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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질주 1권(2화)
1장 낚시 때문에(2)


“뭐, 그렇게 하시죠. 박사님, 위에다가는 제가 알아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어이, 송 팀장 데이터 뽑아서 나에게 갔다 주고, 정비팀에게 말해서 원자로 점검해 보라고 해. 코딱지만 한 금이라도 생겼으면 소장실에서 박사님과 있을 테니 바로 연락해. 박사님, 일단 저랑 차 한 잔하시죠.”
“그러죠. 소장님, 일단 10%의 효율이라도 거두었으니, 제가 쏘긴 쏴야겠죠? 하하.”
이렇게 원자로 효율을 높이는 실험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남겼다면 남긴 채 끝이 났다. 그리고 그냥 평상 시대 원전의 일상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

방파제에서.
위잉∼
낚시 짐들을 다 실어 놓은 박준희.
출발하기 전에 담배나 한 대 피고 출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담배를 문 준희는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는데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데 바람의 기운이 점점 크게 느껴져서 주위를 둘러보니 이상한 검은 형체가 보이는 것이었다.
“어라, 저게 뭐지?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나? 아까는 보이지 않던 것이었는데.”
일단 그는 주위에 있던 꽤나 큰 나무 막대를 하나 집어 들고는 바람이 불어 나오는 검은 형체로 다가가서 찔러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대가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니 준희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계속 막대를 찔러 보았다. 이때 그가 느낀 느낌은 그냥 그림자가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나무 막대는 반쯤 들어간다.
“블랙홀인가? 꼭 느낌이 블랙홀 같단 말이야. 근데 왜 바람이 밖으로 나오지? 일단 휴대폰으로 찍어 놓고 제보해야겠다. 제보하면 돈 좀 될 듯한데.”
신기한 걸 발견한 그는 반쯤 들어가 있는 나무 막대를 꽂아 두고는 일단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때 검은 물체에서 나오는 바람의 방향이 바깥쪽이 아닌, 안쪽으로 바뀌면서 바람의 위력도 순간 엄청나게 커졌다. 그리고는 준희도 그 안으로 나무 막대와 함께 쓸려 들어가고 말았다.
“어, 어, 어, 뭐야? 사람…….”
그리고는 잠시 후 검은 물체는 준희를 삼켜 버리고는 사라져 버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시 후 위치를 알 수 없는 어느 예배당에서 준희를 삼켰던 그 어두운 물체가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강한 바람을 일으키며 준희를 내뱉었다.
쿵! 와당탕∼
“에고 허리야. 어라, 여긴 어디야? 성당 같기도 한데……. 일단 사진을 찍고 제보 전화를 하자”
이렇게 결심을 굳히고 휴대폰을 찾기 시작한 그였지만, 아무리 주머니를 들춰 보아도 휴대폰이 보이질 않았다.
“중간에 잃어 버렸나? 일단 나가서 아무 가게에서 전화 한 통만 쓰자고 해야겠다.”
이렇게 휴대폰을 찾지 못하고 나가서 제보를 해야겠고 생각하고 뒤돌아서는 순간 빠른 속도로 질주하듯이 준희에게 접근하는 물체가 있었다.
휘익∼ 퍽!
“컥!”
같이 빨려 들어왔던 나무 막대가 나중에 나오면서 준희의 뒤통수를 가격하여 준희는 그만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철퍼덕.



2장 이상한 사람들과의 요상한 만남(1)


공노의 마을 엘빈.
어느 한적한 이름을 알 수 없는 산골 마을의 기도원에서 새벽부터 한 남자가 자고 있었다. 아니, 자고 있는 게 아니라 쓰러져 있었다.
“에고, 흉측해라.”
“꺄악∼”
아침 새벽을 가르는 비명 소리는 공노들이 모여서 사는 산골 마을의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꺄악∼”
“꺄악∼”
계속되는 비명 소리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이 꼭두새벽부터 소리를 지르고.”
그러다 황급하게 뛰어나오는 두 여인을 마을 사람들이 발견하고는 마을 사람들이 한마디씩하고 나선다.
“촌장님댁 며느리와 그 딸내미 아녀?”
“왜 저리들 난리지?”
주변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든 것을 본 두 모녀는 기도원을 가리키며 말하기 시작했다.
“기도원 안으로 들어가 봐요. 웬 남자가 피를 흘리며 기도원 안에 쓰러져 있어요. 어서요!”
“맞아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어요!”
너무나도 다급하게 말하는 두 여인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무슨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으로 두 모녀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다 못한 두 모녀는 소리를 꽥 질렀다.
“진짜라고요! 여보, 당신이 들어가 봐요. 어서요!”
부인과 딸의 다급함에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기도원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잠시 후 웬 남자를 들쳐 업고 나왔다. 그런 모습을 보고 마을 사람들이 다시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진짜였나 보네. 이게 다 뭔 일이다냐?”
웅성웅성∼
“이 사람이냐?”
노인 한 명이 두 여인에게 묻자 두 모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알려 주었다.
대답을 들은 노인은 들쳐 업힌 사내를 자신의 집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촌장의 집 안에서 준희가 깨어나려는 듯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아버님, 저 사내가 깨어나려 하는 것 같은데요?”
사내가 깨어나려고 하는 것 같다는 며느리의 말을 듣고는 촌장과 촌장의 아들은 준희가 누워 있는 방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아우, 골이야. 여긴 어디지? 헉, 누구세요?”
눈을 떠 보니 특이한 복장의 백인 아가씨가 눈앞에 있자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가 더욱 당황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일어나셨네요.)”
백인 아가씨의 대답은 정말로 못 알아듣는 처음 듣는 언어였던 것이다.
‘무슨 소리지? 영어, 불어, 독어, 러시아어도 아니고 완전히 처음 듣는 말인데, 아프리카 토속어 같기도 하고 아무튼 처음 듣는 말이다.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이 여자는?’
준희 본인이 이렇게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3명의 남녀가 방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역시 마찬가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자기들끼리 수근대기 시작했다.
“#@!$%$#@@!@@!@#(몸은 괜찮아요?)”
역시나 인상을 찡그리며 눈만 멀뚱멀뚱 거리다 준희도 한마디했다.
“Where is this.”
‘영어는 알아듣겠지? 그래도 맞는 문장인지는 나도 모른다. 일단은 소통부터 해 봐야겠지.’
준희가 영어는 알아듣겠지 하고 말을 해보았지만, 저들도 준희의 말은 못 알아듣겠다는 듯이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그러다 4명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이가 다시 무어라 이야기하자 한 남자가 밖으로 나섰다. 잠시 후 그 남자와 또 한 명의 노인이 나타났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또 한 번 무언가를 이야기하더니만 준희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몸은 괜찮아요?)”
“#@!$%$#@@!@@!@#%$#@!(우리 말 알아듣겠어요?)”
정말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준희는 현재 답답해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저는 준희라고 합니다. My name is junhee.”

***

촌장은 눈앞의 사내 때문에 답답해 죽기 일보 직전이다. 도대체 아까부터 말을 걸어도 눈만 멀뚱 멀뚱거리거나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하는 사내인가? 저 특이한 복장하며 우리와 다른 모습은 무엇인가? 검은 머리를 한 자들은 신성력이 높은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사제인가?’
그러다 문뜩 한 가지 생각이 나서 아들에게 마을의 가장 연장자이신 키노 노인을 모시고 오라고 했다.
“아들아, 키노 어르신을 모시고 오너라! 어르신이라면 무언가 알지 않겠느냐? 얼른 가서 모셔 오너라!”
촌장의 아들이 아비의 말을 듣고는 노인을 모시러 간 지 얼마 안 되어 키노 노인이 왔다.
“오셨습니까?”
“아, 촌장. 오면서 ‘에고르’한테 들었네만, 저 사내가 말을 못한다고?”
“아닙니다.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이상한 말을 합니다. 혹시 어르신께서는 많은 곳을 다녀 보셨으니, 저 사내의 말뜻을 아실 거 같아서 모셨습니다.”
촌장의 말을 듯던 노인은 사내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몸은 괜찮아요? 우리 말 알아듣겠어요?”
눈만 말뚱거리고, 무언가 두려운 듯 주변만 둘러보던 사내가 다시금 말을 꺼냈다.
“%$#@@!@@!@#.(저는 준희라고 합니다.)”
사내의 말을 듣던 키노 노인은 순간 멈칫하더니만, 촌장을 빤히 처다 보더니만 촌장에게 말을 건냈다.
“내가 용병으로 잠시 다닐 때, 저 사내의 말과 비슷하게 쓰는 사제들을 본 적이 있었다네! 저 말은 그 사제들이 신의 언어라 하며 매우 아끼며 쓰던 말이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저 사내는 사제가 아닐까 하네.”
키노의 말을 듣던 촌장은 노인을 한참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사내를 쳐다보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사제라니… 우리 마을에 사제라니, 축복인 게야.’

엘빈 마을 기도원 안.
마을의 기도원에 많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준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웅성웅성∼
“자, 다들 조용히 하세요! 촌장님께서 한 말씀 하신답니다.”
촌장이 말을 꺼낼 것이라는 한 남성의 외침을 듣고는 다들 조용히 촌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촌장은 앞의 단상쪽으로 나서서 마을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 다들 제 집으로 데리고 갔던 사내에 대해 궁금해 하실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 사항에 대해 말해 드리겠습니다.”
“촌장님, 제가 듣기로는 키노 어르신께서 사제분 같다고 이야기하셨다고 하는데요?”
“맞어, 맞어. 나도 그렇게 들었어, 사제분 같다고. 우리 마을에 사제분이 오신 거라고.”
촌장이 말을 이어 가기도 전에 마을 사람들은 흥분된 말투로 제각각 말을 이어 갔다.
이 마을 사람들의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엘빈’이라는 마을은 산골에 있는 공노들의 마을로 아주 외진 곳이다.
자신들이 만든 농기구와 무기류를 수거하는 관리들도 세 달에 한 번 정도만 들르는 곳이다.
이런 마을에 지체 높은 사제가 나타났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의 이런 술렁이는 반응이 이상한 것도 아닌 것이다.
“아, 다들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세요! 저희 집에 기거하고 있는 사제로 보이는 그 사내에게 문제가 한 가지 있습니다. 그 문제는 우리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촌장의 이어진 말에 마을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또한 우리도 저 사내의 말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단, 키노 어르신께서 저 사내가 쓰는 말이 사제들도 아껴서 쓰는 신의 언어를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희 집에 기거하고 있는 사내가 신의 언어를 쓰는 사제라 생각이 됩니다.”
촌장의 이어진 발언으로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조용해졌다.
“신의 언어를 쓰는 사제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요?”
한 청년의 질문에 촌장도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촌장의 난감한 표정을 본 키노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촌장! 이 노인이 한마디해도 되겠소?”
“네, 말씀하시죠. 어르신.”
키노 본인이 한마디 거들겠다고 하자 모두들 키노에게 고개가 돌리기 시작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난 젊었을 때 용병 생활을 했었어요. 그래서 이 마을에 정착하기 전 세상 경험을 좀 했었다는 것쯤은 다들 아실 겝니다. 그때 경험 기억으로 신의 언어를 쓴다는 것은 사제들 중에서도 아주 직위가 높은 사제로써 신력이 아주 높아서 주로 중증 병자를 치료하는 사제를 말한다고 들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