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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이블 1권
소년병
소드이블 1권(1화)
작가의 말
블러드 드래곤을 쓸 때와 지금의 소드 이블을 적을 때는 사뭇 다르다.
이번 글은 좀 더 잘 쓰기 위해, 재미있게 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물론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나에게도 나름의 한계가 찾아왔다.
블러드 드래곤보다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벽에 부딪친 것이다. 부담도 몹시 되었다.
하지만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자 이내 서서히 그 부담감에서 해방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의 글이 완성되었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나는 항상 재미를 먼저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과연 독자 분들이 새롭게 생각해 줄까?
나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지며 적어 내려갔다. 전혀 생각지 않은 전개, 어떻게 이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나가지? 그러면서 글에 몰입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
이제 그 노력의 결실을 선보이려고 한다.
어떤 분들은 이런 글로 노력을 한 것이냐며 욕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아직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하나의 글을 완성하고, 그것이 세상에 뿌려질 때 글쟁이로서 갖는 뿌듯한 느낌은 정말 좋다.
그래서 이번에 선보인 글 또한 나에게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되고, 발판이 될 것이다.
소드 이블!
검마의 의지를 가진 한 소년이 진정한 검술의 끝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길 바란다.
거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밤에…….
하백(河伯) 배상(拜上)
프롤로그(1)
1
“와아아아!”
“마교 놈들을 죽여라.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여기저기서 함성 소리가 울리고 처절한 비명과 함께 아우성이 들려왔다.
천마신교가 있는 천마대산.
그곳은 이미 무림맹과 연합군에 의해 본산이 거의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도망쳐라!”
“피해라!”
“으아아악!”
피를 토하는 비명 소리가 들리고 그 와중에 천마신교 고수들이 시간을 벌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이미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무림맹과 연합군들이기에 천마신교 고수들도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게다가 천마신교를 이끌고 있는 교주 천마는 진작에 무림맹과 연합군의 함정에 빠져 죽은 후였다. 그가 죽은 후로 천마신교는 급격히 무너졌고,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천마신교가 중원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천마신교 중앙에 위치한 천마신당.
이곳에는 소교주 단소천이 자리하고 있다. 소교주 단소천은 천마신교의 두뇌로 모든 작전과 지휘를 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한 손에 들린 부채를 팔랑거리며 대전 한가운데에 펼쳐진 지도를 보며 아미를 찡그렸다.
“제기랄!”
그가 거친 욕을 내뱉으며 두 손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그때를 같이해 신당으로 병사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그의 몸은 온통 붉은 핏물을 뒤집어쓴 상태였다.
“소교주님!”
소교주 단소천 앞에 부복한 병사는 곧바로 현재의 상황을 알렸다.
“놈들이 입구를 뚫었습니다. 이제 이곳 신당까지 뚫리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빌어먹을! 이제 천마신교도 끝인가?”
절망에 빠진 단소천은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대로 천마신교를 무너지게 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아 훗날을 기약해야 했다.
“그래, 살아남는다면 언제가 꼭 기회가 올 것이다. 지금은 도망치는 방법밖에 없다.”
천마가 죽은 지금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훗날을 기약하는 것으로 말이다.
“모두에게 알려라. 각자 알아서 몸을 피하도록 하고, 훗날 천마가 다시 나타나는 날 천마신교는 다시 중원에 큰 날개를 펼칠 것이라고 말이다.”
“존명!”
부복해 있던 병사가 힘차게 대답을 한 후 신당을 빠져나갔다. 소교주 단소천은 다시 지도를 살폈다. 점점 신당을 향해 모여들고 있는 무림맹과 연합군.
이들은 결코 그냥 놔줄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이 세상에서 천마신교를 뿌리째 뽑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아니 희생물이 있다면 자신을 비롯해 많은 천마교도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몇 십 년 안에 다시 천마신교가 일어날 수 있다. 아니, 단소천은 자신이 죽기 전에 꼭 그것을 이루고 말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히 힘이 있고, 무림맹과 연합군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할 인물이어야 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 소교주 단소천. 그의 이마가 내 천(川) 자를 그리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적절한 인물이 떠올랐다.
‘그래, 그놈이라면…….’
단소천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그때를 같이해 살아남은 천마신교 장로들과 교도들이 신당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모두 단소천 주위에 모여들었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그들 중 한 명이 물었다.
“천마동을 열어라. 그곳에 비밀 통로가 있다.”
단소천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이 나섰다.
“하지만 그곳도 곧 무림맹 놈들에게 발견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무슨 수로 말입니까?”
다들 걱정스런 표정으로 하나둘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단소천이 손을 들어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 이를 악물며 나직이 말했다.
“검마(劍魔)를 넘겨라!”
“네에? 거, 검마님을요?”
주위에 있던 천마신교 교도들과 장로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소교주 단소천이 하는 말에 모두 놀라고 있었다. 하나 단소천은 달랐다. 그는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를 질렀다.
“검마님은 무슨! 천마신교가 무너지고 있는 판에 꿈쩍도 하지 않는 놈이다. 어찌 그를 천마교인이라 할 수 있는가.”
소교주 단소천이 악을 내질렀다. 그 말에 장로들과 교도들은 모두 침울했다. 그리고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장로들이 대답은 했지만 선뜻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러자 단소천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뭣들 하는 것이오. 우리들이 살아남아야 천마신교를 다시 부흥시킬 수 있소. 어서 서두르시오.”
단소천의 윽박지름에 장로들과 교도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2
무림맹과 연합군들은 엄청난 무력으로 천마신교 본산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이제 천마신당을 차지하고 소교주 단소천만 처리한다면 오랫동안 중원을 피바다로 물들이게 했던 천마신교를 영영 지워 버릴 수 있었다.
그때 한 가지 소문이 퍼졌다. 그것은 검마의 존재였다. 천마보다 강한 존재이며 역대 검황 이후 검에 있어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자였다.
그 검마가 현재 폐관수련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소문을 접한 무림종사들이 긴급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천마신당을 바로 눈앞에 두고 도망치는 소교주 단소천과 나머지 잔당들을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검마를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무림종사들이 모였다.
무림맹주와 각 장문인들이 모여 의견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먼저 무당파의 장문인 소요자가 나섰다.
“소교주 단소천이 도망치기 위한 헛소문일 수도 있소.”
그러자 남궁세가 가주 남궁천이 말했다.
“하지만 정말 검마가 숨어 있다면……. 단소천이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이오. 그리된다면 소교주 단소천이 중요한 것이 아니요.”
남궁천의 말에 각 문파의 장문인과 각 세가의 가주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도망치는 소교주 단소천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검마의 존재가 그들에게 있어서 두려움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사건이 있었다.
이십 년 전.
단 한 차례 검마가 중원에 나와 몰아친 혈풍은 그야말로 모든 중원인들에게 있어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압도적인 무력과 그가 휘두르는 검술은 이미 신의 경지에 들어섰다고 볼 수밖에 없는 실력이었다.
그것도 단 한 번의 중원행에 의해 심어 둔 공포심이었다. 그 후로 검마는 다시는 중원에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마음속 깊게 뿌리내려져 있었다.
좌중은 차가운 바람이 훑고 지나간 듯 싸늘했다.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모든 시선이 중앙에 있는 무림맹주 조남천에게 향했다.
눈을 감고 침묵을 지키고 있던 조남천이 그 순간 눈을 떴다. 한 줄기 빛을 발하며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검마를 잡는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결정을 내리면 그에 따라 행동하면 되었다. 무림종사들이 일제히 검마가 폐관수련을 하고 있는 폐관동으로 향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소교주 단소천은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 아무리 머리가 뛰어난 단소천라고 해도 무공이 약하기 때문에 그리 큰 존재는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하나 검마는 달랐다.
검마라는 그 이름 하나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를 처리한다면 중원 가득 심어 둔 공포심이 단숨에 사라지게 되고, 그에 따라 천마신교는 영영 일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무림맹주 조남천이기에 소교주 단소천을 내버려 두고 먼저 검마를 처리하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무림종사들도 모르지 않았다. 게다가 소교주 단소천이 도망친 곳으로 이미 추적대를 보낸 상태이기에 언제든지 그들을 찾아 없앨 수 있었다.
무림맹주 조남천과 무림종사들은 검마가 폐관수련하고 있는 폐관동에 도착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입구에조차 들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온갖 기관들이 작동되고 있는 상태였다.
무림맹과 연합군은 기관들 때문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그때 무림맹 최강의 집단인 청룡단이 나섰다. 그들은 하나하나 기관들을 부수며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마지막 기관을 무너뜨리자 폐관동의 문이 열렸다. 그와 함께 선두에 있던 청룡단의 단원 한 명이 소리쳤다.
“있다! 검마가 여기 있다!”
3
폐관동은 하나의 동굴이었다. 천장에 박힌 하나의 야명주에 의해 동굴을 밝히고 있었다. 그 중앙에 책자를 들고 앉아 있는 검마가 있었다.
그는 책에 적힌 글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 검마가 폐관수련하고 있는 폐관동이 흔들렸다. 부스스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져 머리 위와 어깨에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검마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은 오직 책자에 적힌 글씨에 집중되어 있었다. 마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무관심하듯이 말이다.
폐관동의 문이 열리며 무림맹과 연합군이 들어섰다. 곧이어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검마가 있다!”
잠시 후 왼팔이 없는 곤륜파 장문인 하족도가 들어서며 외쳤다.
“검마 이노옴! 이제야 찾았구나.”
하족도는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동굴 중앙에 앉아 있는 검마를 째려보며 노기를 터뜨렸다. 게다가 이미 그의 손에는 검이 들려진 상태였다.
사실 하족도는 단 한 번 검마가 중원에 나타났을 때 그와 대결을 하던 중 왼팔을 잃었다. 그때 어마어마한 실력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낀 하족도는 남은 한 팔로 지난 이십 년간 복수를 다짐하며 실력을 키웠다.
그 결과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이십 년 전과 비교해 엄청난 경지를 이룰 수 있었다. 물론 지금 상태에서도 검마를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죽기 살기로 놈에게 덤벼든다면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것마저 여의치 않는다면 동귀어진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검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더욱 분노를 느낀 하족도가 당장이라도 달려갈 기세였다. 하지만 무림맹주 조남천이 말렸다.
“곤륜장문의 분노는 잘 알고 있소. 하나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오. 이곳에는 각 장문인을 비롯해 많은 무림동도들이 있소. 같이 복수를 해 줄 것이오. 그러니 같이 움직이도록 합시다.”
조남천의 말에 하족도의 기세가 잠시 사그라졌다. 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후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무림맹주 조남천을 포함해 각 장문인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빼 들고는 검마에게 다가갔다.
소년병
소드이블 1권(1화)
작가의 말
블러드 드래곤을 쓸 때와 지금의 소드 이블을 적을 때는 사뭇 다르다.
이번 글은 좀 더 잘 쓰기 위해, 재미있게 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물론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나에게도 나름의 한계가 찾아왔다.
블러드 드래곤보다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벽에 부딪친 것이다. 부담도 몹시 되었다.
하지만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자 이내 서서히 그 부담감에서 해방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의 글이 완성되었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나는 항상 재미를 먼저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과연 독자 분들이 새롭게 생각해 줄까?
나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지며 적어 내려갔다. 전혀 생각지 않은 전개, 어떻게 이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나가지? 그러면서 글에 몰입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
이제 그 노력의 결실을 선보이려고 한다.
어떤 분들은 이런 글로 노력을 한 것이냐며 욕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아직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하나의 글을 완성하고, 그것이 세상에 뿌려질 때 글쟁이로서 갖는 뿌듯한 느낌은 정말 좋다.
그래서 이번에 선보인 글 또한 나에게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되고, 발판이 될 것이다.
소드 이블!
검마의 의지를 가진 한 소년이 진정한 검술의 끝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길 바란다.
거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밤에…….
하백(河伯) 배상(拜上)
프롤로그(1)
1
“와아아아!”
“마교 놈들을 죽여라.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여기저기서 함성 소리가 울리고 처절한 비명과 함께 아우성이 들려왔다.
천마신교가 있는 천마대산.
그곳은 이미 무림맹과 연합군에 의해 본산이 거의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도망쳐라!”
“피해라!”
“으아아악!”
피를 토하는 비명 소리가 들리고 그 와중에 천마신교 고수들이 시간을 벌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이미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무림맹과 연합군들이기에 천마신교 고수들도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게다가 천마신교를 이끌고 있는 교주 천마는 진작에 무림맹과 연합군의 함정에 빠져 죽은 후였다. 그가 죽은 후로 천마신교는 급격히 무너졌고,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천마신교가 중원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천마신교 중앙에 위치한 천마신당.
이곳에는 소교주 단소천이 자리하고 있다. 소교주 단소천은 천마신교의 두뇌로 모든 작전과 지휘를 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한 손에 들린 부채를 팔랑거리며 대전 한가운데에 펼쳐진 지도를 보며 아미를 찡그렸다.
“제기랄!”
그가 거친 욕을 내뱉으며 두 손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그때를 같이해 신당으로 병사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그의 몸은 온통 붉은 핏물을 뒤집어쓴 상태였다.
“소교주님!”
소교주 단소천 앞에 부복한 병사는 곧바로 현재의 상황을 알렸다.
“놈들이 입구를 뚫었습니다. 이제 이곳 신당까지 뚫리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빌어먹을! 이제 천마신교도 끝인가?”
절망에 빠진 단소천은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대로 천마신교를 무너지게 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아 훗날을 기약해야 했다.
“그래, 살아남는다면 언제가 꼭 기회가 올 것이다. 지금은 도망치는 방법밖에 없다.”
천마가 죽은 지금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훗날을 기약하는 것으로 말이다.
“모두에게 알려라. 각자 알아서 몸을 피하도록 하고, 훗날 천마가 다시 나타나는 날 천마신교는 다시 중원에 큰 날개를 펼칠 것이라고 말이다.”
“존명!”
부복해 있던 병사가 힘차게 대답을 한 후 신당을 빠져나갔다. 소교주 단소천은 다시 지도를 살폈다. 점점 신당을 향해 모여들고 있는 무림맹과 연합군.
이들은 결코 그냥 놔줄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이 세상에서 천마신교를 뿌리째 뽑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아니 희생물이 있다면 자신을 비롯해 많은 천마교도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몇 십 년 안에 다시 천마신교가 일어날 수 있다. 아니, 단소천은 자신이 죽기 전에 꼭 그것을 이루고 말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히 힘이 있고, 무림맹과 연합군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할 인물이어야 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 소교주 단소천. 그의 이마가 내 천(川) 자를 그리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적절한 인물이 떠올랐다.
‘그래, 그놈이라면…….’
단소천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그때를 같이해 살아남은 천마신교 장로들과 교도들이 신당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모두 단소천 주위에 모여들었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그들 중 한 명이 물었다.
“천마동을 열어라. 그곳에 비밀 통로가 있다.”
단소천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이 나섰다.
“하지만 그곳도 곧 무림맹 놈들에게 발견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무슨 수로 말입니까?”
다들 걱정스런 표정으로 하나둘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단소천이 손을 들어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 이를 악물며 나직이 말했다.
“검마(劍魔)를 넘겨라!”
“네에? 거, 검마님을요?”
주위에 있던 천마신교 교도들과 장로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소교주 단소천이 하는 말에 모두 놀라고 있었다. 하나 단소천은 달랐다. 그는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를 질렀다.
“검마님은 무슨! 천마신교가 무너지고 있는 판에 꿈쩍도 하지 않는 놈이다. 어찌 그를 천마교인이라 할 수 있는가.”
소교주 단소천이 악을 내질렀다. 그 말에 장로들과 교도들은 모두 침울했다. 그리고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장로들이 대답은 했지만 선뜻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러자 단소천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뭣들 하는 것이오. 우리들이 살아남아야 천마신교를 다시 부흥시킬 수 있소. 어서 서두르시오.”
단소천의 윽박지름에 장로들과 교도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2
무림맹과 연합군들은 엄청난 무력으로 천마신교 본산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이제 천마신당을 차지하고 소교주 단소천만 처리한다면 오랫동안 중원을 피바다로 물들이게 했던 천마신교를 영영 지워 버릴 수 있었다.
그때 한 가지 소문이 퍼졌다. 그것은 검마의 존재였다. 천마보다 강한 존재이며 역대 검황 이후 검에 있어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자였다.
그 검마가 현재 폐관수련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소문을 접한 무림종사들이 긴급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천마신당을 바로 눈앞에 두고 도망치는 소교주 단소천과 나머지 잔당들을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검마를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무림종사들이 모였다.
무림맹주와 각 장문인들이 모여 의견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먼저 무당파의 장문인 소요자가 나섰다.
“소교주 단소천이 도망치기 위한 헛소문일 수도 있소.”
그러자 남궁세가 가주 남궁천이 말했다.
“하지만 정말 검마가 숨어 있다면……. 단소천이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할 것이오. 그리된다면 소교주 단소천이 중요한 것이 아니요.”
남궁천의 말에 각 문파의 장문인과 각 세가의 가주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도망치는 소교주 단소천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검마의 존재가 그들에게 있어서 두려움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사건이 있었다.
이십 년 전.
단 한 차례 검마가 중원에 나와 몰아친 혈풍은 그야말로 모든 중원인들에게 있어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압도적인 무력과 그가 휘두르는 검술은 이미 신의 경지에 들어섰다고 볼 수밖에 없는 실력이었다.
그것도 단 한 번의 중원행에 의해 심어 둔 공포심이었다. 그 후로 검마는 다시는 중원에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마음속 깊게 뿌리내려져 있었다.
좌중은 차가운 바람이 훑고 지나간 듯 싸늘했다.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모든 시선이 중앙에 있는 무림맹주 조남천에게 향했다.
눈을 감고 침묵을 지키고 있던 조남천이 그 순간 눈을 떴다. 한 줄기 빛을 발하며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검마를 잡는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결정을 내리면 그에 따라 행동하면 되었다. 무림종사들이 일제히 검마가 폐관수련을 하고 있는 폐관동으로 향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소교주 단소천은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 아무리 머리가 뛰어난 단소천라고 해도 무공이 약하기 때문에 그리 큰 존재는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하나 검마는 달랐다.
검마라는 그 이름 하나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를 처리한다면 중원 가득 심어 둔 공포심이 단숨에 사라지게 되고, 그에 따라 천마신교는 영영 일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무림맹주 조남천이기에 소교주 단소천을 내버려 두고 먼저 검마를 처리하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무림종사들도 모르지 않았다. 게다가 소교주 단소천이 도망친 곳으로 이미 추적대를 보낸 상태이기에 언제든지 그들을 찾아 없앨 수 있었다.
무림맹주 조남천과 무림종사들은 검마가 폐관수련하고 있는 폐관동에 도착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입구에조차 들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온갖 기관들이 작동되고 있는 상태였다.
무림맹과 연합군은 기관들 때문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그때 무림맹 최강의 집단인 청룡단이 나섰다. 그들은 하나하나 기관들을 부수며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마지막 기관을 무너뜨리자 폐관동의 문이 열렸다. 그와 함께 선두에 있던 청룡단의 단원 한 명이 소리쳤다.
“있다! 검마가 여기 있다!”
3
폐관동은 하나의 동굴이었다. 천장에 박힌 하나의 야명주에 의해 동굴을 밝히고 있었다. 그 중앙에 책자를 들고 앉아 있는 검마가 있었다.
그는 책에 적힌 글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 검마가 폐관수련하고 있는 폐관동이 흔들렸다. 부스스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져 머리 위와 어깨에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검마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은 오직 책자에 적힌 글씨에 집중되어 있었다. 마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무관심하듯이 말이다.
폐관동의 문이 열리며 무림맹과 연합군이 들어섰다. 곧이어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검마가 있다!”
잠시 후 왼팔이 없는 곤륜파 장문인 하족도가 들어서며 외쳤다.
“검마 이노옴! 이제야 찾았구나.”
하족도는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동굴 중앙에 앉아 있는 검마를 째려보며 노기를 터뜨렸다. 게다가 이미 그의 손에는 검이 들려진 상태였다.
사실 하족도는 단 한 번 검마가 중원에 나타났을 때 그와 대결을 하던 중 왼팔을 잃었다. 그때 어마어마한 실력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낀 하족도는 남은 한 팔로 지난 이십 년간 복수를 다짐하며 실력을 키웠다.
그 결과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이십 년 전과 비교해 엄청난 경지를 이룰 수 있었다. 물론 지금 상태에서도 검마를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죽기 살기로 놈에게 덤벼든다면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것마저 여의치 않는다면 동귀어진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검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더욱 분노를 느낀 하족도가 당장이라도 달려갈 기세였다. 하지만 무림맹주 조남천이 말렸다.
“곤륜장문의 분노는 잘 알고 있소. 하나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오. 이곳에는 각 장문인을 비롯해 많은 무림동도들이 있소. 같이 복수를 해 줄 것이오. 그러니 같이 움직이도록 합시다.”
조남천의 말에 하족도의 기세가 잠시 사그라졌다. 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후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무림맹주 조남천을 포함해 각 장문인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빼 들고는 검마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