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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외전 1화
1. 다시, 여름 (1)
길고 긴 기말고사가 끝나고, 대학생으로서 처음 맞는 여름 방학이었다. 이안은 요즘 우리 노을이가 더우면 안 된다면서 에어컨을 풀가동하고, 쿨매트를 사 오고, 이열치열이라면서 삼계탕집을 알아보기에 바빴다. 얘만 가만히 있어도 정신이 덜 사납고 덜 더울 것 같았는데, 이안은 그걸 몰랐다. 그리고 또, 이런 것만 안 해도, 덥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야, 아흐, 거긴…….”
나를 제 다리 사이에 앉히고, 자연스럽게 내 목에 달라붙은 이안이 성감대를 찾아 살살 핥았다. 요즘 이안은 나를 괴롭히는 데에 도가 튼 것 같았다. 늘 내가 쾌감에 못 이겨 울 때까지 온몸을 건드리곤 했으니까.
간질간질한 쾌감에 자연스레 이안에게로 몸이 붙었다. 이안 때문에 도무지 시원해질 수가 없는 여름이었다. 벌써 맞닿은 등이 따끈따끈했다. 방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TV를 보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늘 정신을 차려 보면 이런 식이었다. 스무 살은 불타는 청춘이라고 하는 게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아 눈물이 났다.
이안은 365일 불타고 있었다. 그나마 처음에는 순진한 것 같은 음란 마귀였는데, 이제는 날이 가면 갈수록 발전하는 중이었다. 발전한다는 건 여러모로 좋은 일이고 또 이안이 이쪽 방면으로 발전하는 게 나에게도 좋은 일이기는 했지만, 그거와 별개로 힘든 건 힘든 거였다. 이 더운 날에 이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힘든 만큼 좋기도 하다는 게 문제였지만.
자연스럽게 티셔츠 안으로 들어가 유두를 문질러 오는 손에 흐, 하고 신음을 뱉었다. 등 뒤로 묵직하게 이안의 성기가 와 닿았다. 벌써부터 뒤가 움찔거리는 느낌이었다. 이안은 키스왕으로도 모자라서 섹스왕이 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내뱉는 숨마저도 더워서 찝찝한데, 이안이 몸을 건드리는 게 좋아서 자꾸 신음을 흘리게 됐다. 선이안이 내 귓불을 빨다 나직하게 웃었다. 그것마저도 섹시했다. 내가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는 건 다 얘 탓이었다.
“노을이 벌써 섰네. 만져 줄까, 아니면 빨아 줄까?”
“너 입 좀…….”
“둘 다 해 줄까, 노을아.”
또한 이안은 발전과 동시에 점차 입이 걸어지고 있었다. 저번에는 자기 성기가 어디까지 들어갔냐느니, 내가 제 걸 다 삼키고 오물댄다느니 그런 말들을 해 대면서 허리를 움직여서 너무 민망했었는데. 대체 그런 걸 어디서 배워 오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이안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본능? 하고 헛소리를 했다. 그러고는 노을이, 너무 야해, 하는 말과 함께 또 섹스가 시작됐었다. 미친놈과의 연애란 이렇게 힘들었다.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했다.
“젖꼭지 좀 만져 줬다고 이렇게 세우면 어떻게 해.”
그새를 못 참고 유두를 꼬집고 잡아당기던 이안이 실실 웃으며 손을 내려 내 바지 속으로 집어넣었다. 이미 반쯤 단단해진 성기에 이안의 손이 닿고, 속옷 위로 강하게 문지르는 손길에 나도 모르게 이안의 허벅지를 붙잡게 됐다. 손 아래로 닿는 허벅지가 탄탄했다. 아, 선이안은 왜 또 다리까지 섹시한 걸까. 아래에서 올라오는 쾌감에 몸을 떨면서 나는 눈물을 삼켰다. 방금까진 분명 더웠는데, 이제는 하고 싶어졌다. 이래서 문제였다, 나는.
“아, 하, 나, 할 것 같아…….”
“그래?”
내 말에 방긋 웃은 이안이 내 성기에서 손을 훅 떼 버렸다. 아, 왜에, 나도 모르게 말꼬리를 늘리며 이안에게 애원을 했더니 등 뒤로 닿는 이안의 성기가 더 빳빳해지는 게 느껴졌다. 노을아, 혼자 가는 건 안 되지. 사정 직전에 멈춘 이안의 손 때문에, 나는 직접 내 걸 문지르려고 했지만 이안은 뒤에서 내 양손을 다 붙잡아 버렸다. 답답한 기분에 허리를 뒤트는데 허리 뒤쪽으로 이안의 것이 닿아 문질러졌다. 제 성기도 이렇게나 서 있으면서, 심술을 부리는 선이안이 얄미웠다.
“아, 선이안.”
“노을아, 싸게 해 주세요, 하면 놔 줄게.”
또 시작이었다. 이안의 입이 걸어진다는 게 바로 이런 거였다. 예전에는 내 생각을 하면서 자위를 했다고 자책감에 펑펑 울었으면서, 이제는 변태가 다 돼 있었다. 그리고 선이안을 좀 닮아 보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나도 변태가 다 돼 있는 것 같았다. 저런 말을 듣고서 성기에 더 힘이 들어가 서는 걸 보면.
“이안아, 흐으, 나 싸게 해 줘…….”
예전에는 이런 말이 부끄러웠던 것도 같은데, 하도 듣다 보니 이제 이 정도는 조금만 부끄러움을 감수하면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나 역시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딴 분야로 발전을 하다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왠지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기어이 내 입에서 싸게 해 달라는 말을 듣고야 만 이안이 나를 소파에 길게 눕히고, 아래로 내려가 바지와 속옷을 함께 벗기고선 내 성기를 덥석 물었다.
“아, 하, 아흐……. 이안아, 아…….”
이안이 또 하나 늘은 게 있다면 펠라티오 실력이었다. 한 번 그렇고 그런 걸 할 때마다 쉬지 않고 내 걸 입에 물고 괴롭힌 덕에 이안은 이 분야에서도 최고가 돼 있었다. 성기를 감싸는 축축한 혀 때문에 허리가 바르르 떨렸다. 입 안 가득 내 성기를 문 이안이 혀로 성기를 감싼 채 쭉쭉 빨아 내다, 끝까지 빼 귀두만 문 채로 살살 혀를 움직였다.
하으! 선단을 핥아 대는 따뜻한 혀에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새어 나갔다. 아, 하으…… 이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끙끙 앓으니 이안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씩 웃었다.
“노을이는 빨아 주는 걸 좋아하는구나.”
알면서도 모른 척 굳이 부끄러운 말을 한차례 더 하고서야 이안은 다시 내 성기를 끝까지 물었고, 결국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안의 입 안에 정액을 내보내야 했다. 쿠퍼액과 정액으로 축축한 성기를 거리낌 없이 쭉 핥고 빨아 낸 이안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쪽쪽 빨고서는 천천히 성기에서 입을 뗐다. 아까 분명 에어컨을 켜 뒀는데도 힘이 빠져서 온몸에 땀이 났다.
“노을이, 덥지. 벗어야겠다.”
“이, 변태.”
“노을이도 좋아하면서.”
생글생글 웃으며 티셔츠를 벗기는 이안의 말에 나는 입을 꾹 다물고 몸을 맡겼다.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좋은 건 맞으니까. 머쓱하게 눈만 깜박이자, 이안이 입술에 쪽 뽀뽀를 해 주고는 제 옷까지 마저 벗어 버렸다.
그리고 언제 챙겼는지 모를 오일을 소파 옆 서랍에서 꺼내 들었다. 어이가 없어 너 대체 언제 그런 걸 챙겨 뒀어? 물으니, 이안은 샐샐 웃으며 이럴 때를 위해서 그저께 넣어 놨어, 하고 대답했다. 이안은 이런 쪽으로는 정말 준비성이 철저한 남자였다.
이안이 손에 오일을 짜내 문지르는 걸 보다 힘이 들어서 소파에 다시 머리를 기대고 누웠다. 이안이 미끌미끌한 손으로 자연스럽게 내 아래를 만지면서 머리를 숙여 유두를 핥았다. 아까의 자극으로 조금 부어 있는 젖꼭지에 축축한 혀가 간질거리며 닿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하아, 더운 숨을 내쉬며 이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안이 힘을 줘 유두를 빨며 손가락으로는 구멍 위를 천천히 문질렀다.
“하으, 아.”
“노을이, 벌써 오물거리네.”
이안이 흐뭇한 표정으로 아래를 문지르다 곧 손가락 하나를 천천히 밀어 넣었다. 미끌거리는 손가락이 아래를 가르고 들어오는 느낌이 선연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느낌에 가만히 몸을 맡기고 있으니, 이안이 씩 웃으며 반대편 유두를 물었다. 방금까지 쪽쪽 빨리던 유두는 이미 통통하게 부어 있었다. 선이안은 왜 중간이 없는 걸까, 이안은 지금도 유두에 송곳니를 세워 콕 깨물고, 혀로 핥으며 집요하게 빨아 대고 있었다. 아래로는 이미 이안의 손가락이 살살 움직이는 채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 하응, 하…….”
손가락이 순식간에 세 개로 늘어나고, 이안의 손가락이 포인트를 문질러 왔다. 순간 허리가 확 튀고, 이안이 내 유두를 문 채로 나직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웃을 때가 아닐 텐데, 얄미운 기분에 힘을 줘서 이안의 손가락을 꾹 조였다. 그리고 나는 얼마 뒤에 깨달았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노을아, 빨리 넣어 달라고 그러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 아읏!”
나는 분명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안은 반쯤 넋이 나간 것처럼 내 아래에 손가락을 푹푹 밀어 넣기 시작했다. 포인트만 노려 찔러 오는 손가락에 나도 모르게 내벽이 자꾸만 조여들고 허리가 달달 떨렸다. 이안아,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내리니 내 엉덩이 사이로 움직이는 이안의 팔이 보였다. 이안의 팔이 다가올 때마다 안에 있는 손가락이 자극점을 짓눌렀다. 아, 시발. 손가락 말고, 이안의 성기가 들어왔으면 싶었다.
“이안아, 나, 하아, 네 거.”
“내 거 여기 먹여 줄까?”
알면서 심술궂게 묻는 이안의 말에 다시 내벽을 꾹 조였다. 노을이, 먹고 싶구나. 흥분으로 굳어진 표정을 하고서 이안이 내벽을 거칠게 문질렀다. 오일 때문에 찔걱이는 소리가 야했다. 몇 번 더 내벽을 훑던 손가락이 휙 빠져나가고, 포인트를 세게 스치고 지나가는 손가락에 허벅지가 나도 모르게 오므라들었다. 하지만 이안은 손을 뻗어 내 다리를 넓게 쭉 벌렸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빳빳이 서서 쿠퍼액을 흘리는 성기가 민망했다.
“이안아, 빨리. 응?”
“아, 노을아, 오늘 진짜 왜 이렇게…….”
이안이 내 위로 엎드려 입을 맞추며 아래에 제 귀두 끝을 댔다. 구멍 위를 문지르는 성기에 벌써부터 내벽이 꼼틀거렸다. 이안은 아래로 성기를 비비면서 오일이 잔뜩 묻어 질척한 손가락으로 내 젖꼭지를 꾹 눌러 문질렀다. 입술이며 유두며 아래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미끄러운 오일 때문에 성감이 배가돼서 이안의 성기에 대고 허리를 흔들었다. 그냥 얼른, 이안의 성기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 씨발…….”
이안이 내 유두를 거칠게 꼬집으며 아래에 제 것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위아래로 잔뜩 묻은 오일 때문에 여기저기서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가슴도, 아래도 쾌감에 간지럽기만 했다. 그게 너무 야해서 이안의 목에 팔을 감고 입술을 더 깊게 맞댔다.
이안이 씩 웃으며 내 아랫입술을 살살 핥고, 혀를 깊이 넣어 입 안을 핥아 왔다. 위로는 혀가, 아래로는 성기가 비집고 들어왔다. 아래를 뿌듯하게 채우는 성기에 신음이 새고, 이안이 맞닿은 입술로 내 목소리를 삼켰다. 열심히 혀를 움직이고, 손으로는 유두를 꼬집으면서 또 아래로는 성기를 쿵쿵 박아 오는 통에 머리가 온통 아찔했다.
“으응, 응, 흐…….”
이안이 입술을 붙인 채로 계속 쿵쿵 허리를 박아 올렸다. 응, 흐응, 으, 신음이 이안에게 고스란히 먹혀들었다. 오늘따라 이안의 성기는 유달리 빠듯했고, 좁은 내벽으로 이안의 성기 모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두꺼운 성기가 찔걱이며 쿵쿵 박혀 들고 아랫입술이 깨물리며 유두가 문질러졌다. 이안은 멀티가 가능한 사람이었다. 좋은데 자꾸 눈물이 났다.
내 입술을 쪽쪽 빨던 이안이 씩 웃으며 노을이가 내 자지를 너무 꽉꽉 물어…… 하고 웅얼거렸다. 한참 유두를 문지르던 손이 내 아랫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이안아, 빨리. 허릿짓을 멈춘 이안에 애가 탔다.
자꾸 뒤가 움찔거려 재촉하니 이안이 하,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곧 허리를 잡고 미친 사람처럼 박아 넣기 시작했다. 이안의 성기가 깊숙이 박혀 들 때마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몸이 짜릿짜릿했다. 좋아서 엉엉 우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나는 이안과 섹스를 할 때마다 그걸 깨닫고 있었다.
“아, 하아, 아, 으응, 하으!”
두꺼운 성기가 구멍 안을 꾹꾹 누르며 틀어 박히고, 이안의 귀두 끝이 포인트를 쾅쾅 때려 댔다. 아, 아, 하! 그리고 결국 나는 나도 모르게 뒤를 꽉 조이며 정액을 내보냈다. 아, 씨발, 제 성기를 조여 무는 아래에 이안이 박자를 늦춰 귀두 끝까지 성기를 빼낸 뒤 천천히 쿵 박아 넣기를 반복했다. 툭툭 정액이 터지는 내내 이안은 안으로, 안으로 박아 넣으며 허릿짓을 멈출 줄을 몰랐다. 정말로 펑펑 눈물이 났다.
그때, 카톡, 하고 알림음이 울렸다. 카톡, 카톡, 쉬지 않고 울리는 휴대폰을 겨우 손을 뻗어 잡으려 하는데, 이안이 성기를 쭉 빼내더니 내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았다. 노을아, 여기 집중해야지. 그러고는 내 몸을 뒤집어 놓고, 다시 천천히 구멍 안으로 두꺼운 성기를 밀어 넣었다. 시발, 이안은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가 된 것 같았다.
하으……. 다시 내벽을 빠듯하게 문지르는 성기에 몸을 떨며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이것도 정말, 좋아 죽을 것 같아서 문제였다.
***
[할머니가 내일모레 놀러 와도 된다는데 갈래? 오후 2:31]
[헐 나 갈래 우리 고기 먹어? 오후 2:31]
[먹어도 되고 뭐 오후 2:31]
[그럼 당연히 가야지 할머니께서 초대해 주셨는데^^ 오후 2:32]
[고기 때문인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오후 2:32]
[아니 우리 할머니가 너네 할머니고 너네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 야 근데 얘네 왜 답장이 없냐 오후 3:45]
우리가 카톡을 확인한 건 마지막 알림이 울리고서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힘이 빠진 채 소파에 누워 해가 뉘엿뉘엿 져 가는 걸 보고 있으려니 정말로 눈물이 났다. 방금까지도 좋아서 엉엉 울었는데, 지금은 서러움의 눈물이었다. 너무 느껴져서, 힘들어서 그만하라고 해도 선이안은 도무지 멈출 줄을 모르는 불도저였다.
싫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힘들었는데. 손끝 하나 들 힘이 없어 멍하게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자니, 이안이 나 대신 휴대폰을 들어 카톡을 확인했다. 윤서네 할머니 댁 놀러 가자는데? 이안이 뒤에 누운 채로 나를 꼭 끌어안아 왔다. 등 뒤로 닿는 체온이 따끈했다.
“노을아, 우리 저기 놀러 갈까?”
“……가야지.”
칼칼한 목을 가다듬고 이안에게 대답을 되돌렸다. 그동안 이정민이, 술 마시자고 그렇게 노래를 불렀잖아. 웃음기 섞인 내 대답에 이안이 나를 따라 킥킥 웃었다. 정말로 정민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우리 술! 계곡! 술! 하는 카톡을 하루에 하나씩 보내왔고, 처음에는 ‘그러자’고 대답을 해 주던 윤서마저도 지쳐 이제는 아무도 정민에게 답장을 해 주지 않고 있었다.
그러기를 며칠, 결국 윤서가 할머니 댁으로 초대를 해 준 거였다. 휴대폰 화면 너머로도 좋아 날뛰는 정민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에 픽 웃음이 나오려는데, 이안이 슬슬 손을 뻗어 내 가슴께를 건드렸다. 방금 전까지도 문질러져 부어 있는 유륜을 매만지는 손을 착 때려 치워 냈더니, 이안이 울상을 짓고는 귀여운 척을 해 왔다. 파렴치한 같은 놈이었다.
“오늘은 안 돼. 그만해.”
“내일은? 내일은 돼?”
“내일은 여행 준비하려면 쉬어야 될 거 아냐.”
“노을아, 우리 여행 가지 말까?”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린 채 이안을 쳐다봐 주고서, 휴대폰을 빼앗아 들어 톡톡 메시지를 쳤다. 우리도 갈래.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정민이 득달같이 달려와 너네 왜 답장이 느려! 하고 투덜거렸다. 그 이유를 말할 수가 없어 우물쭈물했더니 정민이 ‘나 왕따야?’ 하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분명 윤서와 대화를 나눴으면서, 왜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왜 너네 둘만 노냐면서 징징거리는 정민의 카톡에 ‘아, 몰라, 우리 참여’ 하는 답장을 남겨 두고 휴대폰 화면을 껐다. 계속 카톡, 카톡, 하고 알림음이 울렸다.
“벌써 정신없다. 나는 노을이랑만 가고 싶은데.”
“윤서 할머니 댁에 우리 둘만 가면 어떻게 해.”
“그럼 노을이네 할머니 댁 갈까? 우리 막 결혼하러 인사드리는 것 같다……. 너무 좋아. 갈까? 응? 갈래?”
결혼은, 참 나. 좀 빨개진 얼굴을 하고서 이안의 말을 무시하고 있으니, 이안은 우리 집에 사과 농장이 있냐고, 거기는 노을이 밭이라고 기쁜 얼굴로 하하 웃었다. 우리 할머니는 도시에 살고 계셨다. 우리 집에서 한 시간도 안 떨어진 곳에. 하지만 이안의 환상을 부수기엔 얘의 표정이 너무 희망차서, 나는 그래……. 하고 떨떠름하게 대답해 줬다.
이안은 어떻게 사과네 집에서 사과 농장을 하냐면서, 우리 노을이는 배경도 귀엽다고 이 정도면 사과 나라 왕자님이 아니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모르게 집안 배경을 날조해 버린 터에 죄책감이 들었다. 사기 결혼 범죄를 저지르는 느낌이었다. 우리 집은 사과 농장 지주가 아니었다.
“그, 됐고. 우리 이번에는 할머니한테 뭐 맛있는 거 좀 해 드리자.”
저번에 너무 얻어먹어서, 죄송했어 좀. 할머니가 차려 주신 상을 떠올리니 좀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내 말을 들은 이안은 틈을 놓치지 않고 눈을 빛냈다. 우리 노을이는 배려심도 깊고 예의도 바른 데다 얼굴도 귀엽구나! 이안이 또 칭찬 로봇이 돼서 내 볼을 마구 문질러 댔다. 또 시작이었다, 또. 이안은 내 말이라면 무조건 찬성이라고 볼을 잡고 쪽쪽 뽀뽀를 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야, 너 이거 왜 또 서는데?”
“노을이가 너무 좋아서……. 이거 만져 줘.”
“이, 변태 같은…….”
또다시 참사가 벌어졌다. 이안의 것은 왜 계속 서기만 하는지, 대체 언제 힘이 빠지는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아무리 팔팔할 시기라고 해도 나는 이렇게 힘든데 얘는 왜 체력이 남아도는 걸까. 이럴까 봐서 홍삼 팩도 안 먹인 지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도 이안은 쌩쌩하기만 했다.
내 성기를 진득하게 문질러 오는 손길에 아, 하고 신음을 뱉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이안의 것을 잡았다. 어느덧 성기는 한 손에 다 잡히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져 있었다. 여행 가야 되는데……. 눈물도 같이 흘러내렸다. 다시 또 섹스의 시작이었다.
***
다음 날, 나는 거의 기절한 채로 하루를 보냈다. 둘이 같이 그렇고 그런 일을 한대도 사정을 하는 횟수는 내가 더 많았기에-이안은 섹스 내내 내 성기를 만지거나, 빨거나 둘 중 하나를 하고 있었다- 나는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력이 다 빨린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이안 덕분에 나는 에너지가 넘칠 스무 살에 맞지 않는 고민을 하고 있어야 했다.
그나마 이안이 요리를 잘해서 다행이었다. 이안은 쉬지 않고 먹을 걸 해 오고, 홍삼 팩을 가져오고, 허리에 찜질을 해 주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제가 이렇게 해 놓고서는 내가 기력이 모자라 누워 있는 걸 보자니 속이 상하는 모양이었다. 병 준 놈이 약도 주는 꼴이었다.
아까는 발을 동동 구르는 이안이 안쓰러워 ‘괜찮아, 나도 좋았으니까’ 하고 말해 줬는데, 그 말 한마디에 이안의 성기는 또 기립해 버렸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할 수 없어 눈만 깜박거리는데, 이안이 ‘나는 쓰레기야!’를 외치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방을 나섰다. 발기찬 애였다, 이안은.
이안은 아까부터 ‘나는 쓰레기야’를 반복 재생하며 주섬주섬 여행을 위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혼자 동분서주하는 게 좀 안쓰러워서 나도 같이 짐을 싸려고 했는데, 이안은 가까이 오지 말라면서 눈물이 그렁한 채 짐을 마저 쌌다. 저러고 있는 게 귀엽고 불쌍한데 차마 등을 토닥여 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안은 거기를 세울 기세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이런 애인을 만나게 된 건지, 좋으면서도 조금 슬펐다. 원래 사랑하면 닮아 간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이안을 좋아할 뿐 닮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미래가 조금 두려워졌다.
울먹이며 짐을 싸는 이안을 바라보다가, 카톡을 켜서 애들과 약속을 정했다. 할머니께 여름맞이 보양식을 해 드리자고 했더니 정민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보양식은 고기야!’ 하고 외쳤다. 목적이 효도가 아닌 고기인 것 같은 정민의 대답에 윤서가 조금 화가 나 정민에게 고기쟁이 새끼라고 비방을 했다. 정민은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팩트 폭력기가 오랜만에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윤서는 지금 막 2년 전의 일까지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정민에게 너는 할머니 집 가면 계곡에서 문어나 잡아 오라고 욕을 해 댔다. 정민은 문어가 계곡에 어떻게 사냐고 너는 과학도 안 배운 놈이냐면서 억울해했지만, 윤서는 너는 문어를 좋아하지 않냐며 정민에게 자꾸 화를 내기만 했다. 방 한구석에서는 이안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는 쓰레기’를 외치고 있고, 카톡에서는 둘이 계곡에 사는 문어 얘기로 싸우고 있었다. 난장판이었다.
2년 전에도 이래서 내가 여행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은데, 애들은 변함이 없었다. 갑자기 한 가정의 가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 여행도 즐거울 것 같았지만 벌써부터 피곤해졌다. 2년 만에 사람이 개과천선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직도 문어를 가지고 싸우는 둘을 보다가 ‘내일 10시 마트 앞’ 하는 카톡 한마디를 보내 공지로 해 두고 대화창을 나왔다.
윤서가 갑자기 부루마블에서 거부가 되거나, 정민이 정말 계곡에서 문어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둘 다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훌쩍이는 이안과 같이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정신 건강을 위해 휴대폰을 뒤집어 놨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역시 사람이 열여덟에서 스물이 된다고 급성장을 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하기사, 그건 이안만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이안은 2년 새에 섹스왕이 됐을 뿐 정신적으로는 하나도 성장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아직도 사과를 한 박스씩 사다 놓고 먹고 있었고-물론 내가 만류했기에 예전처럼 매일 사과를 주구장창 먹지는 않았다-, 대학생이 됐음에도 사과 인형을 소중하게 가지고 다녔으며, 내가 토끼 인형을 가지고 가지 않는 날에는 시무룩해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하는 기행을 보이고 있었다.
눈꼬리를 늘어뜨리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내 옆에 앉아 토끼 인형을 만지작대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마음이 약한 나는 곧 거기에 넘어가 버리곤 했다. 덕분에 내 가방에는 늘 이안이 준 토끼 인형이 들어 있었다. 스무 살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는 것 같았지만, 원래 사랑에는 고난이 따르는 법이었다. 사랑의 고난이 고작 토끼 인형이라는 게 조금 착잡하기는 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였다. 큰 시련이 있는 것보다는 이게 나은 걸지도 몰랐다.
지금도 이안은 풀이 죽은 채로 열심히 가방을 싸고 있었다. 이안을 닮아서 나도 변태가 된 지 오래인데, 이안은 자신이 변태라는 데에 대해 너무 속상해하고 있었다. 저러는 게 귀여워 보이는 건 콩깍지 탓일까, 아니면 선이안이 잘생긴 탓일까.
1. 다시, 여름 (1)
길고 긴 기말고사가 끝나고, 대학생으로서 처음 맞는 여름 방학이었다. 이안은 요즘 우리 노을이가 더우면 안 된다면서 에어컨을 풀가동하고, 쿨매트를 사 오고, 이열치열이라면서 삼계탕집을 알아보기에 바빴다. 얘만 가만히 있어도 정신이 덜 사납고 덜 더울 것 같았는데, 이안은 그걸 몰랐다. 그리고 또, 이런 것만 안 해도, 덥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야, 아흐, 거긴…….”
나를 제 다리 사이에 앉히고, 자연스럽게 내 목에 달라붙은 이안이 성감대를 찾아 살살 핥았다. 요즘 이안은 나를 괴롭히는 데에 도가 튼 것 같았다. 늘 내가 쾌감에 못 이겨 울 때까지 온몸을 건드리곤 했으니까.
간질간질한 쾌감에 자연스레 이안에게로 몸이 붙었다. 이안 때문에 도무지 시원해질 수가 없는 여름이었다. 벌써 맞닿은 등이 따끈따끈했다. 방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TV를 보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늘 정신을 차려 보면 이런 식이었다. 스무 살은 불타는 청춘이라고 하는 게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아 눈물이 났다.
이안은 365일 불타고 있었다. 그나마 처음에는 순진한 것 같은 음란 마귀였는데, 이제는 날이 가면 갈수록 발전하는 중이었다. 발전한다는 건 여러모로 좋은 일이고 또 이안이 이쪽 방면으로 발전하는 게 나에게도 좋은 일이기는 했지만, 그거와 별개로 힘든 건 힘든 거였다. 이 더운 날에 이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힘든 만큼 좋기도 하다는 게 문제였지만.
자연스럽게 티셔츠 안으로 들어가 유두를 문질러 오는 손에 흐, 하고 신음을 뱉었다. 등 뒤로 묵직하게 이안의 성기가 와 닿았다. 벌써부터 뒤가 움찔거리는 느낌이었다. 이안은 키스왕으로도 모자라서 섹스왕이 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내뱉는 숨마저도 더워서 찝찝한데, 이안이 몸을 건드리는 게 좋아서 자꾸 신음을 흘리게 됐다. 선이안이 내 귓불을 빨다 나직하게 웃었다. 그것마저도 섹시했다. 내가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는 건 다 얘 탓이었다.
“노을이 벌써 섰네. 만져 줄까, 아니면 빨아 줄까?”
“너 입 좀…….”
“둘 다 해 줄까, 노을아.”
또한 이안은 발전과 동시에 점차 입이 걸어지고 있었다. 저번에는 자기 성기가 어디까지 들어갔냐느니, 내가 제 걸 다 삼키고 오물댄다느니 그런 말들을 해 대면서 허리를 움직여서 너무 민망했었는데. 대체 그런 걸 어디서 배워 오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이안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본능? 하고 헛소리를 했다. 그러고는 노을이, 너무 야해, 하는 말과 함께 또 섹스가 시작됐었다. 미친놈과의 연애란 이렇게 힘들었다.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했다.
“젖꼭지 좀 만져 줬다고 이렇게 세우면 어떻게 해.”
그새를 못 참고 유두를 꼬집고 잡아당기던 이안이 실실 웃으며 손을 내려 내 바지 속으로 집어넣었다. 이미 반쯤 단단해진 성기에 이안의 손이 닿고, 속옷 위로 강하게 문지르는 손길에 나도 모르게 이안의 허벅지를 붙잡게 됐다. 손 아래로 닿는 허벅지가 탄탄했다. 아, 선이안은 왜 또 다리까지 섹시한 걸까. 아래에서 올라오는 쾌감에 몸을 떨면서 나는 눈물을 삼켰다. 방금까진 분명 더웠는데, 이제는 하고 싶어졌다. 이래서 문제였다, 나는.
“아, 하, 나, 할 것 같아…….”
“그래?”
내 말에 방긋 웃은 이안이 내 성기에서 손을 훅 떼 버렸다. 아, 왜에, 나도 모르게 말꼬리를 늘리며 이안에게 애원을 했더니 등 뒤로 닿는 이안의 성기가 더 빳빳해지는 게 느껴졌다. 노을아, 혼자 가는 건 안 되지. 사정 직전에 멈춘 이안의 손 때문에, 나는 직접 내 걸 문지르려고 했지만 이안은 뒤에서 내 양손을 다 붙잡아 버렸다. 답답한 기분에 허리를 뒤트는데 허리 뒤쪽으로 이안의 것이 닿아 문질러졌다. 제 성기도 이렇게나 서 있으면서, 심술을 부리는 선이안이 얄미웠다.
“아, 선이안.”
“노을아, 싸게 해 주세요, 하면 놔 줄게.”
또 시작이었다. 이안의 입이 걸어진다는 게 바로 이런 거였다. 예전에는 내 생각을 하면서 자위를 했다고 자책감에 펑펑 울었으면서, 이제는 변태가 다 돼 있었다. 그리고 선이안을 좀 닮아 보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나도 변태가 다 돼 있는 것 같았다. 저런 말을 듣고서 성기에 더 힘이 들어가 서는 걸 보면.
“이안아, 흐으, 나 싸게 해 줘…….”
예전에는 이런 말이 부끄러웠던 것도 같은데, 하도 듣다 보니 이제 이 정도는 조금만 부끄러움을 감수하면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나 역시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딴 분야로 발전을 하다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왠지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기어이 내 입에서 싸게 해 달라는 말을 듣고야 만 이안이 나를 소파에 길게 눕히고, 아래로 내려가 바지와 속옷을 함께 벗기고선 내 성기를 덥석 물었다.
“아, 하, 아흐……. 이안아, 아…….”
이안이 또 하나 늘은 게 있다면 펠라티오 실력이었다. 한 번 그렇고 그런 걸 할 때마다 쉬지 않고 내 걸 입에 물고 괴롭힌 덕에 이안은 이 분야에서도 최고가 돼 있었다. 성기를 감싸는 축축한 혀 때문에 허리가 바르르 떨렸다. 입 안 가득 내 성기를 문 이안이 혀로 성기를 감싼 채 쭉쭉 빨아 내다, 끝까지 빼 귀두만 문 채로 살살 혀를 움직였다.
하으! 선단을 핥아 대는 따뜻한 혀에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새어 나갔다. 아, 하으…… 이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끙끙 앓으니 이안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씩 웃었다.
“노을이는 빨아 주는 걸 좋아하는구나.”
알면서도 모른 척 굳이 부끄러운 말을 한차례 더 하고서야 이안은 다시 내 성기를 끝까지 물었고, 결국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안의 입 안에 정액을 내보내야 했다. 쿠퍼액과 정액으로 축축한 성기를 거리낌 없이 쭉 핥고 빨아 낸 이안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쪽쪽 빨고서는 천천히 성기에서 입을 뗐다. 아까 분명 에어컨을 켜 뒀는데도 힘이 빠져서 온몸에 땀이 났다.
“노을이, 덥지. 벗어야겠다.”
“이, 변태.”
“노을이도 좋아하면서.”
생글생글 웃으며 티셔츠를 벗기는 이안의 말에 나는 입을 꾹 다물고 몸을 맡겼다.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좋은 건 맞으니까. 머쓱하게 눈만 깜박이자, 이안이 입술에 쪽 뽀뽀를 해 주고는 제 옷까지 마저 벗어 버렸다.
그리고 언제 챙겼는지 모를 오일을 소파 옆 서랍에서 꺼내 들었다. 어이가 없어 너 대체 언제 그런 걸 챙겨 뒀어? 물으니, 이안은 샐샐 웃으며 이럴 때를 위해서 그저께 넣어 놨어, 하고 대답했다. 이안은 이런 쪽으로는 정말 준비성이 철저한 남자였다.
이안이 손에 오일을 짜내 문지르는 걸 보다 힘이 들어서 소파에 다시 머리를 기대고 누웠다. 이안이 미끌미끌한 손으로 자연스럽게 내 아래를 만지면서 머리를 숙여 유두를 핥았다. 아까의 자극으로 조금 부어 있는 젖꼭지에 축축한 혀가 간질거리며 닿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하아, 더운 숨을 내쉬며 이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안이 힘을 줘 유두를 빨며 손가락으로는 구멍 위를 천천히 문질렀다.
“하으, 아.”
“노을이, 벌써 오물거리네.”
이안이 흐뭇한 표정으로 아래를 문지르다 곧 손가락 하나를 천천히 밀어 넣었다. 미끌거리는 손가락이 아래를 가르고 들어오는 느낌이 선연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느낌에 가만히 몸을 맡기고 있으니, 이안이 씩 웃으며 반대편 유두를 물었다. 방금까지 쪽쪽 빨리던 유두는 이미 통통하게 부어 있었다. 선이안은 왜 중간이 없는 걸까, 이안은 지금도 유두에 송곳니를 세워 콕 깨물고, 혀로 핥으며 집요하게 빨아 대고 있었다. 아래로는 이미 이안의 손가락이 살살 움직이는 채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 하응, 하…….”
손가락이 순식간에 세 개로 늘어나고, 이안의 손가락이 포인트를 문질러 왔다. 순간 허리가 확 튀고, 이안이 내 유두를 문 채로 나직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웃을 때가 아닐 텐데, 얄미운 기분에 힘을 줘서 이안의 손가락을 꾹 조였다. 그리고 나는 얼마 뒤에 깨달았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노을아, 빨리 넣어 달라고 그러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 아읏!”
나는 분명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안은 반쯤 넋이 나간 것처럼 내 아래에 손가락을 푹푹 밀어 넣기 시작했다. 포인트만 노려 찔러 오는 손가락에 나도 모르게 내벽이 자꾸만 조여들고 허리가 달달 떨렸다. 이안아,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내리니 내 엉덩이 사이로 움직이는 이안의 팔이 보였다. 이안의 팔이 다가올 때마다 안에 있는 손가락이 자극점을 짓눌렀다. 아, 시발. 손가락 말고, 이안의 성기가 들어왔으면 싶었다.
“이안아, 나, 하아, 네 거.”
“내 거 여기 먹여 줄까?”
알면서 심술궂게 묻는 이안의 말에 다시 내벽을 꾹 조였다. 노을이, 먹고 싶구나. 흥분으로 굳어진 표정을 하고서 이안이 내벽을 거칠게 문질렀다. 오일 때문에 찔걱이는 소리가 야했다. 몇 번 더 내벽을 훑던 손가락이 휙 빠져나가고, 포인트를 세게 스치고 지나가는 손가락에 허벅지가 나도 모르게 오므라들었다. 하지만 이안은 손을 뻗어 내 다리를 넓게 쭉 벌렸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빳빳이 서서 쿠퍼액을 흘리는 성기가 민망했다.
“이안아, 빨리. 응?”
“아, 노을아, 오늘 진짜 왜 이렇게…….”
이안이 내 위로 엎드려 입을 맞추며 아래에 제 귀두 끝을 댔다. 구멍 위를 문지르는 성기에 벌써부터 내벽이 꼼틀거렸다. 이안은 아래로 성기를 비비면서 오일이 잔뜩 묻어 질척한 손가락으로 내 젖꼭지를 꾹 눌러 문질렀다. 입술이며 유두며 아래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미끄러운 오일 때문에 성감이 배가돼서 이안의 성기에 대고 허리를 흔들었다. 그냥 얼른, 이안의 성기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 씨발…….”
이안이 내 유두를 거칠게 꼬집으며 아래에 제 것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위아래로 잔뜩 묻은 오일 때문에 여기저기서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가슴도, 아래도 쾌감에 간지럽기만 했다. 그게 너무 야해서 이안의 목에 팔을 감고 입술을 더 깊게 맞댔다.
이안이 씩 웃으며 내 아랫입술을 살살 핥고, 혀를 깊이 넣어 입 안을 핥아 왔다. 위로는 혀가, 아래로는 성기가 비집고 들어왔다. 아래를 뿌듯하게 채우는 성기에 신음이 새고, 이안이 맞닿은 입술로 내 목소리를 삼켰다. 열심히 혀를 움직이고, 손으로는 유두를 꼬집으면서 또 아래로는 성기를 쿵쿵 박아 오는 통에 머리가 온통 아찔했다.
“으응, 응, 흐…….”
이안이 입술을 붙인 채로 계속 쿵쿵 허리를 박아 올렸다. 응, 흐응, 으, 신음이 이안에게 고스란히 먹혀들었다. 오늘따라 이안의 성기는 유달리 빠듯했고, 좁은 내벽으로 이안의 성기 모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두꺼운 성기가 찔걱이며 쿵쿵 박혀 들고 아랫입술이 깨물리며 유두가 문질러졌다. 이안은 멀티가 가능한 사람이었다. 좋은데 자꾸 눈물이 났다.
내 입술을 쪽쪽 빨던 이안이 씩 웃으며 노을이가 내 자지를 너무 꽉꽉 물어…… 하고 웅얼거렸다. 한참 유두를 문지르던 손이 내 아랫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이안아, 빨리. 허릿짓을 멈춘 이안에 애가 탔다.
자꾸 뒤가 움찔거려 재촉하니 이안이 하,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곧 허리를 잡고 미친 사람처럼 박아 넣기 시작했다. 이안의 성기가 깊숙이 박혀 들 때마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몸이 짜릿짜릿했다. 좋아서 엉엉 우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나는 이안과 섹스를 할 때마다 그걸 깨닫고 있었다.
“아, 하아, 아, 으응, 하으!”
두꺼운 성기가 구멍 안을 꾹꾹 누르며 틀어 박히고, 이안의 귀두 끝이 포인트를 쾅쾅 때려 댔다. 아, 아, 하! 그리고 결국 나는 나도 모르게 뒤를 꽉 조이며 정액을 내보냈다. 아, 씨발, 제 성기를 조여 무는 아래에 이안이 박자를 늦춰 귀두 끝까지 성기를 빼낸 뒤 천천히 쿵 박아 넣기를 반복했다. 툭툭 정액이 터지는 내내 이안은 안으로, 안으로 박아 넣으며 허릿짓을 멈출 줄을 몰랐다. 정말로 펑펑 눈물이 났다.
그때, 카톡, 하고 알림음이 울렸다. 카톡, 카톡, 쉬지 않고 울리는 휴대폰을 겨우 손을 뻗어 잡으려 하는데, 이안이 성기를 쭉 빼내더니 내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았다. 노을아, 여기 집중해야지. 그러고는 내 몸을 뒤집어 놓고, 다시 천천히 구멍 안으로 두꺼운 성기를 밀어 넣었다. 시발, 이안은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가 된 것 같았다.
하으……. 다시 내벽을 빠듯하게 문지르는 성기에 몸을 떨며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이것도 정말, 좋아 죽을 것 같아서 문제였다.
***
[할머니가 내일모레 놀러 와도 된다는데 갈래? 오후 2:31]
[헐 나 갈래 우리 고기 먹어? 오후 2:31]
[먹어도 되고 뭐 오후 2:31]
[그럼 당연히 가야지 할머니께서 초대해 주셨는데^^ 오후 2:32]
[고기 때문인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오후 2:32]
[아니 우리 할머니가 너네 할머니고 너네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 야 근데 얘네 왜 답장이 없냐 오후 3:45]
우리가 카톡을 확인한 건 마지막 알림이 울리고서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힘이 빠진 채 소파에 누워 해가 뉘엿뉘엿 져 가는 걸 보고 있으려니 정말로 눈물이 났다. 방금까지도 좋아서 엉엉 울었는데, 지금은 서러움의 눈물이었다. 너무 느껴져서, 힘들어서 그만하라고 해도 선이안은 도무지 멈출 줄을 모르는 불도저였다.
싫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힘들었는데. 손끝 하나 들 힘이 없어 멍하게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자니, 이안이 나 대신 휴대폰을 들어 카톡을 확인했다. 윤서네 할머니 댁 놀러 가자는데? 이안이 뒤에 누운 채로 나를 꼭 끌어안아 왔다. 등 뒤로 닿는 체온이 따끈했다.
“노을아, 우리 저기 놀러 갈까?”
“……가야지.”
칼칼한 목을 가다듬고 이안에게 대답을 되돌렸다. 그동안 이정민이, 술 마시자고 그렇게 노래를 불렀잖아. 웃음기 섞인 내 대답에 이안이 나를 따라 킥킥 웃었다. 정말로 정민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우리 술! 계곡! 술! 하는 카톡을 하루에 하나씩 보내왔고, 처음에는 ‘그러자’고 대답을 해 주던 윤서마저도 지쳐 이제는 아무도 정민에게 답장을 해 주지 않고 있었다.
그러기를 며칠, 결국 윤서가 할머니 댁으로 초대를 해 준 거였다. 휴대폰 화면 너머로도 좋아 날뛰는 정민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에 픽 웃음이 나오려는데, 이안이 슬슬 손을 뻗어 내 가슴께를 건드렸다. 방금 전까지도 문질러져 부어 있는 유륜을 매만지는 손을 착 때려 치워 냈더니, 이안이 울상을 짓고는 귀여운 척을 해 왔다. 파렴치한 같은 놈이었다.
“오늘은 안 돼. 그만해.”
“내일은? 내일은 돼?”
“내일은 여행 준비하려면 쉬어야 될 거 아냐.”
“노을아, 우리 여행 가지 말까?”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린 채 이안을 쳐다봐 주고서, 휴대폰을 빼앗아 들어 톡톡 메시지를 쳤다. 우리도 갈래.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정민이 득달같이 달려와 너네 왜 답장이 느려! 하고 투덜거렸다. 그 이유를 말할 수가 없어 우물쭈물했더니 정민이 ‘나 왕따야?’ 하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분명 윤서와 대화를 나눴으면서, 왜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왜 너네 둘만 노냐면서 징징거리는 정민의 카톡에 ‘아, 몰라, 우리 참여’ 하는 답장을 남겨 두고 휴대폰 화면을 껐다. 계속 카톡, 카톡, 하고 알림음이 울렸다.
“벌써 정신없다. 나는 노을이랑만 가고 싶은데.”
“윤서 할머니 댁에 우리 둘만 가면 어떻게 해.”
“그럼 노을이네 할머니 댁 갈까? 우리 막 결혼하러 인사드리는 것 같다……. 너무 좋아. 갈까? 응? 갈래?”
결혼은, 참 나. 좀 빨개진 얼굴을 하고서 이안의 말을 무시하고 있으니, 이안은 우리 집에 사과 농장이 있냐고, 거기는 노을이 밭이라고 기쁜 얼굴로 하하 웃었다. 우리 할머니는 도시에 살고 계셨다. 우리 집에서 한 시간도 안 떨어진 곳에. 하지만 이안의 환상을 부수기엔 얘의 표정이 너무 희망차서, 나는 그래……. 하고 떨떠름하게 대답해 줬다.
이안은 어떻게 사과네 집에서 사과 농장을 하냐면서, 우리 노을이는 배경도 귀엽다고 이 정도면 사과 나라 왕자님이 아니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모르게 집안 배경을 날조해 버린 터에 죄책감이 들었다. 사기 결혼 범죄를 저지르는 느낌이었다. 우리 집은 사과 농장 지주가 아니었다.
“그, 됐고. 우리 이번에는 할머니한테 뭐 맛있는 거 좀 해 드리자.”
저번에 너무 얻어먹어서, 죄송했어 좀. 할머니가 차려 주신 상을 떠올리니 좀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내 말을 들은 이안은 틈을 놓치지 않고 눈을 빛냈다. 우리 노을이는 배려심도 깊고 예의도 바른 데다 얼굴도 귀엽구나! 이안이 또 칭찬 로봇이 돼서 내 볼을 마구 문질러 댔다. 또 시작이었다, 또. 이안은 내 말이라면 무조건 찬성이라고 볼을 잡고 쪽쪽 뽀뽀를 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야, 너 이거 왜 또 서는데?”
“노을이가 너무 좋아서……. 이거 만져 줘.”
“이, 변태 같은…….”
또다시 참사가 벌어졌다. 이안의 것은 왜 계속 서기만 하는지, 대체 언제 힘이 빠지는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아무리 팔팔할 시기라고 해도 나는 이렇게 힘든데 얘는 왜 체력이 남아도는 걸까. 이럴까 봐서 홍삼 팩도 안 먹인 지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도 이안은 쌩쌩하기만 했다.
내 성기를 진득하게 문질러 오는 손길에 아, 하고 신음을 뱉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이안의 것을 잡았다. 어느덧 성기는 한 손에 다 잡히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져 있었다. 여행 가야 되는데……. 눈물도 같이 흘러내렸다. 다시 또 섹스의 시작이었다.
***
다음 날, 나는 거의 기절한 채로 하루를 보냈다. 둘이 같이 그렇고 그런 일을 한대도 사정을 하는 횟수는 내가 더 많았기에-이안은 섹스 내내 내 성기를 만지거나, 빨거나 둘 중 하나를 하고 있었다- 나는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력이 다 빨린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이안 덕분에 나는 에너지가 넘칠 스무 살에 맞지 않는 고민을 하고 있어야 했다.
그나마 이안이 요리를 잘해서 다행이었다. 이안은 쉬지 않고 먹을 걸 해 오고, 홍삼 팩을 가져오고, 허리에 찜질을 해 주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제가 이렇게 해 놓고서는 내가 기력이 모자라 누워 있는 걸 보자니 속이 상하는 모양이었다. 병 준 놈이 약도 주는 꼴이었다.
아까는 발을 동동 구르는 이안이 안쓰러워 ‘괜찮아, 나도 좋았으니까’ 하고 말해 줬는데, 그 말 한마디에 이안의 성기는 또 기립해 버렸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할 수 없어 눈만 깜박거리는데, 이안이 ‘나는 쓰레기야!’를 외치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방을 나섰다. 발기찬 애였다, 이안은.
이안은 아까부터 ‘나는 쓰레기야’를 반복 재생하며 주섬주섬 여행을 위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혼자 동분서주하는 게 좀 안쓰러워서 나도 같이 짐을 싸려고 했는데, 이안은 가까이 오지 말라면서 눈물이 그렁한 채 짐을 마저 쌌다. 저러고 있는 게 귀엽고 불쌍한데 차마 등을 토닥여 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안은 거기를 세울 기세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이런 애인을 만나게 된 건지, 좋으면서도 조금 슬펐다. 원래 사랑하면 닮아 간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이안을 좋아할 뿐 닮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미래가 조금 두려워졌다.
울먹이며 짐을 싸는 이안을 바라보다가, 카톡을 켜서 애들과 약속을 정했다. 할머니께 여름맞이 보양식을 해 드리자고 했더니 정민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보양식은 고기야!’ 하고 외쳤다. 목적이 효도가 아닌 고기인 것 같은 정민의 대답에 윤서가 조금 화가 나 정민에게 고기쟁이 새끼라고 비방을 했다. 정민은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팩트 폭력기가 오랜만에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윤서는 지금 막 2년 전의 일까지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정민에게 너는 할머니 집 가면 계곡에서 문어나 잡아 오라고 욕을 해 댔다. 정민은 문어가 계곡에 어떻게 사냐고 너는 과학도 안 배운 놈이냐면서 억울해했지만, 윤서는 너는 문어를 좋아하지 않냐며 정민에게 자꾸 화를 내기만 했다. 방 한구석에서는 이안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는 쓰레기’를 외치고 있고, 카톡에서는 둘이 계곡에 사는 문어 얘기로 싸우고 있었다. 난장판이었다.
2년 전에도 이래서 내가 여행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은데, 애들은 변함이 없었다. 갑자기 한 가정의 가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 여행도 즐거울 것 같았지만 벌써부터 피곤해졌다. 2년 만에 사람이 개과천선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직도 문어를 가지고 싸우는 둘을 보다가 ‘내일 10시 마트 앞’ 하는 카톡 한마디를 보내 공지로 해 두고 대화창을 나왔다.
윤서가 갑자기 부루마블에서 거부가 되거나, 정민이 정말 계곡에서 문어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둘 다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훌쩍이는 이안과 같이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정신 건강을 위해 휴대폰을 뒤집어 놨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역시 사람이 열여덟에서 스물이 된다고 급성장을 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하기사, 그건 이안만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이안은 2년 새에 섹스왕이 됐을 뿐 정신적으로는 하나도 성장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아직도 사과를 한 박스씩 사다 놓고 먹고 있었고-물론 내가 만류했기에 예전처럼 매일 사과를 주구장창 먹지는 않았다-, 대학생이 됐음에도 사과 인형을 소중하게 가지고 다녔으며, 내가 토끼 인형을 가지고 가지 않는 날에는 시무룩해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하는 기행을 보이고 있었다.
눈꼬리를 늘어뜨리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내 옆에 앉아 토끼 인형을 만지작대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마음이 약한 나는 곧 거기에 넘어가 버리곤 했다. 덕분에 내 가방에는 늘 이안이 준 토끼 인형이 들어 있었다. 스무 살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는 것 같았지만, 원래 사랑에는 고난이 따르는 법이었다. 사랑의 고난이 고작 토끼 인형이라는 게 조금 착잡하기는 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였다. 큰 시련이 있는 것보다는 이게 나은 걸지도 몰랐다.
지금도 이안은 풀이 죽은 채로 열심히 가방을 싸고 있었다. 이안을 닮아서 나도 변태가 된 지 오래인데, 이안은 자신이 변태라는 데에 대해 너무 속상해하고 있었다. 저러는 게 귀여워 보이는 건 콩깍지 탓일까, 아니면 선이안이 잘생긴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