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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그림처럼 예쁜 여학생 앞에 서 있는 불량스러운 남학생 무리.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는 불 보듯 뻔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자 얼굴이 벌게진 한 남자애가 목소리를 높이며 씩씩댔다.

“야. 그렇다고 사람 성의를 무시하냐? 어? 역시 얼굴 하나 믿고 싸가지 없는 것들은 호의를 베풀면 권리인 줄 알아!”

바닥에 깨진 접시와 함께 뭉개진 조각 케이크가 뒹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저 남자애가 사 온 케이크를 연하은이 거절하다가 생긴 일인 듯 보였다.

그러고 보니 무리의 중심에서 연하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노발대발하는 남자애의 모습이 어딘가 익숙했다.

아. 나는 무심코 탄식했다. 방금 깨달았는데, 남자애들이 입고 있는 교복이 장도고등학교 교복이다. 명찰을 보니 1학년이고, 사건의 중심인 무리 가운데의 저 남자는 특히 내가 잘 알고 있는 놈이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벌떡 일어났다. 홍윤지가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 이민…… 뭐 해? 야, 야 너 뭐 하려고!”

주변을 의식해 점점 작아지는 홍윤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뚜벅뚜벅 걸었다.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나는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갔다.

무언가를 마음먹기도 전에 나는 이미 연하은의 옆에 서서 장고도등학교 무리를 마주하고 있었다.

옆얼굴로 연하은의 놀란 시선이 느껴졌고, 내 기억에 ‘곽 선배’라고 불렸던 고등학생은 황당하다는 듯이 눈썹을 한껏 찡그린 채였다.

‘넌 또 뭐야.’라고 하는 듯한 일그러진 얼굴들이 내게로 집중됐다. 난 연하은으로부터 한 발짝 더 앞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야. 니들 이거 상습이지.”

나는 곽 선배의 명찰을 확인했다. 곽동수. 이제 내가 나이가 더 많으니까 선배도 아니다.

곽동수라…….

장도고 양아치들 중에서도 최악의 양아치. 삥 뜯는 건 기본, 남자 후배들에게는 구타, 여자 후배들에게는 찝쩍.

그리고 내 고등학교 시절을 망가뜨린 주범이기도 했다. 저 인간 눈에 띄지만 않았어도 내가 체질에 맞지도 않는 양아치들 뒤꽁무니 쫓아다니는 학교생활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에 관한 여러 가지 기억들이 뇌리를 팽팽 스쳤다.

곽동수의 최대 약점도, 과거 실수들도, 그리고 앞으로 저지를 만행들까지도 난 모두 알고 있다.

나는 한껏 비웃어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이미 붉으락푸르락해진 지 오래였던 곽동수의 얼굴은, 자신의 맞은편에서 웃고 있는 나를 보며 구겨졌다.

난 도발하듯 다시 입을 열었다.

“너 도래길에서 여자들한테 찝쩍대는 거 상습이잖아.”

곽동수는 전에 나한테도 이런 적이 있었다. 물론 받아 주진 않았지만 나중에 그에게 2년이나 사귄 여자 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곽동수는 초면에 반말과 도발을 걸어오는 나로 인해 약간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이마에 핏줄을 세우며 으르렁댔다.

“너 뭐냐? 빠져라. 나 지금 얘기 중이잖아!”

하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근데 너, 황시현 성격 알면서 간이 너무 크다?”

내 말에 곽동수는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를 감싸고 있는 장도고 남학생들도 술렁거리며 나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곽동수의 여자 친구 ‘황시현’은 그보다 한 학년 위 선배로, ‘장도고 레전드’라고 불릴 정도의 센 인물이었다.

사실 나는 곽동수가 결국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도래길에서 계속 이 짓을 하다가 황시현에게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도 기억하고 있다.

이제는 얼굴이 푸르죽죽하게 질린 곽동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벙긋거리다가, 기세가 한풀 꺾인 목소리를 냈다.

“뭐, 뭐야 너! 너 장도고야? 못 보던 얼굴인데?”

나는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당연히 못 봤겠지. 내가 자퇴한 지가 언젠데.”

10년 전이다, 이 자식아. 물론 시간대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뭐, 내 기준으로는 아주 거짓말은 아니다.

얼굴도 앳되고 싸움도 못 하는 내가 대뜸 이렇게 세게 나온 것은, 사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뭐야. 선배야? 설마…… 시현 누나 친구냐?”

곽동수는 황시현을 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워한다. 그는 그녀에 관해서는 정상적인 사고를 아예 하지 못했다.

그렇게 무서우면 바람을 안 피우면 될 것을, 왜 저러고 사는지는 모를 일이다.

어쨌든 나는 이쯤에서 폭탄을 하나 투척할 생각이었다. 이건 연하은과는 별개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함이랄까.

“들킬까 봐 무섭긴 한가 보네. 근데 너 최영지랑 부산 갔다 온 것도 들키면 어떻게 될까?”

나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곽동수 옆에 서 있는 덩치 큰 남자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가는 모습을 감상했다.

“야 이 새끼야! 너 영지랑 부산 갔다 왔냐!”

그가 바로 최영지의 남자 친구다. 어차피 1년쯤 뒤에 이 일이 밝혀져서 두 사람은 대판 싸우게 되니까, 난 단지 그 순간을 조금 앞당겨 줬을 뿐이다.

어깨가 축 늘어진 곽동수는 최영지 남자 친구에게 순순히 멱살을 잡혔다. 곽동수는 이미 황시현에게 들킬 걱정에 얼굴빛이 엉망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그들의 친구들이 서둘러 말리며 떼어 놓았다.

무리의 대부분이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곽동수가 황시현과 사귄 2년간 몇십 번 바람을 피웠음에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저들이 옆에서 곽동수를 지켰기 때문이었다.

하여간 남 괴롭히는 놈들은 꼭 지들끼리만 의리가 좋다. 여전히 친구들에게 팔을 붙잡힌 채 옆에서 씩씩대는 최영지 남친을 보며 나는 잠시 혀를 끌끌 찼다.

그때 놀랄 만큼 축축한 목소리가 곽동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누나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이번이 진짜 거의 처음인데…….”

“거의 처음은 뭐니. 그냥 처음이 아닌 거잖아…… 어머, 울어?”

얼굴이 전체적으로 창백해진 것에 비해 그의 눈시울은 매우 붉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래도 내 동정심을 유발하기엔 부족했다.

난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주변의 시선이, 특히 홍윤지의 시선이 따갑던 차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일침을 가했다.

“너도 황시현 성질 건드리고 싶지 않을 거야. 오늘은 넘어가 주지만, 도래길에서 이따위 짓 한다는 소리 한 번만 더 내 귀에 들어오면 시현이한테 메다꽂힐 각오 하는 게 좋을 거다.”

끄덕끄덕.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곽동수의 눈에 안도감이 비치는 동시에 눈물이 글썽글썽 고였다.

실제로 황시현은 나중에 유도로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되는 수재이기 때문에 내 말이 빈말이 아님을 그도 알았다.

언제부턴가 그는 열중쉬어 자세로 공손하게 서 있었다. 그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우리 위치가 지금과 반대였는데. 나는 딱 한 번만 더 빈정거려 보자 싶어서 말을 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내가 지금 호의를 베푼 거니까 권리인 줄 알지 말고, 반성해.”

아까 곽동수가 연하은에게 내지른 말.

‘역시 얼굴 하나 믿고 싸가지 없는 년들은 호의를 베풀면 권리인 줄 알아!’

나도 10년쯤 전에 들은 그의 단골 멘트다. 그때부터 참 마음에 안 들었다. 좋은 영화의 명대사를 그딴 식으로 오용하다니. 내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곽동수의 얼굴은 더 침울해졌다.

어차피 곽동수는 아무리 울먹거려도 불쌍해 보이는 인간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냉정하게 연하은을 시선으로 가리키며 툭 내뱉었다.

“사과하고.”

곽동수는 크흡 소리를 내며 콧물을 한 번 들이마신 다음 고개를 꾸벅 숙이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연하은은 놀란 듯 토끼 눈을 뜨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는 문득 이렇게 일을 키워 버린 것이 연하은에게 폐가 된 건 아닐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우물쭈물하며 나머지 친구들까지 고개 숙여 사과를 했는데, 그것이 나를 향한 것인지 연하은을 향한 것인지 경계가 모호했다.

어찌 됐든 연하은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내 개인적인 원한에 연하은을 이용한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자 아직도 한 줄로 서서 불쌍한 척을 하고 있는 이 악랄한 피해자 코스프레자들에 대한 짜증이 다시 치밀었다.

이간질하는 건 미안하지만, 다들 잊은 것 같아서 다시 한번 언급을 해 봤다.

“두 사람 일은 나가서 둘이 해결 보고.”

곽동수의 입꼬리가 눈에 띄게 축 늘어졌다. 최영지 남친은 다시 그 일을 떠올린 듯 발끈하며 곽동수의 멱살을 재차 쥐고 소리쳤다.

“너 나가서 보자 새끼야!”

곽동수는 눈물이 일렁이는 눈동자를 위로 굴리며 낮게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가서 보자. 놔라.”

그때 무리 중 한 명이 화들짝 놀라며 나를 힐긋 보더니 최영지 남친의 팔을 붙잡았고, 또 다른 친구는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며 애원했다.

“그래, 나가서 봐라. 그리고 눈치도 좀 봐 제발…….”

그들이 발길을 돌리려던 차에 나는 곽동수의 교복 재킷 주머니를 손으로 잡아챘다. 어렵지 않게 나는 그를 멈춰 세울 수 있었다.

그가 또 뭐냐는 듯한 절망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다시 보는데, 내가 상냥하게 물었다.

“나가서 보려던 와중에 미안한데 이거 배상은 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깨진 접시 값을 연하은이 내는 건 불공평한 것 같아서. 그러자 곽동수는 바지 주머니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더니 테이블에 툭 던지고 돌아섰다.

곽동수가 고개를 돌릴 때 그의 눈에서 굵은 눈물 한 방울이 주륵 흘러내리는 것을 나는 봤다…….

딸랑. 카페 문에 달린 종이 두어 번 울리고 장도고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카페 안의 사람들은 잠시 동안 남겨진 나와 연하은을 쳐다보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고 자신들의 볼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우리 쪽을 힐끔거리며 일행과 속닥거리기도 했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금세 정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제야 내 가슴이 미친 듯이 펄떡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내가 그들의 약점을 알고 있다고는 하나 나는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입장이었다.

솔직히 아까는 잠깐 정신이 나가서 블러핑을 해 댔지만 까딱 잘못했으면 진짜 위험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었다.

곽동수가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찌질해서 천만다행이었다.

나는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었지만 방금 전 싸움의 여파가 나에게 몰아닥칠 것이 슬슬 걱정됐다. 두 여자가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시선이 벌써부터 참 따가웠다.

홍윤지는 저편에서 입을 쩍 벌린 채 나를 쏘아보고 있었고, 연하은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내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가 침을 꼴깍 삼키던 와중에 이제까지 지켜보기만 하던 카페의 직원이 종종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저기……. 괜찮으세요?”

그가 연하은과 나에게 묻긴 했지만, 모든 걸 지켜본 직원은 이미 우리보다 방금 나간 가해자들이 더 다쳤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연하은을 힐끔 봤다.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주먹을 꽉 쥐고 있었는데,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아무래도 대화가 가능한 상태로 보이지는 않았다.

“여기, 접시가 깨져서요. 죄송합니다.”

난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황금빛 지폐를 주워 직원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그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제가 사장님께 설명드렸더니, 두 분이 배상하실 일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저희가 배상하는 거 아니에요. 원인 제공자가 놓고 간 거예요.”

“그래도 이렇게 비싼 접시는 아닌데…….”

“소란 일으킨 점 죄송합니다. 어차피 제가 가져갈 수도 없는 돈이에요. 카페에서 배상금으로 받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직원이 머뭇거리다가 돈을 받았다.

“저기, 그러면 잠시 사장님께 물어보고 와도 될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처음 다가올 때와 같이 종종걸음으로 카운터 뒤로 사라졌다.

“저기…….”

그때 연하은의 미성이 내 귓가를 스쳤다. 나는 놀라서 그녀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태연한 척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떨고 있는 그녀를 보니 괜히 미안해진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고맙습니다.”

그녀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하며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고 보니 나, 나이 엄청 많은 척했지 참. 새삼 내가 정신이 나가서 여러 가지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학교에서 그녀가 나를 알아보면 나의 계획 중 많은 부분에 문제가 생긴다. 애초에 특종거리로 이용할 사람과 안면을 트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고.

연하은이 마침 소설 여주인공 같은 인생을 사는 김에 안면 인식 장애도 있어 주기를, 나는 순간 간절히 빌었다.

나는 일부러 그녀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내가 미안해요. 나 때문에 더 곤란해진 걸까 봐.”

“그건 아니에요!”

아 깜짝이야. 연하은이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놀라서 그녀의 눈을 봐 버렸다. 반짝거리는 연갈색 눈동자 한 쌍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데, 하마터면 여자한테 반할 뻔했다.

내가 얼이 빠진 동안 연하은은 내게 다시 한번 꾸벅 인사를 하더니 제 가방을 챙겨 후다닥 달려 나갔다.

“어? 저분 그냥 가시는 거예요?”

카운터에서 빠져나온 직원이 손에 무언가를 쥐고 걸어오며 물었다. 나는 연하은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 정신을 차리고 그를 돌아봤다.

“이거 사장님이 두 분께 드리라고 하셔서요.”

그가 내민 것은 카페 쿠폰 몇 장이었다. 좀 많은 것 같았다.

나는 쿠폰을 받아 들며 물었다.

“이걸 왜…….”

“저희도 대처가 미흡했으니까요. 이런 일이 생기게 하면 안 됐는데. 사장님이 좀 통이 크셔서, 미안하다고 한 움큼 쥐여 주시던데요.”

그렇다고 이렇게 많이……? 보니까 합치면 십만 원어치도 더 될 것 같은데. 내가 의아해하자 직원이 해명하듯 허허 웃으며 말했다.

“저희 사장님이 좀 유별나시죠. 지금 게임 중이라 못 나오셔서, 그것도 죄송하다고 몇 장 더 넣었대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사장도 참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보니까 쿠폰이 열 장은 되는 것 같은데. 게다가 아메리카노 쿠폰도 아니고, 사이즈에 상관없이 모든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쿠폰이었다.

나는 어물어물 입을 열었다.

“아…… 일단 주시니까 감사히 받을게요.”

“이제 자주 뵙겠네요. 유효 기간 없으니까 여유롭게 사용하세요. 똑같은 거로 두 줄이니까 친구분이랑 나누시면 되겠네요!”

그가 싱긋 웃으며 카운터로 돌아갔다. 동시에 누군가 내 등짝을 손바닥으로 확 쳤는데,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야. 너 뭐야? 나 다 봤어. 똑바로 말해!”

아…… 나는 카운터로 다가가 연하은 몫의 쿠폰을 돌려주려고 했으나 홍윤지가 강한 악력으로 내 팔을 붙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연하은이랑 모르는 사이라는 것을 카페 직원에게 알리지 못하고 카페 밖으로 나가게 됐다.

이 쿠폰 중 절반은 카페에 맡겨 놓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생각하며 나는 질질 끌려갔다.

“너 그 무서운 사람 어떻게 알아? 아니, 아니. 그보다! 너 어떻게 그렇게 안 쫄고 물리쳤냐? 완전 멋있었어!”

홍윤지는 기분이 좋은지 방방 뛰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조금 전 일을 영화 속 장면을 본 것처럼 가볍게 취급하는 듯했다.

“니가 그 예쁜 여자분 구한 거잖아. 이야 진짜. 대박이다. 번호라도 따지 그랬어!”

내가 여자 번호를 왜 따니……?

나는 멀어지는 카페를 등지고 어쩔 수 없이 쿠폰들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