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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름진, 축축하고 불긋한 속살을 혀가 얕게 채워 주다 나가길 반복했다. 아, 아윽, 눈앞이 희게 번쩍거렸다. 아까부터 힘이 잔뜩 들어가 벌떡이던 좆에서 이내 흰 정액이 터져 나왔다.

“……흐, 아……!”

입이 벌어졌다. 턱이 젖혀지며 몸이 둥글게 휘었다. 바들거리며 경련하는 몸과 함께 뒤에서도 액이 왈칵 쏟아졌다. 그러자 크리스가 혀를 뗐다. 입술이 침과 애액에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강아지처럼 순한 얼굴로 절 가만히 보는 크리스와 루크의 시선이 마주쳤다. 눈을 떼지 않겠다는 듯 절 응시하는 파란 눈에 루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배덕감을 느꼈다.

동생의 앞에서 나신으로 있는 것도 모자라, 뒷구멍을 빨리다가 사정까지 해 버렸다.

더는 견디기가 어려웠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아까의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판단을 내린 건지 선연하게 와닿았다. 지금이라도 이 짓을 그만둬야 했다.

“하, 흐윽, 크리스, 이제, 그만…….”

크리스는 대답 대신 루크의 가슴과 배에 퍼진 정액을 빤히 보았다.

“싼 거야?”

뒤늦은 물음과 함께 희고 단정한 손가락이 뻗어졌다. 뻗어진 손가락 끝이 배꼽 위에 고인 탁한 정액들을 문지르자 루크가 다시 몸을 떨었다. 예민한 몸에 크리스가 닿으니 힉, 힉, 소리가 절로 새었다. 도망치듯 몸을 위로 무르자 크리스가 몸을 겹치며 따라왔다.

“빨아 주는 거 기분 좋았어?”

상기된 얼굴로 크리스는 수줍게 물었다.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몸을 최대한 뒤로 뺐다. 침대 헤드에 등이 닿았다.

“……크리, 스, 나, 하아, 이제 안 될 것 같, 그만…….”

얼토당토않은 소리였다. 사정을 한 건 루크뿐이다. 그러나 정작 발정기를 맞이한 건 크리스였다. 욕정을 풀어야 할 사람은 크리스란 이야기였다. 그걸 겨우 떠올린 루크는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눈을 피했다.

크리스의 손이 그걸 제지했다. 그러고는 그의 턱을 잡아 돌려 시선을 고정하게 했다. 손가락에 묻어난 정액이 루크의 턱에도 묻었다. 밭은 숨이 가슴 끝까지 차올랐다.

“눈 피하지 말아 줘, 형.”

평소처럼 웃는 얼굴인데도 어쩐지 위험하게 보였다. 흐트러진 머리칼과 땀에 젖은 얼굴 때문일까. 아니면 그를 응시하는 서늘한 파란 눈 때문일까. 위험이라곤 아무것도 모를, 순진한 제 동생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져 루크는 불안한 듯 그의 팔을 쥐었다. 루크의 행동에 크리스가 싱긋 웃었다. 다시 루크가 아는 얼굴이 되었다. 안도감이 퍼졌다.

“이게 좋았나 봐? 루크를 위해서라면 난 조금 더 참을 수 있으니까…… 또 해 줄게.”

루크는 다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이 광경을 한 번 더 보았다간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럴 바에는 다른 걸 하는 게 나았다.

“그러지 말고, 제발, 차라리…….”

하지만 차마 넣어 달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행위였다. 그걸 감안하고 허락했으면서도, 막상 그걸 상상하자 속이 울렁였다.

루크는 꾹 입술을 깨물고 그 말을 참아 냈다. 그러나 크리스는 그런 루크를 내버려 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차라리 뭐?”

“……아니야.”

“내가 그만하면 좋겠어? ……내가 싫은 거야, 루크?”

아까부터 자신이 싫은 거냔 이야기로 결론을 내리는 화법에 루크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그럴 리가 없다.

“네가 어떻게 싫어, 크리스.”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은 절대 할 수 없었다.

“그러면 말해 줘. 응?”

“…….”

루크가 눈을 질끈 감았다.

“차라리, 넣어…… 줘.”

순간, 방 안에 적막이 감돌았다. 조용한 침묵이 감도는 게 어색해 루크가 천천히 눈을 떴다.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절 보는 크리스가 보였다. 루크는 멈칫했다.

“……넣어 달라고?”

크리스의 손이 루크의 상체를 밀었다. 다리 사이에 자리 잡으며 루크의 허벅지를 벌린 크리스가 그를 덮쳐 눌렀다. 페로몬이 한층 더 짙어졌다. 뒤가 무언갈 기대하듯 욱신거렸다. 구멍이 벌름거리며 힘을 주다 풀기를 반복했다. 당황스러웠다.

“루크……. 혹시, 다른 사람한테도 그런 말을 했어?”

루크가 어쩔 줄 모르겠는 눈으로 크리스를 응시했다.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그걸 갑자기 왜……?”

크리스는 그저 서늘한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대답해, 형.”

그럴 리가. 루크는 알파는커녕 누구와도 관계한 적이 없다. 향도 나지 않는, 히트 사이클에도 발정하지 못하는 오메가를 누가 안겠나. 그러나 루크는 그걸 크리스에게 설명할 의무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이 상황이 정말 이상했다. 루크는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답했다.

“네가 그걸 왜 묻는 건지 모르겠어, 크리스.”

“아니어야 할 거야.”

크리스는 가라앉은 눈으로 속삭였다. 동시에 손가락이 루크의 뒤로 파고들었다.

“……!”

본인조차 건드려 본 적 없는, 누구도 침범하지 않았던 부위가 벌려졌다. 루크의 몸이 벌떡 튀었다. 침과 애액에 젖어 미끄덩거리는 구멍을 손가락이 후벼 팠다. 꽉 다물린 주름이 맞물리는 틈을 기다란 중지가 어렵지 않게 파고들었다. 밀어내려는 듯한 구멍의 저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안이 꾸물거리며 열렸다.

젖어서 질척이는 것과는 별개로 이물질을 받아들이는 내벽은 쫀쫀하고 뻑뻑했다. 강하게 조여 오는 느낌에 크리스가 낮은 숨을 내쉬었다. 흥분이 무겁게 깔린 숨결이 루크의 목덜미에 닿았다.

“흐, 하악……, 읏.”

고통은 미약했으나 이물감이 엄청났다. 루크가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하고 헐떡이는 사이 크리스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끄덩거리는 안을 오가는 단순한 행위만으로 무서울 정도의 열감이 피어올랐다. 발가락부터 타고 올라온 쾌감이 세포를 적셨다.

쑥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이내 다시 쑤시는 행위가 마치 추삽질과 비슷했다. 하아……. 벌어진 입에서 서서히 달아진 숨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형이 이렇게 뒤로 질질 싸면서 넣어 달라고 조르고 다녔다고 생각하면…….”

“……크, 앗, 크리스, 아, 흐읏.”

예쁘장한 얼굴에서 저속한 말이 튀어나왔다. 험한 것은 보지 못하도록 곱게만 키운 것 같은데, 어디서 저런 말을 배워 왔는지 모를 일이다. 어느 부분에서 놀라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음란하고 저질적인 말을 내뱉는 부분? 아니면 그에게 크리스가 이런 식으로 욕정하고 있다는 점? 둘 다였다. 이 상황 자체가 역설적이고 성립 불가했다.

“돌아 버릴 것 같으니까.”

뿌리까지 들어온 손가락이 내벽을 더듬기 시작했다. 축축한 안쪽을 만져 대는 행위에 루크가 몸을 비틀었다. 이, 이상해. 본능적으로 도망가기 위해 상체를 움직였으나 더는 피할 데가 없었다.

아래를 쑤시지 않는 손으로 크리스가 배를 꽉 눌렀다. 아랫배를 압박하는 힘이 우악스러웠다. 저보다 한참 작고 여렸던 녀석이 언제 이렇게 세진 걸까?

그러나 루크는 장성한 성인이었다. 오래간 체력을 관리해 온 덕에 일반인치고는 힘이 상당한 편이기도 했다. 오싹한 감각이 그를 사냥하듯 쫓아왔다. 루크는 도망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다리로 시트를 차며 빠져나가기 위해 애를 썼다. 제법 거센 힘으로 몸부림치는 게 성가신지 크리스의 미간에 살짝 홈이 패었다. 언짢은 기색의 얼굴조차도 아름다웠다.

“가만히 있어.”

“잠깐, 크리……스…… 아, 아, 아아!”

멈춰야 했다. 크리스가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왜 화가 난 것 같은지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 그저 장기라고 생각한, 배설 기관일 뿐인 안쪽 어딘가를 크리스가 문지르자 몸이 튀어 올랐다. 허벅지가 확 벌려지며 배에 힘이 들어갔다. 루크의 입이 벌어졌다. 눈앞이 희게 점멸되다 이내 까맣게 물들었다.

“대답해 줘야지, 형.”

답을 종용하면서도 크리스는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손가락이 똑같은 부위를 쿡쿡 찌르고 비벼 댔다. 차마 소리도 내지 못하고 루크는 자지러졌다. 벌어진 입술을 적시고 흐르는 침을 갈무리하지 못해 턱이 엉망으로 젖었다. 까맣고 하얗게 물들던 시야가 제 색으로 돌아오고, 다시 색을 잃기를 반복했다. 불이 번쩍 튀었다. 무서웠다.

“크리스, 윽, 흑, 싫, 이거 싫…… 힉!”

싫다는 단어가 절로 튀어나왔다. 겪어 보지 못한 감각이 두려움을 불러왔다. 차라리 낯선 이였다면 오히려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름 아닌, 제 친형제가 절 이렇게 몰고 간다는 사실이 루크의 속에서 고개를 쳐들 때마다 두려움이 찾아들었다.

조르는 크리스에게 절 내주겠다고 결정했을 때, 그 상황에서 루크가 쾌감을 느낀다는 전제는 없었다. 피가 섞인 녀석이 제게 발정하는 걸 말리기는커녕 같이 흥분하고 있다니.

“싫어도 어쩔 수 없어. 이미 허락했잖아.”

어딘지 모르게 화가 난 것 같은 목소리로 크리스가 말했다. 곧 손가락이 쑥 빠졌다. 자극이 차단되며 펄떡거리던 몸이 조금 진정되었다.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그러나 크리스는 또다시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뻐끔거리며 안쪽에 차오른 애액을 토해 내는 벌어진 구멍 틈으로 무언가 닿았다.

뭉툭하게 뾰족한, 딱딱한 좆이었다.

거친 숨을 내쉬던 루크가 눈을 크게 떴다. 식은땀이 등 뒤로 쭉 흘렀다. 넣어 달라고는 했으나 막상 성기가 닿아 오자 두려움이 엄습했다. 너무 컸다.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찢어지고 피가 날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제 배를 누른 크리스의 손목을 루크가 꽉 쥐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그걸 본 크리스가 입술을 꾹 깨문 채 루크를 응시했다. 혈색이 불긋하게 오른 예쁘장한 입술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가,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힘을 꽉 주었다. 팔뚝에 핏줄이 섰다.

“크리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하아, 아니야. 미, 미안해. 네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도, 흣, 모르겠어. 일단 멈추고…….”

침착해지기 위해 숨을 고르려는 루크의 말을 듣던 크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난 오늘만 기다렸으니까.”

짙은 푸른 눈이 형형하게 루크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