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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질주 1권(16화)
5장 끌려가는 것? 아니면 이끌어 가는 것?(3)
주니 일행 막사.
코리니, 코모 형제에게 일방적인 구타를 당하고 다시 막사로 끌려온 쟈크는 이제야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 자신이 이상하게 생긴 간이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깨달았다.
“으윽!”
“아, 깨어나셨군요. 저는 주니라고 합니다. 여기 있는 애들은 저의 동생들입니다.
일단 치료를 계속해야 하니 일단은 누워 계세요.”
쟈크는 주니라고 소개하는 자의 뒤에 서 있는 코리니와 코모 형제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했다.
“저… 잘못했… 웁!”
쟈크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주니가 손으로 입을 막았더니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아직도 미친 기운이 사라지지 않은 듯하군.”
그리고는 갑자기 주니는 한국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가 아주 죽을라고 환장했나. 어디서 깝치고 지랄이야 지랄이긴! 니가 우리를 아주 물로 봤다 이 말이지. 이 개새끼 머리를 벗겨 버려 아니면 사지를 절단해 버려? 암튼 쓰블놈의 시끼 넌 잘못 걸렸어. 즉, 넌 디∼졌∼어.”
주니는 이렇게 토속적으로 육두문자가 섞인 구수한 말을 쟈크에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쟈크는 지금 주니가 뭐라 궁시렁거리는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 수가 없었다.
“^%$#@@$$%%^^&&^^%%$##@@#$$%%^^^&&&&^%$#$#”
이게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막사 안의 주니 말고 다른 5명은 주니 뒤에서 주니를 향해 엎드려 있었다. 그러다 순간 그들의 속삭임을 듣고 말았다.
“저게 신의 언어인가?”
“맞어! 원래 주니 형님이 사제라고 했었지.”
“나도 기억나. 주니 형님이 신의 언어를 쓰시는 아주 신력이 강한 사제분이라 동네 어른분들께서 이야기하셨었지?”
“맞어. 소피아네 저주 걸린 병도 주니 형님이 고치셨었지.”
쟈크는 그들의 속삭임 사이로 들리는 신력이 강한 사제, 신의 언어를 쓰는 사제라는 말을 듣고는 주니를 다시 한 번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말을 마치고 자신을 향해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곁으로 바짝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귓속에 소곤거리는 주니의 악마 같은 말을 듣게 되었다.
“이름이 쟈크라고 들은 듯한데요, 형제여.”
꿀꺽!
“방금 제가 쓴 언어는 신의 언어입니다. 어디를 다니든 누구를 만나든 오늘 겪었던 일에 대해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즉, 제가 신의 언어를 쓴다는 것을 말입니다. 만약 제가 한 말을 무시했을 때는 저도 형제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신경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로 방금한 신의 언어는 형제에게 저주를 건 것입니다.”
주니가 자신에게 신의 언어로 저주를 걸었다는 말을 듣자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아∼ 그리고 다시는 우리에게 시비를 걸지 마세요. 시비를 거는 순간 형제님께서는 바로 즉사하실 겁니다. 거짓말 같으면 시비를 걸어 보세요. 뭐, 만약 즉사를 안 하시면 저기 있는 동생 둘만 형제님에게 보내면 되니까요.”
주니의 마지막 말을 듣고 난 쟈크는 주니의 얼굴을 보았다. 너무나도 선량한 미소를 머금고 무서운 협박 아닌 협박을 하자, 쟈크는 무조건 엎드려 빌고 또 빌기 시작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제가 말한 대로만 하시면 살 수 있습니다. 하하하!”
“얘들아, 형제님 나가신다. 소속 마을 병영으로 모셔다 드려라.”
“네, 형님.”
주니는 쟈크가 막사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는 미소를 띠며 생각에 잠겼다.
‘이제 우리를 괴롭히는 녀석들은 없겠지?’
공주의 막사.
공주는 왕성에서 온 서찰을 보고는 진군 속도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를 제외하고 지원군이 모두 모였다고 합니다. 진군 속도를 높여야겠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저도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공주님.”
“아, 그런가요. 어차피 일주일 정도만 더 가면 원래 약속 되어진 날짜대로 도착할 테니까 우리가 늦는 것은 아니겠지요?”
“네. 우리가 늦은 게 아니라 저들이 빨리 도착한 것이지요. 공주님.”
“그나저나 좀 답답하네요. 잠시 머리 좀 식혀야겠어요. 같이 바람 좀 쐴까요?”
“모시겠습니다, 공주님.”
이렇게 대화를 마치고 공주와 기사 둘은 막사 밖으로 나와 병영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공기가 맑군요.”
“네, 그렇습니다. 공주님.”
이때 공주와 기사는 자신들을 무시한 채 엄청난 속도로 도망가는 인물을 보았다.
“아니, 저놈이 공주님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다니!”
기사는 도망가는 자가 너무나도 괘씸하여 그를 붙잡고 말았다. 그는 다름 아닌 쟈크였다.
그는 안 그래도 무서워 죽겠는데 기사까지 자기를 잡아 낚아채더니 공주 앞으로 끌고 가자 주니가 걸은 저주가 사실이라고 더욱더 굳게 믿기 시작했다.
생각이 이렇게 굳혀지자. 그는 너무나도 심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네, 이놈 너는 공주님을 보고도 본 채 만 채 하느냐?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가 보구나?”
“그게 아닙니다! 전 단지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공주는 농노병의 행동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대는 무엇이 그리 두려운 건가요?”
공주의 질문에 농노병이 침만 삼킬 뿐 대답을 하지 못하자 기사가 칼을 꺼내 목에 겨누었다.
그제야 쟈크는 대답을 하였다.
“엘빈 마을 사람들이 무섭습니다. 그들은 악마입니다. 정말로 무섭습니다.”
“그들이 그리도 무섭나요?”
“네.”
“지금 칼을 겨눈 기사가 더 무섭나요. 엘빈 마을 사람들이 더 무섭나요?”
쟈크는 공주가 또다시 질문하자 침만 삼킬 뿐 대답하지 못하였다.
꿀꺽!
“네, 이놈!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게냐? 공주님의 질문에 얼른 답하지 못할까?”
“저는 엘빈 마을 사람들이 더 무섭습니다. 정말로 더 무섭습니다. 그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악마입니다, 공주님.”
농노병의 말을 듣고 난 공주는 놀랐다.
농노가 자신들과 똑같은 신분인 공노들을 무서워하다니, 거기다 지금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눈 기사보다도 무서워하다니. 순간 공주는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기사에게 물었다.
“공노들의 막사가 어디 있죠?”
“그 누추한 곳은 어찌 찾으시는지?”
“아, 뭔가가 생각난 것이 있어서요. 그 공노라면 진군 속도를 올려 줄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 공노라 하시면… 아, 그 주니라는 공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맞아요.”
엘가 공주는 갑작스레 미소를 띠며 기사를 앞세우고 주니와 엘빈 마을 청년들이 있는 막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니 일행 막사.
주니 일행이 머무는 막사 앞에 도착한 공주는 기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려다 막사 안에서 떠드는 주니 일행의 대화 내용이 궁금해져서 잠시 막사 앞에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형님 그나저나 언제쯤 도착하게 될까요? 벌써 마을을 떠난 지 3일이나 되었는데.”
“그러게요. 아, 아부지, 어무이 보고 싶다.”
“몰라! 열흘 걸린다고 했는데 삼 일이 지났으니 한 일주일 뒤면 도착하겠지.”
주니의 말을 들은 꼴통 5인방은 주니는 역시 똑똑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주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우, 꼴통들. 간단한 걸 가지고, 어우∼ 답답하다.’
“근데 내가 아는 방식으로 통솔하면 3일이면 왕성에 도착할 수 있어.”
주니의 뜸금없는 말에 꼴통 5인방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왜, 못 믿겠어? 니들 내가 생각한 대로 해서 안 되는 거 봤어?”
점점 심해지는 주니의 자화자찬, 그러나 꼴통 5인방의 표정은 맞다라는 표정이었다.
“맞아요. 언제 주니 형님이 하자는 대로 해서 안 된 게 있었나?”
“맞아.”
이때 이들의 막사에 공주와 기사가 들어섰다.
“그대가 지금 한 말 정말인가?”
예고도 없이 다짜고짜 들어와 질문을 쏟아내는 공주를 발견한 주니와 꼴통 5인방은 바닥에 엎드려 예를 갖추었다.
“공주님께서 그대가 한 말이 진짜냐고 물으시지 않느냐?”
공주와 기사의 갑작스런 출현에 그렇지 않아도 정신이 없는데 갑자기 맞냐 안 맞냐를 물으니 영악한 주니라도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 년과 저 새끼는? 도대체 뭐가 맞냐고 묻는 것이지? 이것들이 사람을 가지고 노나? 니네 퀴즈쇼하냐? 아∼’
순간 무언가 생각난 주니는 고개를 살짝 들고는 엘가 공주에게 물었다.
“혹 제가 3일만에 왕성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 사항을 말씀하시는지요, 공주님?”
주니의 질문에 엘가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요?”
“근데라니?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것이냐! 그 방법을 어서 말하지 않고 무엇하는 것이냐!”
기사의 호통에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주니가 대답했다.
“왜요? 저에게 득이 될 것도 없는데 뭣하러 방법을 알려드립니까?”
“이놈이! 정녕 니가 죽고 싶은 게냐?”
겁도 없이 자신의 말에 꼬박꼬박 토를 달고 있는 주니가 괘씸했는지 기사는 호통을 치며 칼을 뽑아 들었다. 이러한 상황이 재미가 있는지 공주는 밉상스런 표정을 지으며 기사를 말리고, 주니에게 다가가 말을 이어 갔다.
“득이 될 게 없다? 그럼 내 약조하마 3일만에 왕성까지 가면 너의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마.”
공주의 말에 주니도 아주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발칙한 공노를 보았나. 나의 말에도 무서워하지도 않고. 호호, 이 발칙한 표정은 뭐지? 아무튼 재미있는 공노로군.’
공주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주니가 말을 꺼냈다.
“왕실에는 허언이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 왕실에는 허언이 없다. 네놈이 3일 안에 이 군사 행렬을 왕성에 도착하게 하면 너의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고, 3일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너의 목을 칠 것이다.”
“그러면 먼저 한 가지 약조를 해 주셔야만 제가 3일만에 왕성까지 도착하게 해드릴수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공주님을 비롯한 여기 계신 기사님들 그리고 병사와 농노병 모두가 저의 통제를 따르셔야 합니다.”
주니의 대답을 듣던 기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뽑아 든 칼을 주니의 목에 겨누고는 벨려고 하였다. 이때 공주가 기사를 행동을 제지하며 말을 이어 갔다.
“볼브 기사님, 가만히 계세요. 이름이 주니라고 했었지? 내 분명 약조를 하마. 나도 여기 있는 기사들도 너의 통제를 따르마.”
“아니, 공주님! 이런 발칙한 천한 것을 베시지 않고!”
“볼브 기사, 스티브 기사 제 명령입니다. 두 분 다 칼을 집어넣으세요! 한 번 믿어 보죠 저 공노의 말을. 만약 저자가 3일만에 왕성에 도착하게 만들지 않으면 그때 목을 쳐도 늦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킥킥!”
공주와 기사들의 대화를 듣던 주니는 자신도 모르게 킥킥거리며 웃고 말았다.
한편, 주니의 이런 맹랑한 모습을 지켜보던 꼴통 5인방은 주니와는 달리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있었다.
‘형님이 미쳤다. 어찌 공주님 앞에서 저렇게……?’
“왜 웃는 것인가?”
“웃겨서 웃는 것인데요?”
“이놈이 정녕!”
“뭐가 웃긴 것인가?”
“삼 일만에 왕성에 도착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다고 이 난리들이신지 그게 웃겨서요.”
주니의 말이 끝나자 공주와 기사들 그리고 엎드려 있는 꼴통 5인방 모두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면 저의 소원 한 가지를 먼저 말씀드리죠. 공주님, 왕성에 도착하시면 출정 파티를 여실 듯한데 그렇지 않습니까?”
공주는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주니가 출정 파티 이야기를 꺼내자 다시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니를 쳐다보았다.
“그래 출정 파티를 열 것이다. 그런데?”
“3일만에 왕성에 도착하게 하면 저와 제 5명의 동생을 왕성 파티에 참석하게 해 주십시오.”
“헉! 형님?”
“형님!”
주니의 소원을 들은 꼴통 5인방은 너무나도 황당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