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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 1권
제황 1권(1화)
1장 로엔하르트 황자(1)
-1-
푸른 초원.
녹색으로 우거진 굵직굵직한 나무들에게서 강한 생명력의 향기가 느껴지는 초록으로 가득 한 키즈 제국의 황실 전용 숲.
그 중앙에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은빛의 광택이 번쩍이는 철 투구를 쓴 그들의 자세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강력한 전투 자세를 갖추고 중앙에 서 있는 로엔하르트 황자를 힘겨운 눈으로 보았다.
강렬한 투기.
오우거도 두려움에 떨 만큼 매서운 투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청년.
로엔하르트 황자 역시 투기를 그대로 받아넘길 수 없어 긴장한 눈으로 그들을 훑었다.
“황자님! 갑니다!”
로엔하르트 황자를 둘러싼 20명의 기사들을 이끄는 기사대장의 말에 로엔하르트는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여유가 있다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로엔하르트와 20명의 기사들은 심각한 신분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 신분의 차이는 직접 진검으로 마주쳐 연습할 때,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특히 20명의 기사들에게 말이다.
‘아, 내가 저분에게 잘못해서 상처라도 입히면 내 기사의 길은 완전히 망할 거야!’
‘실수해서 중상을 입히면 가족 전체가 죽겠지.’
‘어이없게 죽이기라도 하면 난 가족들을 죽이고 자살하자. 처참하게 고문을 당하다가 결국에는 가족들과 함께 투석형을 받거나. 화형을 당하는 것보다는 내 검으로 가족들을 죽이고, 죽자!’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진검으로 하는 연습 때 상대가 되어 주는 기사들은 최대한 그 실력을 낮추어서 활약을 할 것이다.
이런 기사들의 생각은 당연하게 황자인 로엔하르트는 연습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런 기사들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몬스터 쪽이 연습에 더 좋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황자 로엔하르트는 기사들이 본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여유를 보였다.
“와라!”
호기로운 로엔하르트의 외침에 기사들의 몸도 크게 떨리며 땅을 박찼다.
와작!
쿠웅!
내지르는 스무 개의 첫발에는 막강한 생명력이 담겨져 대지를 누르고, 흔들고 있었다.
‘과연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기사들이다!’
온몸에서 오오라가 피어나는 기사들의 육신이 저마다 다른 광채를 만들며 녹색의 초원을 가로질러 로엔하르트에게 검을 내질렀다.
인간이라 보기 힘든 속도에 괴이한 소리와 함께 지척에 도달한 기사대장.
‘절벽’이라 불리는 이능을 가진 기사답게 오오라의 색은 황토색으로 번쩍 거렸고, 그 키는 로엔하르트보다 한참 더 큰 2m 10cm!
몸을 활강한 채 40킬로그램의 오우거 소드(30kg 이상의 무게를 지닌 모든 무기에 오우거의 단어가 붙는다.)를 로엔하르트의 오른쪽 어깨로 내려찍었다.
‘쯧!’
속으로 짧게 혀를 차며 자신의 오우거 소드로 맞받아쳤다.
까앙!!!
쿵!
두 개의 소리가 동시에 들리며 로엔하르트의 신장이 10cm 정도 아래로 꺼져 내렸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녹지가 내려앉은 것이었다.
로엔하르트는 손목과 허리가 찌르릉 하고 울렸지만 예상보다는 큰 충격이 아니었다.
로엔하르트는 눈살을 찌푸리고 아몬스를 노려보았다.
“아몬스! 진짜처럼 하라고 했을 텐데! 심장이 있는 왼쪽 어깨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 머리도 아닌 오른쪽 어깨를 노리다니 나를 아직도 못 믿는 건가! 그리고 나머지 기사들은 뭐하는 건가! 너희는 전장에서 적이 이렇게 떠벌리는 것을 그냥 가만히 두는 머저리들인가? 이럴 거면 다리 사이에 있는 거 떼어 버리고 여자로 바꾸지, 그래! 그러고도 너희들이 황제 친위기사단이라 말하는 건가! 이 밥만 꾸역꾸역 처먹는 오크 오줌통 같은 놈들아!”
한 손으로 지탱하고 있던 오우거 소드를 옆으로 쳐 내며 주변을 훑었다.
기사들은 이미 지근거리에 도달해 있어 그들의 면면이 뚜렷하게 보였다. 몇몇은 아직도 망설이는 기색들이 있었지만 그 몇몇을 제외한 기사들은 자존심과 명예에 상처 입은 모습을 보였다.
20명 모두 키즈 제국에서도 날고 기는 검사들로 그들 중에서도 신분과 실력을 따져서 뽑는, 101명만이 선택되는 황제 친위기사단의 기사들이 언제 이런 모욕을 당해보았겠는가.
더욱이 로엔하르트는 이제 16살의 소년!
“덤벼! 우물쭈물 뭐하는 거야! 그 비싼 검 들고 지금 삽질 하냐! 그래서 니들이 기사라고 할 수 있는 거냐고! 라 제국의 졸병들도 너희보다는 낫겠다!”
슈욱!
아몬스의 오우거 소드가 정확하게 미간으로 노리고 거침없이 찔러 오는 것을 무릎을 굽혀서 피했다.
“그만하십시오. 충분히 황자님의 마음, 가슴에 가로 새겼습니다. 이제 정말 사정 봐주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아몬스는 여전히 조금 망설였다. 그렇다고 한 번 뱉은 말을 주워 담기에는 그가 가지고 있는 명예와 힘이 너무 컸다.
“주군의 아들은 없다! 적만이 있을 뿐이다! 가자!”
“우오!”
아몬스의 몸에서 황토 빛이 번쩍이며 오우거 소드에도 그 빛이 흘러들어가 강렬한 빛을 뿜었다.
별처럼 빛나는 검은 아름답게 빛났다.
촤악!
옆으로 내지르는 검을 받지 않고, 타고 넘어서 아몬스의 옆으로 들어간 로엔하르트는 강철 부츠를 신은 다리로 아몬스의 정강이를 찼다.
뻑!
정강이뼈가 한순간에 박살이 난 아몬스를 그대로 둔 채로 로엔하르트는 자신의 등과 오른쪽 어깨, 정면, 양 허벅지를 노리는 오우거 소드들을 피해서 아몬스의 등 뒤를 타고 넘어 반대쪽으로 갔다.
반대쪽에도 이미 기사들이 검을 들고 공격해 왔는데 로엔하르트는 검으로 일일이 마주해서 쳐 내었다.
창창창!
어느새 등 뒤로 다가온 기사를 상대로 뒤차기를 날리며 검을 들지 않은 손으로 아몬스의 허리를 잡아 힘껏 들어 올려 정면의 기사들에게 던졌다.
이 일련의 행동이 모두 한 호흡이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서 벌어졌다.
창창창!
또다시 날아든 가장 위험한 세 개의 검날을 동시에 쳐 내며 한 발 물러서고 그 잠깐의 시간의 차이로 벌게 된 거리를 향해서 돌진하는 5개의 검중에서 독자적인 방향에서 날아오는 오른쪽의 검과 뭉쳐서 날아오는 세 개의 검중에서 맨 오른쪽의 쳐 내며 오른 편의 사각지대로 몸을 움직였다.
그래도 또 날아오는 10개의 검.
3개의 검을 쳐 내는 동시에 한 발 물러서며 생기는 거리로 또 검을 휘두르며 피하고, 방어하고, 쳐 내는 시간은 열 호흡, 30분, 1시간을 지나 3시간, 6시간, 8시간이나 이어졌다.
오전에서 시작한 전투는 점심을 거른 채로 저녁까지 이어졌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아니 불평하지 못한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창창!
두 오우거 소드가 마주치며 강렬한 불꽃을 만들며 로엔하르트의 몸이 반대쪽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동시에 그 반동으로 몸을 회전하며 반대쪽에 기사의 목을 향해서 검을 내밀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공격하는 로엔하르트의 온 전신으로 기사들의 검이 빗발쳤다.
차장! 깡깡!
데구르르!
휘익!
검을 마주하다 위급한 상황이 되자 땅을 구르고 박차며 도망가는 황자의 뒤로 따라가고, 미리 앞을 막으며 기사들의 검이 흉흉하게 공격했다.
허공을 날아서 각갑으로 오우거 소드를 쳐 내며 허리를 돌려 공중에서 회전하여 오우거 소드로 옆에 있는 기사의 목을 그었다.
휘익!
기사는 가볍게 뒤로 물러나 피하고, 공격을 하느라 허공에서 자세를 잡지 못한 로엔하르트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갑옷을 껴입은 터라 그 무게는 상당하였고, 덕분에 땅과 마주치는 로엔하르트의 소리는 컸다.
스윽.
이름 모를 기사의 오우거 소드가 목에 올려졌다.
“하아, 하아하아. 하아 하아. 졌군. 하아 하아 하아.”
숨을 거칠게 내쉬며 이제는 붉게 노을 지는 저쪽의 석양과 다른 검은 호수에 진주가 뿌려 놓은 듯 빛나는 밤하늘을 보았다.
결국 한 명도 이기지 못하고 진 것이었다.
신체가 빠르게 진정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기사들은 이미 한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부복하고 있었다.
그런 기사들을 보며 로엔하르트는 자신의 검을 검 집에 집어넣었다.
“이만 돌아가자.”
로엔하르트의 말에 기사들이 외쳤다.
“예!!!”
돌아가는 길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말을 타고였다.
그 말은 과연 제국의 황제 친위기사단의 말다웠고 황자다운 말이었다.
머리에 대리석 같은 아름다운 뿔이 난 하얀 유니콘으로, 유니콘의 뿔은 약용으로 최고급의 재료였다.
그리고 기사들의 말은 검은 피부에 눈에서 불이 나는 지옥의 말.
하운드 페가수스의 이마에 난 황금 뿔과 이빨은 빼서 팔면 금으로 손질할 수 있는 99.7%의 순도를 가진 황금 뿔과 이빨이었다.
저마다 범상치 않은 말들을 타고 돌아온 로엔하르트의 눈가에는 피곤과 노곤함으로 가득했다.
“결국 한 명도 이기지 못했군.”
로엔하르트의 쓴웃음에 아몬스가 옆에서 따라 웃으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20대 1이었기 때문에 황자님이 패배한 것일 뿐, 만약 일대일이었다면 저희 모두 한 명, 한 명 황자님에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칭찬이었지만, 칭찬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아몬스의 말은 일반론에 불과했다.
일대일? 승부를 점칠 수 없어?
그런 것은 그에게 필요 없다.
자신은 황제의 아들이다, 장차 황제가 될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 특별한 존재가 그런 일반론에 얽매여 자신의 한계를 정해 두기에는 로엔하르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황제 친위기사단의 부단장 중 한 명에게 못난 소리는 할 수 없어, 담담하게만 말했다.
“이만 돌아가지.”
“예!”
21마리의 말이 달렸다.
말들이 도착한 곳은 거대한 넓이와 장엄한 크기에 입이 쩍 벌어지는 달을 꿰뚫어 버릴 것처럼 높게 솟아난 하나의 탑!
키즈 제국의 중심이자, 전 대륙에서 인공 건조물 중에서 10위 안에 들어가는 최소 5,000명, 최대 1만 5,000명, 복도에서까지 잘 수 있다고 하면 4∼5만 명이 너끈히 머무를 수 있는 거대한 황궁.
키즈 제국의 자랑인 황금 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