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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질주 1권(19화)
6장 파티장에서…….(1)


카리우스 왕성 내 왕비전.
“어머니! 그 발직한 공노들을 당장 베어서 그 시체들을 갔다 주세요!”
“어머니, 소자도 그 발직한 공노들을 두고만 볼 수 없습니다. 소자가 직접 기사를 대동하고 그 천한 것들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어머니! 뭐라 말씀 좀 해 보세요.”
주니의 발언으로 순식간에 멍청한 년으로 전락해 버린 먀샤 공주와 천한 것들에 의해 자신의 사랑스런 여동생이 농락당했다고 생각한 왕세자는 지금 스텔라 왕비에게 공노들을 처단하자고 닦달 아닌 닦달을 해대고 있었다.
“내 너의 분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내 알아서 그것들을 벌할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나서지 마라! 내 필히 그 천한 것들을 족칠 것이다.”

카리우스 왕성 대전.
“하하하!”
“전하 무엇 때문에 그렇게 웃으시는지요?”
“아까 공주를 마중 나갔다 본 그 공노들을 생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게 되는군.”
‘전하께서는 먀사 공주님이 농락당한 게 이리도 기분이 좋으신 것인가?’
시종장은 자신의 딸이 천한 것들에게 농락을 당했는데도 국왕이 저리도 기뻐하며, 화통한 웃음 짓고 있는 모습을 보자 하도 어이가 없어 아무말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참, 지금 엘가 공주는 식사라도 했다는가?”
“지금 쎄르 왕자궁에 계시는데 전하와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고 사람을 보내 왔습니다.”
“오, 그래? 내 오랜만에 아들, 딸과 식사를 같이해야겠군.”
“전하, 그럼 왕비전에도 연통을 넣을까요?”
“아니 되었네. 어차피 오지도 않을 텐데. 그냥 나 혼자 가면 될 것이야.”
“알겠습니다, 전하.”
“기사들은 뭐하는가? 전하를 모시고 쎄르 왕자전으로 출발하시게.”
“네”
시종장의 명을 받은 기사들은 매션 국왕을 호위하며, 쎄르 왕자궁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카리우스 왕성내 쎄르 왕자궁.
“누님 왜 이렇게 늦게 오신 것입니까?”
“우리 왕자님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호호호.”
“제가 안 보고 싶으셨나요?”
“아뇨,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왕자전에서 엘가 공주와 쎄르 왕자는 너무나도 오랜만에 정답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순간 쎄르 왕자가 엘가 공주에게 안기며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다.
“누나의 향기가 너무나 좋아요. 히히. 돌아가신 어머님의 향기도 누나의 향기와 같았을까요?”
엘가 공주는 자신의 동생이 돌아가신 어머님 이야기를 꺼내자. 말을 잊지 못한 채 그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기만 하고 있었다. 이때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공주님, 전하께서 지금 왕자궁으로 납시었답니다.”
“그래요? 왕자님, 이제 아바 마마와 식사를 하러 갈까요?”
“네.”
엘가 공주는 국왕이 왕자궁으로 납시었다는 통보를 받자, 쎄르 왕자의 손을 잡고는 왕자궁의 거실로 자리를 옮기려다 문뜩 무언가 생각난 듯 시녀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참, 공노들에게 식사는 주었나요?”
“네, 공주님. 식사는 물론이거니와 술과 고기도 함께 내주었습니다.”
“그렇군요. 혹여 제가 챙기지 못하더라도 알아서 챙겨 주세요.”
“네, 공주님.”

왕자궁 거실.
똑똑똑.
“아바 마마∼”
거실로 들어선 쎄르 왕자가 국왕을 보자 쪼로록 달려가 안겼다.
“허허허. 그래도 왕자가 이 아비를 좋아하긴 하나 보군. 요렇게 귀엽게 안기는 것을 보니.”
“네!”
“오∼ 공주야. 너도 앉거라. 우리 오랜만에 오붓하게 식사나 같이 하자꾸나.”
“참, 거기 서 있는 자네들도 앉게나.”
거실 끝자락에 서 있던 스티브와 볼브 기사는 국왕이 식사를 같이하자고 권하자, 황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렸다.
“괜찮아. 와서 같이 들어. 내 궁금한 것도 있고, 공주를 잘 보필해 줘서 고맙기도 하니 같이 식사들 하세나.”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전하!”
간단한 담소와 함께 시간이 흐르고 쎄르 왕자가 졸자 엘가 공주는 유모를 시켜서 왕자를 방으로 보냈다.
그리고 나서 국왕과 공주는 본격적으로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공주야, 아비가 되어서 너를 제대로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명색이 아비가 국왕인데 너를 도울 힘이 없으니 말이다.”
“아바 마마, 어찌 그런 말씀을. 지금도 이렇게 큰 힘이 되어 주시지 않습니까?”
“전하, 말씀드리기 황송하지만 공주님께는 전하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십니다.”
“그런가? 고맙네.”
“그나저나 이 아비가 궁금한 것이 있구나.”
“네, 아바 마마. 어떤 것이 궁금하신지요?”
“같이 왔던 공노들 말이야, 그들에 대해 소상히 좀 말해 주거라.”
국왕의 뜬금없는 질문에 공주와 두 기사는 엘르 백작성의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국왕에게 설명했다.

주니 일행이 배정받은 거처.
“와, 형님! 이런 진수성찬은 처음 먹어 봅니다!”
“네, 형님! 정말 맛있습니다!”
“빨리 한 다리 뜯어 보십시요.”
“우히히! 이거 정말 맛있네.”
꼴통 5인방은 생전 처음 먹어 보는 진귀한 음식 때문에 주니가 아주 심각한 고뇌에 빠진 줄도 모르고 미친듯이 음식을 입속에 처넣고 있었다. 그리고는 넉살좋게 주니에게도 먹으라고 권하고 있었다.
“그래 니들이나 실컷들 먹어 두어라.”
갑작스레 주니가 짜증스럽게 말하자 꼴통 5인방은 음식 먹는 것을 멈추고는 다들 주니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형님, 왜 그러세요?”
주니의 주된 말벗인 샹구가 말을 건네자 주니가 더욱 짜증난 듯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아마 내 목이 내 몸뚱어리에 붙어 있지 못할 것 같아서…….”
“왜요?”
“몰라서 질문하는 거냐? 진짜로…….”
그러자 미로가 뭔가를 눈치챈 듯 말했다.
“그래도 국왕 폐하께서 친히 우리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시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퍽!
주니는 순간 욱해서 자신을 달래던 미로의 뒷통수를 한 대 후려치고 말았다.
“이 새끼는 외우는 것은 기똥차게 외우면서 어찌 상황 파악은 못해!”
“야이∼ 짜식들아 국왕이 우리를 안 건든다고 딴 놈들이 우리 안 건든다는 보장이 있냐? 너네 만약 이 음식들에 독이라도 들었으면 어쩌려고.”
주니가 독 운운하며 이야기하는데도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되었는지 꼴통 5인방의 표정이 너무나도 멍해 보이자. 한마디 툭 던지고는 밖으로 나갔다.
“에고, 말을 말자. 입이 쓰다.”

왕자궁 내 정원.
지금 주니는 머리를 쥐어짜면서 정원을 배회하고 있었다.
“내가 정말 미쳤지.”
사실 주니가 먀샤 공주를 멍청한 년으로 만들 때까지만 해도 주니는 그 둘이 배다른 자매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 이곳 왕자궁에 들어와 시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먀샤 공주는 현 왕비의 친딸이고 엘가 공주는 배다른 자매였던 것이다.
거기다 세자가 먀샤 공주의 친 오빠였던 것까지 들었을 때는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끙∼ 답이 없다. 답이 없어.”
부스럭. 부스럭
“뭐가 답이 없다는 겐가?”
“헉! 전하!”
이렇게 자신이 고뇌에 빠져 짱돌을 굴리고 있을 때 국왕이 갑자기 나타나자 주니는 머리를 조아리며 속으로는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이런 개장수, 뭐가 이리도 꼬여?’
이런 주니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국왕은 주니에게 말했다.
“하하하! 여기서 또 보는구만. 왜 여기서 서성이는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나?”
“아닙니다, 전하.”
“참, 공주에게 물어보니 자네가 영특하다고 하던데…….”
“아닙니다. 공주님께서 과찬해 주신 겁니다.”
국왕은 이런저런 말을 주니에게 던지다가 너무나도 당혹스런 요구를 부탁하기 시작했다.
“내 한 가지 부탁을 하지. 먀샤 공주가 아직도 멍청하다고 생각하나?”
주니는 국왕의 돌발 질문에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뭐, 사실 내 딸이지만 내가 봐도 먀샤 공주는 멍청하다네. 거기다 성질머리도 더럽지. 그래서 내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지. 내 딸 먀사의 더러운 성질머리 좀 고쳐 줄 수 없겠나?”
“네?”
주니는 너무나도 어이없는 국왕의 부탁에 황당해하며 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뭐, 이딴 콩가루 집안이 다 있다냐? 이거 사람 떠보는 거 아니야? 이게 국왕이면 다지 내가 횟감으로 보이냐?’
주니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짱돌을 굴리고 있을 때 살길을 열어 주는 국왕의 천사 같은 목소리가 주니의 귓속을 때리기 시작했다.
“내 먀샤 공주의 성질을 자네가 고쳐 주면, 아니, 한 달만이라도 근신하게 만들어 주면 자네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지.”
‘하하! 살았다, 살았어. 살길이 보인다.’
“전하, 고치기는 힘들고 한 달간 근신을 하실 수 있게는 할 수 있습니다.”
“오호! 그래? 자네의 영특함을 내 한 번 믿겠네.”

주니 일행이 배정받은 거처.
삐익∼
주니가 방에 다시 돌아왔을 때 꼴통 5인방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형님, 이제 돌아오십니까?”
“그래.”
“저희가 형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니 용서해 주세요.”
“으이구, 일단 모여. 너희에게 할 말이 있다.”
이렇게 하여 주니의 먀샤 공주 근신 작전은 준비 단계로 들어섰다.
‘큰 거 한 방으로 미샤 공주를 근신시켜야 한다. 그래야 나도 살고 요것들도 산다.’
주니는 이렇게 생각하며 꼴통들에게 작전 사항에 대해 이야기했다.

왕성 파티장
“자, 모두들 즐겁게 즐기길 바라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공주가 피에르 성으로 출정하기 전 열리는 출정 파티에는 왕가의 가족은 물론 귀족들, 특히 이번에 엘가 공주를 따라나서는 11개 가문의 자제들도 모두 모여서 파티를 즐기기 시작했다.
하나 이 파티에는 독특한 자들도 참석하고 있었다.
그렇다 엘가 공주가 약속을 지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