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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출러가의 무도회



제국력 895년 7월 11일.

시출러 후작가의 무도회 날이 밝았다. 이번 무도회는 한 번뿐인 나의 성인식이자 데뷔탕트 무도회였다. 비록 내 드레스는 다른 영애들의 드레스처럼 화려하고 아름답지 않았으나 오랜만에 입은 새 드레스인 데다 수수하고 청초한 들꽃 같은 느낌이 있어 퍽 만족스러웠다.

흰색과 파스텔 톤의 파란색이 조화를 이룬 단순한 형태의 A라인 드레스로 여러 가지 무늬와 장식이 없는, 어찌 보면 성인식과 데뷔탕트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드레스였다. 여름이라 소매가 팔꿈치 조금 위에서 타이트하게 채워져 마감되어 있었는데, 그도 꽤 예뻐 보여서 나는 거울에 내 모습을 여러 번 비추었다.

허리까지 오는 갈색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고, 하얀색 아카시아 꽃무늬 머리핀으로 마무리했다. 하녀들은 모두 남작가 식구들에게 몰려가 있었으므로 나는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했는데, 어릴 때부터 해 왔던 탓에 능숙함이 손끝에 배어 있었다.

모두의 치장이 끝나고 남작의 가족과 나는 마차에 올랐다. 남작 부인과 첼로의 치장은 오히려 거북할 정도로 과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그들은 그 거북함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 나도 이렇다 할 말 없이 창밖만 바라보았다.

“자고로 이런 무도회에서 남자를 잘 만나 결혼하는 것도 좋은 거야. 게다가 오늘은 시출러 후작가에서 여는 큰 무도회이니 많은 귀족들이 올 게다. 물론, 고위 귀족은 어렵겠지만 자작이나 남작 정도의 귀족이라면 노려 볼 만하잖니? 어떠냐, 제스나? 자신 있지?”

교양 없이 껄껄거리며 웃어 대는 데시 남작에게 무슨 자신을 말하는 거냐 쏘아붙이려다 말았다.

‘인간이 아니다…… 돼지다…….’

후작가로 가는 내내 혼자 최면을 걸며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이번 성인식이 끝나면 나는 거리로 내쫓길 것이었다. 그 전까지는 할 일도 알아봐야 하고, 지낼 곳도 찾아봐야 했다. 남작이 저런 말을 하는 것은 내가 결혼하여 이 집을 떠나는 것이 자신의 체면도 서서 생색을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쫓아내는 것보다야 남들 보기 훨씬 그럴싸한 모습이 평판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러나 내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나는 결국 남작가를 나가게 될 것이었다. 전처럼 후작가에서 가정 교사를 뽑는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이번 생에도 그럴지는 알 수 없었다.

후작가에 도착해서도 우리는 입장을 위해 조금 기다려야만 했다. 그만큼 많은 귀족들이 후작가의 무도회에 온 까닭이었다. 시출러 후작가는 제국에서 최고의 실세임과 동시에 제국민의 사랑을 받는 귀족이었다. 그들은 가뭄이나 흉작이 들면 곡식을 풀어 나눠 주기도 하고, 고아원이나 각종 구호 시설에 도움을 주며 다른 귀족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또한 대대로 제국의 인문학, 경제학 발전에 놀라운 역할을 한 집안으로 외교대신과 재상을 지낸 조상이 수없이 많은 실로 영향력이 대단한 집안이었다. 나는 시출러가의 무도회에 두 번이나 왔지만, 전생에서는 보지 못한 후작저의 규모와 다른 시설들을 둘러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윽고, 무도회의 시작을 시출러 후작이 알렸다. 나는 춤추기에 앞서 나의 친구 로시나 텔론 백작 영애를 찾았다. 이런 큰 무도회가 아니면 로시나 백작 영애를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탓에 나는 그녀를 찾아 연신 두리번거리며 무도회장의 언저리를 조심스레 누볐다.

“안녕하시오, 영애. 좀처럼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미모의 소유자로군요.”

느끼한 말투로 자신의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내 길을 막은 이 영식은 참으로 무례하였다. 그를 보고 그대로 무시하고 싶었지만, 그가 이미 내게 인사를 해 왔기에 무작정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스나 로인입니다. 로인 남작님의 조카입니다.”

내 소개에 남자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그럼 그렇지.’

내 보잘것없는 배경에 그가 멈칫거렸다.

“그렇군요. 그럼 전 실례하겠습니다. 저기 사람들이 나를 찾아서…….”

어쭙잖은 변명을 하고 돌아서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대로 뒤돌아 테라스를 찾았다. 그리고 1층 끝에 있는 테라스 중 커튼이 쳐 있지 않은 빈 곳으로 가 커튼을 치고 긴 고급 의자에 앉았다.

“춤을 꼭 추지 않아도 되겠지. 빨리 살 곳이나 마련해야 할 텐데……. 로시나를 못 보는 것은 슬프지만, 괜히 돌아다니다가 제리 남작을 만날 수도 있으니 그냥 이곳에 있는 게 낫겠어.”

나에게 말을 건넨 남자를 보며 잊고 있던 제리 남작을 떠올린 나는 몸서리쳤다.

테라스를 비추는 하얀 달이 나를 향해 손짓하는 것같이 포근했다. 달빛을 받으며 눈을 감고 있으니 엄마의 품이 이럴까 생각되었다. 낮은 소음을 뚫고 들리는 잔잔한 음악이 내 성인식을 홀로 축하해 주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급히 내가 있는 테라스에 들어왔다.

“제스, 나야.”

텔론 백작이 나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깔끔하게 인사했다.

데리안 텔론 백작.

그는 로시나의 오빠로 몇 년 전의 마차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선대 텔론 백작의 뒤를 이어 백작위에 오른 사람이었다. 뛰어난 검술로 제국 내에선 이미 유명한 기사였으며 차기 황궁 기사단의 단장으로 가장 유력하여 앞으로 더 높은 귀족 위를 갖게 될 것이 확실한 남자였다.

단정한 군청색 제복 차림의 그를 보는 것은 나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의 잘생긴 콧대와 남성미 넘치는 굵은 얼굴선이 달빛에 반짝였다. 어릴 때부터 친한 사람에게만 보여 주는 눈웃음을 보이며 그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예를 갖춰 인사했다.

“데리안 텔론 백작님, 인사드립니다.”

나의 인사에 씨익 장난스럽게 웃던 데리안 백작이 나에게 앉으라 손짓하더니 먼저 의자에 앉았다. 이어 나도 그의 옆에 조금 떨어져 앉았다.

“나 안 보고 싶었어, 제스?”

데리안 백작의 말에 어릴 때 그와 같이 말 타고, 나무 타고 놀던 때가 생각났다. 같이 놀던 동무는 이제 작위를 받은 지체 높은 귀족이 되었고, 나와는 비교가 되지 못할 정도의 훌륭한 인물이 되어 있었다.

“기사 데리안 말고, 친구 데리안은 보고 싶었어.”

데리안 백작을 보며 능청맞게 말하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나는 너 많이 보고 싶었어. 자주 오던 우리 집에 발길도 끊고, 티파티도 안 나온다고 해서 걱정되고 그랬다고. 남작가에 서신을 보내면 아프다거나 출타 중이란 말뿐이라 어떻게 지내나 보고 싶었고.”

데리안 백작의 작지만 진지한 말에 내가 더 작은 목소리를 내었다.

“데리안, 나도 널 진짜 보고 싶었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작은아버지께선 내가 누굴 만나는 걸 극도로 싫어하시잖아. 그래서 그랬어. 미안해.”

데리안이 안쓰럽게 나를 보았다. 앉아 있어도 올려다보아야 하는 데리안이 내게 조금 가까이 다가왔다.

“보고 있어도 나는 네가 항상 그리워, 제스.”

“나도 네가 그리웠어, 데리안.”

간혹 데리안은 저런 닭살 돋는 말들을 내게 하곤 했는데, 정이 많은 사람이라 표현도 아주 잘하는 편이었다. 때문에 나 또한 같은 말로 받아쳤으나, 데리안은 그걸 원한 게 아닌 듯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텔론 백작님!”

커튼 뒤에서 데리안을 부르는 하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가 봐, 백작가의 가주는 할 일이 많다고.”

나는 데리안의 등을 살짝 밀었다.

“너, 여기 꼼짝 말고 있어. 곧 올게.”

데리안이 나가며 나에게 말했다.

“그럴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치르르르…….

작은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밤이었다. 한참을 앉아 있으니 몸이 싸늘해져 나는 두 손을 교차시켜 팔을 몇 번 문질렀다. 데리안은 쉽게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고 서늘함에 조금 따뜻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튼을 들추었을 때, 나는 커튼 근처에 서 있던 테일스 시출러 후작 영식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해야 했다. 당황하여 크게 뜬 눈을 숨기지 못하고 급히 커튼을 다시 치며 요동치는 가슴위로 손 하나를 올렸다.

전생에서 그와의 첫 만남이 머릿속을 스쳤다. 시출러가의 후계자인 테일스 영식을 처음 본 것은 이 무도회였고, 그는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척 무례하게 대했었다. 묻어 두었던 기억에 커튼을 잡은 다른 한 손에 힘이 들어갔다.



*



내가 로시나 백작 영애를 찾다가 끝내 찾지 못하고 두리번거릴 때 첼로와 그녀의 친구들이 나를 찾아내고는 다가왔다. 첼로는 상아 뼈로 만든 고가의 부채를 한껏 흔들어 대며 친구들과 나를 둘러쌌다.

“괜찮은 작자는 찾은 거야? 빨리 너를 데려갈 남자를 찾아야 하지 않겠어? 하긴, 지참금도 없으니 평민을 찾는 것도 좋을 거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네겐 너무 과분하잖아.”

그 말에 그녀의 친구들이 웃으며 서로 속닥거렸다. 나는 이렇다 할 대꾸도 하지 못한 채 멍청하게 서 있다 고개를 숙이며 얼굴만 붉혔다.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할 때, 테일스 영식이 내가 가려는 쪽에서 우리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고 나는 이도 저도 못 하고 꼼짝없이 그 사람과 첼로 사이에 서 있었다.

“첼로 로인 영애, 아즐디 제타 영애, 로니 버로티 영애, 그리고 제스나 로인 영애.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습니까?”

점잖은 테일스 영식의 인사에 모두가 치마를 펼치고 예를 갖춰 인사했다. 나는 당황함에 한발 늦게 인사하고 말았다. 빨개진 얼굴에 화끈거림이 느껴졌다. 그는 얼핏 들은 내 이름도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아 보였다. 대 시출러가의 후계자를 마주한 긴장감에 손이 절로 떨렸다.

“시출러 후작 영식, 저희는 무도회를 잘 즐기고 있습니다. 허나 이런 자리에서 저를 걱정시키는 영애가 있어 마음이 편치 않네요.”

나를 쳐다보며 첼로가 말하자 테일스 영식이 그녀의 눈을 쫓아 나를 봤다.

“남작가의 가족들이 얼마나 걱정하고 신경 써 주는지도 모르고, 성인식만 치르면 부자인 남자를 골라 결혼한다며 아무 남자나 만나려는 사촌이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이번 후작가의 무도회도 마치 남자를 비교하러 나오는 선 시장쯤으로 생각하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에 몇 마디 충고를 좀 하고 있던 차입니다.”

첼로의 친구들도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힐끔거리자, 후작 영식은 나를 향해 딱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실망스러운 그의 눈빛은 나를 비난하는 듯 차가웠다.

“어딜 가나 그런 영애와 영식은 있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사교의 장에서 우정과 대화를 나누고 친목을 다지기보다 남자나 여자들을 유혹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그런 자들 말입니다. 정작 본인이 시장에 나온 하찮은 물건 취급받는 줄 모르는 걸 보면 참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테일스 영식은 차갑고 독초 같은 말들을 거리낌 없이 나를 향해 뱉어 냈다. 상처받은 나는 절망 어린 어린 얼굴로 그를 보았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저자가 첼로의 말을 어찌 저리 철석같이 믿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눈물 고인 내 눈을 본 테일스 영식의 표정이 말할 수 없이 미묘하게 굳었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지며 다음 말을 꺼내려 했으나, 나는 무례하게도 먼저 뒤돌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



그때를 생각하니 나 스스로가 한심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도 될 것을……. 첼로와 그녀의 무리에게 뭐라 쏴붙여 줄 것을……. 테일스 영식에게 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레짐작하지 말라 할 것을…….’

그때의 어수룩한 제스나 로인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후작 영식을 피해 이렇게 숨는 것도 자존심 상했던 나는 밖으로 나갈 것을 다짐하고 꽉 닫은 커튼을 활짝 걷었다.

“아…….”

“실례하겠습니다.”

언제 온 것인지 후작 영식은 내가 걷은 커튼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후작 영식이 나의 양팔을 살짝 잡아 테라스로 다시 밀어 넣고 커튼을 바로 쳐 버렸기에 나는 한순간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얼떨떨해 있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곧 나가겠습니다.”

테일스 영식이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며 인사했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이 기껍지 않고 어색하였으나, 나도 우선 예를 갖춰 그에게 인사했다.

“로인 남작의 조카, 제스나 로인입니다. 저는 먼저 나가 보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말을 마치고 나가려는 나를 테일스 영식이 몸으로 막아섰다.

“지금 나가면 곤란할 것입니다. 영애의 사촌과 친구들이 저를 찾으러 앞까지 와 있으니 말입니다. 제가 테라스로 들어와 커튼을 쳐 놓았으니 그녀들은 제가 나갈 때까지 이 앞에서 절 기다릴 겁니다. 저들이 지쳐 무도회장으로 들어갈 때까지 저와 여기 잠시 있는 게 어떻겠습니까?”

내가 밖으로 나가면 첼로 무리에 잡힐 테고 그쯤 되면 작은 소란이 있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반격할 생각이 있어 그것은 크게 두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바로 이 작자였다.

테일스 시출러 후작 영식.

고민에 빠진 나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테일스 영식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를 내려다보는 수려한 얼굴이 고대 남성이 상징하던 신의 얼굴을 가늠케 할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다.

이 남자와 같이 테라스에 있다가 나온 걸 들키면 나는 첼로와의 싸움은 차치하더라도 다른 수많은 영애들의 공공의 적이 되는 상황에 직면할 터이고, 그때는 작은 소란으로 일이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는 조용히 의자 끝에 앉았다. 후작 영식이 내 움직임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더니 테라스 난간을 벽 삼아 한쪽 팔을 기대어 서서 밖을 바라봤다. 누가 본다면 멋진 그림의 한 장면이라 생각될 정도로 숨 막히는 모습이었다.

달빛 아래로 흑발이 청색처럼 흩날렸고 정복의 깔끔한 각이 어깨에서 팔로 넘어가 긴 팔을 더 돋보이게 했다. 긴 다리는 비스듬히 서 있는 가운데에도 곧게 뻗어 말끔해 보였다. 외모로는 어디 하나 흠을 찾지 못할 정도였다.

‘오만한 성격이 흠인 게지. 역시 신은 모든 걸 주지 않아.’

고매하게 선 그를 보며 혼자 생각하다 달을 다시 쳐다보며 머리를 길게 올라오는 의자 등받이에 천천히 기댔다. 다시 약간 싸늘한 감에 팔을 양손으로 쓸려니, 테일스 후작 영식이 정복의 재킷 단추를 매만졌다.

“추우면 제 재킷을 좀 걸치겠습니까?”

지나친 그의 친절에 아연실색한 내가 정색했다.

“아닙니다. 커튼을 조금 젖히고 밖을 살피다 첼로 영애와 그녀의 친구들이 없으면 제가 먼저 나가 보겠습니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후작 영식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자수, 전에 드레스 숍에서 놓던 그 자수 말입니다. 혹시 제가 살 수 없겠습니까?”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한동안 그를 바라보던 나는 가만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문제가 있어 그건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그에게 인사하고 커튼 쪽으로 갔다. 그러나 내가 커튼을 젖힘과 동시에 누군가 테라스 쪽으로 들어왔고 민망하게도 나는 또다시 테라스로 밀려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