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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질주 1권(17화)
5장 끌려가는 것? 아니면 이끌어 가는 것?(4)
“호호호호! 만약 내가 너의 소원을 못 들어주겠다고 하면?”
공주가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주니에게 질문하자 주니도 똑같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튀면 됩니다. 어차피 전쟁이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도망가고 봐야죠.”
“호호호호호! 약속을 들어주마! 단, 다시 한 번 말하지만 3일만에 왕성에 도착해야 된다. 그렇지 못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왕실을 기만한 죄를 물어 너의 목을 칠 것이다.”
“알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공주는 기사를 대동하고는 막사 밖으로 빠져나갔다.
“형님, 형님 때문에 저 간 떨어져 죽을 뻔했습니다.”
“저두요.”
“코리니 너 지금 너한테 실컷 맞았던 쟈크라는 녀석과 그녀석의 똘마니들을 지금 즉시 데리고 와!”
“예.”
“그리고 나머지는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잘들 듣고 준비들 철저히 해라. 알겠지?”
“네.”
“니 네가 똑바로 배워서 준비해야 내가 3일만에 왕성에 도착할 수 있다.”
“네.”
주니는 꼴통 5인방을 다그치며 3일 안에 왕성에 도착할 준비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공주의 막사.
“공주님 어찌 그리 천한 것과 그런 약조를 하신 겁니까?”
“그 천한 것이 하는 행동이 재미있지 않습니까? 아주 맹랑하기 그지없습니다. 호호호.”
‘어떻게 3일만에 왕성까지 갈는지 궁금하군.’
공주는 속으로 주니의 맹랑한 표정과 말투가 지금도 생각이 나는지 계속해서 웃기만 했다.
주니의 막사.
지금 주니 일행의 막사에서는 반강제로 끌려온 쟈크와 쟈크의 똘마니들이 주니로부터 무지막지한 구타와 욕설을 들어가며 반강제적으로 주니식, 아니, 현대 한국군식 제식훈련을 받고 있었다.
“왼발. 왼발. 왼발.”
퍽!
“똑바로 못하냐?”
“고칠게요.”
퍽!
“이 새끼들이 죽을려고 환장했나? 다, 나, 까로 끝내라 했지.”
“시정하겠습니다.”
“뭘 시정해? 뭘 시정하냐고?”
이들이 제식훈련을 받기 시작하고, 한 시간이 지나자 이들은 주니식 교육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다.
“지금까지 배운 것을 새롭게 재편된 부대에 가서 잘 가르쳐야 한다. 알겠나? 행군하면서 무조건 왼발에 맞추어 걷게 하고, 노래도 시키고 구령도 붙이게 하고, 알겠지?”
“네.”
“그럼 가 봐. 아침에 보자.”
“네.”
쟈크와 쟈크 똘마니들이 돌아가자 꼴통 5인방은 경이롭다는 표정으로 주니를 쳐다보며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형님, 대단하십니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참, 알아보라는 것들은 다 알아봤어?”
“네, 형님.”
“그럼 제노리 너부터 알아본 것들 다 보고해 봐.”
“네, 장비는 전체적으로 수레는 21대이며, 모두 조랑말들이 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주님이 탄 마차 1대, 그리고 기사 2명의 말이 있습니다. 병사들은 200명 농노병이 1,000여 명입니다.”
“그래? 그러면 넌 지금부터 내가 지시한 대로 준비하고.”
“코리니, 코모 너희는 내가 지시한 사항대로 했냐?”
“네. 반강제적으로 깨워서 100명씩 끊어서 다시 편성했습니다.”
“그래, 잘했다.”
“그리고 모두를 전보다 한 시간 일찍 깨운다. 알겠지?”
“네.”
이렇게 주니는 공주와의 약조를 지키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아침, 공주의 막사 앞.
“아니, 이놈이 지금 이걸 공주님 보고 드시라고 하는 것인가?”
“네, 기사님.”
“이놈의 공노가 아주 죽을려고 발악을 하는구나!”
지금 기사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침부터 노발대발 주니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요?”
“공주님, 이자가 황망스럽게도…….”
“이게 무엇인가요?”
“공주님 아침식사입니다.”
공주는 주니가 자신이 먹어야 할 음식이라고 가져온 개죽 비슷한 것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공주님, 어제 분명히 왕실에는 허언이 없다시며 저의 통제를 따르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저의 통제하에서는 공주님이시라 할지라도 이걸로 식사하셔야 합니다. 딱 3일만 드십시요.”
“아니…….”
주니의 이 발칙한 망발에 공주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져 버렸고, 옆의 두 기사들은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뭐, 미리 연습하신다고 생각하십시오! 전쟁에 지시면 이것마저 드시지 못하실 테니 피난 연습하신다고 생각 하십시요. 하하하!”
“아니, 이놈이!”
주니의 발언이 기가 찼는지 두 기사는 순간 칼을 뽑아 주니에게 겨누어 버렸다.
“스티브 기사, 볼브 기사. 그대들 지금 나에게 칼을 뽑은 것인가? 분명 그대들도 어제 들었을 텐데 그대들의 통제권까지 공주님께서 나에게 넘겼다는 것을. 왕성에 도착할 때까지 3일은 너희도 나의 통제를 따라야 한다. 따르지 않을 시 항명으로 알고 바로 목을 칠 것이다. 그리고 칼 그렇게 막 뽑지 마. 칼은 적을 베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지 아군을 베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야!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공주님. 그리고 곧 출발할 것입니다. 어서 식사를 하시기 바랍니다.”
주니가 이렇게 말하고 사라지자 기사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서 있었고 공주도 너무나도 황당하다는 듯이 주니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저자가 지금 뭘 잘못 먹은 것인가?’
왕성으로 향하는 군사 행렬.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왼발, 왼발, 왼발, 왼발.”
“똑바로 못 걸어? 너 이 새끼 소리 안 질러!”
“소리를 질러! 악을 쓰란 말이야!”
주니식, 아니, 현대 한국군식 제식훈련을 받은 쟈크와 그 똘마니 그리고 꼴통 5인방은 100명 단위로 새롭게 짜진 부대들에 배치되어 이들을 하나하나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차 안에서는 이러한 군사 행렬의 진군 방식 변화에 공주와 기사는 황당해 하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하루아침에 군사의 행렬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다니, 이 공노들이 무슨 짓을 꾸민 것이지?’
이런 속마음은 공주는 물론이거니와 말을 빼앗겨 어쩔 수 없이 공주의 마차 안에 동승하게 된 스티브와 볼브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점점 놀라고 있었다. 아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행군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기 때문이다.
거기다 아침에 출발할 때와 다르게 해가 중천에 다다랐을 때는 척척! 발소리도 딱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후 주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여기서 식사를 한다. 식사는 최대한 빠르게! 어떻게?”
“빠르게!”
그리고 잠시 후 마차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마차 문이 열리고는 주니가 또다시 개죽이 담긴 접시를 건네고는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고 사라졌다.
“아니, 언제 식사 준비를 한 것이지?”
“공주님, 제가 잠시 밖으로 나가서 어떻게 되어 가는지 상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밖의 상황을 알아보러 나갔던 기사가 돌아와 공주에게 알아본 것들을 아뢰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듣게 된 공주와 나머지 기사는 그 보고 내용의 황당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내용을 면면히 살펴보면 주니는 아침 일찍 식량을 수레에서 꺼내어 한 끼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어 가방에 싣게 하였다.
그리고는 식당 병사들을 20명 편성하여 제노리의 통제하에 15대의 수레에 한 끼 식사분의 음식들과 솥들을 싣고 먼저 출발하게 하여 음식을 준비하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음식 준비를 마치면 병사들에게서 다시금 한 끼분의 식사들을 받아 먼저 출발한 것이다.
거기다 농노병들을 마을 단위가 아닌 임의적으로 100명씩 맞추어 식사도 배식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거기다 200명의 병사도 말을 듣지 않으면 공주와 기사의 명이라면서 무조건적 구타를 가하여 200명의 병사도 확실히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치거나 힘든 자들은 6대의 수레에 모두 싣고 행군하기에 뒤쳐지거나 힘들어하는 자가 없게 했다.
“무식하지만 확실한 진군 방식이군요.”
“그렇습니다. 쉴 때 공주님의 막사도 짓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진군 속도를 늦추게 한다는 이유랍니다. 알고 보니 자신들의 막사와 공주님의 막사도 버렸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막사를 버려요?”
“네.”
이들이 마차 안에서 주니의 진군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다시 주니의 우렁찬 외침이 들리기 시작했다.
“자∼ 다시 출발한다!”
이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주님, 제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이 모든 황당한 상황으로 인해 멍한 기운이 도는 마차 안에서 볼브 기사가 말을 꺼내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왕성으로 향하는 군사 행렬.
‘도대체 저 공노는 어떤 자일까?’
공주는 어제 볼브 기사가 꺼냈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혼라스러워하고 있었다.
“공주님 제가 생각하기에는 저자는 병사를 부려 본 자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확실하고 빠르게 병사를 통솔하는 것을 보면 저자는 분명 군사를 통솔해 본 자입니다.”
“진정 그리 생각하십니까? 무엇 때문에 그런 확신하시는 거죠?”
“저자의 병력 운영 방식은 확실하고 매우 효율적입니다. 사실 이런 방식은 듣도 보지도 못한 방식입니다. 거기다 병사를 움직일 때는 확실히 움직이면서 쉬게 할 때는 확실하게 쉬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행군 속도는 엄청나게 빠릅니다. 이것은 군사를 통솔 해 본 경험이 없다면 생각하기도 힘들고, 설령 생각했다 한들 운영하는 것도 힘든 것입니다. 한데 저자는 이 모든 것들을 실행하여 왕성에 내일 도착한다 해도 절대로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깔끔하게 병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볼브 기사의 말에 스티브 기사마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하고 있었다.
“멋있는∼ 사나이∼ 많고 많지만 바로∼ 내가∼ 싸나이∼ 멋진 싸나이∼ 얍!”
어제의 대화 내용을 곱씹어 생각하던 공주는 군가를 부르며 행진하는 군사 행렬의 진군 소리에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하나 공주는 주니의 외침이 들려오자 짜증 아닌 짜증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자, 모두들 휴식!”
“휴식!”
그리고 주니가 마차 문을 열어 공주를 나오게 했다.
“공주님, 나오시지요.”
“알겠어요.”
이제는 포기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공주가 마차에서 내렸다.
사실 주니는 통제권을 확실히 잡았다는 생각이 들자 공주에게도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그 일이란 것은 휴식 때마다 공주가 친히 다니며 병사들에게 ‘수고했다.’ ‘좀 더 참으라’고 병사들을 다독이며 물을 나누어 주는 일이었다.
맨 처음 공주가 못하겠다고 하자 주니는 “제가 아는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일하지 않는 자 밥도 먹지 말라.’ 만약 제가 지시한 것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공주님이라 할지라도 식사도 안 드릴 겁니다.”
그리고는 사라졌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쉴 때마다 친히 나와 병사들을 다독이기 시작한 것이다.
“자, 다시 출발한다! 준비해라, 출발!”
“출발!”
엘가 공주는 인식을 잘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거의 왕성 근처에 와 있었다. 한두 시간만 더 가면 바로 왕성인 것이다.
“저, 형님. 공주가 형님 보는 표정이 예사롭지 않은데 혹시 해코지라도 하지 않을까요?”
“큭큭큭!”
샹구는 정말로 걱정되어서 주니에게 말을 건넸는데 주니가 웃자 당황했다.
“걱정마. 저 여자 나 못 죽여.”
“형님! 저 여자라니요? 공주님을 어떻게 그렇게 부르십니까?”
“그럼 여자를 여자라고 부르지 남자라고 부르냐?”
“참, 형님. 간도 크십니다.”
“쫄지마. 저 여자 우리 못 죽여. 죽일 것 같았으면 벌써 죽였어.”
주니는 샹구와 대화를 마치고 나서 마차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공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은근히 강단 있네! 공주라는 저년. 무언가 사연이 있나 보군. 저렇게 나름 굴욕이면 굴욕인데도 잘 참는 것을 보면 지금 치르러 가는 전쟁에서 지면 끝장나는가 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