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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질주 1권
현자의 질주 1권(1화)
제국의 건국은 무수한 이들의 피로써 건국되었다.
하나 지금의 우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처럼 생각한다.
―연대기 편찬자 앤드류
1장 낚시 때문에(1)
모든 병원의 수술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느 대학 병원의 수술실에서는 매일 발생하는 갈굼과 거기에 섞여 들려오는 욕설들, 이 모든 것들은 모두 사실이라고 주지시켜 주듯이 후임 레지던트들이 선배 레지던트한테 박살이 나고 있었다.
“야, 이 꼴통 새끼야! 너, 이 새끼 레지 몇 년 차인데 선배들 잠도 못 깨워! 아우, 이 꼴통 이걸 확 잡아먹을 수도 없고, 그리고 너희들 차트는 확인했어, 안 했어? 이것들이 벌써부터 빠져서 수술 준비도 안 하고 늦잠들을 퍼질러 자? 아주 간들이 배 밖으로 나왔지?”
선임 레지던트가 후임 레지던트들의 실수를 갈굼으로써 응징하면서 다시 한 번 차트를 훑어보고, 환자들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뜩 무엇인가 생각난 듯이 옆에 있던 간호사한테 어떠한 사실 한 가지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참! 수샘. 오늘 박 간호사 들어와요? 우리 수술방으로 박 간호사 좀 제발 넣어 줘요.”
요즘은 꽤나 많은 인원으로 불어났지만 아직도 남자 간호사는 병원에서 약간 특별한 존재들이다.
병원에서 남자 간호사를 선호하는 곳은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같은 중노동 부서이다.
그 이유는 여자 간호사 두 명보다 더 힘을 잘 쓰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레지던트가 찾는 박 간호사는 괴짜이면서 이 병원 수술실 유일의 남자 간호사이다.
거기다 특유의 입담으로 꼴통 과장으로 불리는 외과 과장의 욕설과 갈굼을 유일하게 막아 줄 방파제 같은 존재이기에 레지던트는 한 번 더 수간호사에게 부탁해 보지만, 자신의 뜻한 바를 이루지는 못하였다.
“박 간호사 집에 일이 있다고 해서 오늘 OFF 냈어요. 다른 간호사들도 많으니 너무 박 간호사만 찾지 말아요, 김 선생님.”
박 간호사가 없다는 말에 레지던트의 표정은 일그러지다 못해 아주 딱딱하게 굳어지기까지 했다.
“큰일이네! 꼴통 과장의 갈굼을 막을 인간이 박 간호사 그 인간뿐이 없는데, 에라, 모르겠다. 설마, 죽기야 하것어!”
이런 레지던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이 수 선생과 다른 간호사들은 자기들끼리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김 선생님. 표정이 똥 씹은 표정이네! 오늘 과장님께 무엇인가 깨질 게 있나 봐? 박 간호사를 저리도 애타게 찾으니 이번에는 얼마나 큰 건수를 터트린 거지? 아무튼 박 간호사 그 인간도 인물은 인물인가 봐? 꼴통 과장의 마음을 그리도 잡아서 레지들이 저리도 못 써서 안달이니.”
“맞아요 수 선생님∼ 호호호호.”
“참! 이번에는 무슨 해괴한 것들을 만들어서 올려나? 별의별 걸 다 만들어서 수술실에 가져다 놓으니 수술실이 수술실인지 골동품 가게인지 이젠 구분도 안 가네. 이번에는 제발 난감한 물건은 만들어 오지 말아 주길 빌어야겠어.”
“에이, 수 선생님. 누가 알아요, 남근 동상이라도 만들어 올지? 아무튼 괴짜라 저희 수술실이 한시라도 심심하지는 안잖아요? 꼴통 과장님의 고함 소리도 사라진 지 꽤 되었구요.”
수 선생과 간호사의 대화를 듣던 다른 간호사들도 웃음으로서 이들의 대화에 동조하고 있다.
띠링∼ 띠링∼ 띠링∼
“감사합니다, 수술실입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히히히. 샘 전 준희인데요. 수샘 좀 바꿔 주세요.”
“호호호, 샘도 양반은 못돼요! 그새를 못 참고 전화를 다 주시고, 잠시 기다리세요. 수 선생님 금방 바꿔 드릴께요. 수 선생님, 준희 샘인데 전화 좀 받아 보세요.”
준희의 전화라고 하자 수 선생이 냉큼 전화를 받았다.
“오∼ 자기야, 어디야? 안 그래도 수술 담당 레지들이 자기 찾고 난리도 아니다.”
수 선생의 자기야라는 난감한 소리에 바로 반응하는 준희의 냉정한 한마디가 들려온다.
“자기라뇨? 그런 무서부런 망발을 어찌 그리도 쉽게 하십니까? 샘의 부군께서 들으시면 저희 오해 삽니다. 저 아직 장가도 못 갔어요. 하하!”
이에 지지 않고 응하는 수 선생도 한마디한다.
“자기라고 자기가 부르라고 해 놓고, 아님 누나라고 부르던지.”
수 선생의 뻔뻔함에 점점 치를 떨던 준희가 한마디 쏘아붙이고는 용건을 말한다.
“누나라니요? 이모를 어찌 이모라 부르라 하지 않고 누나라 부르라 하십니까? 제가 무슨 홍길동도 아니고. 쩝! 참, 샘 부탁하신 정력 보양 약초 찾았습니다. 시골 장터에서 보니 품질이 최상품인 것이 있더군요. 사 갈까요, 말까요? 이 중대 사항을 물어볼려고 전화한 거예요. 회식 때 남편에 대한 밤일 불만이 쌓였다고 푸닥거리 하시길래 특별히 생각해서 알아본 것이니 사오라면 사서 올라갈까 해서요.”
이 뻔뻔한 준희의 아부에 수 선생은 그만 넘어가고 말았다.
“고마워∼ 사 가지고 와 주면 나야 좋지? 그런데 그 약초는 무슨 약초인데 가격은 얼마고?”
“한 15만 원이던데요! 약초는 당귀, 천궁, 오가피 등 한 다섯 가지 됩니다.”
“알았어! 오면 돈 줄 테니 사 가지고 와 줘. 자기, 땡큐∼ 수술 들어가야 하니 이만 끊자.”
수술실 들어가 봐야 한다며 수 선생이 전화를 끊자 준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게 웬 횡재냐? 암튼 공돈이 생기니 기분은 무진장 좋네.”
“한 명한테만 더 팔면 원하는 공구와 책을 내 돈 안 들이고 살 수 있는데, 이번에는 어느 분을 꼬득여서 팔아 볼까? ER로 전화 걸어서 전화해 볼까? 아니야 저번에 한 번 해 먹어서 이번에는 안 살지 몰라.”
이리저리 우연찮게 공짜로 얻게 된 약재들을 이리저리 팔아 볼까 하는 심보로 잔머리 굴리고 있는 준희! 외모는 순하게 생긴 게 꼭 하는 짓은 사악한 꼬마 악마 같은 짓을 잘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 빨리 내려가서 할아버지 뵙고 가야 하는데 시간은 촉박하고, 나도 뭔 놈의 인생이 이리도 바쁘냐?”
혼자서 열심히 궁시렁대던 준희는 본인의 애마인 마티즈를 끌고 시골길로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부웅∼
어느덧 전화를 붙잡고 있던 장소에서 점점 멀어지는 준희!
이제는 벌써 언덕을 넘었는지 보이질 않는다.
“할배 저 준희입니다. 지금 내려가는 중인데 집에 계세요?”
“오∼ 박 선생이구만, 나야 할 일 없이 방 안에서 빈둥대고 있지. 오늘 내려오려구? 내려오는 길이면 막고기라도 좀 사 가지고 와! 막고기가 많이 땡기는구먼.”
“네! 그렇지 않아도 내려가는 길입니다. 한 두어 시간만 기다리세요.”
막고기를 사 가지고 와달라는 할아버지의 부탁을 예상했듯이 이미 준희의 차 안에는 식육점에서 사 놓은 막고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지금 준희가 할배라고 하는 할아버지는 잡다한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몇 가지 잡다한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법을 터득시켜 준 노인 중의 한 분이시다.
이렇게 스승 할배의 부탁을 받은 준희는 막고기를 싣고 차를 열심히 몰았다.
그러다 순간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바다 낚시하기 좋은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 길을 꽤 다녔는데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장소였기에 차를 세우고 둘러보기 시작했다.
“오! 괜찮은 장소인데? 딱 한 시간만 낚시나 하고 갈까?”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은 낚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낚시를 하기로 마음을 굳히기 시작했다.
“그래, 한 시간만 하고 가자! 머리도 식힐 겸.”
차를 방파제 근처 주차장에 세워 놓은 뒤 낚시대를 차에서 꺼내어 매운탕거리나 잡히길 빌며 해변가 방파제 위에서 낚시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벌어질 엄청난 일은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
방파제 근처 원전 발전소.
“김 박사님, 오늘 성공할까요? 성공하면 저희 쪽에서는 전력 생산 효율을 더 높일 수 있어서 좋겠지만, 실패하면 질책이 두렵습니다.”
“성공할 것입니다. 저희가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어낸 것인데 성공해야죠. 성공만 하면 효율이 15%나 오르게 되니 실패를 바라서는 안 되지요!”
“아무튼 알겠습니다. 박사님만 믿겠습니다. 어이, 송 팀장 준비 다 되었지?”
“네, 소장님.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10분 뒤부터 시작합니다.”
이들은 현재 원전 발전소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실험을 하는 것이다. 하나 이들의 실험이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게 된다.
“제어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지금부터 원자로 효율 실험이 실시됩니다. 각 제어팀들은 체크를 철저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원자로 효율 실험을 실시하겠습니다.”
각종 계기판과 모니터에서는 실시간으로 수치가 측정되고, 이를 지켜보는 소장과 박사 그리고 다른 직원들 모두 실험 수치를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다.
***
방파제.
우웅∼ 우웅∼ 우웅∼
“무슨 소리야, 굉장한 굉음인데. 아, 이거 고기들 다 도망가겠네. 안 그래도 빨리 잡고 떠야 하는데, 이러다 오늘 공치는 거 아니야?”
방금 낚시대를 바다에 던진 그였기에 이런 신경질적인 반응도 당연하다.
거기다 금방 스승 할배에게 가 봐야 하는 입장이라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이거 그냥 접고, 올라갈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전투기까지 굉음내면서 지나가니, 준희는 바로 낚시대를 접으며 할아버지한테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짐들을 챙기며 차에 싫기 시작했다.
***
방파제 근처 원전 발전소.
“박사님, 지금까지는 10% 효율을 끌어냈는데, 시스템, 측정 기기 모두 계기상으로도 정상입니다. 원자로도 과부하는 생기지 않습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소장님? 그럼, 마저 올리죠. 15%까지 5%로만 효율성 더 높이면 되지 않습니까? 오늘 성공하면 제가 쏘죠!”
“그러죠! 어이, 팀장. 마저 올려 이제 거의 다 된 거나 마찬가지잖아.”
소장의 명령을 듣고는 팀장은 직원들에게 더 올리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발생했다.
삐∼ 삐∼ 삐∼ 삐∼
갑자기 빨간 알림 등이 켜지면서 위험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다.
“소장님,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며 멈추질 않습니다!”
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 18%를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뭐? 팀장, 수치 낮춰! 일단 수치 낮추라고, 과부하 걸렸는지 체크하고, 제어해!”
갑작스런 현상에 소장은 멈칫거리다가 빨리 수치를 낮추라고 명령했다.
각 부서가 부산해지고 수치를 재입력하면서 직원들은 원자로에 과부하가 안 걸리게 하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잠시 후 빨란 알림 등은 꺼지고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박사님, 실패인 거 같습니다. 일단 10% 효율 올리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땀을 빼면서 지켜보던 김 박사도 냉수 한 컵을 마신 후 대답했다.
“그래야 할 것 같군요. 오늘 저 때문에 욕보셨습니다. 아마도 제가 수치상으로 무언가를 잘못 생각한 것 같군요. 단계별 수치를 다시금 점검해 보겠습니다. 일단 데이터만 저에게 넘겨주십시오.”
현자의 질주 1권(1화)
제국의 건국은 무수한 이들의 피로써 건국되었다.
하나 지금의 우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처럼 생각한다.
―연대기 편찬자 앤드류
1장 낚시 때문에(1)
모든 병원의 수술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느 대학 병원의 수술실에서는 매일 발생하는 갈굼과 거기에 섞여 들려오는 욕설들, 이 모든 것들은 모두 사실이라고 주지시켜 주듯이 후임 레지던트들이 선배 레지던트한테 박살이 나고 있었다.
“야, 이 꼴통 새끼야! 너, 이 새끼 레지 몇 년 차인데 선배들 잠도 못 깨워! 아우, 이 꼴통 이걸 확 잡아먹을 수도 없고, 그리고 너희들 차트는 확인했어, 안 했어? 이것들이 벌써부터 빠져서 수술 준비도 안 하고 늦잠들을 퍼질러 자? 아주 간들이 배 밖으로 나왔지?”
선임 레지던트가 후임 레지던트들의 실수를 갈굼으로써 응징하면서 다시 한 번 차트를 훑어보고, 환자들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뜩 무엇인가 생각난 듯이 옆에 있던 간호사한테 어떠한 사실 한 가지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참! 수샘. 오늘 박 간호사 들어와요? 우리 수술방으로 박 간호사 좀 제발 넣어 줘요.”
요즘은 꽤나 많은 인원으로 불어났지만 아직도 남자 간호사는 병원에서 약간 특별한 존재들이다.
병원에서 남자 간호사를 선호하는 곳은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같은 중노동 부서이다.
그 이유는 여자 간호사 두 명보다 더 힘을 잘 쓰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레지던트가 찾는 박 간호사는 괴짜이면서 이 병원 수술실 유일의 남자 간호사이다.
거기다 특유의 입담으로 꼴통 과장으로 불리는 외과 과장의 욕설과 갈굼을 유일하게 막아 줄 방파제 같은 존재이기에 레지던트는 한 번 더 수간호사에게 부탁해 보지만, 자신의 뜻한 바를 이루지는 못하였다.
“박 간호사 집에 일이 있다고 해서 오늘 OFF 냈어요. 다른 간호사들도 많으니 너무 박 간호사만 찾지 말아요, 김 선생님.”
박 간호사가 없다는 말에 레지던트의 표정은 일그러지다 못해 아주 딱딱하게 굳어지기까지 했다.
“큰일이네! 꼴통 과장의 갈굼을 막을 인간이 박 간호사 그 인간뿐이 없는데, 에라, 모르겠다. 설마, 죽기야 하것어!”
이런 레지던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이 수 선생과 다른 간호사들은 자기들끼리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김 선생님. 표정이 똥 씹은 표정이네! 오늘 과장님께 무엇인가 깨질 게 있나 봐? 박 간호사를 저리도 애타게 찾으니 이번에는 얼마나 큰 건수를 터트린 거지? 아무튼 박 간호사 그 인간도 인물은 인물인가 봐? 꼴통 과장의 마음을 그리도 잡아서 레지들이 저리도 못 써서 안달이니.”
“맞아요 수 선생님∼ 호호호호.”
“참! 이번에는 무슨 해괴한 것들을 만들어서 올려나? 별의별 걸 다 만들어서 수술실에 가져다 놓으니 수술실이 수술실인지 골동품 가게인지 이젠 구분도 안 가네. 이번에는 제발 난감한 물건은 만들어 오지 말아 주길 빌어야겠어.”
“에이, 수 선생님. 누가 알아요, 남근 동상이라도 만들어 올지? 아무튼 괴짜라 저희 수술실이 한시라도 심심하지는 안잖아요? 꼴통 과장님의 고함 소리도 사라진 지 꽤 되었구요.”
수 선생과 간호사의 대화를 듣던 다른 간호사들도 웃음으로서 이들의 대화에 동조하고 있다.
띠링∼ 띠링∼ 띠링∼
“감사합니다, 수술실입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히히히. 샘 전 준희인데요. 수샘 좀 바꿔 주세요.”
“호호호, 샘도 양반은 못돼요! 그새를 못 참고 전화를 다 주시고, 잠시 기다리세요. 수 선생님 금방 바꿔 드릴께요. 수 선생님, 준희 샘인데 전화 좀 받아 보세요.”
준희의 전화라고 하자 수 선생이 냉큼 전화를 받았다.
“오∼ 자기야, 어디야? 안 그래도 수술 담당 레지들이 자기 찾고 난리도 아니다.”
수 선생의 자기야라는 난감한 소리에 바로 반응하는 준희의 냉정한 한마디가 들려온다.
“자기라뇨? 그런 무서부런 망발을 어찌 그리도 쉽게 하십니까? 샘의 부군께서 들으시면 저희 오해 삽니다. 저 아직 장가도 못 갔어요. 하하!”
이에 지지 않고 응하는 수 선생도 한마디한다.
“자기라고 자기가 부르라고 해 놓고, 아님 누나라고 부르던지.”
수 선생의 뻔뻔함에 점점 치를 떨던 준희가 한마디 쏘아붙이고는 용건을 말한다.
“누나라니요? 이모를 어찌 이모라 부르라 하지 않고 누나라 부르라 하십니까? 제가 무슨 홍길동도 아니고. 쩝! 참, 샘 부탁하신 정력 보양 약초 찾았습니다. 시골 장터에서 보니 품질이 최상품인 것이 있더군요. 사 갈까요, 말까요? 이 중대 사항을 물어볼려고 전화한 거예요. 회식 때 남편에 대한 밤일 불만이 쌓였다고 푸닥거리 하시길래 특별히 생각해서 알아본 것이니 사오라면 사서 올라갈까 해서요.”
이 뻔뻔한 준희의 아부에 수 선생은 그만 넘어가고 말았다.
“고마워∼ 사 가지고 와 주면 나야 좋지? 그런데 그 약초는 무슨 약초인데 가격은 얼마고?”
“한 15만 원이던데요! 약초는 당귀, 천궁, 오가피 등 한 다섯 가지 됩니다.”
“알았어! 오면 돈 줄 테니 사 가지고 와 줘. 자기, 땡큐∼ 수술 들어가야 하니 이만 끊자.”
수술실 들어가 봐야 한다며 수 선생이 전화를 끊자 준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게 웬 횡재냐? 암튼 공돈이 생기니 기분은 무진장 좋네.”
“한 명한테만 더 팔면 원하는 공구와 책을 내 돈 안 들이고 살 수 있는데, 이번에는 어느 분을 꼬득여서 팔아 볼까? ER로 전화 걸어서 전화해 볼까? 아니야 저번에 한 번 해 먹어서 이번에는 안 살지 몰라.”
이리저리 우연찮게 공짜로 얻게 된 약재들을 이리저리 팔아 볼까 하는 심보로 잔머리 굴리고 있는 준희! 외모는 순하게 생긴 게 꼭 하는 짓은 사악한 꼬마 악마 같은 짓을 잘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 빨리 내려가서 할아버지 뵙고 가야 하는데 시간은 촉박하고, 나도 뭔 놈의 인생이 이리도 바쁘냐?”
혼자서 열심히 궁시렁대던 준희는 본인의 애마인 마티즈를 끌고 시골길로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부웅∼
어느덧 전화를 붙잡고 있던 장소에서 점점 멀어지는 준희!
이제는 벌써 언덕을 넘었는지 보이질 않는다.
“할배 저 준희입니다. 지금 내려가는 중인데 집에 계세요?”
“오∼ 박 선생이구만, 나야 할 일 없이 방 안에서 빈둥대고 있지. 오늘 내려오려구? 내려오는 길이면 막고기라도 좀 사 가지고 와! 막고기가 많이 땡기는구먼.”
“네! 그렇지 않아도 내려가는 길입니다. 한 두어 시간만 기다리세요.”
막고기를 사 가지고 와달라는 할아버지의 부탁을 예상했듯이 이미 준희의 차 안에는 식육점에서 사 놓은 막고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지금 준희가 할배라고 하는 할아버지는 잡다한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몇 가지 잡다한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법을 터득시켜 준 노인 중의 한 분이시다.
이렇게 스승 할배의 부탁을 받은 준희는 막고기를 싣고 차를 열심히 몰았다.
그러다 순간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바다 낚시하기 좋은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 길을 꽤 다녔는데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장소였기에 차를 세우고 둘러보기 시작했다.
“오! 괜찮은 장소인데? 딱 한 시간만 낚시나 하고 갈까?”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은 낚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낚시를 하기로 마음을 굳히기 시작했다.
“그래, 한 시간만 하고 가자! 머리도 식힐 겸.”
차를 방파제 근처 주차장에 세워 놓은 뒤 낚시대를 차에서 꺼내어 매운탕거리나 잡히길 빌며 해변가 방파제 위에서 낚시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벌어질 엄청난 일은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
방파제 근처 원전 발전소.
“김 박사님, 오늘 성공할까요? 성공하면 저희 쪽에서는 전력 생산 효율을 더 높일 수 있어서 좋겠지만, 실패하면 질책이 두렵습니다.”
“성공할 것입니다. 저희가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어낸 것인데 성공해야죠. 성공만 하면 효율이 15%나 오르게 되니 실패를 바라서는 안 되지요!”
“아무튼 알겠습니다. 박사님만 믿겠습니다. 어이, 송 팀장 준비 다 되었지?”
“네, 소장님.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10분 뒤부터 시작합니다.”
이들은 현재 원전 발전소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실험을 하는 것이다. 하나 이들의 실험이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게 된다.
“제어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지금부터 원자로 효율 실험이 실시됩니다. 각 제어팀들은 체크를 철저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원자로 효율 실험을 실시하겠습니다.”
각종 계기판과 모니터에서는 실시간으로 수치가 측정되고, 이를 지켜보는 소장과 박사 그리고 다른 직원들 모두 실험 수치를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다.
***
방파제.
우웅∼ 우웅∼ 우웅∼
“무슨 소리야, 굉장한 굉음인데. 아, 이거 고기들 다 도망가겠네. 안 그래도 빨리 잡고 떠야 하는데, 이러다 오늘 공치는 거 아니야?”
방금 낚시대를 바다에 던진 그였기에 이런 신경질적인 반응도 당연하다.
거기다 금방 스승 할배에게 가 봐야 하는 입장이라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이거 그냥 접고, 올라갈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전투기까지 굉음내면서 지나가니, 준희는 바로 낚시대를 접으며 할아버지한테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짐들을 챙기며 차에 싫기 시작했다.
***
방파제 근처 원전 발전소.
“박사님, 지금까지는 10% 효율을 끌어냈는데, 시스템, 측정 기기 모두 계기상으로도 정상입니다. 원자로도 과부하는 생기지 않습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소장님? 그럼, 마저 올리죠. 15%까지 5%로만 효율성 더 높이면 되지 않습니까? 오늘 성공하면 제가 쏘죠!”
“그러죠! 어이, 팀장. 마저 올려 이제 거의 다 된 거나 마찬가지잖아.”
소장의 명령을 듣고는 팀장은 직원들에게 더 올리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발생했다.
삐∼ 삐∼ 삐∼ 삐∼
갑자기 빨간 알림 등이 켜지면서 위험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다.
“소장님,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며 멈추질 않습니다!”
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 18%를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뭐? 팀장, 수치 낮춰! 일단 수치 낮추라고, 과부하 걸렸는지 체크하고, 제어해!”
갑작스런 현상에 소장은 멈칫거리다가 빨리 수치를 낮추라고 명령했다.
각 부서가 부산해지고 수치를 재입력하면서 직원들은 원자로에 과부하가 안 걸리게 하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잠시 후 빨란 알림 등은 꺼지고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박사님, 실패인 거 같습니다. 일단 10% 효율 올리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땀을 빼면서 지켜보던 김 박사도 냉수 한 컵을 마신 후 대답했다.
“그래야 할 것 같군요. 오늘 저 때문에 욕보셨습니다. 아마도 제가 수치상으로 무언가를 잘못 생각한 것 같군요. 단계별 수치를 다시금 점검해 보겠습니다. 일단 데이터만 저에게 넘겨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