이 들었다. 처음 본 여자.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고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던 여자가 어느새 자신의 밑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좋아서 죽을라카네. 그치!”

여자의 완전히 일그러진 눈가를 보며 남자가 소리쳤다. 이상할 정도로 힘이 솟는다. 온몸에 생기가 돈다. 흥분해서 떠들고 싶은 심정으로 남자는 키득키득 웃었다. 살아생전 여자란 생명체에게 이토록 흥미가 일었던 적도,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었던 것도 처음이다. 남자는 신기해하며 엉덩이에 힘을 주고 하체를 바짝 밀어붙였다.

“아―!”

그녀는 장하게도 자신의 것을 모두 머금었다. 하얀 목이 꺾어질 정도로 몸부림치고 있지만 분명 자신의 것을 받아들였다. 기특하고 만족스러웠다.

“크, 아주 좁다!”

“하……!”

눈앞에 불꽃이 튀자 서희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경련이 인 것처럼 전신을 바르르 떠는 여인을 보며 그가 외쳤다.

“힘드나, 숨을 천천히 내쉬어라. 배로 호흡하면서!”

어느새 그의 콧등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온몸이 샤워한 마냥 축축했지만 오히려 여인의 몸에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윤활제가 되어 준 땀 때문에 남자는 미끄러지듯이 여인에게 자신의 것을 깊숙이 박았다.

“!”

다 들어왔다고 생각한 성기가 다시 한 번 파고들자 서희는 입만 벌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런 감각,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다. 서희는 처음이었다. 물론 영상으로 접한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는 처음이었다. 처음인데 이런 대물을 받아들이게 될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아!”

“이제야 숨통이 트이나.”

남자도 거친 호흡을 내쉬며 여인의 반응에 안도했다. 투박한 손으로 여인의 배를 만져 보자 말랑했던 살이 딴딴해져 있다. 자신의 것을 완전히 품어 단단해져 있는 것이다. 남자는 신기하다는 듯이 여인의 배를 조물조물 만져 보면서 감탄했다.

“니 참 뱃살이 없구나.”

“그, 그만 만져…….”

“와. 이것도 자극되나?”

“아읏…….”

서희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괴로워서 그런 것이지만 그 애처로운 얼굴은 오히려 남자의 성욕을 자극하고 말았다. 뱃속에서 더 부풀어 오르는 괴물 같은 남자의 것에 서희는 그야말로 정신이 멍해졌다.

뭐야, 이거 더 커지는 거야?! 놀랄 새도 없이 남자는 목 안의 울림소리를 내며 허리를 들었다.

“카! 죽겄다! 너무 좋다 아이가!”

남자는 눈을 질끈 감으며 여인의 뜨거운 내부를 느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어떤 사우나보다도 황홀하고 습한 온기가 있다. 남자는 밀려오는 사정 욕구를 애써 참으며 눈을 떴다. 그리고 아래에서 움찔거리며 바르르 떠는 서희를 바라봤다. 새침스러웠던 표정은 어느새 쾌락으로 완전히 물들어 그의 음욕을 자극했다.

남자는 히죽 웃었다.

“내 한다. 그저 느껴라.”

“아…….”

“기분 억수로 좋을 기다!”

“안…… 돼……! 흣!”

뭐라 항의를 제대로 할 새도 없이 남자의 허리가 뒤로 빠졌다가 단번에 치고 들어왔다. 서희는 뱃속에서 불이 났다고 생각했다. 화끈한 열기가 온몸을 먹어 들어간다. 서희는 강한 신음을 뱉어 냈다.

“아― 아……!”

“좋다!”

남자도 눈가가 찡그려질 정도로 강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여인의 비좁고 훈훈한 내부가 자신의 페니스에 고스란히 달라붙어 있는 것이 느껴진다. 팔딱거리는 자신의 성기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좋아하고 있었다. 남자는 입가를 쭈욱 찢어 웃으며 허리를 움직였다.

“하읏……! 흐읏……!”

서희의 입에서 우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고통스러워 보이는 얼굴이 조금 맘에 안 들었음으로 남자는 서희의 미간을 손으로 눌러 펴면서 허리를 비비듯이 뺐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그 마찰감에 서희가 기겁하며 신음을 내질렀다.

“흐응……! 아응……!”

신음은 점차 달콤하게 바뀌어져 갔다. 처음의 거북함과 낯설음도 남자의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허리 움직임에 익숙해져 고통 대신 쾌감을 가져온다. 서희는 온몸이 용광로에 빠진 마냥 달궈지는 착각을 받았다. 배에서 커다란 구렁이가 꿈틀거리고 있다. 온몸이 좁혀 드는 쾌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을 관통했다.

“아흐으읏……!”

“끝내주게 좋다.”

남자는 간신히 말을 뱉어 내며 여인의 둥그런 코끝을 깨물었다. 자신의 땀이 뚝뚝 여인의 얼굴로 떨어져 얼룩지는 것이 보기 좋았다. 여인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 따윈 없는 표정이었다. 눈을 찡그린 채 밀려드는 감각에 흐느끼고 있는 그녀는, 솔직하고 아름답다. 원색적이고 원초적이다. 남자는 짐승처럼 웃었다.

“으, 최고다.”

마침내 긴 왕복운동을 끝내고 남자가 사정을 했을 때, 그의 입에서 여느 때보다 솔직한 감상이 나왔다. 남자는 자신의 아래 축 늘어진 여자를 바라보았다. 눈물과 땀으로 범벅된 얼굴은 깨끗하고 단정하다. 침과 입술로 뭉개져 버린 립스틱은 연한 빛깔이었고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탤런트들은 짙은 빛깔의 입술 색을 잘 칠하는데, 가만 보면 이 여인처럼 연하게 하는 게 더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자나?”

남자는 여인의 볼을 가볍게 툭툭 건드렸다. 그러나 꽉 감긴 눈가는 떠질 줄 모른다. 남자는 입맛을 다셨다.

“뭐 이리 체력이 약하나. 서너 번은 더 할라 그랬는데.”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남자는 허리를 뒤로 뺐다. 그러자 꽉 물린 그녀의 입구가 자신의 묵직한 것을 내놓는다. 완전히 허연 액체에 범벅이 되어 있는 그것은 앞부분이 헐렁해져 있었다. 콘돔을 벗기며 남자는 여인의 아래를 바라봤다. 투명한 애액으로 지저분한 그곳에서 눈을 못 떼겠다.

“맘이 요상해지네.”

다시 한 번 입맛을 다시며 남자는 머리를 털었다. 콘돔 없이, 여인의 내부에 싸고 싶었다. 이런 기분은 생소해서 남자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10대 때 양호 선생님은 아주 철저하게 안전한 성관계를 주창했다.

섹스할 때엔 반드시 콘돔을 떠올리라고 말했던 선생님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대에 매우 개방적인 사람이었다. 그 덕분에 여태 여자 없이 살아오면서도 섹스를 할 때 무조건 콘돔을 껴야 한다고 생각하던 자신이었는데, 콘돔 없이 안에다 싸고 싶다니.

“내 미쳤나. 정신 차려야지.”

남자는 성욕과 정욕으로 꽉 찬 머리에 잠시 쉼을 주고자 옷을 걸쳐 입고 밖으로 나왔다. 정사의 열기가 그를 따라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밤공기가 시원하니 경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