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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얼스 3권(6화)
2장. 국경(4)
카일러의 칭찬 아닌 칭찬에 웨드가 한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잘난 척을 했다.
‘이제 웨드를 어느 정도 믿을 수 있게 됐군. 처음에는 짐짝 하나를 어깨에 메고 다니는 기분이었는데.’
“잘나신 웨드 님. 몬스터 한 마리 끝내는데 너무 오래 걸리지 않습니까?”
카일러가 장난기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럼, 빨리 끝내야겠죠?”
웨드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호랑이를 향해 튕기듯이 달려 나가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곧이어 카일러도 뒤따라가 검을 휘둘렀다.
호랑이는 이빨로 물어뜯으려고도 하고 앞 발톱으로도 할퀴며 저항했지만 결국 죽고 말았다.
“자, 그럼. 호랑이 고기는 어떤지 한 번 살펴볼까?”
카일러는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해체용 칼을 꺼내 호랑이를 해체했다. 그 결과 호피와 호랑이 고기를 얻을 수 있었다. 카일러는 호피를 손으로 보듬어 봤다. 부드러운 촉감과 두툼한 두께를 볼 때 가죽 갑옷의 좋은 재료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 가죽이면 모아서 팔면 꽤 목돈을 만질 수 있다!’
카일러의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호랑이라는 녀석도 상당히 값어치가 있는 녀석인 것 같군.”
카일러가 호피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 테니까 바짝 모으면 돈이 될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 고기 맛도 좀 볼 수 있을 테고 말입니다.”
웨드는 카일러의 등 뒤에서 호랑이 고기를 입맛을 다시면서 쳐다보았다.
“열심히 하면 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맛도 못 볼 줄 알아라. 계속 가자.”
카일러는 입맛을 다시는 웨드 얼굴 앞에 호랑이 고기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물론 상점에 팔아 봤자 돈도 안 나오는 코알라 고기부터 다 먹어 치운 다음 얘기다. 호랑이 고기가 얼마인지는 몰라도 코알라 고기보다는 비싸게 팔 수 있겠지!’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서 주판알을 굴리는 카일러였다. 지난번 몬데릭 영주에게 뜯은 돈의 일부를 몰래 빼돌리려다가 실패한 이유로 돈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 카일러였다.
카일러와 웨드는 호랑이가 나오기를 바라며 지도에 표시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크르릉!
“도, 돈이다!”
“고, 고기다! 맛있는 고기다!”
카일러와 웨드는 뭔가 끝내 주는 것을 발견한 해적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 환호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데 너무 많은데요?”
“대충 훑어봐도 5마리는 넘게 보이는군. 한 마리라면 상관없지만 5마리씩이나 되는 덩치 큰 짐승들이 동시에 덤벼들면 위험하겠군.”
카일러가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상황을 설명했다.
“굳이 설명 안 해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길 수 있겠죠?”
웨드가 카일러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싸워 보면 알겠지.”
웨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일러의 대답은 간단명료하고 냉소적이기 짝이 없었다.
“그러네요.”
크르릉!
그때, 호랑이 무리가 카일러와 웨드에게 달려들었다. 큰 몸집에 비해 재빠르고 날카로운 움직임, 모든 것이 위협적이었다.
카일러는 호랑이들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텀블링을 해 공격을 피해 냈다.
그리고 착지를 하며 호랑이의 머리를 찍어 내렸다.
크릉!
머리를 찍힌 호랑이는 앞발을 들어 카일러를 할퀴려 했다.
“그렇게는 안 되지! 슬라이드!”
카일러는 슬라이드 스킬을 써 호랑이들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다. 카일러는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투척용 단검을 꺼내 호랑이에게 투척했다.
‘정확히 눈에 맞춰야 한다. 다른 부위는 가죽으로 덮여 있어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 힘들다.’
카일러는 자신이 암살자가 되기 위해 받았던 훈련을 떠올리며, 그 훈련을 받으며 몸에 익힌 그대로 감각을 살려 투척용 단검을 던졌다.
촤악!
던진 단검 중 몇 개는 빗나갔지만 몇 개는 호랑이들의 눈에 박혔다. 눈에 단검이 박힌 호랑이는 고통에 찬 울음소리를 내며 더욱더 거세게 공격해 왔다. 하지만 그 공격은 막공격에 가까워 피하는데 어려움이 들지는 않았다.
“이빌 라이트! 이빌 라이트! 이빌 라이트!”
카일러는 보이는 호랑이에게 족족 스킬을 사용해 공격했다. 한 번 한 번의 공격에 전직 암살자로써의 노하우가 담긴 공격이었다.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덕분에 간간히 크리티컬 샷이 터져 나왔다.
‘게임이라고 별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많이 헤맸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저 내가 훈련받았던 대로, 내가 아는 대로 하면 된다. 그러면 이긴다!’
처음에는 모든 유저들이 똑같은 능력치에서 시작했다. 때문에 전직 암살자 특유의 빠른 공격, 반응 속도를 발휘할 수 없어 많이 헤맸다. 하지만 이제 카일러도 어느 정도 적응해 갔고 뉴얼스의 카일러가 현실 세계의 카일러를 닮아 갔다.
카일러는 극한의 훈련을 받은 전직 암살자! 호랑이 여러 마리를 상대로도 이제 고전하지 않았다.
“커헉, 카일러 님! 도와주십시오!”
그런데 그때, 카일러의 발목을 잡는 자가 있었으니 웨드였다. 웨드는 자빠진 채로 호랑이의 마구잡이 공격을 간신히 방패로 막아 내며 버티고 있었다.
‘강한 적보다 무서운 것이 멍청한 아군이라는 말이 틀린 것이 하나도 없군.’
카일러는 웨드를 한심하다며 독설을 내뱉으며 도와주러 갔다.
웨드를 공격하고 있는 호랑이의 늑골을 걷어찼다.
크르릉!
그러자 호랑이가 이빨을 위협적으로 드러내 보이며 카일러를 돌아봤다.
“이거나 먹어라!”
카일러는 투척용 단검을 쫙 벌어진 호랑이의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호랑이의 주둥이를 온 힘을 다해 걷어찼다.
크르릉!
그러자 호랑이의 입가에 핏줄기가 흘렀다.
“이 공격 방법도 꽤 괜찮은 것 같군. 웨드, 빨리 일어나! 아직도 살아서 우릴 노리는 호랑이가 몇 마리인데 자빠져 있나?”
카일러가 웨드를 향해 한심하다는 듯 호통쳤다.
“피, 피가!”
웨드가 자신의 팔을 부여잡으며 겁에 질려 말했다. 웨드가 부여잡은 팔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호랑이의 발톱에 긁힌 상처에서 흐르는 피였다.
“웨드, 일단 뒤로 빠져서 지혈부터 해!”
카일러는 급한 대로 호랑이 가죽을 하나 꺼내 웨드에게 던져 주었다.
“죄, 죄송합니다, 카일러 님.”
웨드가 카일러의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말까지 더듬으며 말했다.
“됐어. 갑자기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을 보면 놀라는 것이 당연하지. 빨리 지혈이나 해!”
웨드가 지혈을 하기 위해 뒤로 빠진 사이 카일러는 남은 호랑이들을 상대했다. 5마리 중 2마리는 제거하고 남은 호랑이는 총 3마리!
호랑이는 카일러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빈틈을 노렸다.
‘빈틈이 보이면 공격을 들어오는 녀석들인가 보군. 그럼, 장난 좀 쳐 볼까?’
카일러는 일부로 왼쪽의 방패를 내리며 빈틈을 보였다. 그러자 호랑이들이 카일러의 왼쪽으로 파고들었다.
“지금이다! 밀치기!”
카일러는 왼쪽에 다가오는 호랑이를 스킬을 시전하며 오른쪽 견갑으로 쳐 냈다. 그리고는 뒤이어 다가오는 호랑이들을 검으로 베고 호랑이의 돌려차기를 하는 등 쉴 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퍽!
크르릉!
촤악!
카일러는 앞발을 들어 자신을 할퀴려는 호랑이의 복부를 갈랐다. 북부가 갈린 호랑이는 고통에 몸부림치더니 쓰러졌다.
‘한 마리는 해치웠군. 근데 웨드는 아직도 멀었나?’
가죽을 상처 부위에 묶어 지혈을 벌써 끝냈어야 할 시간인데도 웨드는 아직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웨드 이 녀석. 농땡이를 피우는 것이로군. 두고 보자.’
카일러는 이를 바드득 갈며 호랑이와 더 열정적으로 싸웠다. 빨리 호랑이들을 제거하고 웨드를 밟아 주기 위함이었다. 카일러는 호랑이가 먼저 달려들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달려가 검을 내려쳤다.
촤악!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이 호랑이의 목을 깊게 베었다. 목이 깊게 베인 호랑이는 이미 카일러에게 베일 대로 베여 체력이 바닥을 치는 상태였는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제 남은 호랑이는 1마리!
크르릉!
호랑이는 자신의 동료들이 카일러의 손에 죽어 가는 것을 지켜봤기에 섣불리 덤비지 못했다.
“카일러 님! 제가 왔습니다!”
그런데 그때, 웨드가 다시 돌아왔다.
“참 빨리도 오는군! 이제부터라도 똑바로…….”
털썩!
“웨드!”
그런데 웨드가 걷는 도중에 바닥에 엎어졌다.
“도대체… 지혈을 제대로 못한 것인가?”
웨드의 팔에 있는 상처를 보니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멍청한 놈!”
그런데 그때, 호랑이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웨드를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는 안 되지! 슬라이드!”
카일러는 웨드를 노리고 달려드는 호랑이에게 슬라이드 스킬을 사용하여 미끄러지듯 달려가 쫓아갔다. 그리고는 호랑이를 붙잡아 같이 바닥을 뒹굴었다.
“크흐… 웨드 때문에 별 짓을 다 해 보는군! 이빌 라이트!”
카일러는 호랑이의 늑골에 검을 찔러 넣었고 호랑이는 죽고 말았다.
“웨드!”
카일러는 호랑이가 죽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웨드에게 갔다. 웨드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헛소리만 지껄이고 있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
상처 부위를 살펴보니 긁힌 정도가 아니라 살점이 떨어져 나간 수준이었다. 게다가 지혈도 제대로 하지 못해 피는 계속 흘러나왔던 것이다.
“네가 만약 내가 받았던 훈련을 받았다면 지혈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었겠지.”
극한의 상황에서도 혼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암살자를 만드는 암살자 훈련. 그 과정 중에 부상당했을 때 피가 흐르는 상처 부위를 지혈하는 것도 있었다. 카일러는 익숙한 듯 웨드의 상처 부위를 지혈 조치를 해 주었다. 그러고는 아이템 창에서 체력 물약을 꺼내 웨드에게 먹였다.
“웨드, 정신 차려!”
“으흠, 여기가 어디죠?”
처음에는 말도 제대로 못하던 웨드가 상태가 많이 좋아져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피를 많이 흘려서 정신을 잃었다.”
“가끔은 이곳이 게임 속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아까 그 어지러운 느낌은… 가짜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짜 같더군요.”
웨드가 아직도 어지러운 느낌이 남아 있는지 한쪽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그렇긴 하지. 그냥 게임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세계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어쨌든, 여기서 체력이 회복될 때까지 쉬도록 한다. 회복이 되면 다시 출발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