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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1. 그들만의 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바쁜 걸음으로 와 맞은편에 앉는 은준을 보며 혜란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은준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혜란이었다.
“재준이는?”
“급한 일만 처리하고 곧 온다고 했어요.”
“그럼 주문 먼저 할까?”
“네.”
“이 집은 파스타가 유명하다는데…….”
“오빠 것도 같이 주문해 놓을까요?”
“그럴까?”
재준의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는 그녀가 혜란은 살갑고 든든했다.
“오빠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좋아하니…….”
혜란은 메뉴판을 보며 중얼거리는 은준을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재준이는 요즘 괜찮아?”
“네?”
“결혼이 미뤄져 까칠하게 굴지 않아?”
은준이 민망한 얼굴로 희미하게 미소를 짓자 혜란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혹시 너한테 못되게 굴면 나한테 다 일러. 내가 혼내 줄게.”
“훗.”
“누구를 혼내요?”
웃음을 터트리는 은준 뒤로 재준이 다가오자 혜란은 짐짓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너 은준이한테 잘해 주니?”
“저만큼 잘해 주는 남자도 없을걸요?”
“허! 어쩐지 안 믿기는데?”
자신만만한 재준의 대답에 혜란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안 믿으시네. 네가 대답해 봐.”
화살이 은준에게로 돌아가자 혜란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재준을 째려봤다.
“그렇게 하면 은준이 제대로 답을 하겠니? 물은 내가 잘못이지.”
혜란은 됐다는 듯 손을 내젓고는 웨이터를 불러 주문을 했다.
“은준이가 먹는 거 물어보지도 않고 주문해요?”
“은준이가 좋아하는 것 정도는 나도 알거든.”
“진짜요?”
혜란은 자신에게 태클을 거는 재준을 향해 입술을 비죽거리다 은준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 요즘 욕구 불만이니? 왜 이리 까칠해?”
“그러게요…….”
은준이 미적거리며 재준의 눈치를 보자 혜란은 고개를 기울였다.
“너 결혼 미뤄져서 은준이한테 눈치 주고 까칠하게 구는 중이야?”
“…….”
재준이 대답을 하지 않자 혜란은 쯧쯧, 하며 혀를 찼다.
“모두에게 좋자고 미룬 것을……. 아무튼 뒤끝 있는 녀석이라니깐.”
결혼이 미뤄진 요즘, 재준이 알게 모르게 까칠하게 군다는 것을 혜란은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 재준을 아무 말 없이 보듬어 주는 은준이 새삼 대견해 보였다.
“곧 사부인이 결혼 날짜 잡는다고 했으니 은준이한테 못되게 굴지 마. 안 그러면 내가 너를 아주 그냥…….”
“좋겠다? 엄마가 네 편만 들어서. 윽!”
재준이 못마땅하다는 듯 은준에게 시큰둥하게 말하자 혜란은 테이블 아래로 발을 뻗어 아들의 발을 꾹 밟아 버렸다.
“어머니!”
“내가 보는 앞에서도 은준이한테 이렇게 하는데 둘만 있으면 아주 잡아먹겠구나.”
혜란은 엄한 눈빛으로 재준을 나무랐다. 자신은 이미 기대할 수 없는 부부 생활이지만 아들과 은준만은 알콩달콩하게 살기를 바랐다.
“자고로 남자가 져 주는 것이 가정의 평화야.”
“네네.”
“엄마 진지해!”
“잡혀 사는 건 저라고요. 알지도 못하시면서…….”
재준이 구시렁거리자 혜란은 정말이냐는 얼굴로 은준을 쳐다봤다. 그러다 어깨를 으쓱하며 민망한 얼굴로 웃는 은준을 보며 사태를 파악한 혜란은 일침을 놓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은준이 눈에 눈물 쏟아 내기만 해 봐. 내가 가만 안 둬.”

□ ■ □

“홈쇼핑?”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빤히 쳐다보는 재준을 향해 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사장인 혜란의 승인은 받아 둔 상황이지만 부사장인 재준의 승인도 필요한 일이었다.
“스위스 바젤에서 인지도를 높이기는 했지만…….”
“우리 판매 실적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재준이 신랄하게 말하자 은준은 배시시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선강기업에서 사업체를 분리해 새 건물로 이전한 스톤블링은 수도권 지역에 매장을 점점 늘리고 있는 추세였다. 주얼리뿐만 아니라 가방, 지갑 부문에서의 매출 또한 계속 상승 곡선을 타고 있어 무난한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 판매 실적을 좀 더 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은준은 도전해 보자는 표정으로 재준을 쳐다봤다.
“굳이 그래야겠어?”
재준이 턱을 괴며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말하자 은준은 등을 더 곧추세우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스톤블링이 너무 고가의 이미지로 가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은준은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듯 힘을 줘 말했다. 그러자 재준이 손바닥이 보이게 팔을 뻗었다.
“어쩌라고요?”
“잡으라고.”
은준은 뻗어진 재준의 손을 보다 제 손을 그 위에 올렸다.
“히익!”
그대로 당겨진 은준은 넘어지지 않으려 테이블을 한 손으로 짚고 지탱했다.
“갑자기 그렇게 당기면……!”
쪽, 소리가 나게 재준이 입을 맞추더니 입꼬리를 밀어 올렸다.
“홈쇼핑이 그렇게 하고 싶어?”
“…….”
재준의 표정이 짓궂게 변하자 은준은 건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내가 원하는 거 해 줄 거야?”
“뭐, 뭐를 원하는데요?”
“내 로망을 알잖아?”
은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쌀쌀맞은 얼굴로 재준을 노려봤다. 사무실에서 자신을 안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한 터였다. 그런데 그는 포기하지 않았는지 딜을 하려 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헛!”
재준이 확 끌어당겨 자신을 허벅지 위에 앉히자 은준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홈쇼핑이 걸린 일이야.”
“누가 들으면 기함할 소리예요.”
자신을 사무실에서 안는 것과 홈쇼핑 방송을 맞바꾸자는 소리에 기가 찬 은준은 낮게 혀를 찼다.
“내가 많이 양보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
재준이 부러 불쌍한 표정으로 은준의 양심을 건드리고 나왔다.
“가슴 한 번만 빨게.”
재준이 끈질기게 애원하는 것을 알았지만 은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어……!”
재준의 손이 가슴 언저리로 다가오자 은준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처음에는 작은 것을 요구하다 나중에는 끝까지 간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아, 아쉽네.”
재준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앓는 소리를 하자 은준은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홈쇼핑 진행할게요.”
“그래.”
재준이 뜻대로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은준은 몸을 기울였다. 그러고는 재준의 입술에 도장을 찍듯이 가볍게 뽀뽀를 했다.
“이건 무슨 의미야?”
“승낙해 줘서 고맙다는 의미?”
“사람을 들었다 놨다……. 진짜 한 번만 빨자. 나 지금 부풀어서 아픈데 참고 있잖아. 그러니 한 번만 빨자. 1분만! 응?”
재준이 자신의 허리를 은근한 손길로 잡아당기며 떼를 쓰자 은준은 어이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우리 결혼도 미뤄지고, 홈쇼핑도 승낙하고. 내가 가슴만 빨겠다고 하며 많이 양보하고 있잖아?”
재준이 자신을 안고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추자 은준은 마음이 약해졌다. 결혼 날짜를 잡으러 간 엄마는 올해를 넘기라는 철학관의 말을 맹신하며 내년에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말 1분만 하는 거죠?”
“응!”
반가운 얼굴로 재준이 고개까지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못 말리는 개구쟁이 같아.”
은준은 커다란 아이 같은 재준을 보며 픽 웃었다.
“단추 풀어.”
재준의 요구에 한숨을 내쉰 은준은 블라우스 단추 두 개를 풀었다. 그러자 재준이 씨익 웃으며 한 개를 더 풀고는 블라우스를 어깨에서 끌어 내렸다.
“하아…….”
재준이 바로 달려들 줄 알았는데 그윽한 눈길로 보기만 하자 은준은 긴장이 되었다. 그가 눈길로 가슴을 더듬듯이 바라보다 시선을 마주하자 야릇한 흥분이 일었다. 젖무덤을 감싼 브래지어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재준의 눈빛이 짙은 욕망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하윽!”
브래지어를 들어 올린 재준이 유두를 덥석 물자 은준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혀로 유두를 슬쩍 밀더니 다시 끌어와 핥아 대는 움직임이 온몸을 마비시키는 마약 같았다.
배가 고픈 영아가 엄마 젖을 본능적으로 물고 빠는 것처럼 허겁지겁 빨아 대는 재준 때문에 은준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쪽쪽 소리와 할짝거리는 소리가 사무실 안에 점점 퍼져 나갈수록 불안감도 커져 갔다. 이러다 누가 오면 어쩌나 하는 초조감이 커지는 것과 반대로 이상하게 더 흥분이 되었다.
“그, 그만…….”
“아징 1분 안 지나성.”
자신의 유두를 물고 부정확하게 말한 재준이 볼이 쏙 파일 정도로 빨자 은준은 허리를 움찔했다. 그러자 그의 분신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예쁘다.”
타액이 흥건하게 묻은 유두를 보며 재준이 만족한 얼굴로 웃자 은준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래도 여기만큼 젖었어?”
적나라한 재준의 말에 은준은 볼을 붉혔다. 그의 말처럼 유두에 묻은 타액의 양만큼 아래가 젖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흐익!”
재준이 다른 젖무덤의 정점을 덥석 물자 은준은 비명을 터트렸다. 집요하게 달라붙는 재준을 떼어 내려 했는데 그가 허리를 꽉 붙잡고 있어 불가능했다.
“아응, 하, 하, 아으윽.”
유두가 축구공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리저리 밀고 차고 끌어당기는 재준 때문에 은준은 숨을 헐떡였다.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박고 진지하게 유두를 빨고 핥는 그의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넣은 은준은 숨을 헐떡였다.
“1, 1분 하아, 지났어요.”
은준은 허벅지를 꼭 붙이고 재준에게서 멀어지려 상체를 뒤로 뺐지만 소용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