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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락원 (2화)
1 (2)
“제가 헤븐으로 전근 갔던 이유는 이니그마 신드롬을 더 자세히 연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만, 실제로 그들과 직접 부딪히고 있는 여기만큼 연구하기에 적합한 곳은 없더군요.”
3년 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마키엘의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짓게 만드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비록 카인에게는 효과가 없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힘을 십분 발휘했다. 바보 같은 실수를 했다는 마키엘의 말에 사람들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쉽게도 아담 베네스 박사님은 같이 오지 못했습니다. 아직 그쪽 연구가 마무리되지 않아 계속 헤븐에 머물면서 연구하실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을 대라고 한다면 카인에게는 주저 않고 튀어나올 이름이 몇 있었다. 하나는 자신의 눈앞에 아마색 머리를 보이며 앉아 있는 아벨 그라시안, 그리고 불행히도 자신이 가진 유전자의 절반이 동일한 아담 베네스 박사였다. 에덴의 관리자이자 교관, 그리고 자신과 아벨의 직속상관인 루와 마키엘도 만만찮게 싫었지만 그 두 사람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다 아는 이야기를 제가 다시 이렇게 꺼내는 이유는, 최근 들어 이니그마 신드롬 발병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엔젤이라고 불리는 이 발병자들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낭랑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반하여 카인의 기분은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많이 닮았더군요.”
마키엘이 불쑥 내뱉었다. 세미나가 끝나고 모두 돌아간 후,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랩 안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랩 안을 정리하는 마키엘을 루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지만.
“베네스 박사와 꼭 닮았어요.”
“……피는 못 속이는 거지.”
루는 담배를 물며 대답했다. 건물 전체가 금연이었지만 혼자 있을 때면 담배를 피우곤 했다. 그 모습을 본 마키엘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말려도 들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아는 사실이었다. 가장 규율을 지켜야 할 사람이 지키지 않는다고 마키엘이 주의를 주곤 했지만 루는 피식 웃으며 무시하곤 했다. 시간이 지난다고 그 버릇이 고쳐지는 것은 아니었다.
“고집이 센 것도 꼭 닮았어.”
“당신이 그렇게 가르친 게 아니고요?”
“내가? 설마. 내게 왔을 때 이미 저런 녀석이었어.”
강하고, 절대 굽히지 않는, 나서지 않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 설상가상으로 S랭크의 능력자라는 것이 판별되면서 더욱 문제가 되어 버린 카인이었다.
“어떻게 생각해?”
“무얼 말입니까?”
“정말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
마키엘은 아무 대답 없이 앞을 바라보았다. 미형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희망은?”
“……더 이상 깊어지지 않기만을 빌 뿐이지요.”
씁쓸한 목소리로 마키엘은 대답했다.
* * *
서력 2023년.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동쪽의 작은 나라에서 시작되어 세계를 휩쓸었다. 미처 치료법을 찾기도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다. 멀쩡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헤어졌던 사람의 모습을 다음 날 아침부터 더 이상 볼 수가 없는 일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은 슬퍼할 틈도 없이 절망했고, 절망은 공포를 불러왔다.
7일.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7일 동안 인간은 멸망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
사람들은 병들었고, 그리고 죽어 갔다.
아벨이 돌아왔다.
반신반의하며 소문을 믿지 않던 사람들은 정기 세미나에 아벨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그를 맞이했다. 어느 누구도 아벨이 돌아온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모두 기뻐하고 환영했다. 카인,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늘 그랬다.
사랑받는 아이.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
신의 축복으로 능력을 타고났고, 그 능력으로 엔젤에게서 사람을 구했다.
가장 이상적인 엔젤 이터(Angel Eater)이자 동료였다.
누구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
그것이 사랑받는 자, 아벨이었다. 그런 아벨이 돌아왔다.
“카인.”
세미나가 끝나고 랩 밖으로 나오자 아벨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드럽게 자신을 향해 웃는 것을 보니 속이 뒤틀렸다. 되도록이면 저 얼굴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건만.
카인이 자신을 무시하듯 스쳐 지나갔지만 아벨은 그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며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두 명밖에 없는 S랭크가, 그것도 이미 파트너였던 두 사람이 다시 파트너가 되는 것은 상부의 입장에서 당연한 결정이었다. 같은 랭크의 능력자들, 특히 파트너를 이루는 사람들을 함께 생활하게 함으로써 유대감을 높이고 현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보려는 의도였다.
“연락도 없이 돌아온 건 미안해.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서 나도 사흘 전에야 정식으로 이야기를 들었어. 이것저것 정리하고 오느라 미처 연락할 틈이 없었어.”
“…….”
“박사님도 같이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박사님은 연구가 덜 끝나셔서……. 널 얼마나 보고 싶어 하셨는지 알아? 너라도 연락을 했으면 좋았을…….”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아벨은 이미 카인의 팔 안에 갇혀 있었다. 그의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분노에 찬 카인의 눈동자뿐이었다.
“그 이야기를 내게 하는 이유가 뭐야.”
불꽃이 타고 있었다. 생명력을 가진 불꽃이 빛을 비추며 타오르고 있었다.
“어쩌라는 거야? 환영 파티라도 열어야 된다는 거야? 돌아와서 기쁘다고, 너무나 보고 싶었다고 부둥켜안고 눈물이라도 흘리라는 거야?”
“…….”
“무시하고 넘어가려고 할 때 그냥 내버려 둬. 너란 인간에게 상관하고 싶지 않으니까.”
카인의 분노와는 상관없이 아벨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격렬하게 감정을 내뱉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눈은, 아벨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것이었다.
기억에 있던 것보다 훨씬 남자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반듯함을 자랑하던 얼굴은 강인하게 남자의 선으로 굳어지기 시작했고, 부드럽게 웃음 짓던 눈은 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조금 말라서인지 날카롭게 느껴지는 얼굴이 더 가슴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따뜻하게 다가오던 입술은…….
“무슨 짓이야!”
자신이 한 행동을 깨닫기도 전에 카인이 자신을 강한 힘으로 밀어냈다. 강하게 부딪친 충격이 등을 타고 온몸으로 이어졌다. 분노가 선명한 빛을 띠고 카인에게서 일어나고 있었다. 마치 능력을 사용하는 것처럼 형상화되는 느낌이었다.
“너……! 내가, 내가 아직도 널 생각하는 줄 알아?! 지금도 그때와 같은 줄 알아?”
“카인…….”
“웃기지 마. 너는 괜찮을지 몰라도 나는 아니야. 네 얼굴 따위, 너의 목소리 따위, 두 번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어!”
거부당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토록 강렬한 거절은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너와 내 아버지가 나와 어머니를 배신했을 때, 그때 이미 나는 모든 것을 버렸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가갔고 감정이 생겼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가족보다도, 세상 그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소중했다. 그래서 영원히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설령 다시 멸망의 때가 온다고 해도.
“그래, 난 더 이상 어린애는 아니야. 이제 와서 부모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보챌 나이는 아니야.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절망하며 비뚤어질 나이도 아니야. 어차피 내 아버지란 인간은, 세상이 모두 존경하는 아담 베네스 박사는 연구를 위해서라면 가족까지 이용하고 버릴 인간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 하지만…….”
카인의 목소리는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분노 속에 고통이 얼핏 엿보였다.
“하지만 네가 날 떠날 줄은 몰랐어. 네가 날 버릴 줄은 몰랐어. 세상 모두가 날 버리더라도 너만은 날 버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어. 그런 네가…… 그것도 내 아버지란 인간과!”
“카인…….”
“3년이야. 3년……. 네가 떠나고 나 혼자 이곳에 남겨진 지 3년이 지났어. 네가 나를 버린 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어.”
절망하고 체념했다. 더 이상 사람은 믿지 않겠노라고, 달콤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절대 속지 않겠노라고 맹세했다. 사랑하지 않겠노라고, 그래서 더 이상 가슴 아픈 일은 겪지 않겠노라고 맹세했다.
“네가 아버지를 택하는 순간, 아버지가 너를 택하는 순간, 난 너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감정을 지웠어.”
낙원이라 이름 붙여진 나락에서 살아가기 위하여.
2 (1)
‘아버지, 아벨을 못 보셨어요?’
‘아버지, 아벨은 어디에 있어요?’
‘아버지, 제가 싫으세요? 저보다…… 아벨이 더 좋으세요?’
‘아버지…… 카인을 사랑하지 않나요?’
‘저를…… 사랑하지 않나요……?’
콰쾅―!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응축되었던 공기가 폭발하듯 퍼져 나갔다. 강한 충격은 바람을 일으켜 공기 중에 퍼져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 사이를 휘감고 지나갔다. 폭발이 일어났던 곳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파가 느껴질 정도였다.
“대단해……. 이 거리에서 5층 건물을 무너뜨리다니…….”
“역시…….”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의 감탄 어린 눈이 향한 곳에는 표정 없는 얼굴로 초연히 서 있는 아벨이 있었다. 시력 보호를 위해 착용하는 고글도 끼지 않고 얼굴을 드러낸 상태였다. 흩날리던 머리카락이 귀찮았는지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눈을 내리는 모습이 더 시선을 끌었지만 본인은 느끼지 못한 듯했다.
아벨이 돌아온 후 첫 외부 훈련이었다. 말로만 듣던 S랭크의 힘이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눈앞에서 확인한 사람들은 감탄의 눈으로 아벨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해도 건물 하나를 폭발하듯 무너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능력을 쓰고 난 후에, 그것도 5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깔끔하게 일을 처리한 후,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아벨의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외의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동경하는 만큼 두려워지고, 두려워하는 만큼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사람의 본성인지라 사람들은 능력을 쓰는 순간의 아벨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마치 터지듯이 환하게 빛나던 순간의 아벨을.
“수고했다.”
루가 가볍게 아벨의 어깨를 건드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 순간, 표정 없던 아벨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오며 무서울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지던 모습이 사라졌다. 여전히 미모라 부를 정도였지만 조금 전의 무서울 정도로 아름다웠던 느낌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름답지만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래. 이번에는…….”
루는 아벨에게 시선을 뗀 후 아래를 향했다. 멀리 지상에, 방금 폭발이 일어났던 곳을 향해 서 있는 이가 그곳에 있었다.
“들리나, 카인?”
[……들립니다.]
고글에 연결된 리시버(receiver)를 통해 들려오는 카인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네 차례다.”
[…….]
그제야 카인은 자신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자신에게 명령을 내린 루가 아닌 그 곁에 서 있는 아벨을 향한 것이었다.
“…….”
[…….]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얽혔다. 표정 없는 두 개의 시선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두 개의 시선이 스치면서 지나쳤다.
먼저 고개를 돌린 쪽은 카인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카인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평온을 찾기 위해 마음을 가라앉혔다. 몸이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과 함께 소리가 하나둘씩 사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혼자라는 것을 느꼈을 때.
‘대지의 기를 받을 때의 카인은 너무나 아름다워.’
은색의 실 같은 오라가 피어오르며 카인을 감쌌다. 대지의,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의 기(氣)가 투명하게 형상화되어 카인에게 춤추듯 내려앉았다. 축복을 내리듯이, 사랑하노라고, 너무나 사랑해서 하나가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듯 따스하게 대지는 카인을 감싸 안았다.
아벨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아벨이 자신의 능력으로 빛을 발하여 힘을 방출한다면 카인은 주변의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능력을 발휘했다. 대지와 하나 됨으로써 힘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아름다워…….”
늘 그렇지만 그런 모습의 카인을 보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곤 했다. 카인을 저어하는 사람조차도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곤 했다.
사랑받는 자의 모습.
거부의 대상이 아닌 누구나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존재.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발휘할 때의 카인은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존재였다.
“카인…….”
아벨은 카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대지의 기에 둘러싸인 카인에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마치 태고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 평안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다. 손을 뻗지만 닿지 않는다. 10m조차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지만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는 허상처럼 눈으로만 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데려가지 마……. 내게서 그를 데려가지 마…….’
말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가슴에서 맴돌다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카인을 향해 내밀던 아벨의 손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거두어졌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가슴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주먹을 움켜쥐는 것뿐.
멀리, 아벨이 파괴한 곳에서 푸른 물결이 퍼지기 시작했다. 황량한 폐허 위에서 생명이 싹트기 시작했다. 카인에게서 시작된 치유는, 그 손을 뻗어 주변을 푸르게 변화시켰다.
파괴하는 눈, 아벨.
치유하는 손, 카인.
그것이 그들에게 붙여진 이름이었다.
* * *
전염병은 갑자기 시작된 만큼 갑자기 사라졌다.
멸망이라고 느껴질 만큼 급속한 속도로 세계를 뒤덮었던 것은 그 존재가 무엇인지 채 알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았다.
처음, 살아남은 인간들은 자신들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정화된 햇살이 세상을 비췄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여전히 인간들은 절망의 냄새에 싸여 있었고, 한시라도 그 공포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그것이 죽음이라 하더라도.
그런 인간들에게 구원의 빛을 던진 것은 ‘천사’였다.
천사가 나타났다―!
살아남은 인간들 사이에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휴우, 이거 무섭다고 해야 할지, 어떨지……. 역시 격이 다른 느낌이야.”
노아는 감탄의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에덴의 A랭크 중에서도 우수한 능력을 가졌다고 하는 노아도 아벨의 힘에는 혀를 내둘렀다.
“잊고 있었나 봐. 네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능력이 강해진 거지? 그렇지? 대체 어떤 훈련을 받은 거야?”
“……훈련이야 모두 똑같이 받는 거잖아. 나라고 별다를 거 있겠어?”
“같은 훈련으로 누구는 건물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리고 누구는 간신히 한계선만 넘기니 문제지. 역시 타고나야 한다는 건가?”
아벨은 노아의 투덜거림에 그냥 웃기만 했다.
전면이 유리로 되어 외부와 통해져 있는 창으로 햇빛이 비추었다. 따스하고 온화한 빛. 평온이란 단어가 너무나 어울렸다. 어떤 어두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평화롭고 아늑한 풍경. 사람들은 짝을 지어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동물들이 한가로이 그 곁에서 쉬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카인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생각에 잠긴 듯 낮게 시선을 깔고 걸어오는 걸음걸이가 나른했다. 그 모습이 마치 주변과 어울리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을 형성한 듯 홀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