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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1(25화)
9. 아티팩트(3)


스칼이 메모리 크리스탈을 발견한 지 일주일 후, 스칼의 파티는 어느새 가고일이 나오는 층을 정복했고, 마지막으로 방 하나만 남겨 뒀다.
스칼의 현재 레벨은 45로서, 채석 사냥의 화려한 속도 덕분에 달성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벌써 보스인데…… 느낌상 전멸이다.”
“저도 그래요. 그래도 돌아갈 수는 없잖아요? 어차피 못 나가는데.”
보스의 방 앞에 서서 카란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중얼거렸고, 그런 그의 등짝을 스칼이 후려갈겼다.
같이 사냥하면서 레리아의 버릇이 옮겨진 모양이다.
“일단 들어가 봐야 알겠군요.”
“그래, 이번에도 이걸 던지는 거려나?”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퀘스트 제작자가 정상이라면 같은 방법으로 퀘스트를 깰 수 있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날로 먹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끼이익.
뭐, 가우라 레이드 때처럼 문을 여는 소리는 변함이 없다.
파티 전체가 긴장을 하면서 진입했다.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몰랐기에, 이 정도의 긴장은 필수다.
「……인간들이로군. 후우. 역시, 가우라 같이 천한 녀석은 허약하군. 고작 인간들 따위에게 죽다니?」
고요한 석실 전체를 울리는 목소리에 모두가 전투태세로 돌입한다.
「긴장을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너희들은 내 손에 모두 죽게 될 테니까 말이지. 내 부하들을 모두 깨부수고 왔으니, 그래도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겠지? 잘 가지고 놀아 주도록 하겠다.」
그 말과 함께 어둠 속에서 나타난 목소리의 주인은 등장과 함께 파티를 경악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황금의 가고일, 카로스.}
“황금의 가고일?”
“세상에! 저게 모두 다 황금이라고? 저거 하나 팔면 대박이겠다! 전부 다 매직템으로 무장할 수 있겠어!”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돈지랄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황금 가고일이었다. 금으로 삐까번쩍한 그 가고일은 등장과 함께 파티원들의 입가에 침이 흐르게 만들었다.
가히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는 스칼마저도 탐을 내고 있었으니.
“멋진데. 내가 지금까지 봤던 가고일 중에서 가장 비싸 보이고, 탐나네.”
「감, 감히 인간들이!」
자신이 예상했던 반응과 다르자 카로스가 당황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렇지만 금에 현혹된 인간들은 그저 침을 흘리면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카로스는 인간들에게 본때를 보여 줘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다짜고짜 공격을 날렸다.
「골드 브레스!」
드래곤도 아니면서 입에서 무엇인가가 생성되어 날아갔다. 이름에 걸맞게 황금색의 브레스. 물론 드래곤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이겠지만, 얼추 브레스 같아 보였다.
콰앙.
브레스는 곧바로 카란에게 꽂혔다. 제일 앞에 있었기에 일어난 비극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으응?”
골드 브레스에 적중당한 카란의 다리가 석화되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은 석화로 보기는 힘들이라.
“내 다리가 황금이 되었어?”
「이것이 바로 나, 카로스의 위력이다. 너희들은 이제 내 위대함을 찬양하게 될 것이다!」
카로스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파티에 속해 있는 스칼의 머리가 얼마나 좋으며, 그 머리가 도출해 내는 답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골드 브레스를 보자마자 스칼의 머리에는 엄청난 생각이 떠올랐다. 골드 브레스를 공격이 아니라 파티에게 유리한 쪽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
스칼이 카란에게 물었다.
“그 다리, 영구 지속이랍니까?”
“석화 해제 포션 안 마시면 영구 지속이라는데?”
“일단 여기 석화 해제 포션 있습니다.”
인벤토리에서 혹시 몰라 준비해 온 석화 해제 포션을 꺼내서 카란에게 건네준 스칼은 곧바로 카인에게 말했다.
“가고일들을 채석하면서 얻은 돌들 가지고 있지? 10개씩 꺼내서 땅바닥에다 내려놔라.”
“많은데, 이거 가지고 뭐하려고?”
파티 내에서 스칼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굉장히 컸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사냥에서 스칼이 오더 역할을 했기 때문에, 파티원들이 스칼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이다.
카인이 돌들을 10개씩 짝지어서 땅에다 내려놓았다. 그리고 스칼은 돌에 프리즈를 걸었다.
“프리즈.”
쩌정.
그러자 10개의 돌들이 한꺼번에 얼면서 꽤 큰 덩어리를 이루었다. 카로스의 골드 브레스의 적용 면적이랑 비슷할 정도의 크기의 덩어리.
“카란 형, 형이 이거 들고 골드 브레스 받아 내 보세요.”
“오오! 괜찮은 생각인데? 이거 가지고 막을 사이에 너희들은 공격하겠다는 거지? 알았어!”
카란은 재빠르게 돌들을 집었다.
프리즈로 인해 얼려진 돌들이라 시렸지만,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탱커는 파티를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역할이니까, 이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
“차갑다. 켁.”
「아니, 하찮은 녀석들이 감히 이 몸을 조롱하느냐! 골드 브레스!」
그들의 기행에 카로스가 흥분을 하며 다시 골드 브레스를 날렸다.
쩌저정.
골드 브레스가 카란이 들고 있는 돌에 정통으로 먹혀 들어갔다. 그와 함께 돌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그 돌은 이제 저한테 주시고, 프리즈에 걸린 돌 다시 들어서 방어하세요.”
스칼은 카란으로부터 돌을 건네받자마자 돌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황금>
등급:A급 광물
내용:가고일의 몸으로부터 나왔던 돌이 카로스의 골드 브레스를 맞고 금으로 변해 버렸다. 영구 지속되는 골드 브레스의 속성처럼, 석화 해제 물약에 적시지 않는 이상 황금의 상태가 유지된다. 보통 금들과 다를 바가 없는 완벽한 금이다.

“됐다.”
……이것이었다. 스칼이 노렸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골드 브레스의 특성을 파악한 다음, 그가 떠올린 것은 ‘저 브레스로 돌을 황금으로 만들 수 없을까?’였다.
실험 결과는 성공적.
카로스의 브레스는 돌을 금으로 만드는, 그야말로 마이더스의 브레스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돌을 금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모든 연금술사들이 꿈꾸어 왔던 것을 아주 간단한 잔머리로 이루어 낸 스칼은 미소를 지으면서 금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의 옆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던 레리아가 묻는다.
“스칼 오빠, 방금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거, 설마?”
“금이야. 저 녀석의 브레스는 돌을 금으로 만들어 주네? 뜻하지 않은 금맥을 발견했어.”
경악에 가득 찬 레리아의 얼굴을 보면서 스칼은 기분 좋게 웃었다. 적당히 공격을 하는 척하면서 골드 브레스를 받아 내기만 한다면, 설사 이곳에서 전멸하더라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으리라!
‘게다가…… 덤까지 있지.’
“카인, 채석해. 보스라서 채석의 양이 많진 않겠지만, 그래도 꽤 많이 얻을 수 있을 거야.”
카로스의 신체는 황금.
황금은 현실이나 게임이나 비싼 광물로 통용된다. 그런데 그런 황금이 눈앞에 걸어 다닌다. 황금 브레스를 내뿜으면서 말이다.
그야말로 세상이 황금빛으로 가득하다. 스칼의 얼굴에 짙은 미소가 서리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새로운 칭호를 습득하셨습니다!

[전략가]
내용:당신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고 훌륭한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잔머리도 출중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당신에게는 전략가의 칭호가 내려집니다.
효과:전략 사용 시 파티원 전체의 공격력 20% 상승

전략을 사용해서 내려진 칭호가 아니라 단순히 잔머리를 사용해서 내려진 칭호인 것 같다. 칭호의 효과는 총 3개까지 적용된다. 정보창에서 곧바로 칭호를 장착한 스칼이 호기롭게 소리쳤다.
“황금 덩어리. 덤벼라.”
「황금 덩어리? 지금 미천한 인간이 이 카로스 님에게 덤비는 것이냐? 허! 너 따위 미물이 이 몸을…….」
“채석. 채석.”
「나의 몸을? 크아악!」
입에서 나오는 골드 브레스는 여지없이 카란이 들고 있는 돌에 적중하고, 신체는 조각이 되어서 땅바닥에 떨어지는 카로스의 신세란 기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고일의 보스라고 할 수 있는 카로스는 그렇게 걸어 다니는 황금 덩어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쾅. 쾅. 쾅.
카인의 채석이 시전될 때마다 카로스의 신체가 파인다. 움푹움푹 파이는 정도는 아니지만 옛말에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조각조각 떨어지는 금이 모이자 꽤 방대한 양의 금이 생성되었다.
「나의…… 나의 몸이…… 가만 두지 않겠다, 인간들!」
“채석.”
대화 따위는 없었다. 현재의 카로스는 파티에게 자금을 공급해 주는 자금원이었으며, 걸어 다니는 금광이다.
금광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 따위는 없다.
따라서 스칼을 비롯한 동료들은 신나는 기분으로 모이는 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금 다 팔면 정말 갑부 되겠어요.”
“갑부뿐이겠어? 매직 방어구에 매직 무기는 기본이고, 포션도 통 크게 마련할 수 있어.”
스칼의 인벤토리에 쌓여 가는 금과 비례해 파티의 행복 지수가 증가한다.
―채석 스킬에 의해 신체가 많이 깎인 카로스의 체력이 60%로 떨어집니다.
전투가 20분 정도 지속되었을까? 카로스는 기력이 다한 것인지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골드 브레스의 간격도 줄어들었고, 그가 자랑하던 황금 복부가 상당수 파여 버린, 꼴불견 그 자체였다.
‘너무 쉬워서 오히려 불안하군.’
아직 가고일의 핵도 사용하지 않았고, 오로지 채석만으로 공략했을 뿐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기에는 카로스가 너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어려울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전투를 직접 해 보니 그렇지만도 않다.
스칼은 그게 무서운 것이다. 본격적인 전투가 진행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리고 그의 그 불안한 예감은, 빌어먹게도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크으으. 황금으로 이루어진 내 몸을 범한 죄는 그 어떤 대가로도 씻을 수 없지. 내 본 모습을 보여 주겠다, 미천한 인간들이여.」
―카로스가 변화합니다. 금으로 이루어졌던 카로스는 인간들을 죽이기 위해서 더더욱 강력한 존재로 변해 버립니다.
―황금의 가고일이 금강의 가고일로 진화합니다.
“뭐야? 진화…… 가우라나, 네 녀석이나. 똑같은 족속들이야.”
변신한 카로스의 모습을 보며 질린 듯이 중얼거린 스칼.
파티원들의 앞에 나타난 카로스의 모습은, 황금에서 다른 광물로 변해 버린 모습이었다. 채석에 의해서 볼품없이 파여 있던 흔적들이 복구되어 있고, 황금이었던 신체가 다른 광물로 변했다.
금강석.
현재 카로스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광물은 금강석이었다.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그것.
“더 비싸졌어!”
“젠장. 진짜로 채석이 먹히지 않아. 곡괭이의 내구도가 낮다고 하는데? 내구도만 빵빵하면 깰 수 있는데! 애초에 곡괭이를 2개 가지고 다녔어야 했는데…….”
「감히 내 몸을 깎았겠다! 그에 대한 죗값을 받아 주겠다. 다이아몬드 브레스!」
‘이건 멍청한 정도가 아니잖아!’
공격 패턴이 이전과 똑같다. 브레스라니? 골드 브레스가 업그레이드되어서 다이아몬드 브레스가 된 것이 다름없지 않은가?
멍하니 그 브레스를 바라보고 있던 카란이 본능적으로 돌을 들어서 막았고, 다이아몬드 브레스가 그것을 직격했다.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다이아몬드>
등급:A+급 광물
내용:가고일의 몸으로부터 나왔던 돌이 진화한 카로스의 브레스를 맞음으로써 다이아몬드로 변해 버렸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채석이 불가능해진 이상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최대한 전투를 오래 유지시키면서 다이아몬드를 얻어 내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때, 카로스가 기습 공격을 하나 날린다.
「죽음의 송곳.」
파바밧.
카로스의 전신에서 작은 송곳 모양의 다이아몬드가 생성되더니, 스칼의 파티에 자비 없이 날아왔다. 마치 고슴도치처럼 온몸에서 송곳이 튀어나오더니, 곧장 파티를 향해 날아오는 그것들은 가히 충격적.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송곳들 중에서 4개가 스칼을 관통했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공격이 다 있어!”
세상에서 제일 단단하다고 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송곳의 데미지는 가히 대단했다. 4개의 송곳에 관통된 스칼의 체력이 순식간에 20% 깎여져 나갔다.
그것은 다른 파티원들도 비슷할 것이다. 물론 스칼이 체질을 찍지 않아서 체력이 비실한 영향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데미지라면 누적될 경우 큰일이 날 것이다.
스칼과는 달리 3개의 송곳에 관통당한 세라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무 빠르네.”
‘너무 빨라서 피할 수 없다라? 내가 보기엔 이 공격이 저 녀석의 주력 공격 스킬인 것 같은데, 퀘스트 완료를 위해선 저 공격을 무력화시켜야 할 텐데.’
방금 전의 그 스킬이 주력 스킬임에 틀림없었으니, 그 공격만 방어를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것이 나의 힘이다. 보았느냐? 너희들은 죽게 될 것이다! 크하하!」
“거참, 오두방정 떠는 녀석일세. 너도 악마면 닥치고 있어라.”
다이아몬드가 되어 버린 돌 하나를 들고 송곳을 성공적으로 방어해 낸 카란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이 솟구쳐 오른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누가 보더라도 짜증이 나는 공격임에는 분명하다.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이 퍼부어지는데, 짜증을 안 낼 사람은 없었다.
다이아몬드로 변한 카로스의 공격 패턴은 굉장히 단순하다.
브레스, 송곳 공격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는 아주 단순한 공격 패턴. 강도가 무른 황금이 아닌 강도가 강한 다이아몬드로 변했으니 몸통 박치기도 꽤 강력할 것 같았지만, 카로스는 무조건 원거리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몸통 박치기까지 가미한, 몸을 생각하지 않는 X공격이었다면 곧장 전멸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스칼은 송곳 공격을 방어할 방법을 떠올려 냈다.
가고일의 핵과 연관이 되어 있는 방법.
금강의 카로스를 깰 수 있는 기발한 방법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좋은 다이아몬드가 생기겠군. 그것도 아주 심플한 커팅의 다이아몬드가…….”
스칼의 입꼬리가 살짝 치켜져 올라갔다.


<『네메시스』 제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