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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 엠페러 1(25화)
10장 사라진 플린(2)


저녁 식사 후, 나와 세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발렌스란 녀석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책상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어설퍼. 뻔히 들여다보인다구.”
“발렌스는 루비오를 평소 싫어했던 상급생이었던 것 같아. 정확히 말하면 4학년이지만…….”
“날 싫어하는 상급생들은 대부분 아크바스 왕국 사람들이야. 홀트 왕국은 들어 본 적도 없단 말이야. 게다가 아자크 왕자 같은 녀석도 이런 치졸한 방법은 쓰지 않는단 말이야. 인질을 잡다니.”
세실이 오른손을 이마에 가져가면서 말했다.
“블레어 못지않게 위험한 녀석이야. 일단 발렌스는 옵티컬 클래스야.”
“옵티컬 클래스라면…….”
“정식 마법사에 가까운 마법을 사용한다고 봐야겠지. 사용하는 마법의 위력만 따지면 블레어 못지않을걸? 루비오에게는 어려운 상대야.”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정식 마법사와 소드 익스퍼트. 정면 대결이라면 이쪽이 약간 유리하지만…….”
“상대는 인질을 잡고 있잖아. 이건 단순한 학생 간의 괴롭힘이 아니야. 유피아나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야 해.”
“그건 안 돼. 녀석이 유피아나 선생님의 정체를 알고 있을지도 몰라. 녀석이 쪽지에 적었잖아. 아카데미 사람에게 알리면 플린의 목숨은 없다고 말이야.”
루비오에게 적이 많다는 그레시아 황녀의 말은 빈말이 아닌 것 같았다.
세실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이건 내 생각인데…… 발렌스는 루비오에게 의외로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라.”
“내게 원한이라고? 난 발렌스라는 상급생을 만난 적도 없어.”
“루비오는 만난 적이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원한이란 것은 꼭 만나야만 생기는 것은 아니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세실이 잠시 말을 쉬었다.
이윽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벽 한쪽에 걸려 있는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루비오의 스웨인 왕국, 여기가 발렌스의 홀트 왕국. 가깝지?”
“설마…….”
“그래, 그 설마야. 몇 년 전 두 나라는 사소한 이유로 전쟁을 벌였어. 홀트 왕국은 스웨인의 상대가 아니었기에 전쟁은 싱겁게 끝났지. 내 기억이 맞다면 그때 스웨인 왕국의 군대를 지휘한 건 루비오의 아버지야. 다시 말해 발렌스는 개인적인 이유로 루비오를 싫어하는 것이 아닐 거야. 그는 전쟁 때문에 루비오의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나는 혀를 찼다.
“여러 나라 학생이 모이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구나.”
“다들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니까.”
세실의 말이 사실이라면 발렌스는 너무나 경솔한 짓을 벌인 것이다.
내가 이 사실을 선도위원회나 학장인 넬슨에게 알린다면 홀트 왕국은 큰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가 혼자 해결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단 말이군.”
“혼자 괜찮을까? 발렌스는 위험해.”
나는 세실의 머리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위험하다고 해서 친구를 모른 척할 수는 없잖아. 게다가 발렌스란 녀석이 미워하는 것은 나야. 그러니 내가 나서지 않으면 끝나지 않아.”
세실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루비오, 조심해. 발렌스는 루비오가 아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그렇다면 뭔가 대비를 했을 거야. 평범한 방법은 절대 안 돼.”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아. 내게도 생각이 있어.”
사실 난 발렌스를 상대할 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앞으로 남은 몇 시간 동안 그것을 생각할 작정이었다.

***

상대는 나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상대는 옅은 안개에 싸인 암초였다.
공작 부인과 나, 그리고 발렌스.
이번에는 경우가 역전된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밤길을 걸었다. 세실이 따라나서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녀를 본관에 남겨 두었다.
발렌스는 분명 내게 혼자 올 것을 주문했다. 그녀가 따라나선다면 정말로 플린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었다.
나는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침을 뱉었다.
“퉤! 발렌스라고? 귀찮은 녀석 같으니라고…….”
이곳에 오기 전에 발렌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내가 발렌스였다면 아마도 이랬을 것이다. 강당 입구에 뭔가 결계를 쳐 두어 발을 묶는다. 여기서 내가 당황하면 공격 마법을 사용해 날 쓰러뜨린다. 이것이 실패하면 다음으로 넘어간다.
다음은 또 다른 함정이다. 이번 함정은 플린이 갇혀 있는 곳에 설치한다. 플린이 무사한 것을 보고 주의력이 떨어진 날 겨냥한 함정인 것이다.
내가 인질을 구한 뒤 미소를 짓는 그 순간 함정은 작동된다. 아마도 내 손발을 묶거나 의식을 흐리게 하는 함정일 것이다.
발렌스는 함정을 작동시킨 뒤 유유히 걸어 나와 나를 처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발렌스란 녀석에 대해서 좀 더 조사를 했을 텐데 아쉽군.”
대강당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늦었기 때문일까? 관리인도 보이지 않았다.
관리인이 있었다고 해도 발렌스가 어떻게든 처리했을 것이다.
나는 내력을 불러일으켰다. 언제 어디서 발렌스가 습격해 올지 몰랐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강당의 문을 열었다.
“좋아! 간다!”
끼익―!
대강당의 문이 익숙하지 않은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나는 강당 안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곳이었기에 단전에서 진기를 끌어올려 반탄지기를 최고로 높였다.
하지만 입구에는 함정이 없었다.
안쪽으로 몇 발 더 걸어갔지만 함정 따위는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가슴을 펴고 외쳤다.
“발렌스! 내가 왔다. 루비오가 왔다.”
끼익―!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대강당의 문이 닫히면서 사방이 밝아졌다.
하나, 둘, 셋, 넷.
대강당 벽에 걸린 수십 개의 등이 일시에 켜졌다.
“환영한다, 루비오.”
발렌스는 모습을 감추지 않고 강당 한가운데 서 있었다.
나는 그를 보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린은? 플린은 어디 있나?”
발렌스가 거만하게 말했다.
“루비오, 보채지 마라.”
발렌스는 오른손을 들어 무대를 가리켰다. 무대 위에는 한 사람이 밧줄에 묶인 채 앉아 있었다.
“플린!”
발렌스는 거만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키가 작은 소년이었다.
발렌스의 겉모습은 이런 일을 벌일 사람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내가 왔으니 플린을 풀어 줘. 이제 플린은 필요가 없잖아.”
발렌스가 말했다.
“그럴 수는 없지.”
나는 미간을 좁혔다.
“치사한 녀석. 네 실력으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발렌스도 얼굴을 굳혔다.
“나는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스웨인 녀석이 아케인이라니. 말이 안 되잖아.”
나는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걸음을 옮겼다.
발렌스 주위에 미묘하지만 사악한 기가 느껴졌다.
“내가 아케인이라서 손해 본 거라도 있는 건가?”
내가 다가가자 발렌스가 품속에서 마법봉을 꺼냈다.
마법봉은 지팡이보다 마나를 담을 수 있는 양이 적었다. 마법의 위력은 기본적으로 마나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 마법봉으로 만들어 내는 마법은 지팡이나 오브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었다.
“간단한 마법으로는 날 쓰러뜨릴 수 없다.”
발렌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발렌스가 차갑게 말했다.
“네가 소드 익스퍼트란 건 알고 있다.”
내가 다시 한 발 내딛자 발렌스가 마법봉을 흔들었다.
그러자 강당 한가운데에 탁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마법진?”
나는 급히 뒤로 물러섰다.
강당 한가운데 그려진 마법진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이렇게 큰 마법진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딱 한 종류밖에 없었다.
나는 미간을 좁히면서 중얼거렸다.
“발렌스는 소환 마법사인가?”
발렌스가 주문을 끝마치자 검은 안개가 마법진 위에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루비오, 네 녀석은 아주 비겁해. 넬슨 학장을 이용해서 새치기를 하다니.”
“내가 새치기를 했다고?”
“네 녀석이 들어간 그 자리는 원래 내가 들어가기로 되어 있던 자리란 말이야. 원래 이번 회의에서 아케인이 될 사람은 네가 아닌 나였단 말이야!”
아케인?
녀석은 아버지 때문에 날 미워한 것이 아니란 말인가?
씁쓸했다. 이런 식으로 날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
“발렌스, 정신 차려! 아케인이라면 언제든 될 수 있잖아.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네게 득 될 것이 아무것도 없다.”
발렌스가 소리쳤다.
“허튼소리! 난 이번 학기를 끝으로 졸업이야! 더 이상 아케인이 될 기회가 없단 말이야! 너 때문에 난 아케인이 될 기회를 잃어버렸어!”
소환진 위에 검은 안개가 점차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대체 뭘 소환하려는 거지?”
“보면 알게 될 거다.”
안개가 이윽고 초록빛 피부를 가진 거인으로 변했다.
“인간인가? 아니야, 저건 인간이 아니야.”
발렌스는 마인을 소환해 낸 것이다. 그가 허리에 손을 대고 웃었다.
“하하하. 어떠냐? 마인 그린트다. 네 녀석이 가진 실력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소환이란 말이다.”
아카데미 학생이 이런 마인을 소환할 수 있다니…….
“실력은 있지만 정신이 썩었군.”
발렌스가 내 말을 듣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난 옵티컬 클래스란 말이다! 그런데도 노멀 클래스 녀석에게 밀려난 거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이런 불공평한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난 네 녀석을 용서할 수 없어! 반드시 죽일 거야! 반드시!”
발렌스는 화가 났다기보다 흥분 상태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뭔가 약이라도 복용한 것일까?
약이라도 복용하지 않고는 이런 짓을 벌일 수 없었다.
“아케인 자리를 빼앗겼다고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 제정신인 건가?”
발렌스가 악을 쓰면서 외쳤다.
“가라! 그린트! 루비오의 머리를 날려 버려라!”
쿵! 쿵! 쿵!
나보다 키가 두 배나 큰 그린트가 거침없이 날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젠장! 이거 장난이 아닌데.”
차라리 블레어가 나을지도 몰랐다. 발렌스가 이런 엄청난 괴물을 소환해 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몸을 낮게 움츠린 후, 번개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들어 일장을 날렸다.
무당격뢰장이었다.
“맞아라!”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내 오른손이 그린트를 가격했다.
그러나 그린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오른손을 들어 머리를 공격해 왔다.
나는 급히 뒤로 물러서면서 그린트의 공격을 피했다.
“뭐 이런 괴물이 다 있어.”
발렌스가 말했다.
“하하하! 그린트에게 네 녀석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소드 익스퍼트의 아우라는 이미 계산해 두었지.”
소드 익스퍼트의 아우라를 계산해 두었다고? 그럼 소드 마스터의 것은 계산하지 않았겠군.
나는 그린트 앞에 두 발을 벌리고 섰다.
“와라!”
발렌스가 날 비웃었다.
“크크크, 방금 전 공격으로 깨닫지 못한 건가? 네 녀석의 공격은 그린트에게 통하지 않아! 그린트! 가랏! 녀석을 뭉개 버려!”
난 두 무릎을 굽힌 뒤 두 손에 전력을 끌어모았다.
“으으으으으으, 아아아아아!”
무당백호장법.
무당백호장법은 정교한 면이 많이 부족하고 내력을 끌어모으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격뢰장과 면장에 밀려난 비운의 무공이었다.
하지만 위력만은 무당장법 중에 제일이었다. 아무런 초식도 없이 이렇게 돌진해 오는 적을 상대하기에는 최고였다.
그린트는 괴성을 내지르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우오오오!”
난 양손에 진기가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하곤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지만 난 소드 익스퍼트가 아니야.”
무당파의 무공은 패도적이라기보다는 유하고 굳건했다.
무당백호장법은 이런 부분에서도 무당파의 무공과 맞지 않았다. 그러나 위력만큼은 앞서 말한 것처럼 최고였다.
내가 두 손을 앞으로 밀어내자 양손의 진기가 맹렬히 뻗어 나갔다.
“가라!”
퍼퍼퍼퍼퍽!
둔탁한 타격음이 잇달아 터지면서 그린트의 몸에 구멍을 냈다.
발렌스도 그것을 보았다.
“아니……. 이럴 수가! 그린트, 쓰러지면 안 돼!”
그가 황급히 외쳤지만 그린트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후였다.
나는 비틀거리는 그린트에게 다가가 맹렬히 공격을 퍼부었다.
“네게 원한을 진 건 없지만 이만 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 줘야겠다!”
팍! 팍! 펑! 펑!
발과 손이 닿는 곳마다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렸다.
얼마나 두드렸을까?
그린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린트를 쓰러뜨린 후 시선을 발렌스에게 돌렸다.
발렌스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
“으윽! 그린트가 쓰러질 줄은……. 내 최고의 작품이었는데…….”
나는 발렌스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소환 마법은 흑마법사의 특기. 발렌스, 설마 흑마법에 손을 댄 것은 아니겠지?”
발렌스가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단 말이야. 왜 저런 녀석이 그린트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거지?”
발렌스는 이미 내 거리 안에 들어와 있었다. 나는 오른손을 뻗어 발렌스에게 일격을 날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발렌스가 무릎을 꿇었다. 그는 왼쪽 어깨를 손으로 누르면서 말했다.
“이…… 이 녀석…….”
나는 그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이게 바로 무당벽공장이다.”
발렌스가 고통을 억지로 참으면서 마법봉을 휘둘렀다.
“어서 일어나 나를 지켜라!”
그러자 그의 주변에 희미한 인형들이 나타났다.
발렌스가 마법봉으로 날 가리키면서 말했다.
“난 아직 지지 않았어!”
발렌스가 급하게 만들어 낸 인형들에게서 느껴지는 기력은 형편없었다.
방금 전 그린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미미한 것이었다.
마법진도 없이 소환한 소환수가 오죽하겠는가?
나는 두 손을 들어 좌우로 휘둘렀다.
“여래팔권!”
사악한 기운을 정화하는 소림사의 비기.
다음 순간, 발렌스 앞을 막고 서 있던 인형들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발렌스 앞으로 다가간 난 그의 복부에 강하게 한 방 먹여 주었다.
“큭!”
짧은 비명과 함께 발렌스가 바닥에 쓰러졌다.
“쉽게 일어설 수 없을 거야. 플린을 구한 다음 널 마저 상대해 주지.”
나는 발렌스를 지나쳐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대에는 플린이 꽁꽁 묶인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 음음음…….”
발렌스가 입에 재갈을 물려 놓았기에 플린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우선 플린의 입에서 재갈을 빼냈다.
“크…….”
“괜찮아?”
플린이 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콜록! 콜록! 고마워, 루비오.”
“미안해. 나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다니.”
“루비오 탓이 아니잖아.”
나는 플린의 몸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면서 말했다.
“저 녀석은 날 노렸던 거야.”
“루비오를 노린 거라고?”
“그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플린의 뒤쪽으로 손을 뻗어 밧줄을 제거했다.
그런데 그 순간…….
복부에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뭔가가 호신강기를 뚫고 내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나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플린!”
그러자 플린이 급히 뒤로 물러섰다.
“미안해, 루비오.”
플린의 두 손에는 붉은 비수가 들려 있었다.
바로 저 비수로 플린이 나를 찌른 것이다.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었다. 이럴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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