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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가상시대를 배경으로 고려, 조선의 직급과 중국 고대 문화를 차용하였을 뿐 사건, 전개, 인물 등은 작가의 상상임을 알립니다.
서장
“전하. 준비되었습니다.”
“들라.”
은환이 이르자 너른 원형문이 열렸다. 은동이 짐작한 대로였다. 궁인 유가 쟁반을 든 궁인들과 함께 안으로 들었다.
은동은 그녀와 황태자를 번갈아 보았다. 은환은 자연스럽게 은동의 손을 잡았다. 미처 놀라기도 전, 잡힌 손을 빼도 박도 못하니 은동은 어색하니 웃음 지었다.
“전하. 그리고 태자비마마.”
궁인 유는 어깨를 나란히 두 손을 잡은 황태자와 은동에게 예를 보였다.
“앞으로 청화궁의 모든 일을 담당할 것입니다. 궁인장 유입니다.”
은동의 안색이 더 없이 환해졌다. 유가 황후궁에서 청화궁으로와 준다니! 그것도 상승된 직급인 것에 기쁘고 안심되었다.
“또한 이 함은 황후마마께옵서 태자비마마께 하사하시는 예물이오니 가납해 주시옵소서. 앞으로 혼례일 전까지 몇 가지 교육이 있을 터이니, 부디 잘 부탁드리옵니다.”
교, 교육? 얼떨떨한 은동의 모습은 본 유는 눈치 빠르게 물러났다.
“나는 비가 되지 않겠다고 하였는데.”
울상이 된 은동은 혼잣말했다. 은환은 은동을 함이 놓인 탁자로 이끌었다. 속절없이 끌려간 은동은 곧 제 손을 잡아 올리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무겁게 행동마라. 다루기가 벅찰 지경이라 내가 힘들어.”
“그러게 왜 억지로 비를 삼으려 하시나이까…….”
힘없는 반항이었다. 은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은동아. 묻는 말에 답해 다오. 너에겐 사모니, 연모니 그런 것들이 중요하더냐.”
“그, 그것이…….”
속된 말로 남녀의 애정에서 그것을 논하지 않으면 무엇을 논하리오.
그러나 여직 그 어떤 사내도 마음에 담은 적이 없으니 그가 이르는 것에 뭐라 하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솔직히 잘 모르나이다. 다만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전부가 아니더라도…….”
“일단 비가 되라.”
명확한 언조였다. 은동은 미간에 힘을 주었다.
“되면 네가 궁금해하는 모든 것에 해답이 있다 하였다.”
“정혼이 성사되면 그때 모든 답을 알려 줄 요량인가요?”
황태자가 전하는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로지 진심을 말하는 깊이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은동은 그가 발하는 모든 것에 이끌려갔다. 지극한 본능이었다.
“좋습니다!”
머리로는 아니야, 하면서도 입으론 좋다 하니. 은동은 말하고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웃음이 난 은환. 어깨를 떨면서 겨우 정색한 그는 함에서 붉은 천에 싸인 가락지를 꺼내 들었다.
“좋은 기회가 지나기 전에 이 손에 증표를 남기고자 함이라.”
은동은 더는 손에 힘을 줄 수 없었다. 그의 손끝은 따뜻하고 보드라웠다. 은환은 모란의 꽃잎이 섬세히 조각된 가락지를 그녀의 약지에 꼭 끼웠다. 그다음 손가락마다에 입술을 대었다.
찌르르. 은동의 심장이 저릿저릿했다. 또한 울컥한 감정 하나가 그 부근을 도려내듯 아려 왔다. 그러나 티 낼 수 없는 은동은 다가오는 그의 입술을 거부하지 못했다.
“은동아, 부디 밀어내지 말거라.”
그리고 맞닿은 입술. 남은 열기는 신열이 되었다.
다음 날 황실을 발칵 뒤집은 사안이 공표되었다.
황태자 독단으로 옹기장이 여식을 비로 맞이하려 한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서장
“전하. 준비되었습니다.”
“들라.”
은환이 이르자 너른 원형문이 열렸다. 은동이 짐작한 대로였다. 궁인 유가 쟁반을 든 궁인들과 함께 안으로 들었다.
은동은 그녀와 황태자를 번갈아 보았다. 은환은 자연스럽게 은동의 손을 잡았다. 미처 놀라기도 전, 잡힌 손을 빼도 박도 못하니 은동은 어색하니 웃음 지었다.
“전하. 그리고 태자비마마.”
궁인 유는 어깨를 나란히 두 손을 잡은 황태자와 은동에게 예를 보였다.
“앞으로 청화궁의 모든 일을 담당할 것입니다. 궁인장 유입니다.”
은동의 안색이 더 없이 환해졌다. 유가 황후궁에서 청화궁으로와 준다니! 그것도 상승된 직급인 것에 기쁘고 안심되었다.
“또한 이 함은 황후마마께옵서 태자비마마께 하사하시는 예물이오니 가납해 주시옵소서. 앞으로 혼례일 전까지 몇 가지 교육이 있을 터이니, 부디 잘 부탁드리옵니다.”
교, 교육? 얼떨떨한 은동의 모습은 본 유는 눈치 빠르게 물러났다.
“나는 비가 되지 않겠다고 하였는데.”
울상이 된 은동은 혼잣말했다. 은환은 은동을 함이 놓인 탁자로 이끌었다. 속절없이 끌려간 은동은 곧 제 손을 잡아 올리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무겁게 행동마라. 다루기가 벅찰 지경이라 내가 힘들어.”
“그러게 왜 억지로 비를 삼으려 하시나이까…….”
힘없는 반항이었다. 은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은동아. 묻는 말에 답해 다오. 너에겐 사모니, 연모니 그런 것들이 중요하더냐.”
“그, 그것이…….”
속된 말로 남녀의 애정에서 그것을 논하지 않으면 무엇을 논하리오.
그러나 여직 그 어떤 사내도 마음에 담은 적이 없으니 그가 이르는 것에 뭐라 하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솔직히 잘 모르나이다. 다만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전부가 아니더라도…….”
“일단 비가 되라.”
명확한 언조였다. 은동은 미간에 힘을 주었다.
“되면 네가 궁금해하는 모든 것에 해답이 있다 하였다.”
“정혼이 성사되면 그때 모든 답을 알려 줄 요량인가요?”
황태자가 전하는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로지 진심을 말하는 깊이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은동은 그가 발하는 모든 것에 이끌려갔다. 지극한 본능이었다.
“좋습니다!”
머리로는 아니야, 하면서도 입으론 좋다 하니. 은동은 말하고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웃음이 난 은환. 어깨를 떨면서 겨우 정색한 그는 함에서 붉은 천에 싸인 가락지를 꺼내 들었다.
“좋은 기회가 지나기 전에 이 손에 증표를 남기고자 함이라.”
은동은 더는 손에 힘을 줄 수 없었다. 그의 손끝은 따뜻하고 보드라웠다. 은환은 모란의 꽃잎이 섬세히 조각된 가락지를 그녀의 약지에 꼭 끼웠다. 그다음 손가락마다에 입술을 대었다.
찌르르. 은동의 심장이 저릿저릿했다. 또한 울컥한 감정 하나가 그 부근을 도려내듯 아려 왔다. 그러나 티 낼 수 없는 은동은 다가오는 그의 입술을 거부하지 못했다.
“은동아, 부디 밀어내지 말거라.”
그리고 맞닿은 입술. 남은 열기는 신열이 되었다.
다음 날 황실을 발칵 뒤집은 사안이 공표되었다.
황태자 독단으로 옹기장이 여식을 비로 맞이하려 한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