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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 1권(25화)
12장 출정식 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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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군인이 모여 분대.
10개의 분대가 모여 소대(100명).
10개의 소대가 모여 중대(1,000명).
10개의 중대가 모여 대대(1만 명).
10개의 대대가 모여 여단(10만 명).
여단 위에 사단(여단이 두 개 이상이 합칠 때, 사용하는 호칭)이 있고 그 사단 위에 군단이 있다.
군단이란, 군대라고 보면 되었다.
그리고 황제령에는 네 개의 여단이 있는데 황제 여단이 두 개가 있었고 황실 여단이 두 개가 있다.
황제 여단은 귀족들의 군대였고 황실 여단은 귀족 이하 계급들이 많은 군대였다.
일단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출정식을 할 때 앞에서 도열한 5만은 황제 여단의 출신의 병사들로 그들이 일단 로엔하르트의 병풍이 되어서 귀족들에게 멋진 환영의 인사를 받을 것이다.
그러면 로엔하르트가 출정식이 끝나고 황제 여단은 해산.
로엔하르트는 자신의 측근들과 함께 황실 여단이 있는 곳까지 가서 황실 여단에서 5만 명을 인계받으면 러스트 백작령으로 가면 되는 것이었다.
즉 출정식은 귀족으로 이루어진 황제 여단(20만 명)에서 5만 명이 받고, 실제로 전투지로 가서 싸우는 것은 귀족이 아닌 그 이하 계급의 자들로 이루어진 황실 여단(20만 명)의 5만 명들이다.
그렇게 황제 여단의 5만 명이 황금 다리 위에 섰다.
그들이 비록 귀족이기는 하나 엄연하게 군인, 도열한 모습에는 단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전쟁도 안 나가는 주제에 얼굴에는 비장감과 긴장감이 가득하였다.
“멋지군.”
레이온이 자리에 앉으며 한마디 하였다.
아서와 쇼렌은 레이온의 측근으로 함께 참석하였다.
두 사람(아서, 쇼렌)의 신분이라면 정식으로 참석도 할 수 있었지만, 많은 귀족들에게 졸 보르부 공작가와 에멘로스트 대공가가 제1황자 레이온을 지지하고 있다는 모습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아서와 쇼렌이 레이온의 측근으로 같이 참석하였다.
“여긴 내 자리인가?”
호마가 황제, 황자, 황비 등이 앉는 자리보다 낮은 크리온 대공의 옆에 앉았다.
호마의 모습이 변해 있었다.
불과 얼마 전만 하여도 10살이나, 13살로 보이는 어린 소녀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전사 같은 느낌이 심하게 물씬 풍겨 오고 있었다.
진한 구릿빛을 피부에 팔뚝에 나 있는 근육들은 어린아이 머리만 한 근육들이 꿈틀 거렸고, 허벅지는 말 허벅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우람했다.
일반적인 여성들의 그런 가슴과 비교해서도 탄력적이고 크며, 원추형이었다.
드레스가 아니라 얕은 경갑옷을 입고 있었다.
“사부님, 오랜만입니다. 그 모습…….”
크리온이 족제비 같은 얼굴로 웃으면서 말하자, 호마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하였다.
“난 이 모습이 싫어! 그러니깐, 더 이상 이 몸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마!”
호마는 아주 자연스럽게 크리온을 하대했다.
호마의 명예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공인 크리온에게 이렇게 스스럼없이 하대하고 크리온이 거부감 없이 존대하는 것은 단순하게 그들이 계급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 좀 더 사적으로 친한 사이라는 것을 뜻했다.
사실 그러하였다.
호마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검술 선생으로 많은 귀족들에게 러브콜을 받았고, 그렇게 가르치게 된 제자들 중 하나가 바로 크리온이었던 것일 뿐이었다.
“왜요? 저는 이 모습이 더 아름다우신데요.”
“싫다니깐, 세상에 어느 남자가 이런 모습을 좋아하겠어! 팔뚝을 봐라 네 얼굴보다 크다. 이런 팔뚝을 보고 좋아하는 남자가 있을 리가 없어!”
“왜요. 저는…….”
“아, 로엔하르트다!”
호마는 순백의 아름다운 옷을 휘날리며 들어오는 로엔하르트를 보고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는 크리온의 눈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그런 제자의 상황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호마는 지금 가슴이 떨렸다. 로엔하르트는 만나서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이 모습을 로엔하르트에게 보인다고 하니 불안과 초조함이 가득하였다.
“크리온, 정말 이 모습으로도 괜찮을까?”
호마의 말과 행동에 크리온은 인상을 찌푸렸다.
크리온의 입에서는 그의 표정만큼이나 찌푸려진 말이 튀어나왔다.
“아니요. 정말 특이한 이상성욕자가 아닌 이상 모두 도망갈 걸요!”
“그, 그렇겠지. 그냥 여기 있는 것이 낫겠지.”
히죽.
크리온은 웃으면서 호마의 손을 잡았다.
남자인 크리온보다 더 두껍고 크며, 단단한 손이었다. 몇 번의 굳은살이 생기고 다시 벗겨지며 이제는 지문(指紋)조차 남지 않은 정말 뛰어난 검사의 손.
“당연하죠!”
“후우, 그래 나중에 보면 되지.”
한숨을 쉬며 안타까워하는 호마.
그런 호마를 위로하여 크리온은 현재 이 시간을 즐겼다.
어린 시절 크리온에게 큰 우상이자, 나중에는 이상형으로 생각되었던 여인과 함께하는 시간.
이상성욕자 크리온이 호마와의 시간을 즐길 때, 로엔하르트의 앞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그 이유는 자신이 디자인하고 만든 외투를 로엔하르트가 입고나온 모습을 보고 일리아가 감동에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었다.
“어, 어떻게…… 난, 이럴 줄 알았으면 디자이너에게 부탁하는 건데…… 내 형편없는 옷으로 이렇게 입고 오면.”
“아니야, 일리아. 너무 멋진 옷인 걸, 그렇지 사르엘?”
로엔하르트는 일리아를 달래고자, 사르엘에게 외투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그것은 로엔하르트의 실수였다.
사르엘이 아닌 이프릴이나, 다른 사람을 선택했어야 하였다.
사르엘은 도저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의 큰 언니라고 하여도 한 남자를 두고, 싸우는 연적(戀敵)에게 사르엘은 가차 없었다.
“흥! 싸구려 옷!”
-5-
출정식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당연하게 황제가 먼저였다.
홀드 졸 보르부 공작이 엄숙하게 사회를 맡아서 황제에게 먼저 마도 제국이 만든 소리를 크게 해 주는 음파확성기라는 명칭의 마이크를 황제에게 건넸다.
황제는 마이크를 받지 않았다.
대신 동방의 생명력 활용법인 사자후(獅子喉)같은 음공(音功)을 사용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매우 크게 만들었다.
“위대한 나의 백성이여!”
사람의 목에서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은은하게 모든 사람들의 귀 속으로 정확하게 들어갔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하늘은 청명하고 땅은 조용한 평화로운 시대, 문화는 흥하고 사람이 행복한 우리들의 제국, 300년 동안 이어 내려온 제국의 오랜 평화 속에서 우리들은 타성에 젖었던가, 아니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 어떤 시대의 사람들 보다 제국의 새로운 힘과 바람을 불어넣어 누구보다 위대한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런데 과연 누가 나를, 우리를 향하여 검을 드는가?! 도대체 그 어리석은 자들이 바로 누구인가! 렉서스 왕국의 후예를 자처하는 옛 망조의 과거에 얽매여 과거만을 바라보는 어리석은 자들! 우리는 그들을 이제 용서하지 않기로 하였다. 여기 5만 명의 나의 병사들과 나의 아들 로엔하르트 키즈가 바로 그런 제국의 영원한 평화, 창성한 미래를 위하여 의지를 피어올랐다!”
황제의 말은 1시간이나 이어졌다.
평소에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황제인데, 연설을 할 때면 완전하게 다른 사람이었다.
슬퍼하고 분개하고 기뻐하고 정말 프로 연극인이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할 정도로 그의 언변과 감정 표현력은 절정에 도달했다.
그 이후로도 황제는 심하게 눈물까지 훔치며 자신의 표현력이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제국인들에게 알렸다.
당연히 그 함성과 박수 소리도 컸다.
우와아아아!!!!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그 다음은 진압군의 총사령관 로엔하르트의 말이 있겠습니다.”
로엔하르트는 홀드에게 마이크를 받았다.
로엔하르트가 서는 장소는 마치 다이빙(물속으로 뛰어드는 동작의 기술과 미를 겨루는 수상경기)대를 연상하게 하는 전후, 상하좌우의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고르고 마이크를 입에 대지 않고 크게 두 팔을 펴며 입을 떼었다.
“카론 랜드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만들어 귀를 기울이게 하는 말을 먼저 내뱉어 관심을 끌었다.
“키즈 제국이 오늘날 이때까지 역사에서 오직 승리만을 하였기 때문에 바로 우리들이 있음을!”
짧게 끊어, 뒤 내용을 강조했다.
“우리의 눈앞에 패배는 없다. 우리는 승리하고, 승리하고, 또 승리할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로엔하르트 이후에도 다른 사람들이 연설을 하였는데 황비의 로엔하르트의 말을 따르라는 연설, 군당장인 홀드의 모두 무사히 돌아올 것을 염려하는 연설, 대공이 로엔하르트의 부족한 점을 부드럽게 지적하며 로엔하르트를 힘껏 도와주기 바란다고 군대에게 말하는 연설, 그리고 여러 가지 뜻과 의미가 담긴 연설들이 이어졌다.
현자 리드미스와 슈마허 공작 역시 그 연설에 참가하였고 마지막으로 황제 친위기사단의 기사단장 도미니크의 연설이 이어졌다.
제국 최강의 기사라는 명칭을 지닌 도미니크가 말했다.
“너희들을 이끌 여기 있는 로엔하르트 황자님은 비록 어린 나이시기는 하나 그 검술 실력과 판단력, 포부, 배짱은 내가 이제까지 보아 왔던 여러 군주들 속에서도 대단한 분이시다. 너희들은 이분을 따르는 것에 한 치의 주저함을 두지 않아야 할 것이며, 그것이 곧 제국의 주인이신 황제 폐하의 충성하는 길이고, 군인의 자세다. 로엔하르트 님을 따라서 꼭 승리하여 황제 폐하의 제국을 지켜 영웅이 되어라!”
짧은 연설에 군인들이 기뻐하였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마지막으로 총사령관 임명식을 끝으로 화려한 축포와 음악이 함께하였다.
***
로엔하르트가 황실을 떠난 지 어느새 일주일을 넘었다. 로엔하르트의 방에서 편안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어 사색에 잠겨 있던 애린.
“애린 님!”
“애린 님!”
문을 열고 리즈와 미첼이 나타나 애린의 사색을 방해하였다.
리즈와 미첼은 로엔하르트를 따라가지 못했지만 로엔하르트의 방을 매일 찾아와 청소와 빨래를 하고 옷을 다듬는 일로 로엔하르트가 비어 두고 간 자리를 메웠다.
“너희들 뭐야?!”
“이거요!”
“이거, 안 열려요.”
두 사람이 목 상자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
리즈는 잠시 주저주저하더니, 로엔하르트가 리즈에게 애린에게 주라고 남긴 것으로 애린의 친아버지가 애린에게 선물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상자를 열려면 피를 구멍에 흘려보내는 것이 좋다는 말도 함께하였다.
애린은 자신의 친아버지의 유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목 상자를 열려고 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름도 모르는 친아버지가 상자를 열려면 피를 내라고 하였는데 애린 입장에서는 황당할 따름이었고, 피 말고 그녀가 ‘소드 어뎁터’로써의 기량을 발휘하였다.
콱!
목 상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오! 좀 하는데…….”
애린은 자신이 힘을 써도 열리지 않는 목 상자를 보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능인 ‘괴력’을 써 보기로 하였다.
콰아악!!!
두 팔에 넘쳐나는 파워로 목 상자를 열어 보려고…… 하였지만 꿈쩍도 안 한다.
“으그그그그!!!”
오만상이 찌푸리도록 힘을 부여했지만 결국 안 열렸다.
“안 되는데요?”
리즈의 말에 애린은 검지에 피를 내어서 입구에 있는 열쇠 구멍으로 들어가게 하자.
뽀옥!
묘한 소리와 함께 나무 상자가 열렸다.
상자 안에는 동방의 룡 모양의 팔찌가 있었다.
그 룡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황금 룡으로 자기의 꼬리를 물고 있는 바보같은 형태의 황금 룡팔찌였다.
황금도 황금이었지만, 애린은 룡의 빨간 두 눈을 보고 심장이 콩닥거렸다.
‘눈이 예쁘네.’
“팔찌네.”
“한 번, 껴 보세요.”
“그럴까?”
리즈의 말에 애린은 팔찌를 들어서 왼쪽 손목에 착용하였다.
그런데 조금 불편하였다.
용의 두께가 상당하여서 손목을 움직이는 것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냥 목 상자 안에 있는 팔찌를 볼 때와 손목에 착용하고 보니, 목 상자에서 넣어 두고 구경하는 편이 더 괜찮을 것 같았다.
“룡 눈만 마음에 드네.”
애린은 팔찌를 벗기 위해서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용의 두 눈이 번쩍이더니…….
스르륵.
팔찌가 애린의 손목으로 스며들었다.
마치 피부 속에 화장품이 스며들듯이 자연스럽게 손목으로 들어가 손목에 문신이 새겨졌다.
갑작스러운 현상에 애린과 두 소녀가 모두 깜짝 놀랐다.
“이, 이게 뭐야?!”
손목에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문식이 새겨지는 것에 좋아할 사람이 없었다.
애린이 신경질적으로 손목의 문신을 문질러 보았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와!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마법 아이템인가?”
미첼이 잠깐 생각하더니 놀라며 말했다.
“마법 아이템?”
“마법 아이템?”
애린과 리즈는 그 생소한 단어에 물음을 표했다.
마법이라는 단어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마법 아이템에 대한 것은 전혀 몰랐다.
“마법 아이템은 마도 제국에서도 기밀로 취급되는 것이라고 아빠가 말했어요. 간단하게 말해서 마법 아이템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물건이라고 하였어요.”
“리드미스 현자님이?”
“예!”
애린은 현자가 그렇게 말했으니, 마법 아이템일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은 마법 아이템이 아니었지만 그런 세세한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문신을 지우는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지우는 방법은?!”
“저도 몰라요. 아빠라면 알고 있을 거예요.”
“당장 가자!”
세 사람은 리드미스가 있는 현무의 별궁으로 향했다.
***
어둠 속에서 붉은 보석마안(寶石魔眼)이 떠졌다.
오늘 그의 음성은 흥분과 갈증, 초조한 떨림이 들어가 있었다.
“봉인이 깨어졌다.”
제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