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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1



히어로 1(1화)
프롤로그(Prologue)(1)


쏴아아아!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에 느닷없이 불빛이 나타났다.
그 불빛은 트럭에서 나오는 전조등이었다.
5톤 트럭 3대가 줄지어 달려와 차례대로 멈추었다.
이곳은 태백의 황백 폐금광이었다.
황백 폐금광은 한국전쟁 때 황백이라는 사람이 발견하여 전쟁이 끝난 후에 5년 정도 적은 양의 금을 생산하다가 폐광된 곳으로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버려진 곳이었다.
제일 먼저 주차한 트럭의 조수석에서 내린 남자가 신경질 적으로 말했다.
“젠장, 뭔 놈의 비가 이렇게 내리는 거야?”
각 트럭에서 건장한 남자들이 내리더니 먼저 내린 남자 곁으로 다가왔다.
오른쪽 뺨에 칼자국이 나 있는 자가 말했다.
“도끼 형님, 오늘이 마지막이죠?”
“흐흐흐… 그래. 쌍칼, 오늘만 하면 이제 불안하고 위험한 이 지긋지긋한 일도 끝이다.”
“도끼 형님, 그런데 우리 트럭에 치인 놈은 어쩌지요?”
“으음… 우리의 일이 드러나면 안 되니까 이 폐금광에 던져 버려야겠어.”
“하긴, 트럭에 치여 의식이 없는데 병원에 데려가더라도 가망이 없을 겁니다.”
“으음… 기분도 찝찝하니까 서두르자.”
“예, 도끼 형님. 모두 서둘러!”
건장한 남자들은 트럭의 짐칸에 발판을 설치했다.
그러고는 짐칸에 실려 있는 양철 오일통을 조심스럽게 내리더니 폐금광 안으로 굴리면서 옮겼다.
쌍칼과 부하들은 트럭 짐칸에 눕혀 놓았던 거구의 남자를 팔이나 다리를 붙잡아 들어 올렸다.
193센티미터에 이르는 키에 몸무게가 2백 킬로그램은 나가 보였다.
쌍칼과 부하들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거구의 남자를 나누어 들고 폐금광 안으로 들어갔다.
폐금광 안에는 수천 개의 양철 오일통이 아무렇게나 놓여 져 있었으며 검은 액체가 고인 웅덩이도 있었다.
수백 종의 각종 산업폐기물이 들어 있는 양철 오일통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던 방사능에 오염된 물질이 들어 있는 것도 있었다.
외부에 나갈 수 없는 것들인데 비밀리에 버려지고 있는 것이었다.
“으으…….”
“어엇? 아직 살아 있었어?”
“쌍칼 형님, 이놈이 살아 있습니다.”
“으…으으…….”
“으음… 알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두고 가야 우리의 흔적이 남지 않아.”
“그, 그건 그렇습니다.”
쌍칼의 말에 부하들도 동조하며 거구의 남자를 웅덩이 옆에 내려놓았다.
등에 낡은 배낭을 메고 있었지만 그대로 두고 모두들 밖으로 나가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자들은 트럭에 실고 왔던 양철 오일통을 전부 폐금광 안으로 옮겼다.
쌍칼이 폐금광 입구에 서 있는 도끼에게 다가와 말했다.
“도끼 형님, 전부 안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자도 웅덩이에 내려놓았습니다.”
“흐흐흐… 잘했다. 이제 이곳만 폭파시키면 우리 일은 끝나는 거야.”
“예, 도끼 형님. 그동안 이 일로 목돈을 쥐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 이 자금으로 나는 조직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어.”
“도끼 형님, 이제 이곳을 마무리 하고 떠나시죠.”
“그러자. 마무리는 내가 직접 처리할 테니 너희들은 트럭에 가 있어라.”
“예, 형님!”
쌍칼과 조직원들이 먼저 폐금광 밖으로 나가자 도끼가 준비해 온 공공칠가방을 열었다.
수십 개의 다이너마이트가 들어 있었다.
가져온 다이너마이트를 폐금광 입구에 설치한 도끼는 씨익 웃었다.
“흐흐흐… 이 다이너마이트라면 확실하게 흔적을 지울 수 있지.”
다이너마이트 심지에 라이터 불로 불을 붙였다.
치이이이!
연기가 나면서 심지가 빠르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도끼는 뒤돌아 폐금광을 나오더니 트럭의 조수석에 타자 트럭이 출발했다.
쾅!
폭발음이 터지면서 폐금광 입구가 와르르 무너졌다.



제1장 마법사 로렌스(1)


아디아론 평원.
사각 방패를 서로 붙이고 있는 방패병들 뒤로 창과 칼, 도끼를 든 병사들이 수 킬로미터나 길게 도열해 있었는데 얼마나 수가 많은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15미터 높이의 거대한 공성 탑이 곳곳에 서 있었고, 거대한 바퀴가 달려서 이동할 수 있었다.
공성 탑에는 궁병들이 탑승해 화살을 겨누고 있었다.
공성 탑 주위에는 말을 탄 기병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수만은 되어 보였다.
곳곳에는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는데 회색 늑대가 도약하는 문양이었다.
이런 문양을 사용하는 곳은 벨렘 제국뿐이었다.
백만이 넘는 벨렘 제국군은 돌격 명령이 떨어지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과 약 5백 미터 떨어져 대치하고 있는 곳에도 무장한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벨렘 제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10만의 병사들이 모여 있었다.
은색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가 킹코브라 문양의 깃발이 들고 앞으로 나왔다.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쳐다본 병사들의 눈에는 긍지가 엿보였다.
이들은 레나 왕국군의 2군이었다.
뿌우우우!
벨렘 제국군의 진영에서 진격의 고동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대기해 있던 기병들이 렌스를 치켜들며 달려 나갔다.
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에 레나 왕국군의 보병들은 공포에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각 백인대장들은 보병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하여 외쳤다.
“겁먹지 마라!”
“물러서지 말고 대열을 유지하라!”
벨렘 제국군의 기병들이 접근해 오자 레나 왕국군의 궁병들이 활을 일제히 치켜들었다.
“아직 쏘지 마라!”
“조금만 더 기다려라!”
꿀꺽!
방패를 들고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방패병들은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달려오는 기병에 그대로 짓밟혀 처참하게 죽을 거 같았다.
“활을 쏘아라!”
“쏴라, 쏴!”
시시시싯!
파공음을 내면서 일제히 화살이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달려오던 기병들은 왼팔에 착용하고 있는 둥근 원형 손방패를 치켜들어 머리를 보호했다.
기병들의 말에는 철판을 덧댄 마갑을 입혀 놓았기에 화살 정도의 공격은 끄떡없었다.
기병들이 레나 왕국군의 방패병들을 뚫고 전진했다.
콰지직!
“커억!”
“아아악!”
고통을 참지 못하고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무지막지하게 돌파하던 기병들도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에 의해 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속도가 일단 떨어진 기병들은 사방에서 창으로 찔러 대는 병사들에 의해 말에서 떨어졌다.
더 이상 돌파는 무리라고 판단한 기병들을 말머리를 돌려 후퇴하였다.
기병들이 후퇴하자 대기해 있던 벨렘 제국군의 방패병들이 발을 구르면서 진격을 시작하였다.
쿵쿵쿵쿵!
벨렘 제국군이 진격을 시작하였다.
긴장한 레나 왕국군 진영에서 붉은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전투마법사들로 모두 3백 명으로 이루어진 마법병단 소속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백색 로브를 입은 백마법사가 한 명 포함되어 있었다.
각 전투마법사들이 마법주문을 중얼거리더니 순간 양팔을 앞으로 내뻗었다.
불길이 이글거리는 파이어 볼이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진군해 오는 벨렘 제국군 진영에 떨어져 폭발했다.
5서클의 백마법사 로렌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제길, 내가 어쩌다가 2군인데도 불구하고 치열한 전투에 나서게 된 것이지?”
보통 2군은 일군 즉, 본진을 지원하는 군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제 레나 왕국의 일군이 벨렘 제국군의 선봉 부대의 전격적인 기습 공격에 피해를 입어 긴급하게 뒤로 후퇴하였다.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2군이 진군해 오는 벨렘 제국군을 막는 임무에 투입되었다.
로렌스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었기에 즉시 마법을 펼치려고 캐스팅했다.
푸르스름한 빛이 로렌스의 손바닥 위에 생성되더니 풍선처럼 점점 커졌다.
보통 파이어 볼은 사람 머리통 정도인데 로렌스의 파이어 볼은 놀랍게도 지름이 3미터나 되는 초대형 파이어 볼이었다.
“벨렘 제국군들아, 이거나 먹어라!”
로렌스가 던진 초대형 파이어 볼이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가자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쿠콰콰쾅!
역시나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불꽃과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지름이 1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고 반경 2백 미터에 있던 벨렘 제국 병사들이 박살 나고 없었다.
얼마나 파이어 볼이 위력적인지 진군해 오던 벨렘 제국군이 순간 주춤거릴 정도였다.
로렌스는 씨익 웃으면서 다시 손바닥 위에 푸르스름한 초대형 파이어 볼을 생성해 던졌다.
보통 4서클 정도의 마법사는 로렌스가 생성한 초대형 파이어 볼을 생성하지 못한다. 설사 로렌스와 같은 5서클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파이어 볼을 중첩하여 펼친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보유하고 있는 마나력이 한 번에 고갈되어 버릴 것이다. 그만큼 펼치기가 쉽지 않은 마법이었다.
그런데 로렌스는 어찌 된 일인지 초대형 파이어 볼을 힘들이지 않고 태연하게 펼쳤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무려 십여 번을 말이다.
로렌스의 공격 마법으로 진격해 오던 벨렘 제국군 수천 명이 박살 나 사라졌다.
벨렘 제국군은 사기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상황을 지켜보던 벨렘 제국군 진영의 만인대장이 소리쳤다.
“저 마법사를 죽여라!”
“기병들은 반드시 마법사를 죽여야 한다.”
두두두두!
수천의 기병들이 로렌스를 향해 돌진해 왔다.
로렌스 주위에 서 있던 전투마법사들이 파이어 볼을 생성하여 던져 피해를 입었지만 무시하고 계속 돌진해 왔다.
“마나여,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뉴클리어 블래스터!”
7서클의 광역 마법이 놀랍게도 5서클 백마법사 로렌스에 의해 펼쳐졌다.
로렌스 옆에 서 있던 전투마법사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쿠콰콰콰콰쾅!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벨렘 제국군의 비명 소리가 묻혀 버렸다.
자욱해진 흙먼지가 가라앉자 모두들 입을 쩍 벌렸다.
놀랍게도 로렌스가 펼친 마법으로 반경 5백 미터가 폐허가 되어 있었다. 또한 그 충격파에 벨렘 제국군 수만이 쓰러졌다.
로렌스가 펼친 광역 마법은 상식을 파괴하고 고정관념조차 깨어 버리는 놀라운 일이었다.
이런 건 마법사의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이런 엄청난 마법은 7서클의 고위 마법사들도 펼치기 힘든 마법으로 대륙에 3명만 존재한다는 8서클의 대마법사들만 가능해 보이는 그런 마법이었다.
뿌우우우!
벨렘 제국군 진영에서 후퇴의 고동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후퇴하라!”
공포에 질린 벨렘 제국군은 정신없이 도망쳤다.
와아아아!
레나 왕국군은 승리의 함성을 지르면서 좋아했다.
로렌스는 광역 마법인 뉴클리어 블래스터 마법을 펼치느라 마나력 소모가 극심하여 휴식을 취해야 했기에 뒤돌아 자신의 천막으로 들어가 버렸다.
전투마법사들은 천막으로 들어가 버리는 로렌스를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덜 떨어진 백마법사가 광역 마법을?”
그동안 전투마법사들은 5서클의 백마법사 로렌스를 무시하고 따돌렸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로렌스의 눈치를 봐야 할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