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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작가 사용인의 양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레니아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 위에서 바스락댔다.
“내일이면…… 드디어 뵐 수 있어.”
전쟁에서 귀환하는 공자님의 환영식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야 할 터인데 정신이 더 말짱해지고 있었다.
“얼마나 변하셨을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누이처럼 붙어 지낸 그녀로서는 페인과 떨어져 있는 지난 3년이 영겁의 세월과도 같았다. 어서 빨리 보고 싶다는 기대 때문에 도무지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내일이면 제게 향하는 아름다운 미소도 볼 수 있을 것이고, 평소대로 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는 다정한 손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서 내일이 왔으면 하는 작은 흥분에 레니아는 베개 밑에 파묻은 손을 더 바짝 당겼다. 폭신한 베개가 부드럽게 머리를 감싸자 아늑한 기분에 휩싸였다.
“더 멋있어지셨겠지?”
진한 이목구비에 물결치는 금발의 수려한 외모가 얼마나 더 남자다워졌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문득 다정한 단어를 속삭이던 입술이 제 입술 안으로 파고들면 기분이 어떨까 하고 궁금해졌다. 검을 쥔 그 큰 손은 제 머리칼이 아니라 가슴을 움켜쥐어도 다 들어가지 못하고 남을 것이다.
“공자님…….”
레니아는 몽롱한 눈동자로 페인을 불렀다.
하루만 지나면 볼 터인데, 미친 듯이 그가 그리웠다. 할 수 있다면 그에게 안기고 싶지만 그건 시녀인 그녀가 감히 꿈꿀 수 없는 현실이었다.
베개 밑에 다소곳이 있던 한 손이 고이 잠들어 있는 제 가슴으로 향했다. 말캉하게 달라붙는 젖가슴이 그녀의 작은 손에 다 감기지 못하고 짓눌렸다. 주무를 때마다 이상하게 아래쪽에 뜨거운 열감이 느껴졌다.
욱신거리는 다리 사이로 무심코 손을 집어넣자 손가락 끝에 축축하게 젖어 있는 속옷에 걸렸다. 화들짝 놀란 레니아가 급하게 손을 뺐다.
‘내가 뭐 하는 거지?’
난생처음이었다. 씻을 때를 제외하곤 단 한 번도 만진 적 없는 부위였다. 발가벗겨져 거리를 나간 것처럼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미 손끝이 닿던 느낌을 지우긴 늦어 버렸다. 질끈 눈을 감고 허벅지 안으로 다시 손을 집어넣었다.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를 때마다 몸이 움찔거렸다가 경직되었다. 자꾸만 달뜬 숨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고 식은땀이 나는 것처럼 아래에 물기가 배어 나왔다. 제 몸이 아닌 것처럼 낯설었지만 손을 멈추지는 않았다.
본능적으로 안쪽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자, 격한 흥분에 심장이 빠르게 뛰고 질 안쪽이 찌르르 울렸다. 마음을 준 사람을 떠올리기 무섭게 레니아는 절정을 느끼고 늘어졌다.
곱아들었던 발가락 끝이 다시 펴질 때까지 레니아는 거친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가 돌아오는 내일을 기다리며.
* * *
깊은 밤.
몇 년간 치러진 치열한 전쟁에서 영광스럽게 돌아온 카르너스 공작가의 후계자, 페인 카르너스가 돌아왔다.
그를 환영하는 연회가 끝나고 레니아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었다. 친여동생처럼 자신을 위해 주던 페인이 드디어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에 새삼 기분이 들떴고, 제 마음을 전할 수는 없지만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어린 시절 길바닥 삶에서 그녀를 구원해 준 것은 카르너스 공작가의 어린 공자였다. 바로 그녀가 현재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페인 카르너스.
레니아는 페인의 배려로 공작가 사용인인 멜라니 시녀장의 양녀로 들어올 수 있었다. 미천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공작가 사용인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며 성장하여 평범한 삶에 녹아들었다.
멜라니, 한스 벨로디어스 부부는 지방 자작 가문 출신이다. 벨로디어스 가문은 벌써 몇 대에 걸쳐 카르너스 공작가의 시종장과, 시녀장으로 공작저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당시 아이가 없던 그들에게 양녀로 입적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페인 덕분이었다.
‘날 구원해 준 공자님과 부모님께 은혜를 갚을 수 있는 훌륭한 숙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해.’
오늘도 작게 다짐하는 순간, 사방이 고요한 어둠 속에서 끼익하고 침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리고 흐릿한 형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누구세요?”
한밤중에 제 방에 들어올 이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레니아는 경계심에 침대 위에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켰다.
쭉 뻗은 다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큰 키에 다부진 체격이 드러났다. 단정하게 입은 하얀 셔츠위로 달라붙은 튼튼한 가슴 근육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오라버니?”
때마침 구름을 비켜 모습을 드러낸 환한 달빛이 흐릿하게 보였던 얼굴을 비쳤다. 연회가 파하고 방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다고 생각했던 페인이었다. 그녀에게 각인된 이목구비를 확인하는 순간, 레니아는 또다시 벅차오르려는 숨을 애써 멈춰야 했다.
태양을 닮은 금색 머리칼이 어둠속에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은은한 빛을 발했다. 모든 것을 꿰뚫을 것 같은 날카로운 눈매가 제게 닿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높이 솟은 산맥처럼 곧은 콧대 아래 남자답게 살짝 각이 진 턱까지, 같은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사내였다.
신의 축복을 받은 것처럼 고결함이 흘렀고, 누구든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되는 태생적인 위압감도 지녔다. 말을 만들기 좋아하는 귀족가의 영애들은 그런 페인을 두고 제국에서 가장 수려한 사내라며 열을 올리곤 했었다.
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 아니라 턱선까지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머리칼이 꼭 빛을 받아 반짝이는 칼날 같았다.
연회에서만 해도 미소를 가득 머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서늘한 안색에 무미건조한 낯빛이었다. 이윽고 미동 없던 입술이 느리게 열리며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감미로우면서도 상냥한, 그녀가 사랑하는 목소리였다.
“누이, 맛있는 것 먹을래?”
어딘가 야릇한 음성에 레니아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사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기다란 막대기 위로 무지개 색상을 입힌 큰 원에서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갈 것처럼 달달한 향이 풍겼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간식이라 그가 종종 건네던 것이었다. 어릴 적 행동을 재연하는 그의 모습에 경계심을 푼 레니아의 얼굴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오라버니도 참. 제가 아직도 어린아이인 줄 아세요?”
페인이 들고 있는 사탕으로 손을 뻗으려는 찰나, 별안간 시야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머리 뒤쪽에서 짓누르는 강한 힘에 벌꿀색 머리카락이 새하얀 시트 위로 쏟아져 내렸다. 고개를 들려 안간힘을 쓰는 그때, 바닥을 긁는 듯한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머리 위로 툭 떨어졌다.
“그쪽이 아니라 네 건 여기 있잖아.”
“오, 오라버니……?”
섬뜩하리만큼 차가운 음성,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기질적인 어조에 레니아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10년을 보아 왔지만 평소와는 다른, 어딘가 낯선 페인의 모습에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그 순간, 고개 숙인 앞쪽에서 철컥, 하고 들려오는 소리에 레니아가 움찔거렸다. 귓가에 크게 잡히는 소리는 바지 버클이 풀리는 소리가 분명했다.
곧이어 툭 튀어나온 물건을 본 레니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눈앞에 들이밀어진 건 그야말로 육중한 살덩이였다.
빳빳한 살 기둥 위로 푸른 핏줄이 돋아나고 부풀려진 둥근 끝에는 탁한 액이 맺혀 있었다. 처음으로 보는 남자의 성기는 막연히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거대했다.
레니아는 머리를 누르고 있는 힘에 저항하며 고개를 들려고 했다. 침대를 짚은 손목에 욱신거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남자의 완력은 그녀의 상상과는 달리 세상의 모든 힘을 쏟아부은 듯 미동조차 없었다. 그래도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리며 페인을 밀치기 위해 연신 손을 흔들 때였다.
손가락 끝에 툭 하고 닿는 생경한 느낌에 레니아는 휘젓던 손을 멈췄다. 뜨겁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그리고 물을 머금은 듯한 촉촉한 느낌. 한 번도 만져 보지 못한 감촉이었다.
“지금 나를 유혹하는 건가?”
레니아의 손길에 페인이 위험하게 웃었다. 와중에 눈앞의 물건이 부풀어 오르듯 더 또렷이 커지는 것이 보였다. 조금만 저항하는 힘을 빼도 그녀의 얼굴에까지 닿을 것만 같았다.
그사이, 레니아의 머리를 누르는 힘이 세게 가해져서 얼굴에 페인의 물건이 닿고 말았다.
“읍.”
눈을 스치고 코를 치는 살덩어리에 입이 닿지 않게 하기 위해 레니아는 머리를 누르고 있는 그의 힘에 최대한 버텼다. 이러다간 곧 입술에 닿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게 목적인 듯 점점 더 고개가 앞쪽으로 기울어졌다.
“하아.”
이윽고 입술에 성기가 닿자 맞붙은 말캉한 촉감에 페인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뱉어졌다. 그리고 목표물에 도달했다는 듯이 연신 그녀의 입술에 팽팽히 부푼 귀두를 강하게 문질렀다. 입술을 진하게 자극할 때마다 배어 나온 탁한 선액이 그녀의 입술에 잔뜩 묻어났다.
비틀린 목소리가 고요하던 침실을 가로질렀다.
“어서 고맙다고 하고 맛있게 먹어야지?”
긴장으로 두근거리던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믿기지 않는 내용에 아연해져 눈만 깜빡거리던 레니아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리고 그 틈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안으로 거칠게 들어왔다.
“흐읍…….”
순식간에 들어온 단단한 기둥이 삽시간에 그녀의 목구멍 깊숙이 파고들었다. 굵은 것이 입 안으로 박혀들자 레니아의 볼이 사탕 문 아이처럼 볼록해졌다. 반도 삼키지 못하고 빠져나온 살덩이까지 조그마한 입술 사이로 찔러 넣던 페인의 한쪽 입매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레니아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 위에서 바스락댔다.
“내일이면…… 드디어 뵐 수 있어.”
전쟁에서 귀환하는 공자님의 환영식을 준비하기 위해 일찍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야 할 터인데 정신이 더 말짱해지고 있었다.
“얼마나 변하셨을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누이처럼 붙어 지낸 그녀로서는 페인과 떨어져 있는 지난 3년이 영겁의 세월과도 같았다. 어서 빨리 보고 싶다는 기대 때문에 도무지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내일이면 제게 향하는 아름다운 미소도 볼 수 있을 것이고, 평소대로 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는 다정한 손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서 내일이 왔으면 하는 작은 흥분에 레니아는 베개 밑에 파묻은 손을 더 바짝 당겼다. 폭신한 베개가 부드럽게 머리를 감싸자 아늑한 기분에 휩싸였다.
“더 멋있어지셨겠지?”
진한 이목구비에 물결치는 금발의 수려한 외모가 얼마나 더 남자다워졌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문득 다정한 단어를 속삭이던 입술이 제 입술 안으로 파고들면 기분이 어떨까 하고 궁금해졌다. 검을 쥔 그 큰 손은 제 머리칼이 아니라 가슴을 움켜쥐어도 다 들어가지 못하고 남을 것이다.
“공자님…….”
레니아는 몽롱한 눈동자로 페인을 불렀다.
하루만 지나면 볼 터인데, 미친 듯이 그가 그리웠다. 할 수 있다면 그에게 안기고 싶지만 그건 시녀인 그녀가 감히 꿈꿀 수 없는 현실이었다.
베개 밑에 다소곳이 있던 한 손이 고이 잠들어 있는 제 가슴으로 향했다. 말캉하게 달라붙는 젖가슴이 그녀의 작은 손에 다 감기지 못하고 짓눌렸다. 주무를 때마다 이상하게 아래쪽에 뜨거운 열감이 느껴졌다.
욱신거리는 다리 사이로 무심코 손을 집어넣자 손가락 끝에 축축하게 젖어 있는 속옷에 걸렸다. 화들짝 놀란 레니아가 급하게 손을 뺐다.
‘내가 뭐 하는 거지?’
난생처음이었다. 씻을 때를 제외하곤 단 한 번도 만진 적 없는 부위였다. 발가벗겨져 거리를 나간 것처럼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미 손끝이 닿던 느낌을 지우긴 늦어 버렸다. 질끈 눈을 감고 허벅지 안으로 다시 손을 집어넣었다.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를 때마다 몸이 움찔거렸다가 경직되었다. 자꾸만 달뜬 숨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고 식은땀이 나는 것처럼 아래에 물기가 배어 나왔다. 제 몸이 아닌 것처럼 낯설었지만 손을 멈추지는 않았다.
본능적으로 안쪽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자, 격한 흥분에 심장이 빠르게 뛰고 질 안쪽이 찌르르 울렸다. 마음을 준 사람을 떠올리기 무섭게 레니아는 절정을 느끼고 늘어졌다.
곱아들었던 발가락 끝이 다시 펴질 때까지 레니아는 거친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가 돌아오는 내일을 기다리며.
* * *
깊은 밤.
몇 년간 치러진 치열한 전쟁에서 영광스럽게 돌아온 카르너스 공작가의 후계자, 페인 카르너스가 돌아왔다.
그를 환영하는 연회가 끝나고 레니아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었다. 친여동생처럼 자신을 위해 주던 페인이 드디어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에 새삼 기분이 들떴고, 제 마음을 전할 수는 없지만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어린 시절 길바닥 삶에서 그녀를 구원해 준 것은 카르너스 공작가의 어린 공자였다. 바로 그녀가 현재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페인 카르너스.
레니아는 페인의 배려로 공작가 사용인인 멜라니 시녀장의 양녀로 들어올 수 있었다. 미천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공작가 사용인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며 성장하여 평범한 삶에 녹아들었다.
멜라니, 한스 벨로디어스 부부는 지방 자작 가문 출신이다. 벨로디어스 가문은 벌써 몇 대에 걸쳐 카르너스 공작가의 시종장과, 시녀장으로 공작저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당시 아이가 없던 그들에게 양녀로 입적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페인 덕분이었다.
‘날 구원해 준 공자님과 부모님께 은혜를 갚을 수 있는 훌륭한 숙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해.’
오늘도 작게 다짐하는 순간, 사방이 고요한 어둠 속에서 끼익하고 침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리고 흐릿한 형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누구세요?”
한밤중에 제 방에 들어올 이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레니아는 경계심에 침대 위에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켰다.
쭉 뻗은 다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큰 키에 다부진 체격이 드러났다. 단정하게 입은 하얀 셔츠위로 달라붙은 튼튼한 가슴 근육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오라버니?”
때마침 구름을 비켜 모습을 드러낸 환한 달빛이 흐릿하게 보였던 얼굴을 비쳤다. 연회가 파하고 방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다고 생각했던 페인이었다. 그녀에게 각인된 이목구비를 확인하는 순간, 레니아는 또다시 벅차오르려는 숨을 애써 멈춰야 했다.
태양을 닮은 금색 머리칼이 어둠속에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은은한 빛을 발했다. 모든 것을 꿰뚫을 것 같은 날카로운 눈매가 제게 닿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높이 솟은 산맥처럼 곧은 콧대 아래 남자답게 살짝 각이 진 턱까지, 같은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사내였다.
신의 축복을 받은 것처럼 고결함이 흘렀고, 누구든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되는 태생적인 위압감도 지녔다. 말을 만들기 좋아하는 귀족가의 영애들은 그런 페인을 두고 제국에서 가장 수려한 사내라며 열을 올리곤 했었다.
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 아니라 턱선까지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머리칼이 꼭 빛을 받아 반짝이는 칼날 같았다.
연회에서만 해도 미소를 가득 머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서늘한 안색에 무미건조한 낯빛이었다. 이윽고 미동 없던 입술이 느리게 열리며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감미로우면서도 상냥한, 그녀가 사랑하는 목소리였다.
“누이, 맛있는 것 먹을래?”
어딘가 야릇한 음성에 레니아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사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기다란 막대기 위로 무지개 색상을 입힌 큰 원에서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갈 것처럼 달달한 향이 풍겼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간식이라 그가 종종 건네던 것이었다. 어릴 적 행동을 재연하는 그의 모습에 경계심을 푼 레니아의 얼굴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오라버니도 참. 제가 아직도 어린아이인 줄 아세요?”
페인이 들고 있는 사탕으로 손을 뻗으려는 찰나, 별안간 시야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머리 뒤쪽에서 짓누르는 강한 힘에 벌꿀색 머리카락이 새하얀 시트 위로 쏟아져 내렸다. 고개를 들려 안간힘을 쓰는 그때, 바닥을 긁는 듯한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머리 위로 툭 떨어졌다.
“그쪽이 아니라 네 건 여기 있잖아.”
“오, 오라버니……?”
섬뜩하리만큼 차가운 음성,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기질적인 어조에 레니아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10년을 보아 왔지만 평소와는 다른, 어딘가 낯선 페인의 모습에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그 순간, 고개 숙인 앞쪽에서 철컥, 하고 들려오는 소리에 레니아가 움찔거렸다. 귓가에 크게 잡히는 소리는 바지 버클이 풀리는 소리가 분명했다.
곧이어 툭 튀어나온 물건을 본 레니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눈앞에 들이밀어진 건 그야말로 육중한 살덩이였다.
빳빳한 살 기둥 위로 푸른 핏줄이 돋아나고 부풀려진 둥근 끝에는 탁한 액이 맺혀 있었다. 처음으로 보는 남자의 성기는 막연히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거대했다.
레니아는 머리를 누르고 있는 힘에 저항하며 고개를 들려고 했다. 침대를 짚은 손목에 욱신거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남자의 완력은 그녀의 상상과는 달리 세상의 모든 힘을 쏟아부은 듯 미동조차 없었다. 그래도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리며 페인을 밀치기 위해 연신 손을 흔들 때였다.
손가락 끝에 툭 하고 닿는 생경한 느낌에 레니아는 휘젓던 손을 멈췄다. 뜨겁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그리고 물을 머금은 듯한 촉촉한 느낌. 한 번도 만져 보지 못한 감촉이었다.
“지금 나를 유혹하는 건가?”
레니아의 손길에 페인이 위험하게 웃었다. 와중에 눈앞의 물건이 부풀어 오르듯 더 또렷이 커지는 것이 보였다. 조금만 저항하는 힘을 빼도 그녀의 얼굴에까지 닿을 것만 같았다.
그사이, 레니아의 머리를 누르는 힘이 세게 가해져서 얼굴에 페인의 물건이 닿고 말았다.
“읍.”
눈을 스치고 코를 치는 살덩어리에 입이 닿지 않게 하기 위해 레니아는 머리를 누르고 있는 그의 힘에 최대한 버텼다. 이러다간 곧 입술에 닿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게 목적인 듯 점점 더 고개가 앞쪽으로 기울어졌다.
“하아.”
이윽고 입술에 성기가 닿자 맞붙은 말캉한 촉감에 페인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뱉어졌다. 그리고 목표물에 도달했다는 듯이 연신 그녀의 입술에 팽팽히 부푼 귀두를 강하게 문질렀다. 입술을 진하게 자극할 때마다 배어 나온 탁한 선액이 그녀의 입술에 잔뜩 묻어났다.
비틀린 목소리가 고요하던 침실을 가로질렀다.
“어서 고맙다고 하고 맛있게 먹어야지?”
긴장으로 두근거리던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믿기지 않는 내용에 아연해져 눈만 깜빡거리던 레니아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리고 그 틈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안으로 거칠게 들어왔다.
“흐읍…….”
순식간에 들어온 단단한 기둥이 삽시간에 그녀의 목구멍 깊숙이 파고들었다. 굵은 것이 입 안으로 박혀들자 레니아의 볼이 사탕 문 아이처럼 볼록해졌다. 반도 삼키지 못하고 빠져나온 살덩이까지 조그마한 입술 사이로 찔러 넣던 페인의 한쪽 입매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