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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 1권(2화)
1장 로엔하르트 황자(2)
-2-
키즈 황실은 현재 남쪽에 있는 나라인 라 제국의 핍박을 받던 국가연합이 시초였다.
라 제국은 유일신 라를 신봉하는 제국으로 그들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병사들에게 중독, 각성, 환각, 무통증, 흥분 등의 효과를 가진 몬스터 고기, 정제한 마약을 허울 좋은 라의 힘이 깃든 모래라는 뜻에 ‘라마’란 명칭의 마약을 병사들에게 먹여 라를 위해서는 기꺼이 상대방을 죽이고, 죽을 수 있는 미친 광신도들로 만들었다.
라 제국은 이러한 광신도(정확히 마약에 고농도로 중독된 마약쟁이)를 앞세워 전쟁을 하였다.
그들의 군세는 파죽지세로 그 범위를 확장하였고, 라 제국의 힘은 너무나도 강해서 작은 왕국들과 소국들은 서로의 힘을 합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항했음에도 왕국 연합은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늘에는 ‘라교’라는, ‘라마’보다 수천 배의 효과를 가진 마약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이것은 가루가 아닌 액체 형태로 중독, 각성, 환각, 무통증, 흥분에 플러스로 명상 작용까지 더해진 것으로 이 라교를 사용하여 일반 전사가 ‘로드 스타트’급의 전사가 되어서 전쟁에 참가한 것이었다.
라 제국의 여력을 대단한 것이었다.
국가연합은 당시 지휘하던 소렌드 왕국의 왕은 국가연합의 실력자들과 함께 본래의 땅을 버리고 마물 평원에 가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들이 보기에는 라 제국에 흡수되는 것보다는 마물들이 가득했던 마물 평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더 좋아 보였다.
그것은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그 미친 짓에 각 왕실과 소국들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국가연합이 연패하였던 이유에는 라 제국의 강성함도 있었지만 국가연합 자신이 가진 부패함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그들은 라 제국의 귀족이 되느니(용의 꼬리), 아무리 작고 형편없다 하여도 왕(뱀의 머리)이 되고 싶었다.
연합의 목적은 그러했기에 소국과 왕국들은 자신들의 병사들을 모았다.
드래곤 슬레이어 7명과 소드 마스터(대영웅) 10명, 소드 익스퍼트(영웅) 100명 외에도 군사 30만과 노예, 난민, 귀족계급 등등 100만 명의 대이동이 시작하였다.
라 제국은 그들이 마물 평원에 들어가는 것은 그저 방관했다.
당시 라 제국의 입장에서 서쪽 끝에 있는 소국과 왕국들을 모두 정리한 것은 동쪽의 다른 나라들을 정복할 생각으로 가득했던 라 제국 입장에서 뒤통수를 맞지 않기 위해서 공격한 것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이동을 하게 된 국가연합은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으니, 역시나 본래 마물 평원을 장악하던 몬스터와 마물들의 격한 분쟁이었다.
분쟁은 20년을 이어 갔고 130만 명에 달하던 인구도 3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년 동안에 왕국, 소국들의 왕궁 실권을 잡고 있던 왕들이 안 그래도 마물과 몬스터들과의 전쟁으로 힘든 판에 부족한 식량을 두고 권력투쟁, 암투를 하다가 그들의 사치에 분을 참지 못한 7명의 드래곤 슬레이어에게 처형당했다.
그 뒤로 30만 명의 사람들은 드래곤 슬레이어의 밑으로 들어갔다.
분쟁도 20년이나 하다 보니 마물들과 몬스터들도 인간들의 자리를 인정하고 물러났다.
그중에는 지능이 떨어지는 녀석들이 나가지도 않고 남아서 계속 싸움을 걸어 왔지만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인간들의 방어를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되자 인간들은 자신들의 토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때가 국가연합의 끝이자 여섯 개의 왕국이 만들어지는 시기였다.
여섯 개가 되는 이유는 드래곤 슬레이어 중에서 한 명이 여성으로 다른 드래곤 슬레이어와 결혼하여서 서로의 힘을 합치는 바람에 총 여섯 개의 왕국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들은 마물 평원이라 불리던 이곳을 개명시켰다.
이제는 인간들이 살 수 있게 된 마당이니.
이곳의 이름을 인간이 사는 곳답게 개명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었다.
그렇게 해서 마물 평원은 7명의 드래곤 슬레이어 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뛰어났던 리더 카론의 이름을 따서 카론 랜드로 변경되었다.
여섯 개의 왕국은 그 이후에도 끊임없는 정복 전쟁을 통해 마물들과 몬스터들을 카론 랜드에서 몰아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쟁의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싸움의 시작.
카론 랜드를 두고 여섯 왕국이 그들만의 전쟁을 하고 시작하였다.
그들은 오랜 시간 전투를 계속하며 자신들의 기질은 평범한 인간에서 전투 민족으로 승화시킨 것이었다.
전쟁은 시작되었고, 이번 전쟁은 인간들의 전쟁이었다.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더 어렵고 힘들어졌다.
나중에는 과거 선조들의 의해서 남쪽의 암흑 숲과 서쪽의 몬스터 산맥, 북쪽의 죽음의 늪으로 쫓겨났던 몬스터들과 마물들이 인간들이 서로 싸우자 방심한 틈을 노려서 뒤를 친 것이었다.
그렇게 되자 인간들은 서로 힘을 모아 대항했다.
그런 역사가 반복되며 카론 랜드의 인간들은 다른 나라의 인간들보다 강한 유전자를 받아 태어났다.
일명 초(超)전투 민족 카론.
카론 랜드에서 태어난 10살 아이는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20살의 청년을 묵사발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카론 랜드의 유전자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전쟁은 계속되었다.
그런 와중에 이제는 거의 없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드래곤 슬레이어의 맥을 이은 두 개의 왕국이 더 이상 평화의 길이 없어 보이는 카론 랜드를 뒤로 하고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였다.
그 두 왕국이 장차 카론 랜드를 건 대전쟁을 할 카론 왕국과 렉서스 왕국이었다.
카론 왕국은 동쪽의 바다로 진출했다.
바다에는 바다 마물과 몬스터가 있었지만 카론 왕국은 힘차게 대형 조선소를 건설하여 바다 마물과 몬스터에 대항할 수 있는 배를 만들었다.
카론 왕국의 계획은 바다를 통해서 동대륙에 있는 나라와 교역을 할 생각이었다.
그 와중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런 카론 왕국과 달리 렉서스 왕국은 남쪽의 암흑 숲을 뚫어서 이제는 완전한 제국으로 거듭나 대륙 칠강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라 제국과 교역을 생각하고 남하하였다.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두 나라.
카론 왕국이 10년간 바다를 상대로 참패를 거듭할 때, 렉서스 왕국은 마물 평원에서 나는 마물과 몬스터를 기반으로 어마어마한 부와 힘을 키워 나갔다.
그리고 그 힘이 어느 정도 무게를 가지게 되자 렉서스 왕국은 카론 랜드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그런 렉서스 왕국의 행동에 이제까지 싸움을 계속하던 중앙에 왕국들이 서로 힘을 합쳤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라 제국과 교역을 통해서 힘을 쌓은 렉서스 왕국은 배신자였다.
자신들이 왜 이 땅으로 이동해야 하였는지 그 역사를 아는 드래곤 슬레이어의 후예가 이제는 라 제국의 앞잡이가 되어 자신들을 정복하는 것을 그들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중앙과 남부가 그렇게 싸우는 사이 카론 왕국에는 반란이 일어났다.
되지도 않는 바다를 상대로 실험적으로 병사들이나 죽이는 황실에 대한 반란으로 카론 왕국의 왕은 당시 백작으로 있던 자에게 함락되어 긴 역사를 가진 카론 왕국 전통의 맥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끊을 수는 없어서 카론 왕국의 공주를 반란군의 수괴인 키즈 백작의 아내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명맥을 이었다.
키즈 백작은 왕이 되어. 카론 왕국을 키즈 왕국으로 개명을 하였다.
개명하고 정확하게 1년 후,
바다 쪽에서 무율 제국의 동양인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카론 왕국이 10년간 마련한 항구에 도착하였던 것이다.
어이없게도 바다를 통해서 다른 대륙의 나라와 교역을 할 생각을 가졌던 것은 카론 왕국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동방에서 먼저 교역을 하자고 이렇게 찾아온 것이었다.
반역을 당한 카론 왕실 입장에서는 완전하게 억울할 노릇이었지만 이미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키즈 왕국은 그 이후 다시 10년.
동방의 초한국과 무율 제국 간의 교역으로 그 힘을 키워 나갔다.
10년 동안 중앙의 왕국들이 렉서스 왕국에 의해서 정복당하느라 렉서스 왕국의 힘이 빠진 상태에서 키즈 왕국은 중부까지 제압한 렉서스 왕국을 향해서 승리의 깃발을 치켜들었다.
무율 제국과 초한국이 교역으로 가져다주는 그들의 병법서와 무기들을 매우 강력한 힘이 되어서 렉서스 왕국을 이기는 것에 큰 힘이 되었다.
남부의 라 제국과의 교역으로 힘을 키운 렉서스 왕국과 동방의 초한국과 무율 제국과의 교역으로 힘은 키운 키즈 왕국의 싸움은 3년간 계속되었다.
결국 키즈 왕국의 승리하였다.
중앙 왕국들과 소국들을 상대하는 데에 렉서스 왕국은 너무 많은 힘을 낸 것이 큰 실책이었다.(렉서스 왕국이 어디 생각이나 해 보았겠는가, 동방과 교역을 통해서 키즈 왕국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그밖에도 철천지원수인 라 제국과 교역하여 힘을 기른 렉서스를 싫어하는 카론 랜드의 사람들의 마음이 그러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키즈 왕국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통일의 역사를 가지지 못했던 카론 랜드에서 유일한 통일 제국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현 키즈 제국이었다.
그들은 렉서스 왕국이 있는 남부를 철저하게 탄압하였고, 나아가 라 제국과의 모든 길목을 차단하고, 라 제국과 손을 잡았던 남부를 철저하게 박해하였다.
이러한 경향 탓에 이후에도 남부는 비옥한 땅을 지녔음에도 암흑 숲의 몬스터들에 의해서 빈번하게 침략당하는 약한 대지로 변모하게 되었다.
키즈 왕국을 제국의 반석에 올려놓은 황제는 제국을 이대로 두면 과거의 역사가 그러하듯 또다시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의 피에는 여전히 전투의 피가 들끓었고, 그 피는 결국에는 제국의 분열을 낳을 것이라 생각한 키즈 황제는 그들의 관심을 싸움에서 학문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것이 바로 마법(魔法)의 유입과 문화(文化)의 유입들이었다.
마법의 유입은 당시 대륙 칠강 중에서도 우뚝 선 마도 제국에서 시작된 새로운 힘의 유행이었고, 문화 유입은 동방의 문화를 유입하자는 것이었다.
계획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키즈 제국은 반란 없이 100년간 번창했다.
그 와중에 몇 가지 사항들이 변했으니…… 키즈 제국은 이제는 변방의 나라가 아니라 대륙 칠강(중동의 마도 제국, 신성의 라 제국, 동방의 무율 제국, 사막의 아사 제국, 북부의 암흑 제국, 밀림의 콰 제국, 남극의 심바 제국)에게 다수결로(무율 제국만 반대) 인정을 받아, 키즈 제국을 대륙 칠강에 이은 여덟 번째 제국으로 인정.
그렇게 함으로 대륙 팔강이 탄생하였고, 반역자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키즈 황제의 생각과 달리 렉서스 왕국의 후예들이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으로 살아남아서 핍박을 받는 남부의 귀족들의 원조를 받으며 그 힘을 키워 나갔다.
다그닥.
21마리의 말이 황궁에 도착하였다.
“잘 돌아오셨습니다.”
황실 마구간에 도착한 황자는 마구간지기에게 말을 맡기고 내렸다.
“황자님, 오늘 하루 많이 배웠습니다. 정말 천하제일(天下第一)입니다.”
키즈 제국은 동방의 문화를 상당히 받아들였기 때문에 동방의 언어가 자연스럽게 섞였다.
“나야말로 큰 경험을 얻었네.”
“예, 그럼,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러게.”
몸을 돌리며 물러나는 20명의 기사들을 보고 로엔하르트는 여전히 안 좋은 얼굴을 하였다.
그들은 최대한 예우를 다하였지만, 로엔하르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만약 저들이 정녕 로엔하르트가 황제였어도 저렇게 등을 돌리며 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직 로엔하르트는 황자에 불과했다.
몇 발자국을 걷자 로엔하르트의 앞을 한 사람이 가로막았다.
“어휴, 이 땀 냄새! 당장 궁에 돌아가서 목욕부터 해요!”
그녀는 로엔하르트의 오랜 측근으로 나이는 로엔하르트보다 한 살 아래의 15살이었으며 어머니가 키즈 제국으로 올 때 함께 온 유모가 이곳의 남자와 결혼하여 낳은 딸이었다.
이름은 리즈.
동양과 얼굴과 서양의 몸매가 합쳐진 소녀였다.
흑발의 머리에 초록의 눈동자를 지닌 새하얀 백색의 뽀얀 우유 피부가 아름다운 메이드.
“리즈, 내 몸에서 그렇게 고약한 냄새가 나?”
킁킁거리며 옷 여기저기에서 냄새를 맡아 보았다.
‘큭!’
솔직하게 말해서 시큼하고도 따가운 향기가 코를 찔렀지만 자신이 더럽다는 것을 인정할 수는 없었기에 애써 참으로 여유롭게 말했다.
“조, 좀, 쪼금! 아주 조금 나네.”
“무슨 쪼금이에요! 이 정도면 오크도 도망가겠다!”
“킥.”
“키득.”
“키득.”
리즈의 말에 뒤에 있는 3명의 메이드들이 작게 웃었다. 황자와 메이드의 관계치고 상당히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