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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너를

1화

프롤로그



“언니, 이거 언니 거 아니야?”
봄맞이 대청소를 하고 있던 민영에게 다이어리 하나를 건네며 동생 민희가 물었다.
“어? 맞는 것 같은데. 와, 이거 내가 고등학교 때 쓰던 다이어리야.”
“진짜?”
“응. 지금 보니까 새롭네.”
애틋한 시선으로 쳐다보며 다이어리를 받아 든 민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이어리를 열었다. 그러자 제일 앞장에 붙여져 있는 스티커 사진 한 장이 민영의 눈에 들어왔다.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 옆에서 어색하게 웃는 진서의 얼굴이 찍힌 스티커 사진에 민영은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잊고 살았던 그를 떠올렸다. 철없던 열아홉에 한 가슴 떨리게 아팠던 첫사랑의 기억이 민영을 사로잡았다.

진서를 처음 만난 건, 고3이 막 시작되었던 4월쯤이었다.
“인사해, 민영아. 앞으로 너 가르쳐 줄 과외 선생님이셔.”
학교에서 돌아온 자신을 향해 엄마가 한 남자를 소개시키며 말했다. 그런 엄마의 말에 민영은 별생각 없이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민영의 심장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 단정하고 짧은 검은 머리,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그 남자의 검은 눈과 마주친 순간, 민영의 심장은 정신없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진 민영은 손을 들어 열이 오른 붉은 볼을 감싸며 수줍게 그 남자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네가 민영이구나? 앞으로 잘 부탁해. 난 한진서라고 해.”
커다란 손을 내밀며 말하는 남자의 말에 민영의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었다. 살짝 떨리는 손으로 남자의 손을 마주 잡은 민영은, 뜨거운 손의 감촉에 더욱 얼굴을 붉혔다.
또래 여자아이들과 다르게 남자에게 관심이 별로 없던 민영에게 한진서라는 이 남자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람의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뛸 수도 있구나, 라는 걸 진서를 보면서 민영은 처음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민영의 가슴 떨리는 첫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진서가 과외를 하러 오는 날에는 무척이나 분주한 민영이었다. 옷장에서 옷이란 옷은 다 꺼내 입어 보고, 안 하던 화장도 살짝 했다. 진서에게 어떻게든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
“저 왔습니다.”
엄마에게 인사를 건네는 진서의 목소리가 방 안에 들리는 순간부터 민영의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진서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알싸한 스킨향이 민영의 코끝을 간질였다.
정말 모든 게 다 좋았다. 진서의 향기, 얼굴, 목소리, 무뚝뚝한 성격까지. 민영의 심장을 흔들지 않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오늘은 간단하게 테스트한다고 했지? 이 문제부터 풀어 봐.”
미리 프린트해 온 시험지를 내밀며 하는 진서의 말에 민영은 애써 시험지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옆에 앉아 있는 진서 때문에 문제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진서의 모습에 민영의 심장은 또다시 정신없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선생님.”
다른 날보다 더욱 심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이 감당이 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 감정을 토해 내지 않으면, 그대로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왜? 하나도 모르겠어? 제대로 복습 안 했구나?”
살짝 미간을 찡그리는 모습마저 민영의 눈엔 너무 멋지게 보였다.
“그게 아니라요.”
“그게 아니면, 뭐?”
똑바로 자신을 응시하는 진서의 검은 눈에 숨이 막혔다. 민영은 두근거리는 심장에 손을 올리고 길게 심호흡을 하며 진서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무슨 말인데 그렇게 뜸을 들……!”
“좋아해요.”
진서의 말을 끊고 내뱉은 민영의 말에 그의 잘생긴 얼굴이 커다란 충격으로 일렁였다.
“뭐?”
“좋아해요!”
처음이 어렵지, 한 번 그 말을 내뱉고 나니 그다음은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꾸자꾸 더 말하고 싶었다. 그래야 터질 것 같은 이 심장이 조금은 진정이 될 것 같았다. 입 밖으로 토해 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이런 감정을.
“유민영.”
“정말 좋아해요.”
“너 정말…….”
“정말, 정말 좋아해요, 선생님.”
계속되는 민영의 고백에 기가 막혔는지 끝내 피식, 헛웃음을 터트리는 진서였다. 그리고는 주먹을 들어 민영의 이마를 가볍게 콩 하고 내려쳤다.
“그렇게 내가 좋으면, 내가 뽑아 온 문제부터 열심히 풀지?”
자신의 감정을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진서의 태도에 서운함을 느꼈다.
“선생님.”
“일단 시험지부터 풀고 나서 얘기하자.”
무뚝뚝한 진서의 대답에 민영은 민망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그녀의 귓가에 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신 오늘 시험에서 80점 이상 받으면, 상을 하나 주지.”
“상이요?”
상을 준다는 진서의 말에 민영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래. 네가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줄게. 아, 물론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 내에서. 어때? 열심히 문제 풀 의욕이 생겨?”
“네.”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는 진서의 말에 민영은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며 문제에 집중했다. 그리고 진서가 말한 80점 이상을 받아 내는 데도 성공을 했다. 채점을 마친 진서를 민영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상 주는 거죠?”
“그래. 원하는 걸 말해 봐.”
“데이트요.”
진서의 말에 민영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뭐?”
“이번 주 토요일이 제 생일이에요. 그날 데이트해 줘요, 선생님.”
당돌한 민영의 말에 진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이 정도는 충분히 들어줄 수 있잖아요. 내가 선생님한테 사귀어 달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안 그래요?”
진서의 망설이는 표정에 민영이 입을 삐죽 내밀며 그를 향해 말했다. 그런 민영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는지, 진서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다.”
“정말이죠?”
“그래.”
“그러면 토요일 2시에 선생님 학교 정문 앞에서 봐요.”
민영이 자신의 지망대이자, 현재 진서가 다니고 있는 문화대를 약속 장소로 정하며 말했다.
“그래, 인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시원스레 답하는 진서를 바라보며 민영은 예쁘게 웃었다. 드디어 꿈꿔 오던 진서와의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커다란 행복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이날만큼은 결코 애처럼 보이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평소 화장을 잘하고, 꾸미는 데 관심이 많은 친구 유정의 집에 가서, 민영은 대변신을 준비했다. 고데기로 긴 생머리를 웨이브진 머리로 바꾸고, 평상시처럼 파우더만 바르는 화장이 아닌, 완벽한 색조화장을 했다. 그리고 이날을 위해 특별히 산 여성스러운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민영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거울 앞에 섰다.
“나 대학생처럼 보여?”
화장을 해 준 유정을 향해 민영이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어. 어른스럽고, 완전 예뻐. 최고야.”
오버하며 칭찬해 주는 유정의 말에 민영은 커다란 자신감을 얻었다.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해 주겠지?”
“당연하지!”
유정의 말에 민영은 생긋 웃으며, 마지막으로 검은색 핸드백을 어깨에 멨다.
그렇게 유정의 집을 나선 민영은 버스를 타고 문화대로 가는 내내 무척이나 설레어했다. 자신을 본 진서의 반응이 어떨까, 상상하며 혼자 바보처럼 웃는 사이 어느새 버스는 문화대 정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마지막으로 버스정류장에서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민영은 설레는 발걸음으로 문화대 정문 앞으로 걸어갔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문화대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민영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단번에 진서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깔끔한 반팔 폴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벽에 기대어 서 있는 진서의 모습이 TV에 나오는 잘 차려입은 연예인들보다 훨씬 더 멋있게 보였다.
“선생님.”
민영은 진서의 앞에 멈춰 서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그를 불렀다. 자신을 바라보는 진서의 검은 눈에 놀라움이 가득 번지는 게 보였다. 무슨 말을 해 줄까, 민영은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진서를 바라보았다.
“옷차림이 그게 뭐야? 그리고 화장은 왜 이렇게 진해?”
진서가 인상을 찡그리며 묻자, 민영의 얼굴엔 실망감이 번졌다. 예쁘다, 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이렇게 말하는 진서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왜요? 이상해요?”
“무지 많이.”
“안 예뻐요?”
“그래.”
“정말 안 예뻐요?”
민영은 진서에게 재차 물었다. 빈말이라도 좋으니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진서는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인상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예뻐.”
“칫.”
기운이 빠져 민영은 고개를 푹 숙였다.
“평상시에 네가 훨씬 예뻐. 이렇게 꾸민 것보다.”
그때 들리는 진서의 말에 민영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어쨌든 예쁘다는 말을 들어서 기분이 너무나 좋아졌다. 민영은 배시시 웃으며 진서의 팔에 자신의 팔을 꼈다. 갑작스러운 민영의 행동에 꽤나 놀랐는지 진서의 몸이 그대로 경직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 이제 데이트하러 가요, 선생님.”
그런 진서의 반응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영은 밝은 목소리로 그를 향해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민영에겐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 진서에게 생일 선물로 책도 받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밥도 먹고, 극장에서 영화도 보며,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모든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민영은 스티커 사진 가게를 발견하고 진서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선생님, 우리 저거 찍어요.”
꿈을 꾸듯 행복했던 오늘을 사진으로 남겨 놓고 싶었다. 이게 현실이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
“사진 찍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에이, 그래도 찍어요. 이런 게 다 기념이고, 추억인데.”
민영의 말에 진서는 별다른 반항 없이 응해 주었다. 그렇게 스티커 사진 기계 앞에 선 두 사람은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마지막 샷을 찍을 때 민영이 진서의 두 뺨을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는 그대로 진서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딪치는 민영이었다.
찰칵, 소리와 함께 놀라서 커다랗게 눈을 뜬 진서의 얼굴과 두 눈을 꼭 감은 채 그의 입술에 입술을 부딪치고 있는 민영의 얼굴이 담겨졌다.
“유민영!”
스티커 사진 촬영이 끝나자마자 진서가 인상을 찌푸리며 민영의 이름을 외쳤다.
“첫 키스는 꼭 선생님이랑 하고 싶었어요.”
살짝 붉어진 얼굴과 다르게 당돌한 말투로 하는 민영의 말에 진서는 말문이 막힌 듯했다. 스티커 사진을 반으로 잘라 진서에게 건네주며 민영은 예쁘게 웃었다.
“키스 사진은 내가 가질게요.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선생님.”
“하. 정말 널 어쩌면 좋으냐.”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하는 진서의 말에도 민영은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자신의 생애 가장 행복한 생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생일날 너무 행복했던 벌을 받는 걸까? 아니면, 멋대로 군 자신을 하늘이 미워하는 걸까? 엄마로부터 진서가 과외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은 민영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즐겁게 같이 생일을 보낸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럴 수는 없었다.
민영은 엄마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무작정 버스를 타고 문화대를 향해 갔다. 진서를 직접 만나 확인해야만 했다. 왜 갑자기 과외를 그만두어야 했는지, 그의 입으로 직접 이유를 듣고 싶었다.
문화대 앞에 도착한 민영은 초조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혹시 진서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며 민영은 떨리는 손으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다행히 전화는 받는 그였다.
“선생님, 저예요.”
[그래.]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진서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차갑게 느껴졌다.
“우리 엄마 말이 정말이에요? 진짜 과외 그만둔 거예요?”
[그래. 사실이야.]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냉정한 진서의 대답에 민영은 기운이 쭉 빠졌다.
“믿을 수가 없어요, 선생님. 내가 토요일에 멋대로 군 거 사과할게요. 그러니까 일단 얼굴이라도 좀 보여 줘요. 나 지금 문화대 정문 앞이에요.”
자신의 말에 진서가 묵직한 한숨을 내뱉는 게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알았으니까 기다려.]
그래도 얼굴을 보여 준다는 진서의 말에 민영은 안도감을 느꼈다. 전화를 끊고 초조한 얼굴로 진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여자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걸어 나오는 그의 모습이 민영의 눈에 아프게 들어왔다.
“선생님? 이 여자분은 누구?”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에 민영은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그러자 예쁘게 생긴 그 여자가 생긋 웃는 얼굴로 민영을 바라보았다.
“네가 민영이니? 진서 씨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진서 씨 말처럼 정말 귀엽네. 반가워, 난 이 남자 애인인 이혜연이라고 해.”
진서의 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여자의 말에 민영의 하얀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려 갔다. 애인이 있냐고 물었을 때 분명 없다고 했었는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우리 선생님, 애인 없다고 했는데…….”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는 민영의 말에 혜연이란 여자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사귄 지는 얼마 안 되었어. 우리 진서 씨 많이 좋아해 준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그건 고마운데. 너무 귀찮게는 안 굴었으면 좋겠는데.”
웃는 얼굴로 비수를 꽂는 여자의 말에 민영은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대로 거기에 서 있다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두 사람 앞에서 그런 꼴은 보이기 싫어, 민영은 재빨리 뒤돌아섰다.
너무나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심장이 찢어질 만큼 아파 왔다. 힘없이 뒤돌아선 민영은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힘겹게 참았던 눈물이 커다란 눈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사랑이란 게 이렇게 가슴 아픈 것인 줄은 몰랐다. 그저 진서를 생각하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는데. 지금은 마음이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차라리 심장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이렇게 아프지 않을 것만 같았다.
열아홉 살의 여름, 짧았지만 너무나 강렬했던 민영의 첫사랑은 그렇게 끝나 가고 있었다.

“언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다이어리에 붙여져 있는 스티커 사진을 바라보며 옛 생각에 잠겨 있던 민영은 다그치듯 묻는 민희의 말에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다이어리를 덮으며 민영은 쓸쓸한 얼굴로 대답했다. 11년이나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진서의 얼굴에 이상하게 민영은 심장이 먹먹해져 왔다. 이제는 만날 일도 없는 사람인데 말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영은 모르고 있었다. 한진서와의 운명적인 재회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