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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 나이츠 1권 (1화)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태몽입니다.
다크 나이트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는 글입니다. 다크 나이트를 쓰고 한동안 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글을 써야 독자분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글을 쓰는 작가들은 대부분 저와 같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공통된 생각인 것 같은데 아직 부족함이 많은 저로써는 이 기간이 조금 길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준비하던 글을 잠시 미루고 헬 나이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헬 나이츠는 망나니로 아들로 태어난 제이크가 뜻하지 않게 다른 곳으로 넘어가고 그곳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다시 본래의 세상으로 돌아온 것부터 시작됩니다.
그 기간은 무려 10년이 흐른 뒤죠.
돌아온 집은 이미 다른 귀족의 성이 되었고, 그곳에서 제이크는 그 사람들의 힘이 되어 주며 가족을 찾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것만 보면 단순하면서도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드시겠지만 그 속에서 가족들의 사랑과 예전에 자신이 저질렀던 일들에 대한 후회, 그러면서 만들어지는 또 다른 가족들. 이러한 것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그러한 것들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아무쪼록 저의 글을 즐겁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을 쓰는 저로써는 읽는 독자분들이 즐거워한다는 것이 이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테니까요.
자! 그럼.
헬 나이츠의 주인공인 제이크의 행보에 즐겁게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태몽 배상―
프롤로그 (1)
촛불이 일렁이는 대저택의 집무실.
그곳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책상에 앉아 있다. 그 앞에 고개를 푹 숙인 10대 중반의 소년이 서 있다. 소년의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있고, 입이며 눈가, 코에서는 피딱지가 앉아 있다.
옷에는 흙먼지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것이 땅바닥을 뒹굴며 누구와 진탕 싸움이라도 벌인 모양이다.
책상에 앉은 남성은 매우 화가 나 있는지 눈을 부라리며 앞에 선 소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소리쳤다.
“이 녀석아! 도대체 이번이 몇 번째인 줄 아느냐!”
“…….”
소년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하나 그 모습이 남성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다.
“이 녀석이! 아비가 묻는데 대답을 하지 않을 작정이냐!”
남성의 호통에 소년은 입가를 실룩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대,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몇 번째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인데요…….”
소년은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 말에 어이가 없는지 남성은 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헛바람을 삼킨다.
“헛! 정말 어이가 없구나. 말이나 못하면…….”
“저, 정말이에요. 그러니까 마을로 내려가 싸움질을 한 것이 아마도 15번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 이상은 생각이 잘 나지 않네요.”
쾅!
남성이 주먹을 들어 책상을 강하게 내려쳤다. 그 소리에 소년의 몸이 움찔거리며 입을 굳게 다문다.
“자그마치 25번째다. 그건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고, 저택 안에서 사고 친 것까지 포함하면 셀 수도 없다.”
“우와, 저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아버지는 세고 있었던 거예요? 대단하시네요. 헤헤헤.”
소년은 히죽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이 더욱 어이없어진 남성은 다시 한 번 소리쳤다.
“네 이놈!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 고함에 소년은 곧바로 입을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남성은 일그러진 얼굴로 소년을 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도대체 프라인 백작가에 어째서 너 같은 아들이 태어났는지 모르겠구나.”
“동감합니다.”
소년이 심각한 얼굴로 맞장구를 쳤다. 그 말을 들은 남성은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 아파 오는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알버크 프라인 백작. 지금 책상에 앉아 있는 남성의 이름이다. 그리고 소년의 이름은 제이크 프라인. 프라인 백작가의 사고뭉치이며 아버지 프라인 백작의 골칫덩어리인 막내아들이다.
제이크 위로는 형님인 제롬 프라인과 큰 누나 메리안 프라인, 작은 누나 마를렛 프라인이 있다. 이 세 사람 모두 수도 마르린에 위치한 왕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이었다.
그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가끔 주말 정도에 집으로 내려와 휴식을 취한다. 그 외의 시간은 대부분 왕실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게다가 세 사람 모두 왕실 아카데미에서 상위 1%에 속한 우수한 학생이다. 그런데 여기 있는 막내아들 제이크는 달랐다. 허구한 날 사고를 치고 마을로 내려가 깡패들과 패싸움을 벌렸다.
그나마 저택에 있을 때는 하녀 놀리기, 마구간에 있는 말꼬리 자르기 아니면 말꼬리에 불을 질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백성들까지 뒤로 수군거리며 평판 좋은 프라인 백작가를 욕할까. 한마디로 제이크로 인해 프라인 백작가가 욕을 먹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프라인 백작에게는 골칫덩어리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들인데 내칠 수도 없는 문제였다. 그의 소원이라면 제발 사고치지 말고 형, 누나들을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반 정도라도 말이다.
“도대체 네 녀석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알버크 백작도 이제 두 손 두 발 다든 것 같다. 심각한 얼굴로 제이크를 보며 말했다.
“지금 당장 네 방으로 돌아가라! 한 달간 외출 금지다!”
“하, 한 달! 아버지, 너무해요.”
“너무하기는, 여태껏 네가 한 행동을 보면 모르겠느냐. 마음 같아서는 평생 동안 방에 가두어 두고 싶은 심정이다.”
프라인 백작의 말에 제이크는 억울한 얼굴이 되었다.
“아버지, 저도 억울하다고요. 정말 싸움 안 하려고 했어요. 정말이에요. 믿어 주세요.”
“믿어달라는 말이 도대체 몇 번째인 줄 아느냐.”
“알아요. 아는데요. 이번에는 진짜예요. 정말 아무 일 없이 집으로 오는데요. 웬 용병놈들이 우리 백작가를 모욕하는 겁니다. 자식 된 도리로써 어찌 그 일을 나 몰라라 할 수 있습니까. 그래서 프라인 백작가의 아들로써 녀석들을 따끔히 혼내 주었죠.”
제이크는 오늘 오후에 있었던 일들을 줄줄이 설명했다. 하나 아버지에게서 들려오는 말은 혀를 차는 소리뿐이다.
“쯧쯧쯧. 혼내 주기는. 개 맞듯이 맞고 있었다고 하더구만. 그리고 이 녀석아, 우리 가문을 욕보이는 녀석은 네놈뿐이다. 그걸 정녕 몰라서 그러느냐.”
“아, 아버지,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시끄럽다! 냉큼 네 방으로 돌아가거라!”
“아버지!”
“…….”
프라인 백작은 더 이상 제이크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듯 펜을 들어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제이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몸을 홱 돌린 제이크는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책상에 서류를 정리하던 프라인 백작이 고개를 들었다. 멀어지는 제이크의 등을 보며 슬픈 눈빛이 되었다.
‘불쌍한 놈.’
프라인 백작은 제이크가 언제부터 사고를 치고 다닌 것인지 알고 있다. 아마도 10살 때쯤 엄마가 죽은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물며 제이크의 엄마는 프라인 백작의 두 번째 부인이다. 첫 번째 부인에게서 형과 누나들이 태어났다. 그녀가 일찍 죽고 아버지는 제이크의 어머니를 맞이했다.
무엇보다 프라인 백작으로서는 자식들에게 어머니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이크가 태어났다.
그녀는 편견 없이 모두를 사랑으로 감싸며 키웠다. 그러던 중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 제이크의 어머니가 죽게 된 것이다.
그 후로 제이크가 조금씩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프라인 백작으로서는 제이크가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하지만 업무에 바쁘다 보니 제대로 챙겨 주지도 사랑을 주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에 그것이 항상 걸렸다.
“후우, 정말 걱정이구나.”
그는 긴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제이크가 막 문을 벗어나려고 할 때 집사와 마주쳤다. 집사도 백작께 보고를 하러 들어오는 참이었다. 제이크는 집사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음을 띠었다.
“집사 아저씨!”
“막내 도련님도 계셨습니까? 어디 보자, 얼굴을 보니 오늘도 신나게 노셨나 봅니다.”
“헤헤헤, 조금요.”
제이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런 모습을 보던 집사가 제이크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방에 약이랑, 옷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역시 집사 아저씨밖에 없네요.”
“당연하죠.”
제이크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환하게 웃었다. 그때 프라인 백작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어험, 알렌 집사. 보고할 것이 있어 온 것이 아닌가.”
“아! 죄송합니다, 백작님.”
알렌 집사는 급히 대답을 하고는 제이크에게 눈빛을 보낸 후 백작에게 다가갔다.
제이크는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문을 천천히 닫았다. 그러나 다 닫지는 않고 조금 열어 놓고는 무슨 대화를 하는지 엿들었다.
“그래, 무슨 일인가?”
“왕실 아카데미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왕실 아카데미에서?”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제이크 도련님을 데리러 온 것 같습니다.”
알렌 집사의 말에 프라인 백작의 표정이 굳어졌다. 반면 문틈으로 대화를 엿듣고 있는 제이크의 얼굴이 환해졌다.
“좋아! 이제 나도 왕실 아카데미에 갈 수 있구나.”
제이크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수도 마르린에 있는 왕실 아카데미는 카론 왕국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그곳에는 카론 왕국의 유력 가문의 자식들만 받아들이는 곳이다.
한마디로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다. 그곳을 졸업한 학생들 중 상위권에 속한 사람들은 왕국의 고위관직을 받고 근무를 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며 그에 따라 가문도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 뭐, 프라인 백작가에서는 돈에 구애받지는 않았다.
그 외에도 왕실 아카데미를 졸업한 사람은 어느 영지를 가도 대우를 받고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된다. 그러니 왕실 아카데미에 들어가기만 하면 인생이 풀리게 된다는 말도 나오는 것이 아닌가.
프라인 백작가문에서도 왕실 아카데미에 세 명의 자녀를 보냈다. 장남인 제롬은 이제 곧 졸업을 한 후 돌아오고, 메리안과 마를렛은 3년, 2년째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는 제이크가 왕실 아카데미에 들어갈 차례였다. 알렌 집사도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기 위해 집무실에 든 것이다. 혹여 지금 입학할 수 있는지 그 의견을 묻기 위해서 말이다.
‘드디어 왕실 아카데미에 가는구나. 졸업생 간판만 딴다면 어딜 가든지 떵떵거리며 살 수 있어. 히히히.’
제이크가 속으로 기쁨을 표출하고 있을 때 프라인 백작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휴,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 제이크의 상태로는 무리라고 보지 않는가. 그냥 이번 학기에는 보낼 아이가 없으니 돌아가라고 이르게.”
“하오나…….”
알렌 집사가 머뭇거리자 프라인 백작이 다시 한 번 단호히 말했다.
“어서 가서 없다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백작님.”
알렌 집사가 인사를 하며 몸을 돌리려 할 때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소리쳤다.
“왜요!”
그 소리에 프라인 백작과 알렌 집사가 깜짝 놀란 눈이 되었다. 그러고는 붉게 상기된 제이크가 터벅터벅 들어왔다.
그는 숨을 씩씩거리며 알렌 집사 옆에 섰다. 프라인 백작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녀석, 방에 돌아가지 않았더냐!”
방에 있어야 할 녀석이 어째서 다시 돌아왔는지 몰랐다. 하물며 제이크의 얼굴에는 잔뜩 불만이 어려 있다. 그는 프라인 백작을 보며 다짜고짜 소리쳤다.
“왜요? 왜 저는 안 되는데요! 저도 왕실 아카데미 보내 주세요.”
“도, 도련님…….”
옆에 있는 알렌 집사가 난처한 얼굴로 조마조마하며 제이크를 불렀다. 하지만 제이크에게는 그 어떤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프라인 백작이 담담히 그것도 단호히 말했다.
“아직 넌 안 돼!”
그 말에 제이크의 표정이 급격히 바뀌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제이크는 프라인 백작을 똑바로 쳐다보며 당당히 말했다.
“왜 아직 안 됩니까? 형과 누나들도 제 나이 때 들어갔습니다.”
“너희 형과 누나들은 가능하니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너는…….”
프라인 백작이 제이크를 보며 말하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