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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1. 금평대군 이흔
“그대로 계시오.”
석강에 가기 전, 잠시 중궁전에 들른 주상은 일어서려는 중전을 말리며 하석에 자리하였다.
이립도 되지 않아 신경질적으로 주름진 눈매의 주상이 다시 좌정하는 중전의 꽤 부른 배를 훑었다.
“입덧 때문에 먹는 것이 영 신통치 않다니 근심이오.”
나름 근심을 전했지만, 차가울 만치 단정히 눈을 내리깐 중전은 오늘도 가타부타 별말이 없었다.
부부지간이니 갈수록 정이 더 돈독해져야 마땅한데 점점 더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
제 속을 훤히 다 드러내며 간드러지게 구는 후궁들에 비하면 참으로 불편한 사람이었다.
눈치를 보던 주상이, 끝내 못마땅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서운한 겝니까?”
그 말에 중전의 시선이 들렸다. 그러나 고고히 솟은 광대 위로 단정한 눈매에는 역시나 별 감정의 동요가 일지 않았다.
“소첩이 그럴 것이 무에 있겠습니까?”
“중전의 표정이 이전 같지 않으니 하는 말이오.”
주상이 성마르게 언급하는 ‘이전’이 지난 섣달그믐 이전을 말함인 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중전이었다.
태어난 지 다섯 달도 되지 않은 원자가 신열을 앓다 죽은 그때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보는 사람이 무색하리만치 빠르고 무심하게 시선을 거두어 버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석강에 늦으실까 저어되니 이만 일어나시는 편이…….”
“내 그 밤에 대해 여러 번 사과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다시 회임도 하였고 하니, 중전께서도 이제 그만 마음을 푸시는 것이 태교에도 좋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에요.”
어수 끝이 온돌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못마땅하다는 듯이. 순간 중전의 내리뜬 시선에 서릿발 같은 분노가 스쳐 갔다.
정비가 소생 없이 죽고 계비로 들어온 자신이 이 나라에 다시없을 원자를 낳았다.
그것으로 자신이 이 생에서의 할 일은 모두 끝났다고 생각할 만큼 온 나라가 기뻐했고 그녀를 치하했다.
한데 언젠가부터 요사스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중궁전에 사내가 드나든다고.
그것이 오래된 일이라면 원자 또한 주상 전하의 핏줄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입에 담기조차 불경스러운 그 소문의 시작이 누구인지 근거는 없지만 심증은 있었다.
원자를 생산한 자신보다 한 해 먼저 군을 낳은 혜빈, 원자가 태어나기 전까지 꼬박 한 해 동안 그 군으로 하여금 세자로 삼으리라 들떠 있던 그이가 아니면 그 누구겠는가.
그즈음 전하께서 중궁전에 발길이 뜸해지셨다.
그리고 혜빈의 처소로 자주 걸음하시니, 그 어이없는 소문을 믿으시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심쩍어하시는가 근심이 되었다.
참말 의심하실 만한 증좌가 있었다면 폐비 되는 것은 물론 사약까지 내릴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였다.
허나, 전하께서는 중전 자신에게 따져 묻거나 하문조차 하지 않으셨다.
그러니, 먼저 나서서 해명한다면 제 발이 저려 그렇다는 의심까지 살까 싶어, 그저 가만히 일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뜬소문이야 시간이 가면 가라앉기 마련이고 전하께서도 여인네의 소갈머리가 다 그렇지, 하시길 바란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전 자신은 안이했다. 시간이 지나, 백일이 지난 원자를 보러 전하의 이복 아우인 금평대군이 들었을 적에야 아차 싶었던 것이다.
“원자께서 벌써부터 이리 늠름하시고 기골이 장대하시니, 주상 전하와 중전마마의 홍복이옵니다.”
홀로 중궁전에 드는 것은 예의가 아닌지라, 전하를 모시고 함께 든 대군이 그렇게 치하의 말을 건넬 적이었다.
아무리 입에 발린 말이라도 제 자식 칭찬에 웃음이 나오지 않는 부모 없듯, 중전 또한 마주 웃음을 짓는데, 전하께서는 퉁명스레 물으셨다.
“참말 그러하냐?”
“그렇다마다요.”
“이상하구나.”
“예?”
“짐은 생전 늠름하다거나, 기골이 장대하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원자는 대체 누구를 닮아 그러한고?”
대군의 만면에 띠었던 웃음이 그대로 굳어 들었고 중전 또한 차갑게 얼어붙었다.
전하께서 일부러 고까워하시는 것은 아니었다.
늠름하다거나 기골이 장대하다, 혹은 글솜씨가 뛰어나다 하는 말들은 늘 두 살 아래인 아우의 몫이던 것이 사실이니까.
그렇게 자신보다 늘 뛰어난 아우를 멀리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그런 열등감이 원자에 대한 의심과 맞물렸으니 이대로라면 소문과 상관없이 원자가 전하의 눈 밖에 날지 모를 일이었다.
심지어 그날 전하께서는 원자의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일어서시었다.
그래서 중전은 병조 참의로 있는 오라비와 머리를 맞대고 방도를 강구했고 마침내 방도를 내었다.
원자를 세자로 책봉하는 고명을 받으러 청으로 사신단을 보내 주십사 상소를 올리는 것이었다.
책봉 고명은 청으로 간 사신이 돌아올 때까지 조정과 온 백성이 한마음으로 바라는 것이었고 전하께서도 함께 소원하다 보면 원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되지 않으실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더불어 막중한 임무를 띠지만, 청에 갔다가 자칫 억류된 전례가 적지 않아 다들 꺼리는 사신단의 수장에 전하께서 마뜩지 않아 하시는 금평대군을 천거하니 흔쾌히 허락하시었다.
늘 대군으로 인해 마음을 놓지 못하셨으니, 고명을 받으면 다행이고 혹시 일이 잘못되어 대군이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 또한 전하께서 은근히 기뻐하실 만한 일이었다.
역시나 그 뒤로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원자를 보러 오시니, 혜빈의 야욕도 꺾고 전하의 의심도 불식시킬 수 있는 일거양득의 혜안인 줄로만 알았다.
한데 그렇게 떠난 사신단이 청에 도착할 즈음인 섣달그믐의 초저녁, 원자가 갑자기 신열을 앓기 시작했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온몸이 펄펄 끓으니 중궁전이 발칵 뒤집혔다.
어의도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일단 열을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차도는커녕 울다 못해 경기까지 하기를 수차례로, 중전은 잔뜩 겁에 질렸다.
그래서 전하께 기별을 넣었는데, 아무리 사람을 보내도 오시질 않았다.
혜빈의 처소에 계시다 하여 열 번 넘게 기별을 했지만, 번번이 이내 오신다는 연락만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옥 같은 밤이 샐 때쯤 밤새 계속되던 원자의 울음이 그쳤다. 더불어 작고 가는 숨도 멎고 말았다.
고작 하룻밤 새에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인지. 상궁 나인들이 모두 다 엎드려 통곡을 하는데, 중전은 눈물도 나오지 않아 넋을 잃고 앉아만 있었다.
뒤늦게 달려온 전하께서 어린 몸을 흔들며 울부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고작 올 초의 일이었다.
그 밤에 대한 언급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일종의 금기와 같은 것으로 결코 이렇게 함부로 마음을 풀어라 마라, 좋다 아니다 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한데 이제는 그 밤에 대해 잊지 못한 그녀를 도리어 탓하다니.
“고뿔에 걸린 인성군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비를 찾으며 칭얼대니, 쉬이 올 수가 없었소.
원자는 그보다 어려서 아비를 알아보지 못하니, 아비를 알아보고 찾는 자식 곁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
원자는 어의와 중전이 어련히 알아서 잘 돌보리라 생각하였고. 그 어린것이 그리 안타까이 갈 줄 알았다면 짐이 어찌 오지 않았겠소?”
지금껏 몇 번이나 들어 왔던 변명이 다시 이어졌다. 중전은 신물이 넘어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원자가 내의원에서 올린 탕제를 마시고 신열이 오른 것이라는 의심도 이젠 버리시오. 조사를 그렇게 해도 아무 증좌도 나오지 않았잖소.”
혜빈의 소생인 군도 밤새 앓았다고는 하지만, 그 밤에 혜빈 처소로 심부름을 보냈던 상궁은 문밖으로 흘러나오는 아이의 웃음소리를 분명히 들었다고 했다.
혜빈이 군 핑계를 대며 일부러 전하를 붙들어 두었던 것이다.
그것이 증좌였다. 원자가 겨우 몇 시진 사이에 유명을 달리하는 것을 전하께서 지켜보셨다면 그대로 넘기지 않으실 걸 알고 그를 막으려 했던 것이리라.
이 나라의 원자가 하룻밤 사이 유명을 달리하였는데, 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유야무야 지나갔다.
심지어 죽은 원자에게 피를 나눠 주신 전하조차 저를 믿어 주지 않았으니 무엇을 더 바랄까.
그래서 중전은 결심했다. 다시 원자를 낳는다면 혜빈은 물론 전하도 오래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것이 원자가 죽은 이후로 이를 악물고 되새기는 각오였다.
그러니 그깟 대답이 무에 어려울까.
“서운한 것 없습니다. 그저 회임하여 신경이 무던해진 것뿐이겠지요.”
“그럴 수도 있겠군. 아니면 짐이 무척 민망하여 그리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하여간 중전도 다행히 다시 회임하였으니, 이번에도 원자를 낳으시오. 그러면 슬픔도 모두 걷힐 것이 아니오?”
“예.”
“금평이 청에 고명을 받으러 간 것이 헛수고가 되었다 하나, 중전이 또 원자를 낳는다면 그깟 사신단을 열 번은 보내지 못하겠소. 그러니, 원자만 낳으시오.”
한껏 희망적으로 말하는 주상과 달리 중전의 시선은 한층 아래로 내려앉았다.
자신이 한낱 개나 고양이 같은 짐승도 아니고 자식을 또 낳았다 하여 죽은 자식이 잊힐 리가.
전하께서는 굳이 제가 아니라도 혜빈에게 얻은 군이 있으니 죽은 자식쯤이야 쉬이 잊으셨는지 모르지만, 자신은 달랐다.
내려앉은 중전의 눈에 서린 슬픔 위로 단단한 각오가 새겨졌다.
물론 원자를 낳을 것이다. 앞으로 딱 한 번만 더. 그리하여 그 원자가 보위에 오르는 날, 그날에야말로 죽은 원자를 위해 흘리지 못한 피눈물을 갚아 주고야 말 것이다.
“그럴 것입니다.”
대답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다짐임을 모르는 주상은 안도하는 낯꽃을 보였다.
“그래, 그래야지. 안으로는 국본을 제대로 세우고 밖으로는 전쟁으로 비워진 국고를 채우고 나면 무슨 근심거리가 있겠소.”
“그러지 않아도 전하께서 국고 문제로 심려가 크시니, 제가 생각해 둔 바가 있습니다.”
“그렇소? 무엇이오?”
원자를 잃은 이후로 대답 외에는 여간해서 먼저 말을 건네지 않던 중전이 화제를 꺼내니, 주상은 간이라도 빼 줄 기세였다.
“연이은 국상으로 전하의 하나뿐인 아우님이 혼기를 놓치지 않았습니까? 이제 가례를 올려야지요.”
그 말에 주상의 낯빛이 흐려졌다.
모후께서 일찍 승하하신 뒤 입궐한 선왕의 계비께서 얼마 안 있어 생산하신 이가 금평대군이다.
주상과 연치 차이도 별로 나지 않아 어릴 적부터 누구나 비교하며 보게 되니, 대군이 월등히 빼어났다.
자연히 이복 아우를 시기하던 주상은 대군의 이야기만 나와도 낯빛이 변하곤 했고 지금도 다르지 않았다.
뜬금없이 화제를 건너뛰는 것으로 보일 텐데도 아무런 의아함도 내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렇지…….”
고개를 주억거리는 표정이 떨떠름한 연유는 대군이 세도가의 집안에 장가들어 뒷배를 불릴까 저어하는 속내 때문이다.
애초에 대군의 짝이었던 인경 자신을 계비로 삼은 의도도 그에 있었고.
선왕께서는 대군의 배필로 좌의정의 질녀이자, 이조 판서의 여식인 인경 자신을 꼽아 두셨다.
간택령까지는 아니어도 당시 중전마마께서 여러 처자를 궁으로 불러 보신 뒤에 저를 낙점하셨던 것이다.
한데, 선왕께서 갑자기 자리보전을 하셨고 달포를 넘기지 못하고 승하하시었다. 가례는 꼼짝없이 삼년상 뒤로 미뤄졌다.
3년 뒤, 이제 드디어 부부인이 되는가 싶었지만 보위에 오르신 주상의 정비께서 산고 끝에 졸하시니, 대비께서 또다시 1년을 기다리자 하셨다. 금평대군의 모후께서 하신 말씀이기에 그 또한 따랐다.
한데 그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중전 간택령이 내려졌고 어찌 된 일인지 아버님께서 제 사주단자를 궁으로 보내셨다.
정혼한 상대인 대군을 수릿날이나 격구 대회에서 여러 번 지켜보니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잘난 사내라.
오랫동안 연심을 키워 오던 인경은 기가 막혔지만, 아버님께서는 그저 어쩔 수 없다고 따르라고만 하셨다.
이윽고 삼간택까지 올라간 자신을 보신 대비께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셨다.
저를 대군의 부인으로 낙점하실 적에 조선의 혼인 안 한 처자들 가운데 최고의 규수로 뽑았으니, 자신을 중전으로 낙점할 수도 아니 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군과 혼담이 있었음에도 이조 판서가 중전 간택령에 사주단자를 보낸 것은 주상과 모종의 합의가 있어서였다는 것을 간파한 대비는 인경을 중전으로 낙점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 또한 계비였기에 승하하신 정비의 태생인 주상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미 삼간택에 오른 이상 중전이 아니면 후궁에 머물러야 하니, 대군의 부부인이 될 길은 어차피 요원하기도 했고 말이다.
인경은 그 모든 것이 더러운 정치의 음모인 줄을, 자신이 중전의 자리에 오르고 난 후 아버님의 반대파인 동인이 모두 사사되거나 유배를 간 뒤에야 눈치를 챘다.
왕은 대군에게서 든든한 처가를 빼앗아 왕권을 안정시킴과 동시에 아버님은 상대 파를 견제하는 이득을 취한 것이다.
그 와중에 희생된 것은 오직 자신뿐이었다.
그렇게 자신과 인연이 끊어진 대군의 가례를 챙겨야 할 대비께서도 그 직후 졸하셨으니, 약관이 훨씬 지난 대군의 혼처를 찾아 주어야 할 이는 이제 대궐의 안주인인 중전 자신뿐이었다.
기구하다면 기구한 일이다.
종친이나 대신들에게서 종종 말이 나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전하도 언급치 않으시고 중전 자신도 달갑지 않아 여태껏 미뤄 오던 일이지만, 이제는 해결해야 할 성싶었다.
물론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도구였지만.
“100만 냥이면 국고가 좀 채워지겠습니까?”
중전의 말에 그제야 다시 화제가 바뀌었음을 깨달은 주상은 그 금액에 먼저 놀랐다.
전쟁 전에는 조정의 한 해 수입이 700만 냥에 달하였으나 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금은 조세가 잘 걷히지 않아 200만 냥에도 미치지 못하는 터로, 100만 냥이 더해지면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된다.
“응? 그런 재물이 대체 어디서 난단 말이오?”
“대군의 지참금으로 받을 것입니다.”
모두 연결되는 얘기였던가? 하지만…….
“가례 시에 주고받는 지참금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리 큰 금액을 내놓을 양반이 누가 있지?”
사람이 없어서 근심이라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의 지참금을 내놓을 양반이라면 어마어마한 세도가이니 그것이 꺼려진다는 말이다.
금평에게 든든한 처가를 만들어 줄 생각은 꿈에도 해 본 적 없었다. 지금의 중전을 대군으로부터 빼앗은 이유가 뭐였던가.
중전의 아비가 이판이고 큰아비가 서인의 거두인 좌의정으로, 마음만 먹는다면 임금을 갈아치우고도 남을 작자들이었다.
그것을 간신히 무마하였는데, 또다시라고? 그럴 수야 없지.
주상은 못마땅하게 입술을 오므렸다. 생각해 둔 바가 있다 하더니 속 모르는 소리구먼. 석강에나 갈까?
“양반이 아닙니다.”
엉덩이를 들썩이려던 주상이 그대로 멈추었다. 순식간에 얼빠진 표정이 된 그를 넘겨다보는 중전의 눈에 묘한 기운이 스쳐 갔다.
“조선의 내로라하는 상단의 자금이 200만 냥이 넘는다 들었습니다. 100만 냥이면 그 반절이지요.”
상단을 운영하는 이라면 중인이나 상민이다. 주상의 눈이 커지더니 이내 말을 더듬거렸다.
“설마, 지금 대군에게 낙혼(落婚)을 시키자는 말이오?”
1. 금평대군 이흔
“그대로 계시오.”
석강에 가기 전, 잠시 중궁전에 들른 주상은 일어서려는 중전을 말리며 하석에 자리하였다.
이립도 되지 않아 신경질적으로 주름진 눈매의 주상이 다시 좌정하는 중전의 꽤 부른 배를 훑었다.
“입덧 때문에 먹는 것이 영 신통치 않다니 근심이오.”
나름 근심을 전했지만, 차가울 만치 단정히 눈을 내리깐 중전은 오늘도 가타부타 별말이 없었다.
부부지간이니 갈수록 정이 더 돈독해져야 마땅한데 점점 더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
제 속을 훤히 다 드러내며 간드러지게 구는 후궁들에 비하면 참으로 불편한 사람이었다.
눈치를 보던 주상이, 끝내 못마땅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서운한 겝니까?”
그 말에 중전의 시선이 들렸다. 그러나 고고히 솟은 광대 위로 단정한 눈매에는 역시나 별 감정의 동요가 일지 않았다.
“소첩이 그럴 것이 무에 있겠습니까?”
“중전의 표정이 이전 같지 않으니 하는 말이오.”
주상이 성마르게 언급하는 ‘이전’이 지난 섣달그믐 이전을 말함인 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중전이었다.
태어난 지 다섯 달도 되지 않은 원자가 신열을 앓다 죽은 그때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보는 사람이 무색하리만치 빠르고 무심하게 시선을 거두어 버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석강에 늦으실까 저어되니 이만 일어나시는 편이…….”
“내 그 밤에 대해 여러 번 사과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다시 회임도 하였고 하니, 중전께서도 이제 그만 마음을 푸시는 것이 태교에도 좋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에요.”
어수 끝이 온돌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못마땅하다는 듯이. 순간 중전의 내리뜬 시선에 서릿발 같은 분노가 스쳐 갔다.
정비가 소생 없이 죽고 계비로 들어온 자신이 이 나라에 다시없을 원자를 낳았다.
그것으로 자신이 이 생에서의 할 일은 모두 끝났다고 생각할 만큼 온 나라가 기뻐했고 그녀를 치하했다.
한데 언젠가부터 요사스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중궁전에 사내가 드나든다고.
그것이 오래된 일이라면 원자 또한 주상 전하의 핏줄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입에 담기조차 불경스러운 그 소문의 시작이 누구인지 근거는 없지만 심증은 있었다.
원자를 생산한 자신보다 한 해 먼저 군을 낳은 혜빈, 원자가 태어나기 전까지 꼬박 한 해 동안 그 군으로 하여금 세자로 삼으리라 들떠 있던 그이가 아니면 그 누구겠는가.
그즈음 전하께서 중궁전에 발길이 뜸해지셨다.
그리고 혜빈의 처소로 자주 걸음하시니, 그 어이없는 소문을 믿으시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심쩍어하시는가 근심이 되었다.
참말 의심하실 만한 증좌가 있었다면 폐비 되는 것은 물론 사약까지 내릴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였다.
허나, 전하께서는 중전 자신에게 따져 묻거나 하문조차 하지 않으셨다.
그러니, 먼저 나서서 해명한다면 제 발이 저려 그렇다는 의심까지 살까 싶어, 그저 가만히 일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뜬소문이야 시간이 가면 가라앉기 마련이고 전하께서도 여인네의 소갈머리가 다 그렇지, 하시길 바란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전 자신은 안이했다. 시간이 지나, 백일이 지난 원자를 보러 전하의 이복 아우인 금평대군이 들었을 적에야 아차 싶었던 것이다.
“원자께서 벌써부터 이리 늠름하시고 기골이 장대하시니, 주상 전하와 중전마마의 홍복이옵니다.”
홀로 중궁전에 드는 것은 예의가 아닌지라, 전하를 모시고 함께 든 대군이 그렇게 치하의 말을 건넬 적이었다.
아무리 입에 발린 말이라도 제 자식 칭찬에 웃음이 나오지 않는 부모 없듯, 중전 또한 마주 웃음을 짓는데, 전하께서는 퉁명스레 물으셨다.
“참말 그러하냐?”
“그렇다마다요.”
“이상하구나.”
“예?”
“짐은 생전 늠름하다거나, 기골이 장대하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원자는 대체 누구를 닮아 그러한고?”
대군의 만면에 띠었던 웃음이 그대로 굳어 들었고 중전 또한 차갑게 얼어붙었다.
전하께서 일부러 고까워하시는 것은 아니었다.
늠름하다거나 기골이 장대하다, 혹은 글솜씨가 뛰어나다 하는 말들은 늘 두 살 아래인 아우의 몫이던 것이 사실이니까.
그렇게 자신보다 늘 뛰어난 아우를 멀리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그런 열등감이 원자에 대한 의심과 맞물렸으니 이대로라면 소문과 상관없이 원자가 전하의 눈 밖에 날지 모를 일이었다.
심지어 그날 전하께서는 원자의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일어서시었다.
그래서 중전은 병조 참의로 있는 오라비와 머리를 맞대고 방도를 강구했고 마침내 방도를 내었다.
원자를 세자로 책봉하는 고명을 받으러 청으로 사신단을 보내 주십사 상소를 올리는 것이었다.
책봉 고명은 청으로 간 사신이 돌아올 때까지 조정과 온 백성이 한마음으로 바라는 것이었고 전하께서도 함께 소원하다 보면 원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되지 않으실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더불어 막중한 임무를 띠지만, 청에 갔다가 자칫 억류된 전례가 적지 않아 다들 꺼리는 사신단의 수장에 전하께서 마뜩지 않아 하시는 금평대군을 천거하니 흔쾌히 허락하시었다.
늘 대군으로 인해 마음을 놓지 못하셨으니, 고명을 받으면 다행이고 혹시 일이 잘못되어 대군이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 또한 전하께서 은근히 기뻐하실 만한 일이었다.
역시나 그 뒤로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원자를 보러 오시니, 혜빈의 야욕도 꺾고 전하의 의심도 불식시킬 수 있는 일거양득의 혜안인 줄로만 알았다.
한데 그렇게 떠난 사신단이 청에 도착할 즈음인 섣달그믐의 초저녁, 원자가 갑자기 신열을 앓기 시작했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온몸이 펄펄 끓으니 중궁전이 발칵 뒤집혔다.
어의도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일단 열을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차도는커녕 울다 못해 경기까지 하기를 수차례로, 중전은 잔뜩 겁에 질렸다.
그래서 전하께 기별을 넣었는데, 아무리 사람을 보내도 오시질 않았다.
혜빈의 처소에 계시다 하여 열 번 넘게 기별을 했지만, 번번이 이내 오신다는 연락만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옥 같은 밤이 샐 때쯤 밤새 계속되던 원자의 울음이 그쳤다. 더불어 작고 가는 숨도 멎고 말았다.
고작 하룻밤 새에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인지. 상궁 나인들이 모두 다 엎드려 통곡을 하는데, 중전은 눈물도 나오지 않아 넋을 잃고 앉아만 있었다.
뒤늦게 달려온 전하께서 어린 몸을 흔들며 울부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고작 올 초의 일이었다.
그 밤에 대한 언급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일종의 금기와 같은 것으로 결코 이렇게 함부로 마음을 풀어라 마라, 좋다 아니다 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한데 이제는 그 밤에 대해 잊지 못한 그녀를 도리어 탓하다니.
“고뿔에 걸린 인성군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비를 찾으며 칭얼대니, 쉬이 올 수가 없었소.
원자는 그보다 어려서 아비를 알아보지 못하니, 아비를 알아보고 찾는 자식 곁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
원자는 어의와 중전이 어련히 알아서 잘 돌보리라 생각하였고. 그 어린것이 그리 안타까이 갈 줄 알았다면 짐이 어찌 오지 않았겠소?”
지금껏 몇 번이나 들어 왔던 변명이 다시 이어졌다. 중전은 신물이 넘어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원자가 내의원에서 올린 탕제를 마시고 신열이 오른 것이라는 의심도 이젠 버리시오. 조사를 그렇게 해도 아무 증좌도 나오지 않았잖소.”
혜빈의 소생인 군도 밤새 앓았다고는 하지만, 그 밤에 혜빈 처소로 심부름을 보냈던 상궁은 문밖으로 흘러나오는 아이의 웃음소리를 분명히 들었다고 했다.
혜빈이 군 핑계를 대며 일부러 전하를 붙들어 두었던 것이다.
그것이 증좌였다. 원자가 겨우 몇 시진 사이에 유명을 달리하는 것을 전하께서 지켜보셨다면 그대로 넘기지 않으실 걸 알고 그를 막으려 했던 것이리라.
이 나라의 원자가 하룻밤 사이 유명을 달리하였는데, 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유야무야 지나갔다.
심지어 죽은 원자에게 피를 나눠 주신 전하조차 저를 믿어 주지 않았으니 무엇을 더 바랄까.
그래서 중전은 결심했다. 다시 원자를 낳는다면 혜빈은 물론 전하도 오래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것이 원자가 죽은 이후로 이를 악물고 되새기는 각오였다.
그러니 그깟 대답이 무에 어려울까.
“서운한 것 없습니다. 그저 회임하여 신경이 무던해진 것뿐이겠지요.”
“그럴 수도 있겠군. 아니면 짐이 무척 민망하여 그리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하여간 중전도 다행히 다시 회임하였으니, 이번에도 원자를 낳으시오. 그러면 슬픔도 모두 걷힐 것이 아니오?”
“예.”
“금평이 청에 고명을 받으러 간 것이 헛수고가 되었다 하나, 중전이 또 원자를 낳는다면 그깟 사신단을 열 번은 보내지 못하겠소. 그러니, 원자만 낳으시오.”
한껏 희망적으로 말하는 주상과 달리 중전의 시선은 한층 아래로 내려앉았다.
자신이 한낱 개나 고양이 같은 짐승도 아니고 자식을 또 낳았다 하여 죽은 자식이 잊힐 리가.
전하께서는 굳이 제가 아니라도 혜빈에게 얻은 군이 있으니 죽은 자식쯤이야 쉬이 잊으셨는지 모르지만, 자신은 달랐다.
내려앉은 중전의 눈에 서린 슬픔 위로 단단한 각오가 새겨졌다.
물론 원자를 낳을 것이다. 앞으로 딱 한 번만 더. 그리하여 그 원자가 보위에 오르는 날, 그날에야말로 죽은 원자를 위해 흘리지 못한 피눈물을 갚아 주고야 말 것이다.
“그럴 것입니다.”
대답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다짐임을 모르는 주상은 안도하는 낯꽃을 보였다.
“그래, 그래야지. 안으로는 국본을 제대로 세우고 밖으로는 전쟁으로 비워진 국고를 채우고 나면 무슨 근심거리가 있겠소.”
“그러지 않아도 전하께서 국고 문제로 심려가 크시니, 제가 생각해 둔 바가 있습니다.”
“그렇소? 무엇이오?”
원자를 잃은 이후로 대답 외에는 여간해서 먼저 말을 건네지 않던 중전이 화제를 꺼내니, 주상은 간이라도 빼 줄 기세였다.
“연이은 국상으로 전하의 하나뿐인 아우님이 혼기를 놓치지 않았습니까? 이제 가례를 올려야지요.”
그 말에 주상의 낯빛이 흐려졌다.
모후께서 일찍 승하하신 뒤 입궐한 선왕의 계비께서 얼마 안 있어 생산하신 이가 금평대군이다.
주상과 연치 차이도 별로 나지 않아 어릴 적부터 누구나 비교하며 보게 되니, 대군이 월등히 빼어났다.
자연히 이복 아우를 시기하던 주상은 대군의 이야기만 나와도 낯빛이 변하곤 했고 지금도 다르지 않았다.
뜬금없이 화제를 건너뛰는 것으로 보일 텐데도 아무런 의아함도 내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렇지…….”
고개를 주억거리는 표정이 떨떠름한 연유는 대군이 세도가의 집안에 장가들어 뒷배를 불릴까 저어하는 속내 때문이다.
애초에 대군의 짝이었던 인경 자신을 계비로 삼은 의도도 그에 있었고.
선왕께서는 대군의 배필로 좌의정의 질녀이자, 이조 판서의 여식인 인경 자신을 꼽아 두셨다.
간택령까지는 아니어도 당시 중전마마께서 여러 처자를 궁으로 불러 보신 뒤에 저를 낙점하셨던 것이다.
한데, 선왕께서 갑자기 자리보전을 하셨고 달포를 넘기지 못하고 승하하시었다. 가례는 꼼짝없이 삼년상 뒤로 미뤄졌다.
3년 뒤, 이제 드디어 부부인이 되는가 싶었지만 보위에 오르신 주상의 정비께서 산고 끝에 졸하시니, 대비께서 또다시 1년을 기다리자 하셨다. 금평대군의 모후께서 하신 말씀이기에 그 또한 따랐다.
한데 그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중전 간택령이 내려졌고 어찌 된 일인지 아버님께서 제 사주단자를 궁으로 보내셨다.
정혼한 상대인 대군을 수릿날이나 격구 대회에서 여러 번 지켜보니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잘난 사내라.
오랫동안 연심을 키워 오던 인경은 기가 막혔지만, 아버님께서는 그저 어쩔 수 없다고 따르라고만 하셨다.
이윽고 삼간택까지 올라간 자신을 보신 대비께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셨다.
저를 대군의 부인으로 낙점하실 적에 조선의 혼인 안 한 처자들 가운데 최고의 규수로 뽑았으니, 자신을 중전으로 낙점할 수도 아니 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군과 혼담이 있었음에도 이조 판서가 중전 간택령에 사주단자를 보낸 것은 주상과 모종의 합의가 있어서였다는 것을 간파한 대비는 인경을 중전으로 낙점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 또한 계비였기에 승하하신 정비의 태생인 주상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미 삼간택에 오른 이상 중전이 아니면 후궁에 머물러야 하니, 대군의 부부인이 될 길은 어차피 요원하기도 했고 말이다.
인경은 그 모든 것이 더러운 정치의 음모인 줄을, 자신이 중전의 자리에 오르고 난 후 아버님의 반대파인 동인이 모두 사사되거나 유배를 간 뒤에야 눈치를 챘다.
왕은 대군에게서 든든한 처가를 빼앗아 왕권을 안정시킴과 동시에 아버님은 상대 파를 견제하는 이득을 취한 것이다.
그 와중에 희생된 것은 오직 자신뿐이었다.
그렇게 자신과 인연이 끊어진 대군의 가례를 챙겨야 할 대비께서도 그 직후 졸하셨으니, 약관이 훨씬 지난 대군의 혼처를 찾아 주어야 할 이는 이제 대궐의 안주인인 중전 자신뿐이었다.
기구하다면 기구한 일이다.
종친이나 대신들에게서 종종 말이 나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전하도 언급치 않으시고 중전 자신도 달갑지 않아 여태껏 미뤄 오던 일이지만, 이제는 해결해야 할 성싶었다.
물론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도구였지만.
“100만 냥이면 국고가 좀 채워지겠습니까?”
중전의 말에 그제야 다시 화제가 바뀌었음을 깨달은 주상은 그 금액에 먼저 놀랐다.
전쟁 전에는 조정의 한 해 수입이 700만 냥에 달하였으나 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금은 조세가 잘 걷히지 않아 200만 냥에도 미치지 못하는 터로, 100만 냥이 더해지면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된다.
“응? 그런 재물이 대체 어디서 난단 말이오?”
“대군의 지참금으로 받을 것입니다.”
모두 연결되는 얘기였던가? 하지만…….
“가례 시에 주고받는 지참금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리 큰 금액을 내놓을 양반이 누가 있지?”
사람이 없어서 근심이라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의 지참금을 내놓을 양반이라면 어마어마한 세도가이니 그것이 꺼려진다는 말이다.
금평에게 든든한 처가를 만들어 줄 생각은 꿈에도 해 본 적 없었다. 지금의 중전을 대군으로부터 빼앗은 이유가 뭐였던가.
중전의 아비가 이판이고 큰아비가 서인의 거두인 좌의정으로, 마음만 먹는다면 임금을 갈아치우고도 남을 작자들이었다.
그것을 간신히 무마하였는데, 또다시라고? 그럴 수야 없지.
주상은 못마땅하게 입술을 오므렸다. 생각해 둔 바가 있다 하더니 속 모르는 소리구먼. 석강에나 갈까?
“양반이 아닙니다.”
엉덩이를 들썩이려던 주상이 그대로 멈추었다. 순식간에 얼빠진 표정이 된 그를 넘겨다보는 중전의 눈에 묘한 기운이 스쳐 갔다.
“조선의 내로라하는 상단의 자금이 200만 냥이 넘는다 들었습니다. 100만 냥이면 그 반절이지요.”
상단을 운영하는 이라면 중인이나 상민이다. 주상의 눈이 커지더니 이내 말을 더듬거렸다.
“설마, 지금 대군에게 낙혼(落婚)을 시키자는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