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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10장 부하 N, I(3)
부하 I는 그 모습이 웃긴지 옆에서 고개를 돌리고 웃어 대기만 했다.
“…….”
‘뭐여. 잔뜩 긴장했는데…….’
실망하는 데네브였다.
엘레나와 레오나르도는 그 장면을 보며 수군거렸다.
“오빠, 정령이 원래 저랬나?”
“글쎄. 정령은 자존심이 드래곤 다음으로 가장 세다고 들었는데……. 뭐, 정령들 중에도 예외가 있나 보네.”
“좋아, 내가 너희의 주인으로서 첫 번째 명령을 내리겠다. 내가 납이 떨어졌거든. 가서 납을 찾아서 가지고 오너라.”
“옛! 알겠습니다.”
척!
부하 N은 데네브에게 거수경례를 하고는 부하 I를 보았다.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는…….’
“야, I. 근처에 납 친구들이 느껴지는 데 없어?”
이제 계급이 똑같다는 걸 아는지 부하 N은 부하 I에게 그냥 평범하게 말했다.
“큭큭큭! 잠시만 기다려.”
부하 I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눈을 떴다.
“지하, 300m. 거리는 여기서 동북쪽으로 70m에 있어, 큭큭큭.”
“좋아, 다녀오겠습니다, D 님.”
그렇게 말을 한 부하 N은 땅속으로 녹듯이 사라졌다.
“우리도 가 볼까?”
데네브가 엘레나에게 말했다.
“그래.”
“야, 부하 I. 넌 나를 따라오도록.”
“큭큭! 알겠습니다.”
여전히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부하 I는 데네브를 따라왔다.
“잘 다녀와요.”
“데네브 님, 이 맛있는 쿠키 가져가요.”
“마을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떠납니까? 엘프가 되셨는데…….”
마을의 엘프들이 마을 입구까지 데네브를 배웅해 주었다. 레오나르도가 자신의 약에 대한 것과 데네브가 엘프로 변한 것, 이번에 인간의 도시로 내려간다고 마을에 소문을 낸 덕분이었다.
“어쩐지, 처음 보는 엘프라 했어.”
마을의 대장장이 엘프가 데네브를 보면서 머쓱해 하며 말했다.
“핫핫핫.”
데네브는 대장장이 엘프에게 사람 좋은…… 아니, 엘프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엘레나가 허리를 90도로 숙여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그래, 잘 다녀와라.”
그때였다.
우르르르르르.
갑자기 땅이 솟아오르더니, 땅속에서 납 덩어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꺄악!”
“뭐……뭐야?”
“아, 이런. 부하 N 녀석, 주위 파악을 했어야지.”
데네브가 산처럼 쌓아져 가는 납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납을 있는 대로 가지고 왔어요!”
납이 다 나오자, 땅속에서 부하 N이 튀어나왔다. 밝은 표정에 큰 목소리로 말하면서였다.
“엘레나.”
“응.”
퍼억!
엘레나가 부하 N의 머리를 화승총 개머리판으로 쳤다.
“쿠웩!”
부하 N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납작하게 누워 버리고 말았다.
“노에스, 소환 해제.”
부하 N은 그 자리에서 다시 정령계로 소환되었다.
“잘 봐 둬, 부하 I. 눈치가 없으면 저렇게 되는 거야.”
데네브는 납들을 아공간에 넣으면서 옆에 있던 부하 I에게 말했다.
“큭큭큭! 알겠습니다.”
“이제 너도 가 봐.”
데네브는 부하 I도 정령계로 보냈다.
“자, 가자.”
“그럼…….”
데네브와 엘레나는 마을을 떠났다.
“하모니카나 불까?”
데네브가 오랜만에 품에서 하모니카를 꺼냈다.
“좋아. 오랜만에 들어 볼까? 다른 곡으로.”
“응.”
둘이 걸어가는 길에 하모니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오스 사의 본사 건물은 에르메키아 월드의 폭발적인 인기와 다르게 7층짜리 평범한 빌딩이었다. 하지만 지하 5층까지 두었으니 그렇게 작은 빌딩은 아니었다.
오 부장은 오늘 사장님이 명령한 대로 한 유저의 정보를 총괄한 서류를 가지고 7층의 사장실로 올라갔다.
똑똑!
“들어와.”
의외로 젊고 근엄한 목소리가 사장실에서 들려왔다.
“흠흠.”
오 부장은 넥타이를 다시 고쳐 맨 다음, 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들어가겠습니다.”
다른 회사의 사장실과는 다르게 넓지 않은 7평 남짓한 조그만 방이었다. 게다가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깨끗하지도 않고, 사무실을 꾸미기 위한 화분조차 없었다. 오직 산더미 같은 서류에 파묻힌 책상과 그 주위에도 책이나 서류들이 천장까지 닿을 만큼 쌓여 있었다.
여기가 회사를 차리기 전에 6년 동안 혼자서 게임을 만들었다던 사장님의 사장실이었다.
“오…… 지난번 ‘극악무도한 마법사로부터 공주를 구하라’의 악역 유저의 정보를 가지고 왔는가?”
유일하게 책이나 서류가 없는 책상 구석에서 사장이 고개를 들어 오 부장을 맞았다. 그는 서류에 뭐라고 적고 있었는데, 그 앞에 전화기와 사장이라는 종이로 대충 만든 팻말이 놓여 있었다.
사장은 이제 겨우 3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였고, 여자처럼 기른 머리를 가지런히 뒤로 묶어 놓았다. 하지만 며칠 동안의 야근으로 씻지를 못해 머리는 기름 투성이였고, 얼굴은 못 먹은 사람처럼 홀쭉한데다 빛을 몇 년간 못 본 사람처럼 무서울 정도로 창백했다. 눈은 광전사처럼 충혈되어 있고, 눈 밑은 잠을 못 잔 탓에 다크 써클이 매직으로 칠한 것처럼 선명하게 맺혀 있었다.
많이 지쳤는지 흘러내린 안경은 바로잡을 생각조차 않았고, 와이셔츠는 단추를 세 개나 풀어 놓았다. 넥타이는 목에 대충 매달려 있었다.
“사장님……. 이건 대체?”
“아, 각 지부, 부서에 상황 보고하라고 했더니 이렇게나 오더군. 게다가 판타지 게임을 만들려다 보니 판타지 소설도 읽었고, 네티즌들에게 몬스터 디자인을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이렇게나 오더군.”
“그러면 디자인부로 보내면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리 좀 하시지.”
“내가 실수로 디자인부 전체를 나흘 휴가 보냈거든. 그들은 2주일 동안 야근을 했다고. 한 사흘 정도 늦게 보내는 거였는데……. 자업자득이지. 그래, 게임운영부에서 그 유저의 모든 자료를 가지고 온 거야? 보여 줘 봐.”
사장이 방금 전까지 쓰고 있던 서류를 서류 산에 내팽개친 이후, 오 부장이 가지고 온 서류를 보았다.
“이름 김현, 아이디 데네브, 나이 19세? 수능 안 보나? 부모님이 뭐라고 안 하나?”
“조사해 보니 학교에서 수재입니다. 그리고 가족들은 저…….”
“그래? 음, 게임을 시작한 동기가 우연히 추첨돼서 그런 거야?! 운이 좋은 놈이구만. 마치 한물간 게임 소설처럼 말이야.”
사장은 오 부장이 준 서류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오 부장은 기다리다 지쳐서 서류 더미에 대충 앉아서 기다렸다.
“그래, 그러니까 자네는 그 데네브라는 유저가 강한 이유가 우리 게임 규칙의 허점과 그가 운이 좋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사장이 오 부장을 흘러내린 안경 너머로 보면서 말했다.
“저기, 저는 이쪽인데요?”
오 부장이 사장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응? 언제 거기로 간 건가? 이런, 나 참. 멋있게 좀 보이려고 했더니.”
사장이 안경을 고쳐 쓴 후 다시 오 부장을 보았다.
“에…… 그러니까 뭐였더라? 아, 까먹었네. 내가 뭐라고 말했나?”
벅! 벅!
사장이 뒷머리를 긁으며 오 부장에게 말했다.
“에휴! ‘데네브라는 유저가 강한 이유가 우리 게임 규칙의 허점과 그가 운이 좋아서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 맞다. 그렇지. 자네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원래 연금술사라는 직업은 엄청난 노동을 거듭해야 하면서 매우 위험한 직업이기에 게임제작부에서는 아주 어려운 퀘스트로 그 어떤 유저도 쉽게 전직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 퀘스트가 암퇘지를 잡는 거였지? 간단한 거 아닌가?”
“아닙니다. 초보자 마을 앞의 동산에는 암퇘지가 한 마리 밖에 없고, 그 암퇘지는 죽으면 다시는 리스폰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암퇘지의 남편되는 수퇘지는 보통 멧돼지들보다 몸집이 3배나 크고 능력도 10배나 세기 때문에 잡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호오…… 그래? 그런데 이 유저는 그것을 어떻게 잡았는가?”
“그게…….”
“잘리고 싶나?”
오 부장이 말을 흐리자 사장이 오 부장을 무섭게 주시했다.
“아뇨!”
“빨리 말하게.”
“그것이 그 수퇘지 놈이 하도 먹어서…… 암퇘지와 사는 굴에 들어가다가 엉덩이가 끼었습니다.”
“엥? 그, 그 다음엔?”
“마침 지나가던 데네브가 그놈의 저…….”
“말해.”
“부…… 불…… 아아…….”
“아, 됐어. 생각만 해도 아프다…….”
사장이 다시 고개를 숙여서 서류를 보았다.
“그리고 그가 강한 이유는 저희 게임에 아이템 레벨 제한이 없어서입니다.”
“그래?”
사장이 다시 고개를 들어 오 부장을 보았다.
“예, 그 대가로 지급된 로브나 지팡이는 고대 급이어서 다른 유저들보다 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 어느 정도 된 아이템들이 나왔지?”
“예, 매직 급으로 이제 막 나왔을 때입니다.”
“흐음! 그러면 그건 어떻게 된 건가?”
“뭘요?”
“며칠만 짱 박혀 있으면 던전의 보스 몬스터로 전직하는 동굴 말이야. 내 기억에는 그런 구상을 한 적이 없는데.”
오 부장의 얼굴에 당혹감이 일어났다.
“그것이…… 게임제작부의 던전제작과에서 직원들이 심심풀이로 만든 거라고 합니다.”
“그렇군.”
사장이 전화기를 들었다.
“아, 게임제작부의 정 부장인가? 나 사장인데, 던전제작과는 사흘 야근이다.”
딸깍!
조금 뒤, 아래층에서 남녀의 비명 소리가 바닥이 흔들릴 정도로 울려 퍼졌다. 그 충격으로 서류들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오 부장은 서류 속에 파묻혀 버렸다.
“흥! 나도 고생하는데 지들은 심심풀이로 그런 걸 만들어? 얼마나 잘났나 보자. 자, 그러면 그 엘프에 대해서는 어떻게 된 건가?”
“예, 솔직히 조사를 하던 저희도 많이 놀랐습니다. 유저가 노예 장사를 할 줄은…….”
오 부장이 쓰러진 서류 산을 헤치고 나오면서 말했다.
“길드가 한 거더군. 드래곤 슬레이어 길드가 했다고 나오던데……. 그 멍청한 것들! 아직 드래곤은 업데이트가 안 됐거늘. 아, 드래곤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자바스 제국 북서쪽에 만들기로 한 ‘드래곤들의 산’은 어떻게 되었나? 내일까지 업데이트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잖아.”
“예, 그건 우선 게임제작부의 지도제작과에서 미리 지형을 만들어야 던전제작과로 넘어가는데, 지도제작과에서 아직 마무리를 못해…….”
“잠시만! 아, 게임제작부의 정 부장이지? 나 사장인데, 계속 전화하네. 지도제작과도 같이 야근이다.”
딸깍!
“자비는 없으십니까?”
“…….”
10장 부하 N, I(3)
부하 I는 그 모습이 웃긴지 옆에서 고개를 돌리고 웃어 대기만 했다.
“…….”
‘뭐여. 잔뜩 긴장했는데…….’
실망하는 데네브였다.
엘레나와 레오나르도는 그 장면을 보며 수군거렸다.
“오빠, 정령이 원래 저랬나?”
“글쎄. 정령은 자존심이 드래곤 다음으로 가장 세다고 들었는데……. 뭐, 정령들 중에도 예외가 있나 보네.”
“좋아, 내가 너희의 주인으로서 첫 번째 명령을 내리겠다. 내가 납이 떨어졌거든. 가서 납을 찾아서 가지고 오너라.”
“옛! 알겠습니다.”
척!
부하 N은 데네브에게 거수경례를 하고는 부하 I를 보았다.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는…….’
“야, I. 근처에 납 친구들이 느껴지는 데 없어?”
이제 계급이 똑같다는 걸 아는지 부하 N은 부하 I에게 그냥 평범하게 말했다.
“큭큭큭! 잠시만 기다려.”
부하 I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눈을 떴다.
“지하, 300m. 거리는 여기서 동북쪽으로 70m에 있어, 큭큭큭.”
“좋아, 다녀오겠습니다, D 님.”
그렇게 말을 한 부하 N은 땅속으로 녹듯이 사라졌다.
“우리도 가 볼까?”
데네브가 엘레나에게 말했다.
“그래.”
“야, 부하 I. 넌 나를 따라오도록.”
“큭큭! 알겠습니다.”
여전히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부하 I는 데네브를 따라왔다.
“잘 다녀와요.”
“데네브 님, 이 맛있는 쿠키 가져가요.”
“마을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떠납니까? 엘프가 되셨는데…….”
마을의 엘프들이 마을 입구까지 데네브를 배웅해 주었다. 레오나르도가 자신의 약에 대한 것과 데네브가 엘프로 변한 것, 이번에 인간의 도시로 내려간다고 마을에 소문을 낸 덕분이었다.
“어쩐지, 처음 보는 엘프라 했어.”
마을의 대장장이 엘프가 데네브를 보면서 머쓱해 하며 말했다.
“핫핫핫.”
데네브는 대장장이 엘프에게 사람 좋은…… 아니, 엘프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엘레나가 허리를 90도로 숙여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그래, 잘 다녀와라.”
그때였다.
우르르르르르.
갑자기 땅이 솟아오르더니, 땅속에서 납 덩어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꺄악!”
“뭐……뭐야?”
“아, 이런. 부하 N 녀석, 주위 파악을 했어야지.”
데네브가 산처럼 쌓아져 가는 납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납을 있는 대로 가지고 왔어요!”
납이 다 나오자, 땅속에서 부하 N이 튀어나왔다. 밝은 표정에 큰 목소리로 말하면서였다.
“엘레나.”
“응.”
퍼억!
엘레나가 부하 N의 머리를 화승총 개머리판으로 쳤다.
“쿠웩!”
부하 N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납작하게 누워 버리고 말았다.
“노에스, 소환 해제.”
부하 N은 그 자리에서 다시 정령계로 소환되었다.
“잘 봐 둬, 부하 I. 눈치가 없으면 저렇게 되는 거야.”
데네브는 납들을 아공간에 넣으면서 옆에 있던 부하 I에게 말했다.
“큭큭큭! 알겠습니다.”
“이제 너도 가 봐.”
데네브는 부하 I도 정령계로 보냈다.
“자, 가자.”
“그럼…….”
데네브와 엘레나는 마을을 떠났다.
“하모니카나 불까?”
데네브가 오랜만에 품에서 하모니카를 꺼냈다.
“좋아. 오랜만에 들어 볼까? 다른 곡으로.”
“응.”
둘이 걸어가는 길에 하모니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오스 사의 본사 건물은 에르메키아 월드의 폭발적인 인기와 다르게 7층짜리 평범한 빌딩이었다. 하지만 지하 5층까지 두었으니 그렇게 작은 빌딩은 아니었다.
오 부장은 오늘 사장님이 명령한 대로 한 유저의 정보를 총괄한 서류를 가지고 7층의 사장실로 올라갔다.
똑똑!
“들어와.”
의외로 젊고 근엄한 목소리가 사장실에서 들려왔다.
“흠흠.”
오 부장은 넥타이를 다시 고쳐 맨 다음, 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들어가겠습니다.”
다른 회사의 사장실과는 다르게 넓지 않은 7평 남짓한 조그만 방이었다. 게다가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깨끗하지도 않고, 사무실을 꾸미기 위한 화분조차 없었다. 오직 산더미 같은 서류에 파묻힌 책상과 그 주위에도 책이나 서류들이 천장까지 닿을 만큼 쌓여 있었다.
여기가 회사를 차리기 전에 6년 동안 혼자서 게임을 만들었다던 사장님의 사장실이었다.
“오…… 지난번 ‘극악무도한 마법사로부터 공주를 구하라’의 악역 유저의 정보를 가지고 왔는가?”
유일하게 책이나 서류가 없는 책상 구석에서 사장이 고개를 들어 오 부장을 맞았다. 그는 서류에 뭐라고 적고 있었는데, 그 앞에 전화기와 사장이라는 종이로 대충 만든 팻말이 놓여 있었다.
사장은 이제 겨우 3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였고, 여자처럼 기른 머리를 가지런히 뒤로 묶어 놓았다. 하지만 며칠 동안의 야근으로 씻지를 못해 머리는 기름 투성이였고, 얼굴은 못 먹은 사람처럼 홀쭉한데다 빛을 몇 년간 못 본 사람처럼 무서울 정도로 창백했다. 눈은 광전사처럼 충혈되어 있고, 눈 밑은 잠을 못 잔 탓에 다크 써클이 매직으로 칠한 것처럼 선명하게 맺혀 있었다.
많이 지쳤는지 흘러내린 안경은 바로잡을 생각조차 않았고, 와이셔츠는 단추를 세 개나 풀어 놓았다. 넥타이는 목에 대충 매달려 있었다.
“사장님……. 이건 대체?”
“아, 각 지부, 부서에 상황 보고하라고 했더니 이렇게나 오더군. 게다가 판타지 게임을 만들려다 보니 판타지 소설도 읽었고, 네티즌들에게 몬스터 디자인을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이렇게나 오더군.”
“그러면 디자인부로 보내면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리 좀 하시지.”
“내가 실수로 디자인부 전체를 나흘 휴가 보냈거든. 그들은 2주일 동안 야근을 했다고. 한 사흘 정도 늦게 보내는 거였는데……. 자업자득이지. 그래, 게임운영부에서 그 유저의 모든 자료를 가지고 온 거야? 보여 줘 봐.”
사장이 방금 전까지 쓰고 있던 서류를 서류 산에 내팽개친 이후, 오 부장이 가지고 온 서류를 보았다.
“이름 김현, 아이디 데네브, 나이 19세? 수능 안 보나? 부모님이 뭐라고 안 하나?”
“조사해 보니 학교에서 수재입니다. 그리고 가족들은 저…….”
“그래? 음, 게임을 시작한 동기가 우연히 추첨돼서 그런 거야?! 운이 좋은 놈이구만. 마치 한물간 게임 소설처럼 말이야.”
사장은 오 부장이 준 서류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오 부장은 기다리다 지쳐서 서류 더미에 대충 앉아서 기다렸다.
“그래, 그러니까 자네는 그 데네브라는 유저가 강한 이유가 우리 게임 규칙의 허점과 그가 운이 좋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사장이 오 부장을 흘러내린 안경 너머로 보면서 말했다.
“저기, 저는 이쪽인데요?”
오 부장이 사장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응? 언제 거기로 간 건가? 이런, 나 참. 멋있게 좀 보이려고 했더니.”
사장이 안경을 고쳐 쓴 후 다시 오 부장을 보았다.
“에…… 그러니까 뭐였더라? 아, 까먹었네. 내가 뭐라고 말했나?”
벅! 벅!
사장이 뒷머리를 긁으며 오 부장에게 말했다.
“에휴! ‘데네브라는 유저가 강한 이유가 우리 게임 규칙의 허점과 그가 운이 좋아서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 맞다. 그렇지. 자네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원래 연금술사라는 직업은 엄청난 노동을 거듭해야 하면서 매우 위험한 직업이기에 게임제작부에서는 아주 어려운 퀘스트로 그 어떤 유저도 쉽게 전직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 퀘스트가 암퇘지를 잡는 거였지? 간단한 거 아닌가?”
“아닙니다. 초보자 마을 앞의 동산에는 암퇘지가 한 마리 밖에 없고, 그 암퇘지는 죽으면 다시는 리스폰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암퇘지의 남편되는 수퇘지는 보통 멧돼지들보다 몸집이 3배나 크고 능력도 10배나 세기 때문에 잡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호오…… 그래? 그런데 이 유저는 그것을 어떻게 잡았는가?”
“그게…….”
“잘리고 싶나?”
오 부장이 말을 흐리자 사장이 오 부장을 무섭게 주시했다.
“아뇨!”
“빨리 말하게.”
“그것이 그 수퇘지 놈이 하도 먹어서…… 암퇘지와 사는 굴에 들어가다가 엉덩이가 끼었습니다.”
“엥? 그, 그 다음엔?”
“마침 지나가던 데네브가 그놈의 저…….”
“말해.”
“부…… 불…… 아아…….”
“아, 됐어. 생각만 해도 아프다…….”
사장이 다시 고개를 숙여서 서류를 보았다.
“그리고 그가 강한 이유는 저희 게임에 아이템 레벨 제한이 없어서입니다.”
“그래?”
사장이 다시 고개를 들어 오 부장을 보았다.
“예, 그 대가로 지급된 로브나 지팡이는 고대 급이어서 다른 유저들보다 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 어느 정도 된 아이템들이 나왔지?”
“예, 매직 급으로 이제 막 나왔을 때입니다.”
“흐음! 그러면 그건 어떻게 된 건가?”
“뭘요?”
“며칠만 짱 박혀 있으면 던전의 보스 몬스터로 전직하는 동굴 말이야. 내 기억에는 그런 구상을 한 적이 없는데.”
오 부장의 얼굴에 당혹감이 일어났다.
“그것이…… 게임제작부의 던전제작과에서 직원들이 심심풀이로 만든 거라고 합니다.”
“그렇군.”
사장이 전화기를 들었다.
“아, 게임제작부의 정 부장인가? 나 사장인데, 던전제작과는 사흘 야근이다.”
딸깍!
조금 뒤, 아래층에서 남녀의 비명 소리가 바닥이 흔들릴 정도로 울려 퍼졌다. 그 충격으로 서류들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오 부장은 서류 속에 파묻혀 버렸다.
“흥! 나도 고생하는데 지들은 심심풀이로 그런 걸 만들어? 얼마나 잘났나 보자. 자, 그러면 그 엘프에 대해서는 어떻게 된 건가?”
“예, 솔직히 조사를 하던 저희도 많이 놀랐습니다. 유저가 노예 장사를 할 줄은…….”
오 부장이 쓰러진 서류 산을 헤치고 나오면서 말했다.
“길드가 한 거더군. 드래곤 슬레이어 길드가 했다고 나오던데……. 그 멍청한 것들! 아직 드래곤은 업데이트가 안 됐거늘. 아, 드래곤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자바스 제국 북서쪽에 만들기로 한 ‘드래곤들의 산’은 어떻게 되었나? 내일까지 업데이트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잖아.”
“예, 그건 우선 게임제작부의 지도제작과에서 미리 지형을 만들어야 던전제작과로 넘어가는데, 지도제작과에서 아직 마무리를 못해…….”
“잠시만! 아, 게임제작부의 정 부장이지? 나 사장인데, 계속 전화하네. 지도제작과도 같이 야근이다.”
딸깍!
“자비는 없으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