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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마스터는 사기꾼 1권 22화
한여름 밤의 꿈 (1)
“아오, 더워. 망할 배불뚝이 놈은 도대체 휴가를 언제 준다는 거야.”
신경질을 부리자, 깰룩이와 퍼롱이가 더욱 열심히 대걸레질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 안 있으면 하반기를 맞이해 대대적인 패치가 있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난 그 준비 작업을 하느라 밤낮 없이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이놈의 오더코르트는 무슨 냉각 마법이 소용이 없어, 소용이!”
분명 냉각 마법으로 수십 번도 더 꽁꽁 얼렸을 터인 개인 작업실은 찜통에, 바닥에는 물이 흥건했다.
“아니, 아직 여름도 안 됐는데 뭐가 이렇게 찜통이야, 어?”
“차라리 지속 마법을 중첩시켜 두는 게 어때요?”
손수건으로 땀을 닦던 퍼롱이가 물어왔다.
“안 돼. 그거 마나 엄청 잡아먹는단 말이야. 이 근처엔 저항도 없다고.”
회사 한복판에 있는 내 개인 작업실에 지구인이 있을 리가.
“마르디노 님 말이 맞아, 깰룩. 자칫 잘못했다간 쇼트가 일어날지도 몰라.”
“그렇지만 겨우 마법 하나를 더 썼다고 마나가 폭주할 것 같진 않은데…….”
“야, 너 지금 걸레질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지. 물 고여 있으면 장비 고장 날 수도 있는 거 알아, 몰라?”
눈을 흘기며 쏘아보자, 퍼롱이가 화들짝 놀라며 바짝 얼어붙었다.
“그, 그런 거 아닌데…….”
“됐다, 됐어. 바쁘신 퍼롱 님께서 걸레질을 하는 것보단, 하는 것도 없이 앉아서 펜이나 끄적거리고 있는 미천한 내가 걸레질을 해야지. 안 그러냐.”
“그, 그런 뜻으로 말한 게…….”
들고 있는 대걸레를 홱 낚아채자, 퍼롱이는 곧 울음을 터뜨렸다. 깰룩이는 퍼롱이를 토닥거리며 서둘러 창고로 피신시켰다.
“하여간 이 콩가루 행성은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하나도!”
띠링.
분노의 대걸레질을 하고 있을 때, ID카드에서 신호음이 들려왔다.
대걸레를 바닥에 내려놓고 카드를 확인했다.
[맘이Siri네: 룸 소환점요]
“음?”
맘이시리네에게 온 메시지였다.
또 뭔 일이래.
대화를 신청했다.
그녀가 수락하자, 카드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나는 그대로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파리톤 협곡 근처 산자락에 지어놓은 내 집의 침실이었다.
“후, 덥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룸으로 소환된 즉시 침대 위에 드러누워 에어컨을 켜는 맘이시리네가 보였다.
“…….”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거기 서서 뭐 하세요? 앉으세요.”
“참나, 누가 보면 님이 집주인인 줄 알겠습니다.”
보다 못해 한마디 건넸다.
“아, 죄송해요. 너무 더워서 그만. 설마 게임 속에서도 더위를 느낄 줄은 몰랐거든요.”
그건 반박할 수가 없다.
“이 집은 몇 번을 와도 적응이 안 되네요. 난 언제쯤 이런 집을 갖게 되려나.”
맘이시리네가 폭신폭신한 침대 위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팡팡 뛰어올랐다.
“브루나이 엠파이어 호텔을 모델로 만들었다 그랬죠?”
“정확힌 그 호텔에 있는 앰버서더 스위트룸이었죠. 저야 이런 집 만드는 건 일도 아니고. 시리 님 돈 많잖아요.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얼마 정도 하는데요?”
맘이시리네가 반색하며 물었다.
“한 3억이면 살걸요. 게임 돈으론 30억 코른 정도? 굳이 이런 초호화 저택 아니더라도 수도에 있는 주택 정도면 충분히 살기 좋을 겁니다. 그쪽이 더 저렴하기도 하고.”
“게임 속 집 사느라 3억 줄 바에야 차라리 현실에서 살 집 살래요.”
“그거야 뭐 사람 마음이죠. 아니면 건축가 성향 얻으셔서 부지런히 키우시던가요. 잘만 키우면 직접 집이나 마을도 건축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땅은 따로 얻으셔야겠지만.”
“별로 그러고 싶진 않네요. 게임에서도 직접 집을 지어야 한다니, 게임이 현실적이어도 너무 현실적인 거 아니에요?”
“체월은 리얼리티를 추구하니까요.”
사실은 이곳이 현실이라서 어쩔 수가 없는 것일 뿐이지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처음 하우징 시스템을 기획할 땐,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아도 들어오고 싶게 하려고 만든 겁니다. 게임 잘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그런 사람들도 친한 친구들이나 가족끼리 집에 들어와서 놀다가 갈 수 있도록 한 거죠. 사냥 못해도 돈 벌 수 있고 성향만 얻으면 집도 지을 수 있으니까. 로그아웃해도 여름이라 접속기 밖은 더울 텐데, 이런 데서 시원하게 놀면 좋잖습니까.”
“어휴, 이러니 체월, 체월 그렇게 노래를 부르지.”
“예?”
“아직 못 들으셨어요? 요새 여름휴가를 이곳으로 온다고 난리예요.”
그래서 그렇게 동접자 수가 폭발했던 건가.
“게다가 저번 접속기 업뎃부터는 이 안에서 자도 바깥에서 똑같이 수면 효과를 보게 됐다면서요? 이전에도 피곤이 풀린다 어쩐다 하긴 했지만. 그래서 요즘 체월에서 자는 게 유행이에요. 물론 좋은 집을 구한 사람들 얘기지만.”
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전혀 몰랐어.
지구와 단절되어 있어 생기는 문제점이었다. 지구 쪽에도 엑스 어스 직원들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배불뚝이가 모두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난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집이라면 솔직히 좀 끌리긴 하네요. 평생 이 안에 틀어박힐 수 있을 것 같고.”
“어우, 제발 그런 소린 장난으로도 하지 마십쇼. 끔찍하니까.”
매우 복잡 미묘한 감정을 담아 한숨으로 토해냈다.
“끔찍하다고요? 왜요? 이런 집에서 살면 좋지 않나?”
“그건 그런데, 전 제발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이 게임에서 나가봤으면 싶어서.”
될 수 있다면 지구로.
“아, 알 만하네요. GM이니까. 하루하루 영혼까지 갈리고 있는 거죠? 이 정도 흥행 성적이면 안 봐도 뻔하지.”
“예, 이젠 더 이상 갈아 넣을 영혼이 없습니다.”
침울한 표정으로 말하자, 맘이시리네가 뭐가 좋은지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때, 갑자기 깰룩이에게 메시지 마법이 도착했다.
― 마르디노 님. 바쁘십니까, 깰룩?
― 아니. 왜?
― 지금 파라알 광장에 2인조 사기단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고 고객 센터에서 도와달라는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깰룩.
깰룩이를 통해서 연락이 올 정도면 분명 꽤 성가신 일일 것이다.
― 왜, 정지도 못 먹인대?
― 그게 들어보니까 이용 제재를 당할 만큼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건 아니고, 그냥 순진한 플레이어들을 속여서 등쳐먹고 있는 자들인 것 같습니다, 깰룩.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사기를 치고 있길래 저렇게 애를 먹고 있는 거지?
― 흠. 알았어, 가 볼게.
― 그럼 그렇게 전해놓겠습니다, 깰룩.
오랜만에 만나는 어뷰저들이군.
띠링.
ID카드에 깰룩이가 보낸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고 내용:
위의 사진은 두 사기꾼 플레이어의 모습입니다.
이 커플이 파라알 광장에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습니다.
두 플레이어가 서로 멀리 떨어져서 한쪽에서는 어떤 아이템을 아주 비싸게 산다고 외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동일한 아이템을 싸게 판다며 외칩니다.
다른 유저들은 우연히 지나가다가 그 소리를 듣고, 다른 쪽에다가 더 비싸게 팔 생각으로 아이템을 사고요.
하지만 사실 그건 그냥 좀 희귀한 잡템이고, 그걸 싸게 판다면서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에 팝니다. 사서 되팔려고 하면 거래를 거절해 버립니다.
이 수법에 당해서 백만 코른을 잃었습니다. 제발 처벌해 주세요.]
“흐으으음.”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성격 같았으면 당장 달려가서 둘의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정신 개조를 위해 참교육을 시켜주었을 것이나, GM의 탈을 쓰고 있는 이상 그럴 수가 없다.
“뭐 하세요?”
메시지를 읽으며 고뇌에 빠져 있자, 맘이시리네가 다가왔다.
“고객 센터 쪽에서 일이 들어와서.”
“무슨 일인데요?”
맘이시리네에게 메시지 내용을 보여주었다.
“헐, 쩐다. 범죄자들이 있다더니 정말인가 보네요.”
“왜 없겠습니까? 현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걸요.”
“하긴, 게임이 더하죠. 그래서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인데요?”
맘이시리네가 침실의 냉장고를 멋대로 열더니 와인병을 꺼냈다.
“으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사기엔 사기죠.”
“엥? 유저들한테 사기라도 치겠다는 거예요?”
“그냥 보면 알아요.”
자리에서 일어나자, 맘이시리네가 자연스럽게 따라 일어났다.
“촬영해도 돼요?”
눈을 반짝이며 묻는 말에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게 우리의 계약 내용이었으니까.
“오예!”
맘이시리네는 신나서 다시 와인을 냉장고에 넣고 날 따라 광장으로 향했다.
관리자용 포탈을 통해 파라알 광장 중앙의 시계탑 안쪽으로 들어왔다.
― 다 됐습니다, 깰룩.
― 고마워.
깰룩이의 메시지와 함께, 바닥에 아름다운 빛을 내는 두 개의 선물 상자가 나타났다. 딱 봐도 뭔가 비싸고 범상치 않아 보이는 자태에 맘이시리네가 감탄하며 상자를 살펴보았다.
“어허, 함부로 건들지 마세요. 그러다 상자 열면 큰일 나니깐.”
상자 두 개를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ID카드를 불러냈다.
카드를 살짝 조작하자, 내 모습이 검정 망토를 몸에 두른 갈색 장발의 남성으로 변했다.
“헐, 어떻게 한 거예요?”
옆에서 보고 있던 맘이시리네가 놀라 물었다.
“아, 이거요? 부캐로 바꾼 겁니다. GM 전용 기능 중 하나죠. 유저 사이에서 활동하기 쉽게 하려고 만든 기능입니다.”
“호오, 신기하네요.”
“그럼 갈까요?”
우리는 시계탑의 문을 열고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갔다.
한여름 밤의 꿈 (1)
“아오, 더워. 망할 배불뚝이 놈은 도대체 휴가를 언제 준다는 거야.”
신경질을 부리자, 깰룩이와 퍼롱이가 더욱 열심히 대걸레질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 안 있으면 하반기를 맞이해 대대적인 패치가 있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난 그 준비 작업을 하느라 밤낮 없이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이놈의 오더코르트는 무슨 냉각 마법이 소용이 없어, 소용이!”
분명 냉각 마법으로 수십 번도 더 꽁꽁 얼렸을 터인 개인 작업실은 찜통에, 바닥에는 물이 흥건했다.
“아니, 아직 여름도 안 됐는데 뭐가 이렇게 찜통이야, 어?”
“차라리 지속 마법을 중첩시켜 두는 게 어때요?”
손수건으로 땀을 닦던 퍼롱이가 물어왔다.
“안 돼. 그거 마나 엄청 잡아먹는단 말이야. 이 근처엔 저항도 없다고.”
회사 한복판에 있는 내 개인 작업실에 지구인이 있을 리가.
“마르디노 님 말이 맞아, 깰룩. 자칫 잘못했다간 쇼트가 일어날지도 몰라.”
“그렇지만 겨우 마법 하나를 더 썼다고 마나가 폭주할 것 같진 않은데…….”
“야, 너 지금 걸레질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지. 물 고여 있으면 장비 고장 날 수도 있는 거 알아, 몰라?”
눈을 흘기며 쏘아보자, 퍼롱이가 화들짝 놀라며 바짝 얼어붙었다.
“그, 그런 거 아닌데…….”
“됐다, 됐어. 바쁘신 퍼롱 님께서 걸레질을 하는 것보단, 하는 것도 없이 앉아서 펜이나 끄적거리고 있는 미천한 내가 걸레질을 해야지. 안 그러냐.”
“그, 그런 뜻으로 말한 게…….”
들고 있는 대걸레를 홱 낚아채자, 퍼롱이는 곧 울음을 터뜨렸다. 깰룩이는 퍼롱이를 토닥거리며 서둘러 창고로 피신시켰다.
“하여간 이 콩가루 행성은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하나도!”
띠링.
분노의 대걸레질을 하고 있을 때, ID카드에서 신호음이 들려왔다.
대걸레를 바닥에 내려놓고 카드를 확인했다.
[맘이Siri네: 룸 소환점요]
“음?”
맘이시리네에게 온 메시지였다.
또 뭔 일이래.
대화를 신청했다.
그녀가 수락하자, 카드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나는 그대로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파리톤 협곡 근처 산자락에 지어놓은 내 집의 침실이었다.
“후, 덥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룸으로 소환된 즉시 침대 위에 드러누워 에어컨을 켜는 맘이시리네가 보였다.
“…….”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거기 서서 뭐 하세요? 앉으세요.”
“참나, 누가 보면 님이 집주인인 줄 알겠습니다.”
보다 못해 한마디 건넸다.
“아, 죄송해요. 너무 더워서 그만. 설마 게임 속에서도 더위를 느낄 줄은 몰랐거든요.”
그건 반박할 수가 없다.
“이 집은 몇 번을 와도 적응이 안 되네요. 난 언제쯤 이런 집을 갖게 되려나.”
맘이시리네가 폭신폭신한 침대 위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팡팡 뛰어올랐다.
“브루나이 엠파이어 호텔을 모델로 만들었다 그랬죠?”
“정확힌 그 호텔에 있는 앰버서더 스위트룸이었죠. 저야 이런 집 만드는 건 일도 아니고. 시리 님 돈 많잖아요.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얼마 정도 하는데요?”
맘이시리네가 반색하며 물었다.
“한 3억이면 살걸요. 게임 돈으론 30억 코른 정도? 굳이 이런 초호화 저택 아니더라도 수도에 있는 주택 정도면 충분히 살기 좋을 겁니다. 그쪽이 더 저렴하기도 하고.”
“게임 속 집 사느라 3억 줄 바에야 차라리 현실에서 살 집 살래요.”
“그거야 뭐 사람 마음이죠. 아니면 건축가 성향 얻으셔서 부지런히 키우시던가요. 잘만 키우면 직접 집이나 마을도 건축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땅은 따로 얻으셔야겠지만.”
“별로 그러고 싶진 않네요. 게임에서도 직접 집을 지어야 한다니, 게임이 현실적이어도 너무 현실적인 거 아니에요?”
“체월은 리얼리티를 추구하니까요.”
사실은 이곳이 현실이라서 어쩔 수가 없는 것일 뿐이지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처음 하우징 시스템을 기획할 땐,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아도 들어오고 싶게 하려고 만든 겁니다. 게임 잘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그런 사람들도 친한 친구들이나 가족끼리 집에 들어와서 놀다가 갈 수 있도록 한 거죠. 사냥 못해도 돈 벌 수 있고 성향만 얻으면 집도 지을 수 있으니까. 로그아웃해도 여름이라 접속기 밖은 더울 텐데, 이런 데서 시원하게 놀면 좋잖습니까.”
“어휴, 이러니 체월, 체월 그렇게 노래를 부르지.”
“예?”
“아직 못 들으셨어요? 요새 여름휴가를 이곳으로 온다고 난리예요.”
그래서 그렇게 동접자 수가 폭발했던 건가.
“게다가 저번 접속기 업뎃부터는 이 안에서 자도 바깥에서 똑같이 수면 효과를 보게 됐다면서요? 이전에도 피곤이 풀린다 어쩐다 하긴 했지만. 그래서 요즘 체월에서 자는 게 유행이에요. 물론 좋은 집을 구한 사람들 얘기지만.”
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전혀 몰랐어.
지구와 단절되어 있어 생기는 문제점이었다. 지구 쪽에도 엑스 어스 직원들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배불뚝이가 모두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난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집이라면 솔직히 좀 끌리긴 하네요. 평생 이 안에 틀어박힐 수 있을 것 같고.”
“어우, 제발 그런 소린 장난으로도 하지 마십쇼. 끔찍하니까.”
매우 복잡 미묘한 감정을 담아 한숨으로 토해냈다.
“끔찍하다고요? 왜요? 이런 집에서 살면 좋지 않나?”
“그건 그런데, 전 제발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이 게임에서 나가봤으면 싶어서.”
될 수 있다면 지구로.
“아, 알 만하네요. GM이니까. 하루하루 영혼까지 갈리고 있는 거죠? 이 정도 흥행 성적이면 안 봐도 뻔하지.”
“예, 이젠 더 이상 갈아 넣을 영혼이 없습니다.”
침울한 표정으로 말하자, 맘이시리네가 뭐가 좋은지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때, 갑자기 깰룩이에게 메시지 마법이 도착했다.
― 마르디노 님. 바쁘십니까, 깰룩?
― 아니. 왜?
― 지금 파라알 광장에 2인조 사기단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고 고객 센터에서 도와달라는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깰룩.
깰룩이를 통해서 연락이 올 정도면 분명 꽤 성가신 일일 것이다.
― 왜, 정지도 못 먹인대?
― 그게 들어보니까 이용 제재를 당할 만큼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건 아니고, 그냥 순진한 플레이어들을 속여서 등쳐먹고 있는 자들인 것 같습니다, 깰룩.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사기를 치고 있길래 저렇게 애를 먹고 있는 거지?
― 흠. 알았어, 가 볼게.
― 그럼 그렇게 전해놓겠습니다, 깰룩.
오랜만에 만나는 어뷰저들이군.
띠링.
ID카드에 깰룩이가 보낸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고 내용:
위의 사진은 두 사기꾼 플레이어의 모습입니다.
이 커플이 파라알 광장에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습니다.
두 플레이어가 서로 멀리 떨어져서 한쪽에서는 어떤 아이템을 아주 비싸게 산다고 외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동일한 아이템을 싸게 판다며 외칩니다.
다른 유저들은 우연히 지나가다가 그 소리를 듣고, 다른 쪽에다가 더 비싸게 팔 생각으로 아이템을 사고요.
하지만 사실 그건 그냥 좀 희귀한 잡템이고, 그걸 싸게 판다면서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에 팝니다. 사서 되팔려고 하면 거래를 거절해 버립니다.
이 수법에 당해서 백만 코른을 잃었습니다. 제발 처벌해 주세요.]
“흐으으음.”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성격 같았으면 당장 달려가서 둘의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정신 개조를 위해 참교육을 시켜주었을 것이나, GM의 탈을 쓰고 있는 이상 그럴 수가 없다.
“뭐 하세요?”
메시지를 읽으며 고뇌에 빠져 있자, 맘이시리네가 다가왔다.
“고객 센터 쪽에서 일이 들어와서.”
“무슨 일인데요?”
맘이시리네에게 메시지 내용을 보여주었다.
“헐, 쩐다. 범죄자들이 있다더니 정말인가 보네요.”
“왜 없겠습니까? 현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걸요.”
“하긴, 게임이 더하죠. 그래서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인데요?”
맘이시리네가 침실의 냉장고를 멋대로 열더니 와인병을 꺼냈다.
“으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사기엔 사기죠.”
“엥? 유저들한테 사기라도 치겠다는 거예요?”
“그냥 보면 알아요.”
자리에서 일어나자, 맘이시리네가 자연스럽게 따라 일어났다.
“촬영해도 돼요?”
눈을 반짝이며 묻는 말에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게 우리의 계약 내용이었으니까.
“오예!”
맘이시리네는 신나서 다시 와인을 냉장고에 넣고 날 따라 광장으로 향했다.
관리자용 포탈을 통해 파라알 광장 중앙의 시계탑 안쪽으로 들어왔다.
― 다 됐습니다, 깰룩.
― 고마워.
깰룩이의 메시지와 함께, 바닥에 아름다운 빛을 내는 두 개의 선물 상자가 나타났다. 딱 봐도 뭔가 비싸고 범상치 않아 보이는 자태에 맘이시리네가 감탄하며 상자를 살펴보았다.
“어허, 함부로 건들지 마세요. 그러다 상자 열면 큰일 나니깐.”
상자 두 개를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ID카드를 불러냈다.
카드를 살짝 조작하자, 내 모습이 검정 망토를 몸에 두른 갈색 장발의 남성으로 변했다.
“헐, 어떻게 한 거예요?”
옆에서 보고 있던 맘이시리네가 놀라 물었다.
“아, 이거요? 부캐로 바꾼 겁니다. GM 전용 기능 중 하나죠. 유저 사이에서 활동하기 쉽게 하려고 만든 기능입니다.”
“호오, 신기하네요.”
“그럼 갈까요?”
우리는 시계탑의 문을 열고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