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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 1권(10화)
4장 일곱 기사(2)
그녀가 지휘하는 장미 기사단은 하나같이 뛰어난 여기사들로 이루어진 집단으로 제국의 여기사란, 여기사는 모두 아마테라스 휘하에 모여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는 데 힘들지는 않았어?”
“아니요. 로엔하르트 님을 뵙는다는 생각에 피로는 없었습니다.”
“다행이군.”
“장미 기사단도 같이 왔나?”
“예, 길잡이로 몇 명의 수행기사를 대동했습니다.”
장미 기사단은 아마테라스에 대한 광신도적인 충성? 신앙? 존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들은 보통 아마테라스에게 남자가 꼬이면 장미 기사단은 엄청난 기세로 만든 배리어로 상대를 방어가 아닌 공격하여 압사시켜 버릴 만한 배리어 포박 압사 분노를 퍼부었다.
그녀 모두를 변화시켜도 되었지만, 너무 자주 써서 적들에게 이능의 특징을 가르쳐 줄 빌미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참았다.
그런 탓에 그녀들은 로엔하르트에 대한 분노 혹은 질투에 가득 차 있었다.
“……그렇군.”
“그렇답니다.”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야.”
로엔하르트가 말하는 것은 아마테라스의 단점으로, 아마테라스는 아주 지독한 길치였다.
그 부분을 놀리는 조크였다.
“로엔하르트 님!”
아마테라스의 말을 뒤로 하고 호마를 바라보았다.
“호마, 이제 얼굴이 풀렸어?”
저녁부터 함께해 온 호마 그리폰.
그리폰 공작가는 대전쟁(키즈 왕국과 렉서스 왕국의 카론 랜드를 건 3년 전쟁) 시절, 크게 활약하여 후작에서 공작이 된 집안으로 역사가 깊은 가문이었다.
대전쟁 시절의 그리폰 후작의 장녀가 호마 그리폰이었다.
로엔하르트의 상냥한 미소에 이제까지 짓고 있던 무표정에서 부루퉁한 얼굴로 바뀌었다.
“아직 안 풀였당!”
“그래?”
“그랭!”
호마는 아주 신비한 말을 사용했다.
바로 대화 끝에 ‘ㅇ’을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이건 저주나, 전생의 업이나, 병이 아니다.
호마는 로엔하르트에게 애교를 부린다고 ‘ㅇ’을 붙이는 것이었다.
“아쉽네.”
“안 아쉽당!!!”
“안 그렇당!”
호마를 따라하여 말해 주자, 호마는 얼굴을 붉혔다.
“흥!”
로엔하르트는 호마 옆에 있는 피나를 보았다.
피나는 물고기의 비늘을 연상하게 하는 새파란 비늘이 오돌토돌하게 나 있는 피부를 지닌, 일반적인 엘프의 긴 귀와 마찬가지로 지느러미 형태의 두 귀, 귀 뒤쪽과 머리카락으로 숨겨지는 목 뒤쪽의 반 정도에는 조그마한 아가미가 숨어 있었다.
그녀들은 코로도 숨을 쉬었지만, 물속으로 들어가면 귀 뒤쪽, 목 뒤쪽에 나 있는 두 개의 아가미로 물속에서 무한에 가깝게 살 수 있었다.
마린엘프의 머리카락은 일반적인 사람의 머리카락과 크게 말랐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자른다고 피가 나는 것이 아니었지만, 마린엘프들은 머리카락을 자르면 피가 났다. 마린엘프들의 머리는 모두 다 하나하나 살아 있어 만지는 것만으로도 생생하게 리나의 고동(심장 소리)을 느낄 수 있었다.
“마구간 지기가 잘해 줘?”
“예!”
“맛있는 거 많이 먹었어?”
“물론이죠!”
그녀는 본래 리드미스의 친구로 오래전 마왕(魔王)을 함께 물리쳤던 패밀리의 일원이라고 하였다.
“리즈는 뭐, 항상 옆에 있으니, 말 안 해도 되지?”
“그러기만 해 봐요. 제 초필살 울트라 스페셜 초코슬램으로 끝장을 만들어 드릴 테니까요!!!”
초코슬램은 마도 제국에서 시작된 인기 스포츠 레슬링의 한 기술로 굉장히 파괴적이고 무서운 기술들을 전문 레슬링끼리 최대한 몸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서로를 공격하는 배려심 깊은 스포츠였다.
물론 배려하는 것과 다르게 보고 있는 관중들에게 흥미감과 긴장감, 재미를 주기 위해서 리얼성이 필요한데, 상대 배려하면서 그러한 리얼성을 주기가 참으로 힘들어 레슬링 프로들 사이에서도 두 가지를 모두 잡은 사람을 레슬링 챔피언이라 말했다.
리즈는 레슬링 챔피언에게 배웠다.
“까욱! 할 말도 없는데.”
잠시 뜸을 들인 로엔하르트가 말했다.
“가슴은 많이 커졌어?”
“……변태! 저질! 말미잘!”
“하하하.”
“오늘 밤 죽여 버릴 거야.”
“무서운데!”
원독에 찬 눈으로 노려보는 리즈였다.
리즈를 제치고, 일곱 기사의 마지막 다프네 오시리스.
“…….”
“…….”
그녀는 많은 말을 하는 여성이 아니었다. 질문에 대답만 할 뿐.
“잘 왔어.”
“응.”
로엔하르트는 일곱 기사를 모두 둘러보았다.
“모두 잘 왔어! 어서 들어오도록 해!”
로엔하르트는 웃으면서 그녀들에게 손짓하였다. 그녀들 역시 로엔하르트의 말에 재빨리 움직였다.
-3-
루나 페레스의 몸 주위로 아기들이 나타났다.
아기들은 총 8명이었는데, 모두 등에는 조그마한 날개들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에는 조인족이라 하여서 실제로도 날 수 있는 종족이 있었지만 그들과는 조금 달랐다.
아기들의 날개는 몸을 지탱하기에는 너무나 작은(퇴화된) 날개였다. 로엔하르트의 손바닥 정도의 크기랄까.
이 아기들이 바로 루나 페레스의 이능으로, 간단히 말해서 이 아기들은 루나 페레스의 분신들이었다.
루나 페레스의 이능을 이야기하기 전에 성장 과정을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데.
루나는 제국에서 제일가는 기사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을 낳고 후에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루나의 어머니가 여기사까지 이른 인물이었는데, 고작 아이 하나 낳다가 죽는 것이 수상했지만 죽음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루나는 도미니크 페레스의 하나뿐인 가족이 되었다.
도미니크 페레스는 아이를 키우는 법을 몰랐다.
그런 것에는 조금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면 당연히 엄마가 키우겠지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 엄마가 죽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소드 마스터답게 빠르게 냉정을 찾고, 루나를 자신처럼 키웠다.
그렇게 성장한 루나는 많은 자유를 빼앗겼다.
인형 대신 목검을 생일 선물로 받고 소꿉놀이 대신 고블린과 싸우며 놀았고 친구 대신 경쟁자를 얻었다.
그렇게 성장한 루나에게 후회가 없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루나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그녀는 잘 알았기 때문이다.
도미니크는 아무리 사별 경험이 있는 애 딸린 유부남이지만 제국에서 14명뿐인 소드 마스터 중에 한 명이다. 그 정도는 흠이 안 되었고 많은 재혼 권유가 있었지만 도미니크는 모두 거절하였다.
그는 아직도 부인을 사랑했고, 자신의 딸을 사랑했다.
그런 도미니크에게 ‘나 검술 싫어! 인형이 좋아!’ 이렇게 말하기에는 루나의 성격이 그렇게 똑 부러지고 당차지 못했다.
더욱이 사실은 도미니크 페레스가 자신의 아내가 그렇게 허약하게 죽은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 딸만은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정말 혹독하게 다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비록 표현 방식이 이상했지만, 그것이 바로 아버지 도미니크 페레스의 사랑법이라는 것을 알고 꾹 참고 노력했다. 그리고 로엔하르트를 만나고 2년 전, 18살이라는 나이에 ‘로드 스타트’에 올랐다.
차차 시간이 흘러 이능이 나타났는데, 그것이 바로 아기들이었다.
아기들은 루나가 이제까지 꾹꾹 눌러 두었던 감정들이 하나의 인격으로 독립되어 탄생한 것들이었다.
원래 다중인격이 아니었지만, ‘로드 스타트’에 이르면서 이제까지 억눌러 두었던 생각, 감정이 ‘이능’이라는 요소로 탄생한 것이다.
[난 직설적인 루나!]
[난 야심가 루나!]
[난 수다스러운 루나!]
[난 게으른 루나!]
[난 잘 노는 루나!]
[난 야한 루나!]
[난 울보 루나!]
[난 살생이 즐거운 다크 루나!!!]
이 아기들이 바로 그 분신 루나들로, 루나의 능력이 바로 이것이었다.
여기서 사기적인 부분은 이 여덟 아기들 모두 각각 모두 따로 이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루나라는 신체 하나에 총 9가지의 이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야심가 루나’가 루나의 갑옷을 벗기며 말했다.
“네가 밤 기술로 꽉 잡는 거야! 다른 것들이 넘보지 못하게!”
‘야한 루나’가 세세하게 지도하였다.
루나는 자신이 그런 책을 읽은 적이 없음에도 어떻게 이 ‘야한 루나’가 그런 세세한 것을 잘 알고 있는지 정말 놀랐다.
옆에서 ‘다크 루나’가 쿨하게 루나의 어깨에 앉아 있고, ‘수다스러운 루나’가 그런 ‘다크 루나’에게 어깨에서 비키라고 수다를 날렸다.
그러면서 루나는 하나둘씩 옷을 벗었다.
포니테일로 올린 금발의 머리를 풀고,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눈동자와 고탄력을 가진 새하얀 피부는 늘씬한 키에 살짝 부족한 볼륨감은 엘프들 중에서도 가장 고귀하고 아름답다는 하이엘프를 떠올리게 하였다.
미첼 존 라플라스.
아버지는 현자 리드미스 라플라스, 어머니는 이오린 라플라스.
카론 랜드의 제국법에 여성이 남성에게 시집올 때,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적으로 남편의 성을 따르게 되어 있었다.
결혼하기 전 이오린의 성은 졸 보르부. 현재 홀드 졸 보르부 공작의 막내 이모가 바로 이오린 라플라스였다.
홀드의 아버지, 5대 황제가 가장 믿을 수 있던 가신으로 6대 황제가 되는 로스만 키즈의 교육을 할 것을 은밀하게 임명 받은 홀드의 아버지는 로스만 키즈의 스승으로 동방의 현자 리드미스를 삼고초려(三顧草廬:동방의 왕이 세 번이나 찾아가 군사를 초빙한다.)하여 데려왔다.
워낙 대단한 리드미스였기에 옆에서 생활을 돕는 시녀를 아무에게 맡길 수가 없어서 당시 가주의 여동생인 이오린 졸 보르부에게 맡겼는데,
아차!
나이 차이가 분명 100년 넘게 나는 둘이라서 안심했던 것이 화근!
두 사이에 덜컥 애가 생겼고 로스만이 황제가 되자 자연스럽게 스승이었던 리드미스가 제국에 눌러 살게 되었고 그 옆에 이오린이 붙어 있었다.
100살이 넘었을 거라고 생각되는 리드미스.
하지만 굉장한 정력으로 이오린 사이에 무려 9남 1녀를 낳았다. 그리고 그 마지막 1녀가 바로 미첼이었다.
리드미스의 딸 사랑은 지독했다.
더욱이 미첼은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날 때 어떻게 낳았는데 굉장히 몸이 약했다.
약하고 막내.
열 자식, 아홉 아들 중에서 딸이고 미첼은 어릴 때부터 아홉 오빠들과 리드미스의 완전한 사랑을 받고 행복하게 자랐다.
차츰 시간이 흘러 너무 사랑이 진해서 로엔하르트가 여간 골치 아픈 것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몸이 약했던 그녀는 결국 3년 전 고작 12살이라는 나이에 ‘로드 스타트’에 오른 것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아무튼 그녀는 ‘로드 스타트’에 올랐고 마법을 배웠다.
그녀는 아직도 ‘로드 스타트’였지만, 마법을 열심히 익힌 케이스였다.
그녀의 이능은 ‘인력 암흑’.
그것도 평범한 암흑이 아닌 인력(引力: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암흑이었다.
그렇기에 마법이 로엔하르트보다 대단한 것들이 많았다.
후르륵.
검은 로드의 후드를 내리고 단추를 풀어 로드를 벗었다.
……바바리 걸?!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
15살이라 보기에는 밋밋한 절벽, 10살로 보아도 할 말 없는 날씬하다 못해 시원한 일자형 몸매.
부끄러운 듯 서 있던 미첼이 이불 사이로 숨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