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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제1장 노루
그날, 칠아는 간지럽다고 뒹구는 오아를 보았다.
하얀 몸의 오아는 붉은 비단으로 눈을 가린 채 어르신에게 안겨 있었다. 입을 벌리고 크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평소와 많이 달랐다.
‘나도 노루랑 놀 때 저렇게 웃을까? 아니, 나는 저렇지 않을 거야.’
칠아는 노루와 장난치며 웃는 제 모습을 떠올렸다.
말랑한 부분이라곤 혀밖에 없는 노루의 단단한 몸. 그의 몸에 기대 서로를 쿡쿡 찌르고 간질이며 노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찌르르 떨렸다.
주인 어르신은 무릎으로 선 채 오아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었다. 그 자세를 편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조금 부러웠다.
두툼한 솜이불을 깔아 놓았으니 무릎 까질 일이 없겠지?
그렇지만 부러운 것은 깨끗한 이불뿐. 그 위에서 서로를 더듬으며 간질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얼굴이 절로 찡그려졌다. 함께 있는 게 어울리지 않는 다른 신분이기에 보고 있기 껄끄러웠다.
“하아……. 어르신, 그만요. 더는 못 참겠습니다.”
오아의 목소리가 칠아의 귀에 파고들었다. 주인 어르신이 저를 만지는 것도 아닌데 온몸이 간질간질했다. 칠아는 바짝 힘이 들어간 아랫배를 문지르며 방 안을 계속 엿보았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별채에서 어르신이 벌이는 일을 볼 때마다 기분이 나쁜데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신기하지도, 궁금하지도 않은데 야릇한 웃음소리가 들리니 자꾸만 엿보게 되었다. 주인 어르신에게 안기고 싶은 게 아닌데도 보고 싶었다.
노루. 그저 내 노루를 위해서였다.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잘 보고 기억했다가 그와 즐기고 싶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노루한테 가 볼까? 아니다. 지금 없겠구나. 산에서 아직 안 내려왔을 거야.’
빨리 산막에 가고 싶어 애가 탔다. 노루에게 온몸 구석구석을 집요하게 간질이고 주물러 달라 하고 싶었다.
칠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두 사람의 모습을 자세히 보았다. 어르신이 어디를 건드렸을 때, 오아가 자지러지는지, 어떻게 해야 어르신의 주름진 얼굴이 웃음으로 가득 차는지 머릿속에 담아 본 대로 해 볼 참이었다.
나를 왜 하필 지금 부르신 걸까.
그녀는 씻어 말린 요강을 들고 있었다. 어르신이 이맘때쯤 별채 방에 요강을 가져다 놓으라고 해서 온 것이었다.
마치 보여 주고 싶어 일부러 부른 것처럼 절묘했다.
별채는 주인 어르신의 은밀한 공간이었다. 평소에는 아무도 드나들지 못했다. 높으신 분을 초대해 기녀들과 어울리거나 여인들을 취할 때에나 문이 열리곤 했다.
그런 별채에 칠아는 요즘 들어 자주 드나들었다. 출입조차 깐깐하게 통제되는 곳에 심부름꾼으로 불려 다니게 것이다.
칠아는 어르신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만약, 언젠가 별채에 불려가 어르신과 단둘이 있어야 한다면 노루와 함께 먼 곳으로 도망갈 계획이었다.
어느 마을로 가서 숨어 살아야 하나 생각하는데, 오아의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안을 보니 어르신이 그녀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흐응, 주인님. 그만 하셔요. 소녀는 옆구리가 약한 거 아시지 않습니까.”
오아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앙탈을 부리자 어르신이 오아의 뺨을 꼬집어 당겼다. 하얀 얼굴에 붉은 손자국이 선명했다.
그녀의 웃는 얼굴, 장난스러운 목소리는 익숙했다. 하지만 주인 어르신의 미소 띤 얼굴, 누군가를 보는 뜨거운 눈빛은 몇 번을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노루의 사내답고 잘생긴 얼굴과 어르신의 기름기 많은 주름진 얼굴은 너무도 달랐으니까.
저런 시선을 마주하게 되면 어떤 느낌일지 조금, 정말로 아주 조금 궁금하기는 했지만, 진짜로 어르신이 제 뺨을 꼬집으며 웃는다고 상상하면 소름이 끼쳤다.
‘언니는 싫지도 않은가 봐. 으, 이해 안 돼.’
오아는 어르신이 별채로 부르실 때마다 신이 나서 갔다. 진짜 사내로서 좋아하는 건지 시시덕거리며 노는 게 게 좋은 건지, 그것도 아니면 첩이 되고 싶어 아양을 떠는 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아무튼 요즘, 그녀는 별채에 거의 매일 불려갔다가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돌아왔다.
한두 번도 아니고 대낮에 자꾸 자리를 비우면 주인마님이 노하실 텐데, 그냥 둬도 괜찮을까?
뭐든 과하면 탈이 날 텐데. 불안해.
무엇보다 오아의 배 속에 아기씨가 생기면 어쩌나, 그게 제일 걱정되었다. 별채에 매일 불려가서 놀던 삼아도 그렇게 되었으니.
지난해 삼아의 배 속에 어르신의 아기씨가 생겼다. 언니는 감격스러워했지만, 마님은 천한 피가 섞인 아이가 태어나는 건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마님은 결국 그녀를 멍석에 말았다. 위아래로 붉은 피를 쏟아 낼 때까지 매질하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삼아의 긴 머리카락까지 몽땅 잘라 버렸다.
삼아는 그렇게 죽었고, 사아는 병에 걸려 어딘가로 보내졌다. 그 후로 오아가 별채에 불려가게 된 것이다.
어르신이 오아의 배꼽을 쿡쿡 찌를 때마다 오아가 몸을 비비 꼬았다. 그녀는 달뜬 얼굴을 하고 거침없이 크게 웃었다. 칠아는 참지 않고 맘껏 소리 낼 수 있는 오아가 부러웠다.
“주인님, 소녀 숨넘어가겠습니다. 그만요. 간지러워 죽겠습니다.”
칠아와 노루는 뒷산에 있는 산막에서 몰래 만났다. 몇 해 전 외지인들이 숨어들어 자결한 곳이었다. 그 후에도 이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가 몇 명 더 있기에 마을 사람들은 무섭다며 산막 근처조차 지나다니지 않았다.
그럼에도 칠아는 혹시 누가 지나가기라도 할까 봐 입을 꾹 다물어야 했다.
노루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도, 얼마나 좋은지 표현하고 싶어도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산막에서 들리는 건 입 맞출 때 입술이 닿으며 나는 질척거리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뿐.
둘이 마음껏 뒹굴 수 있는 깨끗한 방과 두툼하게 깔린 솜이불이 너무나도 탐났다.
칠아는 깨끗하고 넓은 방에서 노루와 시간 보내는 꿈을 자주 꾸었다. 입을 틀어막지 않아도 되는 넓은 방, 엎드려도 무릎이 아프지 않은 푹신한 이불은 꿈에서만 허락된 것이었다.
“간지러워요, 어르신, 하하하…….”
남녀가 즐겁게 어울리는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려니 입술이 말라 갔다. 혀 밑에 잔뜩 고인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고, 괴로울 정도로 목이 타들어 갔다.
“주인님, 소녀가 그리 좋으십니까?”
반쯤 풀린 눈빛만큼이나 오아의 말투도 평소와 전혀 달랐다. 교태 어린 목소리로 앙탈 부리는 모습이 그녀답지 않았다. 어르신은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거뭇한 손으로 오아의 하얀 목을 간지럽히듯 쓸어내렸다.
‘으, 진짜 간지럽긴 하겠네.’
오아는 어르신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유혹하려는 듯 하얀 목선을 드러내려 했다. 어르신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웃으며 목을 뒤로 젖히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럼, 좋다마다. 내가 요즘 너랑 노는 재미로 사는 것을 알지 않느냐?”
“그러셔요? 주인님, 소녀도 주인님을 간질이게 허락해 주셔요. 어디가 예민하신지 알고 있으니 주인님을 웃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아야, 그런데 말이다. 내가 삼아를 데리고 노는 걸 네가 엿본 적이 있지 않으냐?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느냐?”
“삼아 언니가 부러웠답니다. 주인님. 더 빨리 좀요. 이년 몸이 근질거려 죽겠습니다. 어서 괴롭혀 주시어요.”
어르신은 예뻐 죽겠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오아의 요구대로 등허리를 손바닥으로 쓸어올렸다. 오아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더 크게 앓는 소리를 냈다.
“주인님이랑 있는 게 참말 좋습니다. 이제 소녀가 해도 되지요?”
“하아, 오아야, 역시 너를 데리고 노는 게 최고구나. 내가 너 때문에 요즘 기녀를 품어도 재미가 없어.”
“참말이시죠?”
“그것들이 아무리 교태를 부리면 뭘 하겠느냐, 누군지도 모르는 놈들과 놀아났던 것들과 나밖에 모르는 네가 같을 수는 없지. 여태 그 어떤 년도 너처럼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장단 맞추질 못했다.”
어르신은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의 빠른 눈치를 칭찬했다. 그러고는 오아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무슨 말을 중얼거리자 오아가 더 크게 웃었다. 어르신의 더운 숨결이 제 목에 느껴지는 것 같아 칠아는 몸을 움찔 떨었다.
칠아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그만 주인 어르신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헉!”
놀란 칠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날, 칠아는 간지럽다고 뒹구는 오아를 보았다.
하얀 몸의 오아는 붉은 비단으로 눈을 가린 채 어르신에게 안겨 있었다. 입을 벌리고 크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평소와 많이 달랐다.
‘나도 노루랑 놀 때 저렇게 웃을까? 아니, 나는 저렇지 않을 거야.’
칠아는 노루와 장난치며 웃는 제 모습을 떠올렸다.
말랑한 부분이라곤 혀밖에 없는 노루의 단단한 몸. 그의 몸에 기대 서로를 쿡쿡 찌르고 간질이며 노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찌르르 떨렸다.
주인 어르신은 무릎으로 선 채 오아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었다. 그 자세를 편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조금 부러웠다.
두툼한 솜이불을 깔아 놓았으니 무릎 까질 일이 없겠지?
그렇지만 부러운 것은 깨끗한 이불뿐. 그 위에서 서로를 더듬으며 간질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얼굴이 절로 찡그려졌다. 함께 있는 게 어울리지 않는 다른 신분이기에 보고 있기 껄끄러웠다.
“하아……. 어르신, 그만요. 더는 못 참겠습니다.”
오아의 목소리가 칠아의 귀에 파고들었다. 주인 어르신이 저를 만지는 것도 아닌데 온몸이 간질간질했다. 칠아는 바짝 힘이 들어간 아랫배를 문지르며 방 안을 계속 엿보았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별채에서 어르신이 벌이는 일을 볼 때마다 기분이 나쁜데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신기하지도, 궁금하지도 않은데 야릇한 웃음소리가 들리니 자꾸만 엿보게 되었다. 주인 어르신에게 안기고 싶은 게 아닌데도 보고 싶었다.
노루. 그저 내 노루를 위해서였다.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잘 보고 기억했다가 그와 즐기고 싶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노루한테 가 볼까? 아니다. 지금 없겠구나. 산에서 아직 안 내려왔을 거야.’
빨리 산막에 가고 싶어 애가 탔다. 노루에게 온몸 구석구석을 집요하게 간질이고 주물러 달라 하고 싶었다.
칠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두 사람의 모습을 자세히 보았다. 어르신이 어디를 건드렸을 때, 오아가 자지러지는지, 어떻게 해야 어르신의 주름진 얼굴이 웃음으로 가득 차는지 머릿속에 담아 본 대로 해 볼 참이었다.
나를 왜 하필 지금 부르신 걸까.
그녀는 씻어 말린 요강을 들고 있었다. 어르신이 이맘때쯤 별채 방에 요강을 가져다 놓으라고 해서 온 것이었다.
마치 보여 주고 싶어 일부러 부른 것처럼 절묘했다.
별채는 주인 어르신의 은밀한 공간이었다. 평소에는 아무도 드나들지 못했다. 높으신 분을 초대해 기녀들과 어울리거나 여인들을 취할 때에나 문이 열리곤 했다.
그런 별채에 칠아는 요즘 들어 자주 드나들었다. 출입조차 깐깐하게 통제되는 곳에 심부름꾼으로 불려 다니게 것이다.
칠아는 어르신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만약, 언젠가 별채에 불려가 어르신과 단둘이 있어야 한다면 노루와 함께 먼 곳으로 도망갈 계획이었다.
어느 마을로 가서 숨어 살아야 하나 생각하는데, 오아의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안을 보니 어르신이 그녀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흐응, 주인님. 그만 하셔요. 소녀는 옆구리가 약한 거 아시지 않습니까.”
오아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앙탈을 부리자 어르신이 오아의 뺨을 꼬집어 당겼다. 하얀 얼굴에 붉은 손자국이 선명했다.
그녀의 웃는 얼굴, 장난스러운 목소리는 익숙했다. 하지만 주인 어르신의 미소 띤 얼굴, 누군가를 보는 뜨거운 눈빛은 몇 번을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노루의 사내답고 잘생긴 얼굴과 어르신의 기름기 많은 주름진 얼굴은 너무도 달랐으니까.
저런 시선을 마주하게 되면 어떤 느낌일지 조금, 정말로 아주 조금 궁금하기는 했지만, 진짜로 어르신이 제 뺨을 꼬집으며 웃는다고 상상하면 소름이 끼쳤다.
‘언니는 싫지도 않은가 봐. 으, 이해 안 돼.’
오아는 어르신이 별채로 부르실 때마다 신이 나서 갔다. 진짜 사내로서 좋아하는 건지 시시덕거리며 노는 게 게 좋은 건지, 그것도 아니면 첩이 되고 싶어 아양을 떠는 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아무튼 요즘, 그녀는 별채에 거의 매일 불려갔다가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돌아왔다.
한두 번도 아니고 대낮에 자꾸 자리를 비우면 주인마님이 노하실 텐데, 그냥 둬도 괜찮을까?
뭐든 과하면 탈이 날 텐데. 불안해.
무엇보다 오아의 배 속에 아기씨가 생기면 어쩌나, 그게 제일 걱정되었다. 별채에 매일 불려가서 놀던 삼아도 그렇게 되었으니.
지난해 삼아의 배 속에 어르신의 아기씨가 생겼다. 언니는 감격스러워했지만, 마님은 천한 피가 섞인 아이가 태어나는 건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마님은 결국 그녀를 멍석에 말았다. 위아래로 붉은 피를 쏟아 낼 때까지 매질하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삼아의 긴 머리카락까지 몽땅 잘라 버렸다.
삼아는 그렇게 죽었고, 사아는 병에 걸려 어딘가로 보내졌다. 그 후로 오아가 별채에 불려가게 된 것이다.
어르신이 오아의 배꼽을 쿡쿡 찌를 때마다 오아가 몸을 비비 꼬았다. 그녀는 달뜬 얼굴을 하고 거침없이 크게 웃었다. 칠아는 참지 않고 맘껏 소리 낼 수 있는 오아가 부러웠다.
“주인님, 소녀 숨넘어가겠습니다. 그만요. 간지러워 죽겠습니다.”
칠아와 노루는 뒷산에 있는 산막에서 몰래 만났다. 몇 해 전 외지인들이 숨어들어 자결한 곳이었다. 그 후에도 이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가 몇 명 더 있기에 마을 사람들은 무섭다며 산막 근처조차 지나다니지 않았다.
그럼에도 칠아는 혹시 누가 지나가기라도 할까 봐 입을 꾹 다물어야 했다.
노루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도, 얼마나 좋은지 표현하고 싶어도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산막에서 들리는 건 입 맞출 때 입술이 닿으며 나는 질척거리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뿐.
둘이 마음껏 뒹굴 수 있는 깨끗한 방과 두툼하게 깔린 솜이불이 너무나도 탐났다.
칠아는 깨끗하고 넓은 방에서 노루와 시간 보내는 꿈을 자주 꾸었다. 입을 틀어막지 않아도 되는 넓은 방, 엎드려도 무릎이 아프지 않은 푹신한 이불은 꿈에서만 허락된 것이었다.
“간지러워요, 어르신, 하하하…….”
남녀가 즐겁게 어울리는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려니 입술이 말라 갔다. 혀 밑에 잔뜩 고인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고, 괴로울 정도로 목이 타들어 갔다.
“주인님, 소녀가 그리 좋으십니까?”
반쯤 풀린 눈빛만큼이나 오아의 말투도 평소와 전혀 달랐다. 교태 어린 목소리로 앙탈 부리는 모습이 그녀답지 않았다. 어르신은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거뭇한 손으로 오아의 하얀 목을 간지럽히듯 쓸어내렸다.
‘으, 진짜 간지럽긴 하겠네.’
오아는 어르신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유혹하려는 듯 하얀 목선을 드러내려 했다. 어르신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웃으며 목을 뒤로 젖히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럼, 좋다마다. 내가 요즘 너랑 노는 재미로 사는 것을 알지 않느냐?”
“그러셔요? 주인님, 소녀도 주인님을 간질이게 허락해 주셔요. 어디가 예민하신지 알고 있으니 주인님을 웃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아야, 그런데 말이다. 내가 삼아를 데리고 노는 걸 네가 엿본 적이 있지 않으냐?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느냐?”
“삼아 언니가 부러웠답니다. 주인님. 더 빨리 좀요. 이년 몸이 근질거려 죽겠습니다. 어서 괴롭혀 주시어요.”
어르신은 예뻐 죽겠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오아의 요구대로 등허리를 손바닥으로 쓸어올렸다. 오아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더 크게 앓는 소리를 냈다.
“주인님이랑 있는 게 참말 좋습니다. 이제 소녀가 해도 되지요?”
“하아, 오아야, 역시 너를 데리고 노는 게 최고구나. 내가 너 때문에 요즘 기녀를 품어도 재미가 없어.”
“참말이시죠?”
“그것들이 아무리 교태를 부리면 뭘 하겠느냐, 누군지도 모르는 놈들과 놀아났던 것들과 나밖에 모르는 네가 같을 수는 없지. 여태 그 어떤 년도 너처럼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장단 맞추질 못했다.”
어르신은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의 빠른 눈치를 칭찬했다. 그러고는 오아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무슨 말을 중얼거리자 오아가 더 크게 웃었다. 어르신의 더운 숨결이 제 목에 느껴지는 것 같아 칠아는 몸을 움찔 떨었다.
칠아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그만 주인 어르신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헉!”
놀란 칠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