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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카르너스 공작가의 하나뿐인 후계자, 페인이 전쟁터에서 귀환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큰 공을 세운 제국의 영웅이자, 친히 황제에게 제수 받은 최연소 황실 친위 기사단 단장이라는 영예로운 이름을 달고 말이다.

레니아는 몇 년 동안 페인이 하루빨리 무사히 돌아오길 빌었다. 하지만 그렇게 존경하던 공자님이 돌아오자마자 자신을 이리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녀는 절대 그의 무사 귀환 따위는 빌지 않았을 것이다.

침대에 누워 벌벌 떨며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올린 레니아는 간절히 빌었다.

‘제발 오늘은 오지 않으시길.’

이미 시간은 새벽으로 향하고 있었다. 온 저택이 깊은 잠에 빠져든 듯 고요했지만 레니아는 잠에 들 수조차 없었다.

제 간절한 기도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끼이익, 적막을 깨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레니아의 몸이 굳기 시작했다. 어둠에 휩싸여 얼굴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미 소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이윽고 발소리는 그녀가 누워 있는 침대 앞에서 멈췄다.

“누이, 오늘은 얼마나 자랐는지 한번 볼까?”

눈앞에는 한때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이, 공작저의 후계자인 페인 공자가 서 있었다.

저녁 식사 때 보았던 자상한 미소를 머금었지만, 입에서는 전혀 자상하지 않은 내용이 흘러나왔다.

누이라 부르며 오라버니를 연기하는 남자는 오늘도 레니아의 방을 찾아왔다. 그의 눈동자는 어느새 욕망으로 번뜩이며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