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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 1권(3화)
1장 로엔하르트 황자(3)
로엔하르트는 리즈가 등을 밀자 자신의 궁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로엔하르트의 움직임이 한결 가벼우며, 기사들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웃음과 장난기가 가득했다.
“리즈, 살찐 거 아냐?”
“무슨 그런 무서운 농담을 하세요!”
“농담이 아냐. 이 허벅지를 봐, 오크보다 더 굵은 것 같은데!”
“꺄악! 뭐하는 거예요! 아무리 로엔하르트 님이 사춘기라고 해도 만질 데가 있고 안 만질 데가 있지! 다 큰 숙녀의 허벅지를 만지다니! 그러면 혼나요!”
“리즈, 왜 그래. 마치 처음처럼.”
리즈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천천히 목을 돌려 로엔하르트를 보았다. 눈에 불꽃이 튀는 모습이었다.
“이이이! 이 색골! 악마! 변태!”
퍼억!
남자의 중심부를 강타하는 강력한 무릎 찍기로 로엔하르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 뒤로 리즈의 팔꿈치 찍기와 관절 꺾기로 이어진 스콜피언 꺾기는 로엔하르트의 유연성을 높여 주는…….
“으악! 항복! 항복! 항복!!!”
“리즈 참아! 그러다 황자님 죽어!”
“이러지 마!”
“완전 밀착이네!”
……그 뒤로 30분간 실랑이 끝에 겨우 리즈를 진정시키고 떼어 놓을 수 있었다.
3명의 메이드들의 뒤에 숨어서 상황을 살피는 로엔하르트의 눈에 저 반대쪽에서 나타나는 일단의 무리를 보고는 이제까지 하고 있던 장난기와 웃음을 지우며 리즈의 앞으로 걸어갔다.
“어, 어, 그, 그런 표정 짓는다고 제가 화를 풀 줄 아세…… 텁!”
손으로 리즈의 입을 막은 로엔하르트는 서늘한 눈으로 반대쪽의 청년을 보았다.
리즈는 로엔하르트의 눈길을 따라서 정면을 보고는 이제까지 짓고 있던 표정을 바꾸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로엔하르트의 뒤로 물러났다.
저벅, 저벅.
“여! 로엔하르트.”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오는 젊은 남자.
남자의 주위에는 16명의 기사, 8명의 메이드, 4명의 집사, 두 명의 측근을 대동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 이제까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로엔하르트와 대치하였다.
확연하게 차이 나는 두 사람을 따르는 사람들의 숫자, 이 숫자는 로엔하르트와 청년의 세력 차이를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 다과회도 참가하지 않고, 오후에 졸 보르부 공작 부인께서 주최하신 명예시민 사생 대회에도 안 나오고 도대체 지금까지 뭐한 거야? 도대체 너에게는 황족이라는 인식이 있는 거야? 그러고도 네가 나의 아우라고 말할 수 있는 거냐고, 황제의 아들로 태어난 특별한 핏줄을 타고난 우리들 같은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일반인(귀족)들과 어울려 선행을 베푸는 것도 하여야 되지 않겠어?”
싱글싱글 웃으며 말하는 청년은 한껏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
“검을 연습했어.”
청년은 혀를 찼다.
“쯧, 그런 것은 옆에 있는 쇼렌이나 아서 같은 유능한 기사들에게 맡기면 돼. 도대체 검을 연습해서 뭐하겠다는 거야.”
“몸을 단련하는 것이지, 누구처럼 감기로 골골되며 죽을 것처럼 연기하며 아버지를 걱정시키지 않아도 되고 누구처럼 검이 무서워서 파티장에서 상대 제국 황자의 검을 두려워해 항복을 하지 않기 위해서이지. 어때? 형도 검을 배워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청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청년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은 수치심과 부끄러움이었는데, 곧 큰 분노로 로엔하르트를 노려보며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어이쿠! 이 냄새는 뭐야? 트롤 입에서 나는 입 냄새보다 고약한데?! 어라? 이거 지금 내 아우의 몸 쪽에서 나는 냄새인 것 같은데? 어쿠쿠, 이런 완전 오크 오줌통보다 더 심한 냄새군! 이런 냄새나 풍기면서 황실을 돌아다니다니 과연 천한 동방 여자의 소생다운 행동이구나!”
창!
두 개의 검이 정확하게 로엔하르트의 검의 진로를 막았다.
총 세 개의 검이 움직일 때.
지금 이 자리에서 네 사람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32명은 무슨 상황인지 인지하지도 못했다.
“뭐하는 짓이냐, 설마 나를 죽일 생각으로 검을 휘두른 것은 아니겠지?”
의문이 가득한 청년의 말에 로엔하르트는 진로가 막혀 버린 검을 집어넣으며 청년을 지나쳐 갔다.
인사 한마디, 사과 한마디 없이 물러가는 로엔하르트의 등을 노려보는 청년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이놈! 운 좋은 줄 알아라! 네가 얼마 안 있어서 죽는다는 소식만 없었어도, 당장 널 죽여 버렸을 거다!’
“가자!”
거칠게 성큼 내디디며 걸어가는 주인을 따라 측근인 쇼렌 졸 보르부, 아서 에멘로스트는 통증에 떨리는 손목을 최대한 감싸지며 따라 걸었다.
쇼렌과 아서는 생각 외로 매우 뛰어난 로엔하르트의 검술을 보며 속으로 방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3-
현 키즈 제국의 황제는 제6대로 로스만 키즈다.
로스만 키즈에게는 두 명의 황자가 있는데, 제1황자 레이온 키즈와 제2황자 로엔하르트 키즈다.
둘은 4살의 나이 차이를 가졌고, 각각 황비와 첩의 소생이다.
제1황자 레이온은 붉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미끈하게 생긴 외모의 예의 넘치는 품위와 카론 랜드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혈통을 지니고 있었다.
제2황자 로엔하르트는 남색의 머리와 남색의 눈동자는 지닌 청년으로 동양의 느낌이 있는 청년이었다.
이 두 사람이 바로 현 제국의 가장 큰 물망에 오른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 중에서 세력으로 따졌을 때, 제1황자가 압도적인 세력을 지니고 있었다.
1황자의 어머니 크리스티나 에멘로스트.
처가가 대공가로 동방의 무율 제국과 초한국과 직접 거래를 하는 항구도시들 전부 통치하는 대영지의 영주이자. 전통적으로 카론 왕국의 마지막 공주와 초대 키즈 황제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을 선조로 둔 가문으로, 현 키즈 황실과는 같은 피가 흐르는 형제 관계의 가문이었다.
선황제의 황비인, 선황비가 현 에멘로스트 대공과는 이모와 조카 사이였고, 현재 황비는 에멘로스트 대공의 여동생이었다.
그런 가문이 뒤에서 협조하는데, 당연하게 1황자의 세력이 클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런 1황자와 대치하는 2황자는 외가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무율 제국의 황족이라고 소문이 나 있기는 하지만 그들과 거래하는 무율 제국에서는 2황자의 어머니에 대한 별말이 없었고 지원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말 그대로 소문에 불과했다.
그렇게 세력으로 어마어마한 마치 고래와 미꾸라지, 드래곤과 참새 수준으로 차이가 나는 것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현 제국의 가장 큰 물망으로 두 사람이 떠오른 것에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재능 탓이었다.
제1황자는 무능했다.
비록 키즈 제국이 현재 전투보다는 문화를 더 중요시하기는 하지만 과거가 어디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정복 전쟁으로 현재의 제국이 만들어진 나라며 제국의 국민성 역시 상당히 폭력적이었다.
그런데 제1황자는 전투 쪽에서는 완전 바닥을 기다 못해 땅을 뚫고 들어갔다.
생명력을 느끼는 단계인 이 세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로드 스타트’의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그런 1황자는 전통성을 제쳐 두고 많은 시민, 귀족들이 안 좋게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1황자와 달리 2황자는 전투에서 굉장한 재능을 발휘하였다.
불과 7살이라는 매우 어린 나이에 전장을 무수히 통과하며 성장한 용병들도 이루기 어렵다는 ‘로드 스타트’에 도달해 주변을 경탄하게 했다. 그 이후 착실하게 기본기와 실력을 다듬어 ‘소드 어뎁터’, ‘소드 익스퍼트’에 도달했다.
나이 대에 비해서 경이로운 성장에 모두 천재라 말하는 소년이었고 마법에도 손을 대서 이제는 검술이 아니라 마법으로도 명성을 날리는 뛰어난 소년이었다.
“어서 오세요.”
자신의 별궁에 들어서자 로엔하르트의 집사가 맞이했다.
집사는 여자였다.
별궁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여자들이었다.
사실 여자가 수다스럽다는 편견으로 고위 귀족들과 대귀족, 황족들 대부분이 여성의 비율은 1:1로 일하는 사람을 정하여 쓰는 데에 반해서 로엔하르트는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 별일 없었어?”
“황녀님이 와 계십니다.”
“황녀? 누구?”
“주인님의 누님께서 말입니다.”
“아, 애린. 그럼 목욕부터 해야겠군.”
로엔하르트는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옷을 벗고 목욕을 하였다. 목욕탕은 축구장과 비슷한 크기였다.
축구장이란, 축구를 하는 공간을 뜻하는 용어다.
축구의 발상지는 마도 제국이다.
현 대륙에서 마도 제국은 모든 것의 중심이었다.
문화, 전쟁, 마법, 학문, 운동, 식생활…… 모든 부분에서 말이다.
그들은 압도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자들이었다.
그중에 하나가 축구였다.
축구란, 주로 발로 공을 차서 상대편의 골에 공을 많이 넣는 것으로 승부를 겨루는 경기로 11명이 팀을 이루며, 골키퍼 이외에는 손을 쓰면 안 되고 주로 머리와 발을 사용해야 하는 스포츠였다.
이 축구가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귀족들은 자신들 만의 축구단을 만들어서 돈을 걸고 내기를 하기도 하였다.
그런 축구장과 비슷한 크기의 목욕탕이었다.
알몸의 로엔하르트는 화이트 모스(하얀 이끼)가 나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이 화이트 모스는 그 촉감 매우 부드럽고 탄력적이며, 여타의 미끄러운 이끼들과 달리 자리를 꽉 잡아 주는 형태의 성질을 가진 이끼로 고위 귀족과 대귀족, 황족들이 목욕실에 자주 사용되는 녀석들이었다.
로엔하르트는 화이트 모스에 기분 좋게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리즈를 비롯한 시녀들은 제각기 손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모양을 한 초록색 혹은 파란색의 반투명한 몬스터를 들었다.
이 몬스터는 슬라임의 한 종류인 몬스터로 보통 찌꺼기 슬라임이라는 명칭이 있지만 귀족들 사이에서는 스무드 슬라임이라 부르는 몬스터였다.
스무드 슬라임의 입은 오징어의 빨판 위에 새끼손가락 크기의 것들이 나 있는 모양이고, 이빨이 없다.
그런 스무드 슬라임의 입을 사람의 몸에 붙이면 그 촉수가 사람의 피부를 문대면서 몸에 붙은 유해한 이물질들을 먹는 것이었다.
쭙쭙쭙쭙쭙쭙쭙쭙쭙쭙!(스무드 슬라임이 사람의 불순물 먹는 소리.)
스무드 슬라임은 드래곤도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씻을 때, 사용할 정도로 때를 흡수하는 능력이 대단한 슬라임 몬스터였다.
스으윽.
스무드 슬라임의 입이 한 번 지나간 자리는 피부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해졌다.
시녀들의 손에 든 스무드 슬라임들이 하나둘씩 배가 차오르며 ‘꺼억’ 하고 배부른 모습을 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후우, 찝찝해.”
스무드 슬라임에게 때를 모두 빼앗긴 로엔하르트는 기분 나쁜 표정을 하였다.
약간 차가우면서도 미끌거리는 스무드 슬라임의 침, 혹은 스무드 젤이라 부르는 물질이 몸 여기저기에 가득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
스무드 슬라임은 때를 먹을 때 침을 흘리는데 그의 침은 사람의 피부를 보호하는 보호막 역할도 하는 것으로 상당히 좋은 성분의 침이었다. ……기분은 나쁘지만.
“저기에 누워요.”
화이트 모스로 만들어진 침대였다.
침대 위에 눕자 메이드들이 올라와 스무드 젤(이라 적고 침이라 부른다.)이 피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문질렀다. 앞뒤, 상하좌우 할 것 없이 소녀들의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손길이 온몸을 문질렀다.
“끝났습니다!”
리즈의 활기찬 말과 함께 마지막 곳으로 데려갔다.
목욕탕의 한 부분으로 녹색의 장액이 가득한 곳이었다.
이 장액은 보통 엘프 장액이라 부르는데, 장액 안에 들어가도 숨을 쉴 수 있는 곳으로 그 안에서 잠시 잠을 자면 순식간에 피로가 풀리는 곳이었다.
참고로 이것 1킬로그램은 말 1,000마리 정도의 값어치를 하는 것으로, 사람이 한 명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장액을 구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금액이 들어갔다.
황자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
약간 뭐랄까 느낌이 있는 액체랄까? 물 같은 느낌보다는 젤리나 푸딩의 느낌이 더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