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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정령사 1권(25화)
9 장 사천당문(2)


저문 날 못 가엔 연꽃 지는 소리
창 옆엔 댓잎도 가을을 머금어라
같이 거닐 사람도 없는 것을
혼자서 거문고를 대하는 마음.

연못가에 다다랐을 때, 외로움 가득 담긴 시를 읊는 당예화의 옥 같은 목소리가 구슬피 들려왔다.
“아?”
그 시 읊는 소리를 들으며 화영은 가슴이 이상해져 오는 걸 느꼈다. 답답하다고 할까? 그 시에 담긴, 목소리에 담긴 외로움이 가슴에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이다.
‘이상한 기파로군. 차단하겠다.’
그 목소리와 뒤이어 들려오는 거문고 소리에 미세한 기운이 실려 있음을 알아채고 실프가 나서서 소리를 차단했다. 화영이 답답한 느낌을 받은 이유는 바로 당예화가 약간의 음공을 실어서 시를 읊었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음공의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화영이 그것을 알아챌 리는 만무했다.
“그게 무슨 시예요?”
실프가 도중에 차단하긴 했지만 시는 전부 들어 버린 화영이 그 느낌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당예화에게로 다가갔다.
화영이 있을 줄은 몰랐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짓는 당예화. 그러나 곧 준비된 말들을 풀어 놓았다.
“어머, 공자가 오신 줄도 모르고 부끄러운 연주 솜씨를 보였네요. 백낙천의 가을이라는 시랍니다.”
당연히 들어 본 적은 없었다. 그저 시가, 목소리가 너무 애틋해서 물어본 것이지 별 뜻은 없던 것이다. 대답은 들었지만 전혀 아는 바가 없자 화영은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다.
“경치가 참 좋죠? 제 방 근처이기도 하고, 경치도 좋고 해서 저도 자주 오는 곳이랍니다.”
당예화의 고개가 연못 쪽으로 돌아갔다. 물론 눈만 연못을 향했을 뿐, 머리 굴리느라 정신없었지만.
“아……! 정말 멋지네요.”
확실히 당문에서 신경 써서 관리하는 연못인 만큼 상당히 운치가 있었다. 정자에서 퍼져 나간 불빛에 반짝이며 답하는 물결들과 그 위로 떠 있는 단아한 연꽃들. 그 예쁜 경치에 반한 화영이 넋을 놓고 있을 때, 여전히 연못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 당예화가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아까 그 시의 주제가 뭔지 아세요?”
“네?”
“외로움이에요. 그리고 제게 갑자기 그런 외로움을 느끼게 한 건…… 공자님이세요.”
화영은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린가 놀라서 쳐다봤지만 당예화는 여전히 연못을 주시하고 있었다.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홍조를 띤 얼굴과 비스듬한 각도, 정자 위에 걸린 불빛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황홀하게 만드는 이 치밀하게 계산된 상황 속에서 정작 화영은 다소 엉뚱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근데 이 누나는 왜 얼굴이 빨개질 때마다 기가 움직일까? 특이한 체질인 건가?’
특수한 무공을 이용해 표정과 안색을 바꾼다 해도 마나와 기의 유동에 극도로 민감한 화영에겐 안 통하는 것이다. 상황 연출을 위한 그녀의 노력은 도리어 독이 되어 돌아왔다.
“저, 공자님을 좋아하게 됐나 봐요.”
“에, 에엣?”
당예화로서는 나름대로 포석을 깔았다고 생각했지만 화영에겐 너무 갑작스런 일이었다.
화영이 떠날 때까진 아직 여유가 조금 있으니 며칠 더 시간을 가지고 준비를 한 다음 말을 꺼냈으면 좋았을 터이나 원래 포석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자신이 운만 띄우면 발아래 둘 수 있지 않겠냐고 자신하던 당예화였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것은 그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저, 저기, 저는…….”
“공자!”
화영이 뭐라 말하기 전에 몸을 휙 돌린 당예화는 두 손을 모으고 애절한 눈빛으로 화영에게 감정을 호소했다. 그 모습에 더더욱 당황하는 화영. 아무리 남궁성아가 마음에 있다지만 그에 못지않게 예쁜 당예화가 아주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수줍게 고백해 오는데 떨리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첫사랑의 애틋함이란 게 쉽게 가시는 것이던가?
남궁성아를 향한 그리움과 복잡 미묘한 감정은 당예화의 애정공세를 어렵사리 뿌리쳐 냈다.
“죄송해요. 전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화영은 당예화에게 허리 숙여 사과했다.
그 모습에 당예화의 얼굴이 표독스럽게 변했다. 물론 화영이 자길 보지 못하는 동안만.
다른 것 때문도 아니고 이미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서라니? 이렇게 미를 비롯해 문과 무까지 겸비한 자신이 고백을 했는데 거절하는 이유가 다른 여자 때문이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용서할 수 없었다.
“그게 누구죠? 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질투와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당예화는 다소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속으로 어디 사는 누군지만 알면 사람을 시켜서, 아니 자신이 직접 한 줌의 혈수로 만들어 버리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나, 남궁성아라고…….”
“……!”
당예화의 눈에서 큰 불꽃이 일었다. 같은 나이에, 같은 무림사미로 불리우면서 은연중에 의식하던 차였는데 그녀에게 밀렸다는 생각이 들자 작지 않은 충격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궁성아!’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쥔 당예화는 아픈 줄도 모르고 주먹에 힘을 더해 갔다. 그러나 속내와 다르게 말투와 표정은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그녀는 확실히 좋은 여자죠. 하지만 저도 화영 공자를 포기할 마음은 없답니다. 그러니 안 된다고 단정 짓지만 말아 주셔요.”
“그런…….”
“밤이 늦었네요. 소녀는 이만 들어가 보겠사옵니다. 내일 뵈어요.”
“아, 네.”
화영이 답을 내릴 시간도 주지 않고 당예화는 몸을 돌려 떠나 버렸다. 홀로 남아 난감해 하는 화영. 머리만 긁적이고 있을 때 실프가 나타나서 한마디 거들었다.
‘이상한 아이로군.’
“그렇지?”
기실 화영이 말하는 이상함과 실프가 말하는 이상함은 달랐지만 실프는 더 이상 뭐라 말하지 않았다. 화영의 곁을 한 점 바람으로 맴돌던 실프였기에 당예화의 이상한 모습을 전부 본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사람을 대신 판단해 줄 수 없는 일이기에 묵묵히 보고 있기만 했다.
그렇게 당문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다.
밤새 당예화의 시중을 들던 시비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공자, 기침하셨습니까?”
당예화는 날이 밝자 시비들을 시켜 화영을 시중들게 한 후 적당한 시간에 맞춰 문밖으로 찾아왔다.
“예, 나가요.”
씻는 데까지 따라 들어오려는 시비들을 간신히 말려 내보낸 화영이지만 당예화가 식사시간에 맞춰 찾아올 거라는 말은 전해 들었기에 곧장 밖으로 나갔다.
얼마 걷지 않아 도착한 식당. 하지만 사람이라곤 자신과 당예화, 둘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요?”
“아버님과 다른 어른들은 따로 하실 이야기가 있다 하시어 먼저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셨습니다.”
물론 거짓이었다. 무림인들은 몇 겹으로 쌓인 진법 저 너머에서 애타게 화영을 찾는 중이었고 당천기는 그런 그들을 겨우 제어하는 중이었다. 화영의 숙소를 이곳으로 정할 때부터 계획된 일이다.
식사하는 내내 시시껄렁한 잡담만 조금 오갔을 뿐, 어제의 일이나 중요한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식사가 거의 끝나갈 쯤에 당예화가 당문의 곳곳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했을 뿐이다.
“이곳은 당문의 독을 제조하는 곳입니다. 비전의 독은 특수한 장소에서 따로 제조하지만 그 독들은 거의 사용하는 일이 드물고, 당가의 인물이 강호에서 사용하는 독들은 대부분 이곳의 독들이죠. 종류가 수백 가지나 된답니다. 사실 외인에게 보이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제가 아버님께 청을 드려 특별히 허락을 받았어요.”
식사를 마치고 당예화가 화영을 데려간 곳은 당문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독을 생산하는 커다란 전각이었다. 사방이 진법이고 기관이었지만 당예화의 명으로 오늘 하루만 모두 해제된 상태였기에 어렵지 않게 진입할 수 있었다.
당예화가 입구의 기관을 해제하고 문을 열자 뒤따라간 화영의 코끝으로 매캐한 독향이 스며들었다.
“읍!”
건물의 초입이라 그리 강한 독향은 아니었지만 잠시 어질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화영이 비틀대자 즉시 바람의 막을 치는 실프.
다행히 약한 독이라 속성삼재심법상의 내공과 전신에 가득한 마나가 정화해 냈지만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아, 약한 독이지만 축적되면 몸에 안 좋으니 이걸 쓰세요. 저희 당문에서 만들어 낸 방독면이라는 것인데 호흡하는 부분에 특수한 처리를 해 놓아서 청량한 느낌만 들 뿐, 독향을 맡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답니다.”
화영의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지 못한 당예화는 한쪽 벽면을 살피더니 괴상한 가면을 찾아 꺼냈다. 숨을 참고 냉큼 방독면을 받아 쓰는 화영. 하지만 당예화는 방독면도 쓰지 않았다.
“혹시 방독면이 하나뿐인가요?”
만약 그래서 안 쓰는 거라면 그녀에게 양보할 생각으로 화영이 물었다.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 다만 그녀는 쓸 필요가 없을 뿐이다.
“후훗, 걱정해 주시는 건가요? 괜찮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편법과 함께 독을 익혔기 때문에 이 정도 독향으론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답니다.”
화영의 걱정을 관심으로 받아들인 당예화는 피식 웃으며 기분 좋게 더 나아갔다.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전각은 정말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수천 마리의 독충을 키우는 곳도 있었고 몇 가지 자주 사용되는 독을 대량으로 만드는 곳도, 까다로운 독을 소량으로 조심스레 정제하는 곳도 한두 곳이 아니었다.
난생처음 보는 독 제조 현장에, 그리고 그 방대한 크기에 방독면 안에서 입을 쩍 벌리고 따라가던 화영은 어느새 전각의 끝에 다다랐음을 알고 아쉬운 눈길로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당문의 독 제조 공간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공자님, 이리로.”
“지하실?”
전각의 끝에서 당예화가 화영을 이끈 곳은 지하로 향하는 비밀통로였다. 뭔가 더 있다는 생각에 잔뜩 기대한 화영은 서둘러 그녀를 좇아 내려갔다.
“와아.”
지하는 생각보다 넓었다. 아니, 거의 지상의 공간에 필적할 정도로 넓었다. 독을 만드는 사람들의 옷도 위층과는 달라서 여기가 비전의 독을 만드는 장소가 아닐까 생각했다.
“여기가 그 비전의 독을 만든다는 곳인가요?”
“아니오. 그곳은 저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비밀리에 만들어져 있답니다. 그 위치를 아는 것도 가주를 비롯한 몇 명에 국한되지요. 이곳은 조금 특수한 독이나 암기를 만들고, 연구하는 곳이랍니다.”
과연, 저 멀리서 망치질하는 소리와 동물의 구슬픈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서 살피던 중, 솥에 무언가를 끓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독을 끓이기도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잠시 시선을 두자 당예화가 그리로 가서 화영에게 손짓했다.
“좀 더 가까이 오셔서 구경하셔요.”
“음, 이건 뭐예요?”
“온갖 독충과 독초, 그리고 만들어 둔 몇 가지 독을 섞어 끓여 내는 것이랍니다. 보통 열일곱 시진 정도 끓여 내는데 끓이고 나면 넣었던 재료의 1할도 안 되는 양의 극독이 만들어지지요. 아, 마침 다 끓였나 봅니다.”
치지지직.
솥을 지키던 자가 뚜껑을 열자 솥 안에 있던 독기운이 천장을 녹여 갔다.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라 완전히 녹아내리진 않았지만 조금은 녹아 형태가 변해 있었다.
독기운이 어느 정도 빠지자 독을 만들던 자는 긴 은 막대를 꺼내 독액 속에 푹 찔러 넣었다. 속으로 셋을 셀 정도의 짧은 시간. 그러나 꺼내진 은 막대는 반쯤 사라져 있었다.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내. 이번엔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국자를 꺼내서 독액을 조금 떴다.
“찌이익!”
독액을 준비된 상자 안에 뿌리자, 쥐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한 줌의 혈수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 놀라운 광경에 화영이 말을 잃고 서 있는 동안 사내는 솥을 통째로 움직여 화영의 앞에 있는 작은 상자에 천천히 들이부었다.
“엇!”
치지직!
실수였다. 비록 여자의 몸이나 소가주인 당문위보다도 가주의 사랑을 받는 당예화가 지켜본다는 사실에 긴장한 사내가 힘 조절을 하지 못하고 그만 솥의 독을 확 부은 탓에 솥 안에 있던 독이 화영에게로 튄 것이다.
다행히 독은 방독면이 막아 얼굴은 무사했지만 그렇다고 당예화의 분노를 피해 갈 순 없었다.
“이놈!”
허리띠처럼 매여 있던 그녀의 편(鞭)이 구름 위를 노니는 용과 같이 고고하게 날아서 사내의 숨을 단박에 끊어 놓았다.
“공자, 괜찮으셔요?”
쓰러진 화영을 흔들어 깨워 보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황급히 방독면을 벗겨 보자 파랗게 변한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명백한 중독 현상.
화영이 들었던 바와 같이 대단한 무공을 지녔다면 내공으로 어떻게든 버텨 냈겠지만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당예화는 의심할 새도 없이 화영을 등에 업고 급히 약당으로 몸을 날렸다. 독의 제조는 이곳에서 하지만 해약은 대부분 약당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당예화가 화영을 업고 약당에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리자, 무림인들은 당천기의 혈을 모두 제압한 채 약당으로 몸을 날렸다.
혹여 당문에서 화영에게 허튼짓을 했을 경우 당천기를 인질로 협박하려는 의도였다.
“중독이라니, 감히 화영님께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파랗게 질린 화영의 입술을 보고 당문 다음 방문지로 예정된 청성파의 고수, 장부현이 폭갈을 내질렀다.
“사, 사고였습니다.”
서슬 퍼런 장부현의 눈빛에 압도된 당예화는 뱀 앞에 선 개구리처럼 변명할 생각도 못하고 머리를 조아릴 뿐이었다.
“화영님과 우리를 진법으로 갈라놓고 그사이 화영님을 중독시켜서 돌아왔는데 사고라고? 그걸 지금 우리더러 믿으라는 것이냐? 우리가 가만히 있었던 건 진법 따위가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오대세가의 일원인 너희 당문을 믿어서였다. 그런데 이따위 짓을 해? 만일 화영님에게 이상이 생긴다면 당문은 큰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장부현은 그러면서 제압된 당천기의 목을 세게 틀어쥐었다. 허튼짓을 하면 목을 꺾어 버리겠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그의 숨 막히는 살기에 몸을 떨면서, 약당을 맡고 있는 당자기는 조심스레 화영의 맥을 짚었다. 그리고 고수다운 빠른 손놀림으로 몇 군데의 혈을 짚고 단약을 꺼내 먹였다.
잠시 후, 화영의 안색이 돌아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당자기는 식은땀을 닦으면서 무림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독향과 극독에 일부 중독된 것이나 모두 해독되었습니다.”
“다행이군. 이제 어찌 된 일인지 설명해 보실까?”
해독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장부현 등의 화는 아직 풀린 게 아니었다. 해독은 되었어도 만일 허튼짓을 했던 거라면 당천기의 목을 비틀어 버릴 참이었다.
장부현이 앞장서서 해명을 요구하자 그의 박력에 압도된 당예화는 쭈뼛쭈뼛 변을 늘어놓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때, 그녀의 말을 자르고 나선 이가 있었다.
“그것이…….”
“한데, 이 아이가 여러분께서 말씀하시던 분이 맞습니까?”
“어디서 말을 함부로 하느냐!”
화영을 아이라 칭하자 발끈한 장부현이 당천기의 목을 더 세게 움켜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기,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여…….”
“뭐가 말이냐?”
장부현이 연방 내뿜는 섬뜩한 살기에 주눅이 든 당자기는 개미 기어가는 소리로 말했지만 다행히 그가 관심을 보였다.
“제가 들은 이야기대로라면 이 아이가 대단한 경지에 오른 고수인데…….”
“고수인데?”
모두가 추임새에 가까운 물음을 던지며 당자기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제가 진맥하면서 느낀 바로는 이 아이가 가진 내공이 고작 반 갑자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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