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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이블 1권(25화)
제10화 적의 보급대를 처치하라?(2)
루카스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공을 기사들이 가로채 가는 사실을 말이다.
루카스가 생각해도 여태까지 세운 공이 너무나도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에게 알려지는 것도 자신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조용히 있었다.
하지만 루카스는 적들에게도 이미 위험한 존재였다. 소년병이면서 뛰어난 창술과 언제나 선두에 서서 위협을 하니, 적들은 제일호 경계 대상을 루카스로 잡은 것이다.
루카스만 보였다 하면 너도나도 할 것이 달려들어 찢어 죽이겠다며 벼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만큼 위험한 상태였는데, 다행히도 바이칼의 종자로 가게 되었으니 어쩌면 좀 더 나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너의 활약을 기대할게.”
“알겠습니다. 백작님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면서 루카스는 이 기회를 절대 놓지 않겠다며 속으로 다짐했다.
며칠의 시간이 흐른 후.
바이칼의 종자가 된 루카스는 그의 명령만을 기다리며 창술 수련에 몰두했다. 수련을 하지 않을 때는 바이칼 옆에서 심부름과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와중에 루카스가 활약할 시간이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라미레즈 공작은 자신의 군막의 책상에 앉아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방금 올라온 보고서 내용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후우, 이것 참.”
라미레즈 공작은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군막으로 바이칼이 들어섰다. 그는 심각한 표정을 한 아버지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버지.”
바이칼의 등장에 라미레즈 공작이 입을 열었다.
“오냐, 잘 왔구나. 안 그래도 너에게 의논할 것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바이칼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러자 라미레즈 공작이 하나의 서류를 건넸다. 그것을 받은 바이칼이 쭉 훑어보았다.
“아버님, 이것은 적 보급대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아닙니까.”
“그래, 맞다.”
“그럼 당장이라도 군대를 파견해 보급대를 차단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야지. 이번에 이 보급대만 끊으면, 이번 전쟁을 끝낼 수도 있는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라미레즈 공작은 눈가를 찡그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 모습을 보던 바이칼이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 정보를 맥스웰이 줬다는 것이다.”
“맥스웰 공작이 말입니까?”
바이칼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라미레즈 공작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네가 전에 얘기했던 것도 있고 해서 나도 나름대로 조사를 해 보았다. 느낌이지만, 아무래도 적과 내통을 하고 있는 것 같구나.”
라미레즈 공작의 말에 바이칼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럼 이대로 있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당장 알려야 합니다.”
바이칼이 약간 높은 언성으로 내뱉었다. 그러자 라미레즈 공작이 황급히 그의 입을 막았다.
“쉿! 아직 확실치가 않다. 의중만 있을 뿐이야.”
“그래도 이대로는…….”
바이칼이 약간 실망한 눈빛으로 말하다가 이내 보고서 내용을 살피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 정보도 거짓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미레즈 공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나도 정보망을 가동해 확인해 보니, 놈들의 보급대가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함정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까?”
“그것을 모르니 내가 지금 답답한 것이다. 함정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은 직접 부딪치는 것뿐이니…….”
라미레즈 공작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이칼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말했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너에게? 이건 아주 위험한 일이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라미레즈 공작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바이칼은 이미 결심을 했는지 눈빛을 반짝였다.
“그래도 이대로 어정쩡하게 있는 것보다는 직접 부딪쳐 봐야죠. 정말 맥스웰 공작이 판 함정인지, 아닌지. 어차피 이 일을 할 사람은 저밖에 없지 않습니까.”
라미레즈 공작은 바이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런 일은 가장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겨야 했다. 현재로서는 자신의 부관으로 와 있는 아들 바이칼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전쟁은 초짜였다. 분명 위험할 것이다. 어쩌면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라미레즈는 그것이 마음에 걸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안 바이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버님, 어쩌면 이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무사히 돌아오고, 이 정보가 함정이라는 것을 파악해 낸다면, 맥스웰 공작에게 완벽하게 올가미를 씌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저를 믿고 맡겨 주십시오.”
“…….”
하지만 그래도 라미레즈 공작은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러자 바이칼이 미소를 지으며 담담히 말했다.
“아버님, 저는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게다가 이번에 나가서 공을 세우면 아버님의 위신도 올라가고, 저 또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적의 보급대가 움직이지 않습니까. 전쟁을 끝낼 수 있는데, 함정이라고 해도 굳이 나가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바이칼의 강한 말투에 라미레즈는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했다. 무엇보다 이 일을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했기에 선택을 한 것이다.
“알겠다. 어쨌든 조심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바이칼이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라미레즈 공작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두 손으로 턱을 괴었다.
“무사해야 할 텐데…….”
라미레즈 공작의 진한 독백만이 군막 안을 맴돌았다.
3
바이칼은 보급대를 처치하기 위해서 병력을 움직였다. 일반 병사 삼천과 기사들이 움직였다. 이번 임무에는 소년병들을 참여시키지 않았다.
한 달 전 실패를 경험했기에 이번에는 잘 훈련된 순수 일반 병사들로만 구성을 시킨 것이다. 그렇게 모인 병력은 곧바로 적의 보급대를 치기 위해 움직였다.
바이칼은 첫 임무라는 것에 가슴이 뛰면서도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이동하는 내내 표정은 매우 어두웠으며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통상적인 지시만 내릴 뿐이었다.
루카스도 마찬가지였다.
소년병의 대장으로 있던 때와 지금 종자로 있을 때와는 너무나도 상황이 달랐다.
모든 것에 신경이 쓰였다.
주변에는 잘 갖춰 입은 기사들이 움직이고, 뒤에는 잘 훈련된 일반 병사들로만 구성된 삼천의 병력이 있었다.
왠지 자신이 활약하는 전쟁터가 맞는지, 아니 자신이 활약할 부분이 있는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루카스는 욕심 부리지 않았다. 이미 조금 더 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기에, 좀 더 기다리면 되었다.
어느덧 작전 지역에 도착을 한 바이칼은 곧바로 기사들을 모아 놓고 작전을 세우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이쪽과 저쪽을 맡고, 양옆에 매복을 한 후 대기하고 있다가 즉시 공격을 한다.”
“네, 백작님.”
지도를 펼쳐 부대 배치며 어떤 식으로 적을 포위할 것인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했다. 듣고 있는 루카스도 바이칼의 세심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뭔가 꺼림칙스러우면서 불안했다.
바이칼이 세운 작전이 어디선가 본 듯했기 때문이었다. 루카스는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바이칼은 심각한 표정으로 있는 루카스를 쳐다보았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바이칼의 물음에 루카스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그 순간, 이 작전이 처음 전장에 투입되었을 때 행해졌던 작전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도 보급대를 처치하기 위해 움직였었다.
바이칼은 눈동자를 심하게 굴리는 루카스를 보며 재차 물었다.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바이칼의 물음에 루카스가 말했다.
“백작님, 제가 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루카스의 심각한 반응에 살짝 움찔한 바이칼이 말했다.
“뭐지?”
“사실 이번 작전이 한 달 전 실패했을 때 행해졌던 것과 비슷합니다. 아니, 흡사합니다.”
“그래서?”
“그 당시 적의 보급대 뒤쪽으로 엄청난 병력이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적들은 마치 우리가 그곳에 매복한 줄 알고 있는 듯 빠른 움직임으로 매복한 지점에 화살을 퍼부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매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매복 지점을 변경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뭣이, 감히 종자 놈이 무슨 말을 지껄이는 것이야.”
옆에 있던 기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바이칼이 그를 제지했다.
“가만히 있어.”
“하, 하지만 백작님…….”
“나의 종자다. 그리고 내가 판단한다.”
바이칼의 카리스마 있는 말에 기사는 입을 다물었다. 곧바로 루카스를 보았다.
“그게 정말이야?”
“네, 어쩌면 이번에도 똑같을지도 모릅니다.”
루카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바이칼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고민했다. 한낱 종자의 말을 들을 것인가, 아니면 무시하고 이대로 밀고 갈 것인가.
바이칼은 루카스를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굳건했으며 강한 믿음이 밀려왔다. 게다가 루카스는 수십 번의 전투에 참여했고, 살아 돌아왔다.
이것만 보아도 루카스는 살아남는 법을 안다고 봐야 했다. 어찌 보면 루카스에게 동물적 감각이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게다가 한 달 전 똑같이 보급대를 공격하는 임무에서 실패했던 것도 있으니 조심스러울 것이다.
잠깐 동안 고민을 하던 바이칼이 결심을 굳힌 듯 입을 열었다.
“너를 믿어 보겠다.”
“감사합니다.”
루카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때 옆에 있던 기사가 강하게 바이칼을 불렀다.
“백작님!”
하지만 바이칼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만! 이미 결정을 내렸다.”
바이칼의 제지에 기사는 또다시 입을 다물게 되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루카스를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루카스는 뒤통수가 왠지 찌릿찌릿해짐을 느꼈다. 그러나 쳐다보지는 않았다.
어쨌든 결정을 한 바이칼이 지도를 다시 펼쳤다. 주변 지형을 꼼꼼히 체크하더니 한곳을 짚었다.
“이곳을 새로운 매복 지역으로 한다.”
지금 매복한 곳에서 뒤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현재 매복한 지역만큼은 못하지만 나름 매복하는 것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지시를 받은 기사는 곧바로 매복 지역을 변경했다. 또한 만약을 대비해 이곳에도 몇 명의 기사를 매복시켜 놓았다.
루카스는 바이칼 옆에서 눈을 반짝이며 그를 쳐다보았다. 다른 귀족들과 달리 수하들에게도 귀를 열어 확인하는 꼼꼼함과 높은 지도력이 매우 인상 깊었다.
잠시 후, 적의 보급대가 나타났다.
보급대의 병사는 대략 5천 명 정도 되었다. 항상 아군 측 병사보다 조금씩 많았다.
어쨌든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마차를 몰고 이동을 하였다. 첫 번째 매복 지역이었던 곳을 지날 때는 별문제가 없었다.
그곳에 있던 기사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면 그렇지, 우리들의 은신처가 쉽게 노출될 리가 없지.”
기사들이 자신만만하게 말을 했고, 바이칼 또한 눈빛을 반짝이며 지켜보았다.
루카스는 혹여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니었나 하고 후회도 해 보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쨌든 별문제 없이 적의 보급대가 산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근데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추더니 뒤쪽을 따르던 병사들 중 궁수대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첫 번째 매복 지역에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핑! 피피피피핑!
파파파팟!
그곳에 있던 기사들은 순간 헛바람을 삼키며 재빨리 뒤로 피신을 하였다. 하마터면 화살에 고슴도치가 될 뻔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그 지역을 도망친 기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놀라고 있었다. 분명 노출이 되지 않았는데도 적들은 망설임 없이 화살을 쏘았다.
루카스가 아니었다면 큰 낭패를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적들이 첫 매복 지역에 확인 없이 무작정 화살을 쏘았다는 것은, 자신들이 그곳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이는 큰 문제가 되었다. 어찌 보면 내부에 첩자가 있을 수 있는 문제였다.
순간, 바이칼을 비롯해 기사들과 루카스는 눈을 번쩍 떴다.
“위험하다!”
루카스와 바이칼이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말했다.
그때 또다시 화살이 쏘아졌다.
적들은 화살을 쏘았는데도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자 재차 쏘아 올린 것이다.
루카스와 바이칼은 하늘을 가득 수놓은 화살을 보며 납빛이 어두워졌다. 그 순간 하늘에서 화살이 쏟아졌고, 주위에 매복해 있던 병사들이 화살에 맞아 비명을 질러 댔다.
“으아아악!”
“왜? 이곳에…….”
그 비명 소리를 같이해 매복한 근처의 수풀 속에서 알비온 왕국의 기사와 병사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매복하여 기습을 하려 했던 것이 오히려 역으로 이용당한 것이다.
매복을 한 상태에서 기습을 당하자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바이칼도 갑자기 달려드는 적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루카스도 마찬가지였다.
바이칼은 속절없이 죽어 가는 아군 측 병사들을 보며 이를 뿌드득 갈았다.
“피해라, 무조건 피해!”
지금 상태에서는 피하는 도리밖에 없었다. 매복한 지역을 둘러싸고 공격해 들어오는 적의 무자비한 공격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물며 근처에 나타난 병력은 바이칼이 데리고 온 병력보다 엄청나게 많았다. 세 배? 아니, 네 배 정도 되었다. 물자를 운송하는 병력까지 전방에서 덮쳐 들어왔다.
“와아아아아!”
“죽어라!”
바이칼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적의 공격 앞에 그만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