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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프롤로그> 반응하다, 심장이





“훗!”

자신을 깊게 받아들이면서도 낯설고 두려운 것인지 그녀의 미간이 미세하게 구겨져 있었다. 지훈은 그녀의 구겨진 미간이 마음에 안 들어 엄지로 다림질하듯 매만졌다. 그러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아파?”

작게 고개를 흔들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 가희의 모습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철퍽.

더 가까이 몸을 붙이고 허리를 움직이자 살과 살이 부딪치며 야릇한 소리를 냈다. 앙다문 입술 사이로 얕은 신음을 뱉어 내는 가희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손안에 가득 차는 젖가슴은 지훈이 다가가는 만큼 출렁이며 흔들렸다. 붉어진 얼굴로 입술을 깨문 채 잘록한 허리를 비트는 가희 때문에 지훈은 압박감을 느꼈다.

“하, 정신 못 차리겠다.”

“으음.”

지훈은 상체를 숙이고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쪽쪽 소리가 날 정도로 가희의 입술을 핥고 빤 지훈은 혀를 집어넣었다.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혀가 어서 오라는 듯 마중을 나왔다. 지훈은 그녀의 혀를 감아올렸다가 풀어주고 다시 낚아채 핥았다. 물기를 머금은 야릇한 소리가 서로 엉킨 혀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하아…….”

지훈은 숨을 길게 내쉬고는 손을 들어 가희의 뺨을 감쌌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 오롯이 담겨 있는 자신이 보였다.

“아앙!”

지훈은 그녀를 번쩍 안아 일으켜 품에 안았다. 여린 여체가 가슴으로 쏙 안겨 들어와 심장을 두들기는 것 같았다.

“움직여 봐.”

“으응?”

당황한 빛이 역력한 가희의 표정을 보며 지훈은 짓궂게 웃어 보였다. 그러다 그녀의 뒷목을 잡고 끌어와 입을 맞췄다. 다른 손으로 젖무덤을 쥐고 조몰락거렸다.

“하앗, 지훈아…….”

“응, 나 여기 있어.”

지훈은 고개까지 끄덕여 가며 가희의 부름에 답했다. 그러다 가희의 젖무덤에 얼굴을 묻었다. 젖무덤의 정점을 입에 넣고 빨기 시작하자 가희가 가빠진 호흡으로 신음을 내뱉었다. 맞물린 아래가 더 흥건하게 젖어 드는 느낌이 나자 지훈은 가희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움직이는 게 어색하면 내가 할게.”

“아흑.”

지훈은 푹 찔러 넣듯 가희의 음부를 쳐올렸다. 그러면서 젖꼭지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비틀자 가희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앙앙, 거렸다. 출렁출렁 흔들리는 젖무덤만큼 지훈의 허리가 크게 움직였다.

“앙!”

허리 튕기는 것을 멈춘 지훈은 가희의 젖무덤에 다시 얼굴을 박고 젖꼭지를 게걸스럽게 빨아 댔다. 젖이라도 받아먹는 아이처럼 빨아 대다 혀로 젖꼭지를 길게 핥아 올렸다. 숨이 넘어갈 듯 헉헉거리는 가희의 숨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혔다.

“지훈, 앙, 지훈아…… 아, 아앙…….”

연신 헐떡거리는 가희를 올려다본 지훈은 입가에 개구진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입술을 찾아들었다. 질척질척 소리를 내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혀가 엉켜들었다.

고개를 비틀어 가며 탐하는 지훈의 입술은 집요했고 가희는 그것을 다 받아 주고 있었다. 감듯이 말렸던 가희의 혀가 스르륵 빠져나가려 하자 지훈은 그녀의 뒷머리를 그러쥐고는 입술을 더 붙였다.

“음!”

짧은 신음을 삼키는 가희의 입술을 엇갈리게 맞물고 지훈은 허리를 움직였다. 이렇게 빈틈없이 맞물린 순간의 가희 모습을 지훈은 눈에 담았다. 야하면서도 단아한 자신의 연인을 품을 수 있어 행복했다.

“아앙, 지훈아. 너무 깊어.”

지훈은 더 파고들지 못해 안달 난 표정을 짓다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네가 나를 품은 거야.”

“아앙.”

발갛게 물든 얼굴로 교성을 내뱉는 가희의 입술이 매혹적이었다.

쾅!

“미쳤어! 지금 뭐 하는 거야!”

“……!”

거칠게 열린 방문이 벽을 때리고 튕기는 순간 지영 누나의 외침이 둘을 갈라놓았다.

“아, 안 돼!”

품에서 가희가 떨어져 나간다고 느낀 순간 지훈은 잠에서 깼다. 천장을 가만히 노려보기만 하던 지훈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견디고 견디다 이제는 미치기 일보 직전인가 보다.

“하…….”

마른세수를 한 지훈은 앞머리를 길게 쓸어 넘기고는 침대를 벗어났다. 가로등 불빛이 새어 들어와 방 한곳을 비추고 있었다. 지훈은 커다란 창가로 다가가 유리에 이마를 댔다. 열이 나던 몸에 시원한 느낌이 전해지자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다.

“흐음.”

짙은 한숨을 뱉어 내자 유리에 서리가 끼듯 앞이 가려졌다. 지훈은 그것이 그동안 자신이 지나온 나날들 같아 눈을 질끈 감았다.



* * *



고등학생 2학년이 된 지훈의 어느 날.



“재혼……하신다고요?”

지훈은 멋쩍은 얼굴로 말하는 아버지를 보며 잠깐 얼이 빠졌다가 이내 피식 웃어 버렸다.

“축하드려요.”

“아빠, 재혼이라니…….”

자신과 달리 충격받은 지영을 보며 지훈은 가만히 팔을 잡았다. 눈살을 찌푸리는 지영에게 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말린다고 그만두실 분이 아니잖아, 라는 의미였다.

“이번 주말에 상견례를 하기로 했다. 약속 있으면 다음으로 미루고 참석하도록 해.”

“네, 그러죠.”

“아빠! 이건 너무 일방적인 통보…….”

“누나, 그만 나가자.”

지훈은 아버지에게 따지려는 누나 지영을 서재에서 끌고 나왔다.

“넌 황당하지 않아?”

“황당할 건 없고.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이 그렇게 애틋하게 산 건 아니잖아? 이 정도면 아버지도 많이 기다리신 거지.”

“너 무슨 말이 그래? 그러니깐 넌 재혼을 환영한다는 거야?”

“환영한다는 말을 한 적은 없어. 그냥 반대를 안 할 뿐이지.”

누나를 향해 어깨를 으쓱한 지훈은 그렇지 않느냐는 표정을 짓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그러자 지영이 계단 바로 앞에서 바락거렸다.

“야, 너 진짜 그렇게 밋밋하게 굴 거야?”

“누나 혼자 깽판을 놓든 난리를 치든 해. 난 상관 안 할 거야.”

“야, 서지훈.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어?”

가방을 메고 다시 계단을 내려온 지훈은 지영의 바로 앞에 섰다. 누나보다 키도 크면서 계단을 한 칸 덜 내려온 지훈은 두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고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누나가 죽을 때까지 아버지와 살 거야?”

“뭐?”

지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날선 목소리를 냈다.

“시집도 안 가고 아버지와 살 거냐고? 그게 아니면 그냥 입 닫고 있어.”

“야, 너…….”

“뭐?”

“키, 키도 크면서 왜 나보다 더 위에 있어!”

지훈은 지영의 어이없는 버럭에 피식 웃으며 누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서러우면 나보다 더 크든가.”



* * *



끼이익! 쿵!

사람들에 밀려 지하철 계단을 막 다 오른 지훈은 귀를 찢을 듯한 굉음에 고개를 돌렸다.

“아이 다친 거 아냐?”

“아!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상황으로 보아 차가 어린아이를 피하기 위해 급브레이크를 밟다 가드레일을 박은 것 같았다.

“우와앙!”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자 사고가 날 뻔했던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지훈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등을 돌렸다.

끼이이익! 쿠당탕.

돌아보지 않았지만 무엇인가가 차에 부딪쳤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까아악! 하는 여자의 비명 소리에 천천히 돌아서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보였다. 주위는 하얗게 변하고 사람들의 비명 소리는 웅웅거리며 귀에 와 닿지 않았다.

‘주, 죽었나 봐!’

지훈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 다행이다. 아이도 운전자도 무사해서.”

누군가의 말이 들리는 순간 주위의 풍경이 다시 돌아왔다,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리듯이.

“하아…….”

짙은 한숨을 내쉰 지훈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며 가라앉았다. 한동안 생각나지 않았던 일이었다.

“야, 서지훈!”

“윽!”

푸다닥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뒤에서 달려온 혜원이 목을 와락 끌어안자 지훈은 휘청하다 중심을 잡았다.

“넌 여자애가 왜 이리 선머슴 같아?”

“무슨 소리야? 이건 활달한 거지, 선머슴 같은 게 아니라고.”

“아, 네네.”

지훈은 손을 내저으며 혜원을 멀리 떼어 냈다. 그러나 혜원은 자석이라도 붙은 양 다시 찰싹 붙으며 눈을 깜빡였다.

“지훈아! 오늘 우리 영화 보러 갈까?”

“누구세요?”

눈을 동그랗게 뜬 지훈이 멀뚱한 얼굴로 이상한 사람 다 보네, 라는 투로 묻자 혜원이 등을 냅다 후려쳤다.

“야!”

철썩.

“윽.”

지훈은 화끈거리는 등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혜원을 째려봤다.

“넌 무슨 여자애가 손도 그렇게 맵냐?”

“야무진 거지.”

“아이고, 그러세요.”

지훈은 툭 떨어진 가방을 어깨에 삐딱하게 걸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갈 거지?”

“나 바빠.”

“뭐 하는데?”

혜원이 얼굴을 들이밀며 애원하듯 눈을 깜빡이자 지훈은 피식 웃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너 고2야. 공부 안 해?”

“너도 안 하잖아.”

“너랑 나랑은 다르지.”

“뭐가 다른데?”

“넌 죽어라 해 봤자 겨우 반 석차 조금 올리는 거지만 난 대충대충 해도 전교 상위권에 들어갈 수 있거든.”

“웃기고 있네. 그래서 지금은 밑바닥 인생이냐?”

“얘가 안 믿네.”

지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믿든지 말든지라는 표정을 짓자 혜원이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획 돌렸다.

“오늘도 열심히 졸아.”

“야!”

혜원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 버리고 다른 길로 방향을 틀자 그녀가 씩씩거리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지훈은 뒷걸음으로 걷다 손을 허공에 한 바퀴 빙 돌려 보이고는 돌아섰다. 그러자 앞에 걷고 있던 은열이 보였다.

“어이, 지훈. 이제 오냐?”

말없이 다가가 어깨에 팔을 툭 올리자 은열이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담배 남아 있지?”

“……어.”

은열이 떨떠름한 얼굴로 쳐다보는 것을 무시한 지훈은 늘 담배를 숨겨 두는 곳으로 걸어갔다.

학교 뒤편 수돗가 화단 안으로 들어간 지훈은 나무에 기대며 담배를 꺼내는 은열을 쳐다봤다.

“여기.”

“하…….”

지훈은 은열이 건네는 담배 한 개비를 받아 들고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학생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고 아침부터 학생주임 선생이 살피지 않는 유일한 곳이었다.

딱.

“훗!”

지훈은 인기척에 라이터를 훅 불어 꺼 버렸다.

“야, 왜…….”

“쉿!”

지훈은 라이터를 켜는 은열의 팔을 잡아 자신의 뒤로 확 밀치고는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왜 그래?”

은열이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묻는 것을 묵살한 지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곳 수돗가를 사용하는 학생들도 드물거니와 여학생이 이곳으로 오는 일은 거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여학생이 난감한 얼굴로 치마를 털며 수돗가로 다가오고 있었다. 짙은 색의 체크무늬 교복 치마였지만 갈색의 얼룩이 선명했다. 물을 틀어 치마에 물을 묻히는 여학생의 입술이 치아에 밟히며 일그러졌다.

“아, 끈적끈적해.”

탁탁 소리가 나게 치마의 물기를 털던 여학생이 고개를 드는 순간 지훈과 눈이 마주쳤다. 놀란 듯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는 얼굴이 하얗고 작았다. 살짝 벌어진 입술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 벌어진 채였다.

우리 학교에 저런 애가 있었나? 지훈은 여학생의 얼굴을 보는 순간 미간이 구겨졌다. 옅은 갈색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순간 심장을 누가 틀어쥐고 비트는 것처럼 통증이 일었다.

“가희야!”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여학생의 긴 생머리가 촤르르 소리를 내며 허공에 흩날리는 것 같았다.

“여기 있었어? 한참 찾았네.”

“그랬어?”

“응, 여기는 잘 안 쓰는 곳이라……. 그나저나 치마는 괜찮아?”

“어? ……어, 괜찮아.”

멋쩍은 미소로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여학생을 보는데 심장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지훈은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가 은열에게 들리는 건 아닌지 신경이 쓰여 팔짱을 꼈다.

“걔들 완전 고의였지?”

“그런 것 같아.”

“얼른 가자. 휴지로 눌러 물기를 좀 짜내야겠다.”

“……어.”

자신을 한 번 돌아보던 여학생이 친구와 사라지고 나자 지훈은 은열의 손에 들린 라이터를 가져와 불을 붙였다.

“뭔데? 학주 아니었어?”

“아니.”

지훈은 담배 연기를 길게 한 모금 내뱉으며 나무에 어깨를 기댔다. 아직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향해 그만 뛰라고 경고하듯 미간을 슬쩍 찌푸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