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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2
네메시스 2(1화)
1. 사냥의 결과!(1)
‘가고일을 유지시키는 핵은 광물을 끌어들이는 인력이 강력하다. 그렇기에 가고일이 유지되는 것이고…….’
가고일의 형체를 유지시켜 주는 핵. 그는 그것을 전투에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본다.
“아!”
머릿속에 정답이 떠올랐는지, 스칼이 소리를 치며 인벤토리에서 핵을 꺼냈다. 둥그런 모양의 핵이 손에 쥐어졌다.
「무슨 짓거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짓일 뿐이다. 죽음의 송곳.」
아까처럼 카로스의 온몸에서 송곳이 튀어나와 쏘아졌다. 빈틈없이 쏟아져 내리는 송곳의 개수는 이전보다 더욱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칼은 여유롭게 웃으며 가고일의 핵을 앞으로 내밀었다.
알 수 없는 행동과 함께 일어난 일. 그것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파바바박.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던 송곳이 가고일의 핵에 박힌다. 그것은 마치 자석에 이끌린 듯, 인력에 의해서 일어난 것 같다.
광물을 끌어당겨서 형체를 이루게 만드는 핵의 힘.
스칼은 거기에서 힌트를 발견했다. 다이아몬드 가고일이 존재한다면, 그 형체를 이루는 핵은 분명히 광물에 대한 인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가정한 후에 실행했고, 성공했다. 카로스의 가장 강력한 공격이라고 할 수 있는 송곳 공격이 자석에 이끌린 듯이 가고일의 핵에 박혀 들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어떻게 한 거냐?”
“간단합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법이지요. 이전과 퀘스트 완료 조건이 똑같다고 볼 수는 없거든요.”
가우라를 상대했을 때와 같은 방법을 바란다는 것은 사치다. 퀘스트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만 깰 수 있다.
그것이 스칼의 지론이었고,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빠른 시간 안에 가능성을 판단하고 선택한 방법이 빛을 발했던 것이다!
위력적인 공격을 무력화시킨 스칼의 파티는 탄력을 받으면서 공격 템포를 빠르게 변화한다.
“파워샷.”
“크리티컬 스트라이크.”
“슬래시.”
파티원들의 공격이 연달아 이어졌는데, 스칼은 처음으로 카란의 스킬을 볼 수 있었다.
“임전무퇴!”
임전무퇴란 스킬명은 생소했기에 스칼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부우우웅.
귀가 얼얼할 정도의 파공성이 들리면서 카란의 검이 가공한 힘을 담고 날아갔다.
임전무퇴.
그 스킬은 체력을 소비해서 엄청난 데미지를 입히는 기술인데, 카란이 우연찮게 얻은 스킬 중에 하나였다. 그가 퀘스트를 깨던 도중에 바바리안으로부터 습득할 수 있었던 스킬인데, 평소에는 체력 조절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보스를 박살 내야 다음 방으로 갈 수 있으니, 아낌없이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 때다.
포인트를 대부분 체질에 투자한 만큼 카란의 체력은 독보적이다.
그런 체력을 밑바탕 삼은 임전무퇴의 데미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데미지 딜러의 정상에 서 있다는 마법사조차도 엄두를 못 낼 막강한 데미지를 선사해 준다.
그렇지만 이 스킬은 보다시피 동귀어진의 성향이 강해서 배우더라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스킬이다.
이런 스킬을 사용할 정도였으니, 카란이 얼마나 카로스를 죽이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이 녀석을 잡으면, 분명 비싼 아이템이 뜰 거야!”
“목표가 그거였습니까?”
“당연하지. 그러면 내가 체력까지 쓰면서 비장의 스킬을 날리겠냐?”
흑심이 가득 담겨 있는 일격이라서 그런 것일까? 카란의 공격에 카로스가 속수무책으로 밀려난다.
임전무퇴
종류:특수 액티브 스킬(초급 47/100)
내용:전투에 임해서 절대로 후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긴 공격을 시도하는 스킬로서, 소비하는 체력의 양만큼 상대방에게 데미지를 입힌다.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체력과 데미지의 효율이 높아진다.
효과:일정 시간 동안 체력을 공격력으로 변환한다.
체질을 중점적으로 올리는 전사들에겐 비장의 스킬이 되는 만큼, 효과는 장난이 아니었다.
「인간들이…… 나의 몸을…… 죽음의 송곳!」
재차 송곳을 발사하는 카로스의 모습을 보자마자 스칼은 손을 움직여 핵을 꺼냈고, 여지없이 핵에 모든 송곳이 들어박혔다.
그렇게 해서 박힌 송곳들 역시 다이아몬드니, 무척이나 비싼 가격을 받고 팔 수 있으리라.
‘돈을 퍼다 주는 던전이구나!’
아까 황금을 쓸어 담은 것처럼, 이번에는 다이아몬드를 쓸어 담을 수 있다는 생각에 스칼이 미소를 지었다.
카로스가 송곳 공격을 하면 할수록 돈은 늘어날 테니까.
핵은 아직도 90개 가까이 남아 있었고, 그들은 그 시간 안에 카로스를 죽일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수중의 다이아몬드는 늘어나니, 파티의 자금이 증가함을 뜻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마음대로 전투를 오래 끌었다가는 변수가 생길지도 몰랐다. 따라서 적당히 시간을 끌면서 보스 사냥의 종장까지 달려가는 그들이었다.
스칼은 동료들이 열심히 근접전을 벌이고 있는 동안, 마음껏 마법을 시전했다.
“패스트 캐스팅.”
그동안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마법사 특별 스킬인 패스트 캐스팅의 장점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타이에스가 그에게 패스트 캐스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줬다.
그도 캐스팅 시간이 10% 단축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중급 패스트 캐스팅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고 있었다.
특별 스킬에만 관심이 있어서 기본 스킬에 충실하지 않은 대가라고 할까?
타이에스가 스칼에게 말해 주기를, 중급 패스트 캐스팅은 무려 20%의 캐스팅 시간이 단축된다고 한다.
연산 스킬과 연산력에 패스팅 캐스팅까지 중첩이 되면, 스칼의 캐스팅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 뻔하다.
그는 지금 그것을 노리고 있었기에 꾸준히 패스트 캐스팅을 시전하고 전투에 임하는 중이었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지속 시간이 늘어나기도 하니, 성장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기도 했다.
“프리즈, 버닝. 프리즈, 버닝.”
쩌쩌적― 째앵. 쩌저적― 째앵.
마나가 감당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송곳 공격이라는 가장 위력적인 공격을 봉쇄한 이상 안심하고 공세를 취할 수 있다.
카로스는 더더욱 발악을 하고 있지만, 그의 가장 강력한 공격이 봉쇄되었다는 것은 승리에 지장이 되는 일. 답답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패배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임전무퇴!”
카란의 체력을 담보로 한 공격도 계속된다. 그리고 다른 파티원들도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공격으로 카로스를 공격한다.
째재쟁.
“정밀 커팅 다이아몬드가 마구 떨어져!”
카란이 외치자, 스칼이 답한다.
“솔직히 말해서 죽이기가 아깝네…….”
마음속으로 반항하지 않을 정도로만 때려 놓고, 돈 없을 때마다 후려갈겨서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해 보는 스칼.
마치 푸아그라를 위해 간을 떼어도 재생되는 오리랄까? 어느새 오리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카로스였다.
하지만 파티원들은 카로스의 위력을 너무나 얕보았다. 명색이 2단계 변신 보스인데, 그리 쉽게 당할까?
카로스가 강력한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금강불괴.」
다이아몬드가 작아진다. 아니, 카로스의 몸집이 작아진다. 그 기괴한 현상에 스칼을 위시한 동료들이 멍하니 바라보면서 입을 벌린다.
“네가 무슨 3단 변신 로봇이냐!”
카란이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하긴! 그 어떤 누가 땅에 떨어진 다이아몬드까지 흡수하면서 변신하는 사냥감을 좋아하겠는가? 다 잡아가는 상황에서의 어이없는 변신은 맥을 풀리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너희들의 마음대로 내 몸을 가지고 노니, 나를 이긴 것만 같은 기분이었나? 역시, 인간들은 너무나 쉽게 방심해.」
몸집이 작아지자 카로스의 몸놀림이 가벼워졌다. 덩치만 커다래서 둔하기 짝이 없던 그의 몸은 작아짐과 함께 굉장히 민첩해졌다.
게다가 몸의 강도도 증가했다. 스칼의 마법이 아닌 이상 데미지도 주기 힘들 정도.
카로스의 공격이 시작된 이상 카란도 더 이상 체력을 소비하면서까지 공격을 시도할 수 없게 되었다.
스으윽.
「커팅.」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된 다이아의 검이 곧바로 카란에게 쇄도했다.
급도로 압축되어 있는 다이아의 검이기에 만만치 않을 정도의 충격을 만들어 낸다.
“젠장!”
임전무퇴의 영향으로 체력이 많이 소진된 카란이 진땀을 흘리면서 겨우 방어해 냈다.
하지만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던 결과.
「지금까지 나를 얕보았던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파티원 ‘카란’ 님의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와 함께 출혈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포션 마셔요!”
“임전무퇴 때문에 포션 다 써 버렸어.”
“그래도 여분은 남겨 두셨…… 이런!”
「마법사, 네가 가장 위험인물이다. 너부터 제거를 해야겠어.」
스칼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카로스의 공격 대상이 바뀌었다.
자신에게 가장 큰 데미지를 입힌 스칼!
카로스는 파티원들 중에서 제일 위험한 데미지 딜러인 스칼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체력이 부족해 더 이상 타운트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카란은 이미 카로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스!”
스칼은 장비에 각인되어 있는 마법을 즉시 시전하면서 접근을 방어해 냈다.
「쥐새끼 같은 자식!」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스칼의 후속타가 날아갔다.
“매직 미사일.”
그는 그리 큰 데미지를 줄 수는 없겠지만, 신경은 붙잡아 둘 수 있는 기본 마법을 날린다.
그러나 그는 알까? 매직 미사일 따위의 마법 공격력으론 금강불괴 상태의 카로스의 항마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이딴 공격으로!」
“다 예상하고 있었다. 명색이 보슨데, 매직 미사일에 피해를 입어서 쓰겠어?”
‘마력이 거의 다 떨어졌어. 저 녀석의 방어력은 상승한 것 같은데, 우리는 아무런 공격 수단도 없네. 이런! 레이드는 실패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스칼은 가장 현명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기지 못할 레이드라면 최소한의 피해로 끝내야 한다. 보스몹을 레이드하다가 죽으면 소지품이 떨어지지 않는 특수한 장점 덕분에 그리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 같았다.
“모두 장비를 해제해야 해! 내구도를 지켜!”
“알았어.”
“좋은 생각인데?”
이미 인벤토리에는 송곳 모양의 다이아몬드가 두둑하다. 엄청난 양의 다이아몬드라면 장비를 바꾸기에는 충분했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를 잘 써서 보다 비싼 값을 받고 파는 것이 좋다.
따라서 스칼의 말에 다른 동료들은 동감하며 장비를 해제했다. 그들도 이 전투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단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프리즈! 버닝!”
“임전무퇴!”
파티의 마지막 발악이 시작되었다. 어차피 죽을 거, 상대방의 피를 조금이라도 깎아 놓고 죽겠다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하찮은 인간들.」
“먼저 가마.”
―파티원 ‘카란’ 님이 죽으셨습니다. 하지만 보스 레이드의 특성으로 인해 사망 패널티가 경험치에 한정됩니다.
체력이 10%밖에 남지 않았던 카란이 가장 먼저 죽고, 그 뒤를 이어 레리아, 카란, 세라가 죽어 나갔다.
결국 남은 것은 스칼 하나.
혼자 남겨진 스칼은 상대방을 비웃으면서 한마디 내뱉었다.
“네 덕분에 두둑이 자본금을 얻어 간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다음번에는 널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고. 나 혼자서도 너를 레이드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라.”
「웃기는 소리. 감히 인간 혼자서 나를 상대하겠다니! 지나가던 케르베로스가 웃겠구나!」
카로스는 그 말을 내뱉으면서 검을 휘둘렀고, 스칼은 마지막 유언을 남기면서 죽었다.
“케르베로스가 너보다 레벨이 높은데 왜 언급하는 거냐? 하찮은 악마 따위가.”
그 말과 함께 하나의 메시지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칭호를 얻으셨습니다.
[악마 도발자]
내용:죽음의 순간에도 악마를 도발하는 당신에게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도 용감하게 악마들에게 거침없는 말솜씨를 발휘하기를!
효과:마속성 몬스터 사냥 시 추가 데미지 10%
그렇게 스칼은 죽었지만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