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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가리지 말아요.”

미슐레는 저도 모르게 치부를 가리듯 구겨졌던 자세를 의식적으로 바로잡은 뒤 수치심에 바르르 떨었다. 노골적인 욕정을 가진 타인의 눈앞에 맨몸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눈앞의 여자는 첫사랑이자 지금도 마음에 두고 있는 주인이시다. 이 상황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차라리 꿈이라고 하는 편이 현실성 있게 느껴질 정도였다.

리비아는 제 입술을 핥아 축이며 남자의 몸을 감상했다. 어지간한 여성보다도 큼지막한 가슴, 색 좋게 도드라진 유두, 긴장으로 불긋하게 달아오른 목줄기와 이어지는 너르고 다부진 어깨선, 급격하게 좁아져 촘촘한 근육으로 둘러싸인 복부와 군더더기 없는 날씬한 허리, 무엇보다 속옷 위로도 도드라지는 장골과 부피부터가 흉흉한 성기, 옷감 위로는 알기 어려웠던 단단한 근육으로 짜인 두꺼운 허벅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자신을 다스리면서도 명백하게 굴욕에 흥분하는 그의 천성적인 기질이 마음에 들었다. 소질 없는 것들을 굳이 길들여 노는 것에 다소 질려 있던 참이었으므로 그녀는 진정 흡족했다.

“가까이 와요, 미셸.”

그 기꺼움은 절로 목소리에 묻어났다. 이전보다 확연히 누그러진 목소리로 속삭이자 미슐레 역시 눈치를 보면서도 조심스럽게 다가와 섰다. 굳이 말로 시키지 않아도 그는 자연스레 뒷짐을 져 그녀에게 순종했다. 정말로 우수한 먹잇감이 아닐 수 없었다.

여자는 그의 젖가슴을 움켜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뜨뜻하게 열이 오른 살갗에는 이미 긴장 탓인지 촉촉하게 습기가 배어 있었다. 그녀는 품평하듯 그의 가슴을 꾹꾹 힘주어 주무르며 꼬았던 다리를 풀고 무릎을 벌렸다. 좀 더 가까이 다가오라는 눈치를 읽은 미슐레가 눈을 질끈 감은 채 순순히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섰다. 리비아의 들뜬 숨이 몸뚱이 위로 쏟아져 내리는 아찔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젖힌 그는 남의 손을 탈 일이 없던 몸뚱이를 누비는 타인의 손길에 속절없이 달아올라 뒷짐을 진 손으로 제 팔뚝과 손가락을 못살게 굴며 무던하려 애썼다.

“역시 옷 위로 만지는 것과는 다르군요, 마음에 들어요. 만질 것 없던 이전의 수컷들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 미셸, 다른 여자에게 앞섶을 열었던 적이 있나요?”

“아니, 요……, 어, 없습, 니다…….”

그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더듬더듬 대꾸했다. 리비아는 그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는 듯 유두를 꼬집어 비비며 어쩔 줄 모르는 낯짝을 관음하다가, 답을 마친 그가 입을 굳게 닫자 남은 한 손으로 옆구리를 야살스레 어루만지며 또렷한 복부와 가슴 언저리의 근육 선을 핥아 올렸다.

“부, 부인……!”

“놀랐나요? 충분히 상상했을 줄 알았는데.”

그녀는 샐쭉 눈웃음을 치며 그의 유두를 튕기고는 두 손으로 몸뚱이를 쓸어내리다 남자의 단단한 엉덩이를 틀어쥐었다.

“흣……!”

“내가 수컷들을 어찌 다루는지 그동안 지긋이 지켜봤지 않나요? 조롱당하고, 매도당하고, 바닥을 기면서 말 한마디에 기뻐하며 카펫 위에 좆을 치대며 황홀하게 절정에 달하는 꼴을 지켜보면서 당신이 당하면 어떨지 생각해 보지 않았단 말인가요?”

“그런…….”

“솔직하게 대답해야죠.”

리비아는 두 손으로 그의 엉덩이를 벌리며 남자의 복부에 뺨을 기댄 채 눈을 치뜨고 속삭였다.

“솔직하게 굴지 않으면 다른 곳부터 길들여지게 될 텐데.”

미슐레는 파르르 떨리는 제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가, 감히, 상상……은, 모, 못 하, 읏!”

“네에, 계속 말해요.”

“꿈, 에서, 뵈었, 으……!”

“내가 어떻게 했죠?”

“아, 부인, 제발…….”

그는 스스로 주군을 꿈에서나마 욕보인 것을 고백하는 일을 견디지 못하고 애원했으나 리비아는 그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배에 점점이 입 맞추면서 재촉했다.

“착하게 굴어야죠, 미셸. 이건 명령이잖아요.”

흐, 하고 울음인지 신음인지 모를 희미한 소리가 비어졌으나 오래지 않아 결국 미슐레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제, 제, 성기, 르을, 밟으, 시면서…… 아래를…… 빨게, 하셨습, 니다…….”

“아하?”

우악스레 엉덩이를 만지던 손이 뚝 멈추자 그는 곧 닥칠 불호령을 생각하며 떨었으나, 이어진 것은 상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리비아가 그의 부푼 성기를 속옷 위로 그러쥔 것이다.

“이걸 밟히는 꿈이었단 말이죠?”

“예, 그렇, 습……!”

“기특한걸.”

그녀는 채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속옷을 끌어 내리며 진득한 미소를 내걸었다. 생각보다 색이 엷은 불그스름한 귀두가 이미 선액에 젖어 미끌미끌하게 빛나고 있었다. 얄팍한 천이 내려가자마자 튕기듯 드러난 성기는 핏줄이 우둘투둘하게 돋아 대단히 흉험하게 보였다. 리비아는 제 입술을 핥으며 재차 물었다.

“순결한 몸이라고 했었나요, 미셸?”

“…….”

그는 차마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고개를 삐걱삐걱 끄덕였다. 리비아는 너른 마음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그는 거진 숨조차 쉬지 못하고 홉뜨인 눈으로 제 성기를 감아쥔 손을 바라보느라 바빴으니까.

색이 생각보다 엷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성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의 일이다. 리비아의 하얀 손가락과는 흑백에 가까울 정도로 대조적인 색을 띠어 대단히 선정적이었다. 그녀는 그의 체액으로 손이 더럽혀지는 것도 마다치 않고 가늠하듯 선단에서부터 뿌리 부근까지 느릿느릿 어루만지며 숨을 골랐다. 이런 음란한 몸뚱이로 순종하는 순결한 수컷이라니, 먹어 치우지 않을 수 없잖은가. 그녀는 기둥을 꾹 틀어쥔 채 손톱을 세워 요도를 지그시 눌렀다.

“너무 기대하지 말아요, 마음이 약해질 것 같으니까.”

“그, 그런 사실 없습니다.”

“울지도 말고. 오늘은 처음이니 말로 다스릴게요. 앞으로 단둘이 있을 땐 내 시선 위에 있지 말아요. 미슐레 호엔베르크.”

“흐, 읏……, 예, 예…….”

그는 꼴사나운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부들부들 떨면서 꿋꿋하게 대답했다. 리비아는 목덜미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그를 즐겁게 바라보며 성기를 내팽개쳤다. 벌써 손끝에 쿰쿰한 냄새가 밴 것만 같았다.

미슐레 호엔베르크는 그녀가 손을 뗀 즉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농락당한 채 절정에 다다르지도 못한 성기가 욱신거렸으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를뿐더러 그녀의 마음이 바뀔 것이 훨씬 두려워 끙끙 앓을 뿐이었다. 리비아는 구두 굽으로 그의 무릎을 툭툭 쳤다.

“벌려요. 앞으로 무릎을 꿇을 땐 다리를 벌리고 앉도록.”

“……예.”

“이제 깨끗하게 해 줘요.”

설탕 과자처럼 하얀 귀부인의 손끝이 그의 입술 위에 얹혔다. 어울리지 않는 비릿하고 시큼한 냄새와 매일같이 그녀가 손에 바르는 크림의 향이 뒤섞여 콧속을 찔렀다. 순간 아랫도리가 욱신거릴 정도로 배덕적인 흥분감이 치고 올랐다. 남자는 불안한 눈으로 주인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을 벌렸다. 이것이 옳다는 듯 오연하게 내려다보는 그 비인간적인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척추가 오싹거렸다.

“옳지.”

“하아…….”

벌어진 입술 사이로 두툼한 혀가 기어 나와 그녀의 손끝을 간질였다. 뻣뻣했던 혀가 점차 범위를 늘리며 유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끝의 말랑말랑한 살을 핥다가, 손톱과 첫마디를 둥글리며 입 안으로 끌어들였다. 쪽 하는 소리가 울리자 그는 마치 추잡스럽게 먹이에 고개를 처박은 기분이 되어 귀를 벌겋게 붉혔으나, 그녀의 남은 손이 시야에, 정확히는 스스로 치맛자락을 살금살금 걷어 올리는 것이 보이자 홀린 듯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마치 젖줄이라도 문 것마냥 필사적으로 그녀의 손샅이 입술에 닿을 정도로 깊숙이 입 안에 밀어 넣고 옅은 헛구역질을 삼켜 가며 타액과 살덩이로 열과 성을 다해 닦았다.

“후, 흐웃…….”

그는 눈앞에서 그녀의 스타킹이 보이기 시작하자 눈에 핏발이 설 듯 열렬한 시선을 고정한 채 그녀가 손가락을 바꿔 물리는 것도 아랑곳 않고 혀를 놀려 댔다.

“허윽!”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