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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승연의 엉덩이를 놓고 손을 앞으로 돌려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가슴을 젖꼭지까지 꽉 잡아챘다. 가슴을 주무르며 엉덩이를 힘차게 추켜올리자 그녀의 입에선 신음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쾌감에 눈까지 흐려진 승연에게 입을 맞추고 고개를 든 민재는 마지막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그들이 품어내는 젖은 소리와 비릿한 향기에 더 자극을 받은 민재는 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읏, 하아…….”
승연은 민재의 강렬한 욕망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현기증이 이는 것을 느꼈다. 사타구니가 불에 붙은 것처럼 뜨겁기도 했지만 그의 몰아붙임에 감각을 잃을 지경이었다. 마치 짐승처럼 몰아붙인 그의 기세에 고통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정신없이 몰아붙여졌다. 처음이라 아팠지만 본능적으로 그의 분신을 잡고 꽉 죄어 대서 승연은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그의 신음과 함께 그의 엉덩이가 높이 솟구치자 그녀의 엉덩이도 높이 들어올려졌다. 그 강한 몸짓과 동시에 승연은 아찔할 만큼 강한 환희에 휩싸여 흔들렸다. 두 사람 다 동시에 신음을 내지르며 민재는 승연의 가슴에, 승연은 침대에 널브러졌다.
“으윽…….”
“아하…….”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침대 위로 뜨겁고 거침 호흡을 내뱉던 승연은 자신의 심장을 거세게 두드리는 그의 심장을 느끼고는 배시시 웃었다. 자신도 힘들지만 그가 힘들어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웃음을 들었는지 민재가 엉덩이를 꿈틀거리자 승연은 자신도 모르게 안에 들어와 있는 그의 분신을 조였다. 그러자 민재가 지친듯하지만 섹시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네가 처음이라 또 하고 싶은 걸 참고 있으니까 자극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내가 무슨…….”
“또 하고 싶긴 하다.”
그의 노골적인 말에 승연은 버럭거리며 그를 불렀다.
“선배!”
“후후, 차승연, 그거 알아?”
“뭘요?”
“널 만난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거.”
그의 노골적인 표현과 함께 사랑스러운 말에 승연은 얼굴을 붉히며 흐물거리는 육체를 쫙 퍼트려 침대에 누였다. 그 조그만 움직임조차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재의 분신이 더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 승연은 끙끙대면서도 다시 깊숙이 품었다. 아주 당연한 것처럼 그의 분신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안에 깊숙이 심어 놓은 뜨거움에 온몸에 불화살에 꽂힌 듯 뜨거웠지만 행복한 뜨거움이었다.
“차승연.”
“……?”
“네 퍼펙트 골드는 영원히 내 거다.”
“……!”
“잊지 마, 영원히다.”
차갑다 말하는 민재가 하는 말이라서 그럴까. 무심한 듯하지만 거침없이 내뱉는 그의 말이 승연의 심장을 뚫고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영원이라는 약속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아마 그는 모를 것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영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생긴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늘 거리를 두는 그라서, 늘 그녀에게만 친절한 그의 말이라서 더 신뢰가 갔고 그래서 더 행복했다. 순결을 깨는 고통을 몇 번을 겪더라도 아깝지 않을 행복이었다.

*

여전히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곳이 욱신거리고 아팠지만 민재의 진심을 확인한 가슴은 기쁨으로 떨렸다. 마음 같아선 그의 곁에서 잠들고 싶었고 아침에도 함께 눈을 뜨고 싶었지만, 다 큰 딸이 외박을 하게 되면 엄마가 걱정을 할 것이 뻔하니 그럴 수가 없었다. 승연은 될 수 있으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엄마에게 조금의 걱정도 끼치고 싶지 않았다. 한 여자로서의 엄마가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다 잠이 든 새벽녘, 승연은 누구라도 깰까봐 집안으로 조용히 들어섰다. 그러다 거실 중앙에 딱 버티고 서있는 아버지를 보고서 그 자리에 못이 박힌 듯 멈춰 서서 숨을 들이마셨다. 차라리 들킬 거였다면 아버지가 아닌 엄마가 더 나을 뻔했다. 길게 한숨을 내쉬는 승연의 귀로 아버지의 비꼬는 듯한 말이 날아와 꽂혔다. 아무래도 쉽게 넘어가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 이 시간까지 강 민재와 함께 있었니?”
“……!”
“새벽이슬 밟고 오는 것을 보니 둘이 깊은 사이라는 뜻?”
“……?”
승연은 엄마와 재혼해서 아버지가 된 박 광수의 눈빛이 야비함으로 빛나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엄마가 선택한 분이기에 나쁘게 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그녀의 직감은 틀리지 않는지, 엄마 앞에서는 부드러움을 가장하고 나긋나긋하게 굴었지만 엄마가 보지 않으면 그녀를 보는 것 자체가 틀렸다. 아니 그녀가 활을 잡고 연습할 때만은 틀렸다. 연습에 열중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생활은 전혀 아니었다.
엄마가 새아버지와 처음 만난 건 그녀가 연습하던 활터였었다. 새아버지는 그 연습장의 코치였었는데,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교통사고를 당하고 돌아가신 뒤로 마음을 닫은 엄마가 처음으로 마음을 연 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렇게 빨리 재혼까지 하실 줄 몰랐었다.
상황은 순식간에 흘러 새아버지가 그녀의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그녀가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엄마의 선택이니 엄마만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싶었다. 하지만 프로선수로 전향할 때, 새아버지는 은근히 엄마를 조종해 결국 그녀에게서 선택권을 빼앗아 버렸다. 거기다 스카우트를 받으면서 나온 돈이나 각종 대회에서 타는 상금을 승연은 단 한 번도 만질 수가 없었다. 미성년자가 아닌데도 엄마를 앞세워 새아버지가 관리하겠다고 하는데도 엄마 때문에 승연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새아버지의 희번덕거리는 눈빛과 비웃는 듯한 어투에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섰다. 신경에 거슬려 당장에라도 톡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엄마가 알아서 좋을 건 없었다. 새아버지의 협박성 말투로 보건데 분명 할말이 있을 것 같아 조심히 새아버지를 보았다.
“제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그럼, 당연하지. 네가 이리 시원하게 나와 주니 말을 하기가 수월해서 좋구나.”
“……?”
“강 민재 집안이 네가 속해 있는 팀을 인수한다는 건 알고 있나?”
승연은 새아버지의 말에 잠시 생각이란 것이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뭐? 팀을 인수해? 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녀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승연은 강 민재 집안이 그리 대단하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그러다 승연은 불연 듯 떠오르는 생각에 새아버지를 노려보았다. 설마?
“그래서요?”
“내가 잘 되면 네 엄마도 좋은 거 아니겠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거예요?”
“너와 그리 깊은 사이라니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하지 않겠어? 네가 그 집안 며느리가 되면 나도 체면이라는 것이 있는데 감독자리 하나 정도는 내어 줘야지. 언제까지 연습장 코치로 있을 수 없잖니? 네가 영 말하기 곤란하면 내가 가서 얘기해도 되고.”
새아버지의 말에 승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바래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천당이던 마음이 새아버지의 말에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자신에게 생긴 건지,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새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둘 순 없었다.
새아버지에게 차갑게 등을 돌리며 승연은 찢어들 듯이 고통스러운 심장을 움켜 쥔 채 눈물이 왈칵 쏟아져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가슴의 고통을 움켜쥐고 단단히 결심했다. 그와 함께 성장해 나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그 꿈이 좌절되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에게 피해를 줄 순 없었다. 그녀만 사라진다면 이 문제는 아주 깔끔히 정리될 것이다. 그를 떠나야만 하는 이 상황이 안타까운 승연은 방으로 돌아와 지갑에 꽂혀 있는 그의 사진을 보며 민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당신의 낮지만 가슴까지 울리는 목소리도 다시 들을 수 없겠네? 당신의 이 웃지 않는 얼굴도 못 보고 말이야? 내 손을 푹 감싸는 당신의 이 긴 손가락은 또 어떻고?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당신 품에서 자는 건데…….”
그의 넓은 가슴에 다시 파고들 수 없다는 생각이, 그의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승연의 가슴을 짓누르다 못해 할퀴어댔다. 승연은 울긋불긋하게 흔적들이 남은 손목을 처량하게 쳐다보며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