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너를, 길들이다

1화


Part 1


경쾌하게 눌리는 도어 벨 소리에 연희는 몸을 움찔거렸다. 저녁 6시, 벌써 그가 돌아올 때가 되었나.

연희는 빠른 걸음으로 문 앞으로 튀어 나갔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그가 싫어할 테고, 분명 현관문에 기다리게 했다는 이유로 밤에 침대에서 잠을 재우지 않을지도 몰랐다.

연희가 문을 열자마자, 거구의 남자가 문 앞에서 웃고 있는 게 보였다.

“다, 다녀오셨어요?”

“네, 연희 씨는 하루 잘 보냈고요?”

우아한 걸음걸이로 남자는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왔다. 키가 190은 훌쩍 넘어 보이는 이 남자, 덩치는 엄청 크면서도 얼굴은 그에 비에 작고,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깊은 눈동자와 쭉 뻗은 콧날은 조각을 빚은 듯했고, 웃을 때마다 올라가는 입꼬리는 꽤 매혹적이었다.

매번 보는 얼굴이지만, 볼 때마다 연희는 이 남자의 얼굴에 빠져들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쳐다보다 보면 어느새 남자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제 얼굴을 그리 보시면.”

“네?”

“제 아랫도리가 껄떡댈지도 몰라서.”

남자는 아랫입술을 살짝 핥았다. 공손한 말투에 비해 꽤 야한 말이 연희의 얼굴을 붉게 만들었다. 그녀도 모르게 무심코 내려다본 남자의 아래는 그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처럼 이미 심하게 부풀어 있었다.

“저, 저는.”

“압니다. 연희 씨는 그럴 맘이 없었다는 걸. 하지만 제 좆대가리가, 연희 씨를 워낙 좋아하는 터라.”

너무 원색적인 말에 연희의 두 귀가 붉어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운지 남자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남자의 희고 고운 손이 연희의 볼을 붙잡았다. 곧장 입술이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닿았다. 목덜미에 닿는 뜨거운 혀에 연희는 몸을 부르르 떨고 말았다.

“이, 일단 밥부터, 밥부터 드세요.”

“저에겐 이게 먼저입니다.”

연희의 가슴 봉우리를 잡는 남자의 커다란 손이 보이자,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이렇게 된 이상 남자를 더 말릴 수 없음을 알기에, 연희는 그저 쌕쌕거리며 숨을 가다듬을 뿐이었다.

“절 이렇게 만드는 건 오직 연희 씨뿐입니다.”

연희의 허리를 꽉 감싸 안고 남자는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처음은 새부리가 쪼는 듯이 그리고 점점 깊게, 살며시 벌려진 입 안으로 기어들어 온 그의 혀가 이리저리 안을 휘저었고, 연희는 달큰한 체액이 뒤섞이는 걸 느끼면서 아래가 꽉 조이는 느낌을 받았다.

“흐, 흐읏…….”

“하아…… 연희 씨의 입술은 언제나 달군요. 그럼 이 살덩이도 달까요.”

그는 연희의 스웨터를 한숨에 벗겨 버렸다. 그런 다음 거침없이 연희의 브래지어 호크를 풀어 버리곤 탐스럽게 튀어나온 그녀의 젖가슴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앗, 제발…….”

“제발, 뭘 바라는 겁니까.”

“으흥…… 시, 싫…….”

“싫다뇨, 이렇게 흥건히 젖어 있는데.”

언제 손이 아래로 내려간 건지. 연희의 팬티 안쪽으로 손을 넣어 지분거리는 손가락이 생생히 느껴진다.

“아, 아앗!”

“여기가 좋은 거군요. 연희 씨의 살결을 빨아 대는 것보다, 내 손가락을 잡아먹는 게 더 좋은 거죠?”

“아, 아닛! 아앗!”

내벽을 긁는 듯한 손가락의 움직임에 연희는 숨을 헐떡이면서 앳된 신음을 계속 흘렸다.

“욕심도 많으셔라, 연희 씨의 아래쪽이 제 손가락을 이리 물고 놓아 주질 않는군요.”

“여, 여기선. 앗, 아앗,”

느긋한 목소리와 달리 거칠게 풀어 헤치는 버클 소리가 들리자, 연희는 남자의 가슴을 살짝 떼어 내었다. 이렇게 거실 벽에 기대어서 남자의 성기에 꿰뚫리는 건 싫었다. 몇 번 남자가 참지 못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옷을 벗기고 마주 본 채로 성기를 쑤셔 넣은 적도 있었지만, 연희는 등이 마찰되면서 너무 깊숙이 들어가는 그 느낌이 달갑지 않았다.

“후우…… 이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잇새로 남자의 목소리가 드문드문 들렸다. 배 쪽으로 강하게 찌르는 것이 느껴지는 걸 보니, 남자도 참기 힘든 모양이었다.

“하아. 좀만 참으세요. 제가 침대로 모셔다드릴 테니.”

연희의 귓불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남자는 한 번에 연희의 좁디좁은 구멍으로 자신의 성기를 밀어 넣었다.

“아으읏! 아, 아팟…….”

“하아…… 참기가 힘듭니다. 언제나 여긴 뚫어도 이리 좁디좁으니, 제가 움직이기가 힘들군요.”

“하, 하으으읏…… 침대로 간다고…… 하앗…….”

하지만 연희는 그 뒷말을 잇지 못했다. 남자가 연희의 가슴을 강하게 붙잡고 허리를 움직였기에, 연희는 쾌감에 어린 비명만 질렀을 뿐,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아, 어떻게 이리 살결이 달죠?”

“하앙. 하앗 으으읏. 하아앗.”

“하…… 진짜 내 좆 물고서 이렇게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을 보니…….”

남자 말이 연희의 귓가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헉헉거리는 낮은 신음 소리가 연희를 더 미치게 하는 것 같았다.

“꼴려. 미치도록.”

그 말을 끝으로 더 격해진 피스톤질에 연희는 이리저리 흔들렸다. 차라리 계속 쾌락에만 물들 수 있다면,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

“이름을…… 불러 줘요. 하아…….”

“……미, 민혁.”

“후…… 더, 더 불러 줘. 내가 쌀 때까지…….”

남자는 연희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줄 때면 쌀 것 같다고 했었다. 쳐다보기만 해도 그곳이 서 버리고, 이름을 부르면 쌀 것 같다니.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웃기만 했지, 지금은 잘 안다. 그게 사실이라는 걸.

“민혁 씨, 이제 그만 놓아줘요.”

“하윽, 좀만, 좀만 더요.”

“민혁 씨, 민혁, 이민혁!”

절정에 치닫자, 연희는 민혁의 이름을 내뱉으며 추욱 늘어졌다. 하지만 늘어진 연희와 달리 남자는 아직도 부족한 듯, 몇 번을 더 허리 짓을 하다 연희의 안에다 정액을 뿜었다.

“흐, 흐으읏…….”

“하아…… 하아…… 진짜 끝내주네요. 연희 씨, 정말 좋아요.”

연희는 남자의 숨소리를 등으로 느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제 다 끝났으니까, 쉴 수 있겠지. 밥도 좀 먹고.’

하지만 움직이려는 연희의 허리를 민혁이 강하게 붙잡았다. 왜 그러냐고 물을 필요도 없었다. 아래쪽으로 다시 커지는 그의 물건을 느낄 수 있었기에.

“후우…… 이번엔, 침대에서 해요. 응?”

하지만 이 남자에겐 밤이 길었다. 연희와는 다르게.



***



달이 떠올라 창문 안으로 환하게 비추었고, 그 빛 사이로 남자의 단단한 등이 보였다. 연희는 손을 들어 남자의 등 근육을 하나씩 훑기 시작했다.

“당신, 진짜 정체가 뭐야.”

자느라 듣지 못하는 남자의 등을 한참 쓸던 연희는 남자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

“그래,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이미 난 당신이 아니면.”

그렇게 말하는 연희의 표정은 꽤 쓸쓸해 보였다.

차라리 그때 우리 만나지 않았다면, 아니 당신이 나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까.

연희의 기억은 그를 만난 그때를 되짚고 있었다.



Part 2


“야, 이년아! 내 돈 내놔!”

집안 곳곳에 붙은 붉은 딱지와, 정신없게 고함지르는 열댓 명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연희의 귓가에 앵앵 울리고 있었다.

“어디다 숨겨 뒀는지 말해. 하다못해 네 앞으로 된 자산이라도 있을 거 아냐!”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아침부터 시끌거리는 소란에 내려왔더니 온 집 안에 빨간 딱지들이 도배되어 있었고, 성난 사람들이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리고 계단 아래로 내려온 연희를 보고 우르르 몰려와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질 줄 넌 알고 있었지?”

“저기, 잠시만.”

“잠시만은 무슨!”

연희가 진정시켜 보려 했지만 그녀의 머리채를 잡으려는 빚쟁이들의 손길에 연희는 뒷걸음질을 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옷깃을 잡는 우악스러운 손길에 연희는 앞으로 몸이 쏠리면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아악.”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진 탓에 순간 징― 하고 머리가 울렸다. 흐릿한 시야 안으로 어지럽게 흩어진 거실이 눈에 들어왔고, 여전히 소란스러운 사람들의 목소리만 귓가에 계속 울렸다.

“일어나! 어디서 아픈 척이야!”

“내가 한 회장만 믿고 투자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