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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극의 탑
10화

적과 아군 1

바벨탑의 입구는 언제나처럼 조용했다.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는 죽음의 탑의 입구. 그곳에 다섯 명의 남녀로 이루어진 파티가 탑의 입구에 형성된 광장에 발을 들였다.
“진짜 들어가 볼 거야, 누나?”
“응. 관리자는 미궁이랑 탑을 경쟁 붙였잖아? 그럼 난이도 차이가 크게 날 리가 없지.”
육중한 전신을 풀 플레이트 아머로 감싼 덩치 큰 소년이 하는 말에 키가 150㎝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조그마한 소녀가 대답했다. 귀여운 푸른색 봄 코트처럼 개조한 로브와 오른쪽 허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마도서를 보니, <메이지>인 것처럼 보였다.
“으음, 조금 무서운데…….”
“괜찮다니까.”
소녀는 조그마한 손으로 소년의 등을 통통, 두드리며 격려했다. 그러고는 탑의 입구 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런 그녀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그녀의 입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아담?”
“어, 정말이네?”
“아담이 왜 여길……?”
소녀의 시선이 향한 곳에 있는 사람은 덩치가 큰 남자였다. 멀리서 보아도 큰 덩치임을 알 수 있는 그 남자는 징과 철판이 곳곳에 박혀 몸을 보호하는 경갑 차림으로 망설임 없이 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소녀가 보기에 굉장히 어색한 장면이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아는 한, 그는 탑에 있을 리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미궁과 탑의 입구의 위치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가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소녀가 갸우뚱하는 사이에 남자는 망설임 없이 탑의 입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소녀는 그 사라진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 * *

그곳은 감옥이었다.
사방은 차가운 회색으로 된 석벽. 간간이 벽에 붙어 있는 횃불은 어슴푸레한 빛을 뿌리며 분위기를 되레 음침하게 만들고 있었다.
햇빛이 그대로 들어와 푸른 탑 안에서 반사되며 성스럽고 신비한 분위기를 내는 ‘바벨탑’과는 정반대로, 벽에 붙어 있는 횃불을 제외하면 빛을 볼 수 없는 암흑의 미궁. 고대 그리스의 반인반수 괴물을 가둬둔 미궁과 같은 이름을 가진 지하 미궁, 라비린토스가 이곳이었다.
보통 배짱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이 분위기조차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곳을, 대검을 짊어진 예쁘장한 소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지나쳐 한 거대한 철문 앞까지 도달했다.
철문 앞에는 다섯 명의 젊은 남녀가 모여 있었다. 그중 은색 날의 장창을 들고, 가죽 계통으로 된 푸른색 경갑을 입은 <스피어맨>, 미르가 앨리스를 보고 반갑다는 듯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엇, 누나! 여기예요.”
“보여. 안 그래도 돼. 그보다…….”
앨리스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철문을 바라보았다. 미니 맵상으로도, 그리고 육안으로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관문이었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너 진짜 길 잘 찾는다.”
“비행기 태우시면 부끄러운데요, 누나.”
“귀척하지 마. 소름 돋아.”
미르가 순진해 보이는 그 얼굴에 약간의 홍조를 띠며 말하자, 앨리스가 단칼에 잘랐다. 굳이 말하자면, 소년은 꽤 귀여운 얼굴이었다.
앳된 외모에 피부는 하얗고, 눈은 동그래서 남자보다는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하는 행동도 딱 막내 같았다. 실제로도 그는 누나가 셋 있는 막내라고 했다. 그리고 이 파티에서도 그는 막내였다.
앨리스는 미니 맵을 확인해 보았다. 몇 갈래의 갈림길이 있는데, 단 한 번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선택해서 이 길로 이동한 흔적이 보였다. 솔직히 놀라울 정도였다.
라비린토스는 이름처럼 복잡하게 얽힌 지형과 무수한 트랩들이 특징이었다. 이는 라비린토스 탐색에 커다란 걸림돌 중 하나였다.
하지만 눈앞의 소년은 이런 지형에서 길을 찾는 데 놀라울 정도로 탁월했다. 직감인지, 아니면 행운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갈림길에서의 이지선다, 혹은 삼지선다에 강한 것이다.
“쟤는 진짜 뭔가 있어. 행운의 여신의 가호라든가, 예지력이라든가, 그런 거.”
옆에 있던 여성이 거들었다. 거대한 타워 실드를 등 뒤에 멨고, 외손용 거대 메이스가 허리에 달랑거리며 매달려 있다. 이 파티의 든든한 메인 탱커, 예정이었다.
“제가 좀 잘 찍죠.”
미르가 순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앨리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남동생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귀여울 때도 있지만, 가끔은 좀 지나쳤다. 애교도 적당해야 귀여운 법이다. 얼굴이 귀여우니 그나마 괜찮은 거지, 솔직히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나한테 연락한 다음에 누구 안 왔지? 아담한테 알려지면 되게 피곤해지잖아. 걔들은 이거 강탈하기 위해서는 진짜 PVP까지 걸걸?”
“별로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만…… 저희에 대한 인식이 그 정도였나요?”
느닷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앨리스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검은 창을 든 남자가 벽에 기대서서 앨리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키가 크고 몸이 마른 남자였다. 표정은 무관심한 것 같기도, 냉담한 것 같기도 했다. 앨리스는 멍하니 그를 보다가 파티원들을 휙 돌아보았다. 눈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아직 아무도 안 왔다며!”
“누나한테 연락하고 나서 왔어요. 저 사람, 엄청 빠르잖아요. 미니 맵에 표시되자마자 왔겠죠.”
미르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변명했다. 그는 경장과 장창을 장비한 <스피어맨>. 단순히 이동 속도라는 면에서는 모든 클래스를 통틀어 최고다. 거기에 그녀가 알기로, 저기 서 있는 남자는 이동 속도와 돌진계 스킬에 꽤나 많은 투자를 한 사람이다. 단순히 이동 속도로만 따진다면, 아마 이 세계에 있는 자들 중 그를 따라잡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 이 세계의 지도 시스템상, 미르가 발견한 순간 모두의 지도에 관문이 표시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훨씬 가까운 곳에 있던 그가 앨리스가 도착하는 시간보다 빨리 도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앨리스는 분한 얼굴로 남자를 쏘아보았다. 남자는 태연한 얼굴로 그 눈빛을 받아냈다. 상대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도 아닌, 그저 무관심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힘을 써서라도 강탈해 보겠다는 생각인가요, 힐조?”
“글쎄요. 어중이떠중이들이라면 한 번 고려해 보겠는데, 그쪽은 별로. 솔직히 이길 자신도 없고, 파티장 씨도 볼일 있어서 가버렸고…….”
“……아담이? 관문을 놔두고 가버렸다고? 왜?”
“글쎄요. 그 사람 생각을 제가 어떻게 압니까? 중요한 일이 있다면서 튀어가 버리니 잡을 수도 없고. 전 그냥 누가 발견했나, 확인차 온 거니까 걱정 마시길.”
힐조가 느긋하게 대답했다. 앨리스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힐조를 노려보았다. 힐조가 속해 있는 파티는 라비린토스에서 가장 유명한 무리 중 하나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라비린토스 탐색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제1관문은 바로 그들이 활성화시킨 것이었는데, 관문을 발견한 파티를 힘으로 전멸시키고 들어가서 자신들이 열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니 앨리스로서는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혼자고…….’
앨리스는 등 뒤에 매단 검의 손잡이를 잡고 있던 오른손에 힘을 풀었다. 저쪽에서 싸움을 걸어오지 않는데 그녀 쪽에서 먼저 싸움을 걸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혼자뿐인 상대를 여섯 명이나 있는 이쪽이 먼저 경계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 우습기도 했다. 그 한 명이 압도적인 상대인 것도 아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그녀는 일대일이라면 눈앞의 사내를 압도할 자신이 있었다.
“그 말, 믿어도 되나요?”
“물론. 어차피 나 혼자서 뭐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리고 우리 파티장 씨라면 모르겠는데, 나는 결과주의자라 누가 하든 일단 라비린토스 개방만 되면 된다는 주의라서요. 딱히 그쪽이랑 싸우면서까지 관문 개방을 직접 하고 싶진 않네.”
힐조는 여전히 느긋하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꼭 그들이 미궁을 개방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미궁이 개방되면 이 세계에 있는 모두가 강제적으로 여기에 남게 된다. 그것을 원하는 그들로서는 굳이 앨리스와 그 팀원들을 방해할 이유가 없었다.
별 관심 없다는 그 말투에 앨리스는 긴장을 풀었다. 그러고는 예정을 돌아보며 말했다.
“언니, 파티.”
“그래.”
짧게 대답한 그녀는 곧장 앨리스에게 파티 초대 메시지를 보냈다. 현성과 콤비를 맺느라 정작 이들과의 파티가 끊어져 있던 것이다. 파티에 가입되자마자 곧장 파티장이 앨리스에게 양도되었다. 잠시 자리가 부재중이었을 뿐, 본래 이 파티의 리더는 자타공인 그녀였다.
관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 앨리스는 힐조 쪽을 힐끔 보았다. 힐조는 여전히 느긋한 표정으로 벽에 기대서 있었다. 굉장히 수상해 보이지만, 일단은 무시하고 들어갔다.
어차피 관문은 6인 1파티 제한이 걸려 있어서, 여섯 명 풀 파티인 이상 중간에 난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리더인 아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심히 찝찝하기는 하지만, 무시하고 앨리스는 관문의 안쪽으로 발을 디뎠다.
힐조는 손까지 흔들어가며 그들의 분전을 응원했다. 그러고는 벽에 기댄 상태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불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허공을 보며 힐조가 중얼거렸다.
“이쪽은 됐어, 파티장 씨. 댁만 잘하고 오면 돼.”
힐조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떠올랐다.

* * *

<일섬>을 마지막으로, <신전 수호병>이 빛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현성은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낮추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앨리스에게서 스킬 연계와 <글래디에이터>의 운용법을 배운 이후, 그의 사냥은 한결 간편해졌다. 레벨도 금세 올라 20이 되어 있었다. 아직 위험성 탓에 중형급 몬스터에게 달려들지 않고 있지만, 좀 더 경험을 쌓은 이후에 한 번쯤 덤벼볼 생각은 있었다.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사냥을 해온 터라 그의 ST(스태미나) 게이지는 30% 미만까지 떨어져 있었다. 그에 따른 체력 소모도 있기에, 현성은 검을 허리에 꽂고 인벤토리에서 ST 회복 포션을 꺼내 입에 물었다.
현실에서의 에너지 드링크를 연상시키는, 시큼하고도 달콤한 맛을 내며 목구멍으로 포션이 넘어갔다.
“설마 했는데 진짜 있군. 앨리스의 흔적이기를 바랐는데…….”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성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서며 허리춤에 찬 검의 손잡이를 쥐었다. 그 반응은 본능에 가까웠다.
본래 그는 사람의 목소리에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의 직감이 위험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경계심이 가득 찬 현성의 눈에 한 남성의 모습이 들어왔다.
가벼운 경장 차림. 주먹에는 두툼한 강철로 만들어진 너클을 끼고 있다. <몽크>다.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몽크>에 어울렸다.
현성보다 훨씬 큰 키에 딱 벌어진 어깨, 몸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잔 근육은 정말로 판타지 세계에서 나오는 무투가와 비슷해 보였다.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 거친 피부와 짧게 깎은 머리는 그의 삶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너구만, 여기까지 탐색을 진행한 녀석이.”
결코 친절하지는 않은 그 목소리에 현성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현성은 침착하게 물었다.
“누구시죠?”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 세계에 온 뒤로 이 바벨탑에서 몇 번의 죽음의 위기를 넘겨가며 칼날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직감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널 죽일 사람’이라고 해두지. 그렇게 내키지는 않는다만…….”
숨이 막혔다.
그는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죽이겠다’고 말했다. 검을 뽑아야 한다. 상대가 언제 달려들지 모른다.
검을 뽑아야 대응할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남자가 말했다.
“검을 뽑아. 아무리 그래도 무방비일 때 죽이고 싶진 않아.”
그 말에 현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급히 왼쪽 허리에 꽂힌 검을 뽑았다. ST 포션으로 인해 채워진 ST 잔량은 약 60%. 한두 번의 전투라면 별문제 없다. HP, MP 상태 모두 양호하다.
남자는 현성이 검을 뽑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용서하진 마라. 용서받을 짓이 아니겠지, 이거.”
그 말이 신호였다.
남자의 몸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디지?’ 하고 생각한 순간, 남자는 현성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해 있었다.
<몽크>의 고속 이동 스킬, <축지>.
가공할 속도였다.
현성은 가까스로 시야에 남자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남자의 주먹이 내질러졌고, 현성의 검이 주먹 한가운데에 있는 너클을 막았다. 금속과 금속이 충돌하며 굉음과 불꽃을 뿌렸다.
“……!”
팔에 느껴지는 압력에 현성이 이를 악물었다. 몬스터와 싸울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검을 통해 상대의 빨라진 맥박이 느껴지는 듯했다. 기계처럼 무기질적인 몬스터의 살기와는 다른, 살아 있는 인간의 생생한 살의.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남자가 중얼거렸다.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행동이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망설이지는 않는다.
현성은 그 순간 깨달았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을 죽일 생각이다. 여기서 자신이 망설이면 죽는다.
결심이 섰다. 현성은 검을 기울이며 검과 교착 상태에 있던 주먹을 흘려냈다. 그러고는 필연적으로 한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린 상대의 등 뒤로 돌아, 번개와도 같이 검을 내려쳤다.
시동기는 <초승달 베기>. 푸른빛과 함께 뿌려진 일격이 남자의 등을 가르고, 곧바로 <회전 베기>와 그에 이은 <쾌속 연격>, 마무리로 <일섬>까지 이어졌다.
총 11격에 달하는 스킬 연계가 고작 3초라는 시간 내에 이루어졌다. 상대가 경갑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총 HP의 50%는 깎고도 남을 대미지가 들어갔을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위협적이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참이었다.
팔이 뻗어왔다. 거리가 너무나 가깝다. 검의 범위 안쪽이라 대응할 수 없다. 순식간에 멱살을 틀어 잡혔다. 잡힌 멱살을 통해 생생한 힘이 전달되었다.
“……컥!”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 나왔다. 현성이 미처 저항할 사이도 없이 들어 올려지고, 곧 강력한 메치기가 작렬했다. 강렬한 충격이 지면과 격돌한 등을 통해 전달되었다.
숨이 턱 막혔다. 그 충격을 채 수습하기도 전에 푸른빛으로 빛나는 주먹이 명치에 내리꽂혔다. 정신이 아찔해졌다. 스턴 상태마저 유발하는 <몽크>의 기본 공격 스킬, <섬타>였다.
거기서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곧바로 남자는 허공으로 도약했고, 그대로 현성의 위로 내리꽂혔다. 타깃 주위에도 충격파와 스턴 상태 이상을 거는 <천근추>다.
이제는 숨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잠시 동안 현성의 호흡이 멈췄다. 단 한 번의 공격 사이클만으로 총 HP의 40%를 잃었다. 어마어마한 공격력이었다.
<몽크>가 이렇게까지 강력한 직업이었나?
다시금 멱살을 잡힌 채 들려 탑의 벽에 처박혔다. 벽에 강하게 충돌하자 다시금 충격이 몸 전체를 관통했다. 그대로 현성을 붙잡은 채 남자는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았다.
“PVP는커녕 다른 클래스의 싸움도 본 적이 없는 놈이냐…….”
죄악감에 찬 목소리였다.
이건 제대로 된 전투가 아닌,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현성을 죽인다는 목적에 있어서는 호재일지도 모르겠지만, 공격을 가하는 입장에서는 괴로웠다. 마지막 남은 인간성마저 깎여 나가는 느낌이었다.
남자는 이를 으드득 갈더니, 현성을 옆의 기둥으로 집어 던졌다. 현성의 몸이 포탄처럼 날아가 굉음과 함께 기둥에 충돌했다.
그 강력한 힘에 현성과 부딪친 기둥에 금이 가고, 부서진 파편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현성은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끼며 검을 짚고 겨우 버티어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