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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질주 1권(20화)
6장 파티장에서…….(2)
“우와!”
“와, 귀족들은 다 이렇게들 지내는군요.”
“와, 정말 화려하고 귀족들만 모인 파티라 그런지 다들 선남선녀들입니다.”
“침 그만 좀 흘려라.”
출정 파티에 참석은 했지만, 이들의 신분이 공노이기 때문에 가장 구석진 곳에 이들만의 조촐한 상은 따로 차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렇게 참석한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이들은 신분의 벽을 확실히 실감하고 말았다.
“어우! 저것들은 뭐야?”
“제가 듣기로는 엘가 공주님이 파티에 참석하게 한 공노들이라고 합니다.”
“아니, 어찌 저런 천한 것들과 파티를 같이 즐기라고!”
이렇게 귀족들은 제각기 수군거리며 5꼴통들을 동물원의 동물들 구경하듯 여러 명이서 둘러싸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부 짓궂은 젊은 귀족 자제들은 일부러 이들에게 다가가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공노들이라 들었는데 어느 영지 소속의 공노들이냐?”
“저희는 엘르 백작령에서 온 공노들입니다.”
“그래? 그럼 백작령에나 처박혀 있을 것이지. 쯧쯧쯧.”
그리고 잠시 후 엘르 백작의 3남인 찰스가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아직 전후 사정을 모르는 듯 찰스는 그들에게 훈계 아닌 훈계를 늘어놓았다.
“이 버릇없는 천한 것들을 보았나! 여기가 어디라고 너희들이 이곳에 있는 것이냐?”
안 그래도 다른 또래 귀족 자제들로부터 상인 계통의 집안 출신이라 멸시를 받고 있었는데, 자신의 영지 공노들마저 파티에 참석하여 다른 귀족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자 찰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이들에게 훈계해 내보내려 했던 것이다.
찰스의 이런 행동을 멀리서 지켜보던 먀샤 공주는 어제의 분풀이나 할 겸 찰스에게로 다가갔다.
한데 어제 자신을 농락했던 그 공노는 보이지가 않자 순간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는 속으로 주니를 몇 만 번이나 씹어 발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씹어 발라도 시원치 않을 천한 것은 왜 보이지 않는 것이지?’
한편 자신의 동생들이나 다름없는 꼴통 5인방이 귀족들에게 둘러싸여 희롱 아닌 희롱을 당하고 있는지 모르는지 주니는 파티장 어느 외진 창가로 나와서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참, 이 세상의 달은 3년 가까이 보는데도 적응이 안 되네.’
“무엇을 쳐다보고 있느냐?”
이때 갑자기 엘가 공주가 나타나자 주니는 건성건성 공주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천한 공노가 공주님을 뵈옵니다. 그냥 달을 보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렇군. 왜 파티가 맘에 들지는 않고? 소원이라고 해서 데리고 왔더니만, 즐기지 않고 뭐하는 것이냐?”
“정녕 파티를 즐기려고 제가 출정 파티에 참석하게 해달라고 한 줄 아십니까?”
지난 며칠간 계속 당했지만,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주니의 당당하고도, 괘씸한 행동에 엘가 공주는 또다시 어이가 없었다.
“그럼 무엇 때문에 출정 파티에 참석하게 해달라고 한 것인가?”
피식∼
“그것은 저기 보이는 제 동생들 때문입니다. 저것들 진수성찬 좀 맛보게 해 줄려고요. 킥킥.”
주니의 대답을 듣고는 엘가 공주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꼴통 5인방이 있는 곳을 쳐다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꼴통 5인방과 많은 귀족 그리고 엘르 백작의 3남인 찰스와 먀샤 공주가 있었다.
“그대는 누구인가요?”
갑작스런 여성의 목소리에 찰스는 뒤돌아보았다.
“엘르 백작가의 찰스라고 합니다, 공주님.”
“오∼ 그래요? 반갑네요, 찰스 공자님.”
사실 먀샤 공주가 미모로는 엘가 공주를 더욱 앞섰기에 왕국 내 귀족가 자제들 사이에서는 먀샤 공주의 인기가 엘가 공주를 앞서고 있었다. 이는 찰스 공자도 마찬가지여서 속으로는 먀샤 공주를 너무나도 흠모하고 있었다. 그런 흠모하는 공주가 자신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대해 주자 순간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몰라 몸만 베베 꼬기 시작했다.
“한데 아무리 아버님의 명으로 저들을 파티에 참석시켰다지만, 저 냄새나는 것들과 같이 파티를 즐기자니 자꾸 여흥이 깨지는군요. 저것들을 치워 주시겠어요? 찰스 공자님.”
이런 먀샤 공주와 찰스가 대화하는 모습이 흥미롭다는 듯이 많은 젊은 귀족가 자제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젊은 귀족 남자 자제들이 공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몇 명이 나서기 시작하자 이를 지켜보던 주니는 비릿한 미소를 짓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를 가는 것이냐?”
“제 동생들이 역적 놈들에게 낭패를 당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역적놈들 처단하러 갑니다, 공주님.”
갑자기 주니의 역적 발언에 황당한 공주가 주니에게 재차 물었다.
“역적이라니 누가 역적이라는 것이냐?”
피식∼
“공주님, 왕명을 거역하면 역적이 아닐는지요?”
주니의 이런 발언에 엘가 공주는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불긴한 예감이 치솟기 시작했다.
‘저 공노가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거지?’
꼴통 5인방은 어제 주니가 자신들에게 일러 준 사항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있었다.
“잘 들어라! 나의 실수로 인해 나는 물론이거니와 너희도 이 왕성에서 죽어 나갈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하나 내가 말한 대로만 이행하면 나머지는 내가 다 처리하마.”
꿀꺽.
“다들 귀족 자제들이 어느 정도 흥에 취하면 아마 너희들을 파티장에서 내보내려 들것이다. 그때 샹구는 아주 큰소리로 쩌렁쩌렁하게 외쳐야 한다. ‘나으리, 왜 이러십니까?’를 말이다. 그리고 내가 나타나면 무조건 내 곁에서 떠나지 말아라. 마지막으로 코리니와 코모 너희는 내가 지시하면 기사와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서로의 표정을 보며 주니가 지시한 사항들을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었다.
카리우스 왕성 내 파티장.
엘르 백작의 3남인 찰스는 자신이 흠모하는 먀샤 공주가 본인 가문의 영지 내 공노들이 이 파티에 참석한 것을 못마땅해하는 것을 보고는 이 공노들을 파티장 밖으로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 주변 자기 또래의 젊은 귀족 자제들이 하나둘씩 모여 먀사 공주에게 알랑방귀를 뀌기 시작하자 더욱더 격렬하게 공노들을 내보내려 들었다.
하나 그가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공노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도련님! 왜 이러십니까?” 도련님, 도련님!”
“아니, 이것들이!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니깟 천한 것들이 나의 명을 거부하다니! 너의 가족들이 모두 죽어야 이곳에서 나가겠느냐?”
꼴통 5인방은 일단 주니가 지시한 바대로 하기는 하는데, 찰스 공자가 자신들 가족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을 하기 시작하니 점점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주니를 찾기 시작했다.
하나 주변에는 원하는 주니는 보이지 않고, 자신들을 무슨 벌레 보듯이 쳐다보는 귀족들만 보일 뿐이었다.
‘형님! 어디 계신 겁니까?’
이렇게 찰스 공자와 5꼴통들이 옥신각신할 때 먀사 공주가 살며시 끼어들어 5꼴통들을 더욱 압박하기 시작했다.
“어머! 역시 엘르 백작가의 공노들은 발칙하군요. 자신들이 모셔야 할 공자님의 명도 무시하니. 호호.”
“하하하하! 맞습니다, 공주님!”
먀샤 공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5꼴통을 둘러싼 귀족가 자제들은 모두가 동조한다는 듯 찰스 공자와 5꼴통들을 비웃기 시작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먀사 공주는 5꼴통들에게 예절 아닌 예절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내가 친히 너희에게 주인을 모시는 법을 가르쳐 주마.”
그리고는 자신이 들고 있던 포도주잔에 있던 포도주를 바닥에 버리고는 꼴통 5인방에게 명령을 내렸다.
“핥아라. 너희 같은 천한 종자는 이 대접도 과한 것이다. 호호호.”
“하하하하! 맞습니다, 공주님!”
먀사 공주와 주변 귀족들이 5꼴통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고 있는 사이 누군가 그들의 뒤에 나타나 마샤 공주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공주님?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 겁니까?”
갑작스런 질문에 먀사 공주는 순간 말이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어제 자신을 농락했던 주니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먀사 공주는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주니를 질책하기 시작했다.
“이 버릇없는 공노를 보았나! 네놈이 정녕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먀샤 공주가 이렇게 말하는데도 먀샤의 말은 듯는 둥 마는 둥 주니는 꼴통 5인방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주니와 5꼴통들로 인해 파티장이 점점 난장판이 되어 가기 시작했다.
국왕은 다른 대신들과 술잔을 주고받다가 파티장 내에 약간의 소란이 일어나자 그 곳을 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때마침 자신의 딸인 먀샤 공주가 있고 어제 밤에 보았던 그 공노 주니가 자신들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제 주니와의 대화를 생각했다.
“전하! 고치기는 힘들고 한 달간 근신을 하실 수 있게는 할 수 있습니다.”
“오호! 그래? 자네의 영특함을 내 한 번 믿겠네.”
“대신 한 가지만 약조해 주십시요.”
“약조?”
“예, 한 가지만 약조해 주시면 한 달이 아니라 1년이라도 근신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약조를 하면 되느냐?”
“내일 파타장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근위병이나 근위 기사대를 이용해 저희를 내치지 말아 주십시오.”
“내 약조하마!”
카리우스 왕성 내 파티장.
주니는 먀샤 공주의 말은 완전히 무시한 채 꼴통 5인방에게 다가가 말했다.
“일어나! 등신들! 일어나! 니들이 무슨 죄졌어?”
주니가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한 먀샤 공주는 분노가 극에 달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악! 내 살다 살다 저렇게 버릇없는 공노는 처음 본다! 기사들은 뭣들 하는가? 이 천한 것들을 끌고 나가서 목을 베지 않고!”
먀샤 공주가 소리를 치며 발악을 하기 시작하자 호위 기사들이 다가왔다.
하나 기사가 등장한다 해서 쫄 주니가 아니었으니 오히려 되받아 소리치기 시작했다.
“하하하! 역시 공주님은 제 생각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시는군요.”
“뭣이라?”
“가슴 큰 여자는 멍청하다는 저의 생각을 말입니다.”
띵∼ 쌩∼
주변에 많은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파티장 내의 많은 인사들은 공노인 주니의 이 발칙한 발언에 너무나도 놀랐다.
“꺄악!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기사들은 뭐하는 것이냐? 저 천것들의 목을 치지 않고!”
하나 주니 또한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네년이야말로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국왕 폐하의 위엄에 먹칠을 하고도 목숨이
온전할 것이라 생각하느냐?”
그리고는 아직도 엎드려 떨고 있는 꼴통 5인방에게 호통을 쳤다.
“어제 내가 뭐라 그랬어? 내 주변에 바짝 붙어 있으라 했지!”
그제야 정신을 차린 꼴통 5인방은 아까 음식 먹을 때 쓰던 수저야 포크를 손에 꼭 쥐고 일어나, 벌벌 떨면서 주니 옆에 바짝 붙기 시작했다.
이때 주니의 황당하면서도 고약한 웅변이 시작되었다.
“내 비록 공노이기는 하나 대카리우스국의 충성스런 백성으로서 오만방자하게도 지엄하신 국왕 폐하의 위엄에 먹칠을 하는 네년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뭣들해? 저년을 무릎 꿇게 하지 않고!”
이미 조용해질 대로 조용해진 파티장 내, 한데 거기다 아주 얼음을 확 퍼붓는 주니의 발언에 이미 파티장 내는 너무나도 조용하다 못해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네놈이 죽을 거라 생각하고는 이제는 미친 게로구나! 오냐, 내 너의 사지를 잘라 주마!”
꼭지가 있는 대로 돌아 버린 먀샤 공주가 신호를 보내자 먀샤 공주의 호위 기사 둘이 앞으로 나왔다.
“하하하! 분명 어제 국왕 폐하께서 왕실에는 허언이 없다며, 국왕의 이름을 거시고 우리를 핍박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하셨는데, 감히 네년이 국왕 폐하를 공노와의 약속 하나 못 지키는 시정잡배만도 못한 분으로 만들었으니, 네년이야말로 사지를 잘라내야 할 듯하구나. 아니면 그 주둥아리라도 잘라내야 할 듯싶구나.”
주니는 주변의 반응은 완전히 무시한 채 먀사 공주에게 다시 이렇게 외치고는 코리니와 코모를 보았다.
그러자 코리니와 코모는 자신들을 쳐다보는 주니를 보고는 어제 일이 문뜩 떠올랐다.
“너희들은 기사와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할 것이다.”
어제의 일들을 생생히 떠올린 코리니와 코모 형제는 손에 수저와 포크를 들고 어정쩡한 폼으로 기사들 앞에 서고 말았다.
꿀꺽!
하나 이미 장검을 뽑아 든 먀샤 공주의 기사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보이자 마음속 깊이 솟구쳐 오르는 두려움을 잠 재울 길이 없는 두 형제였다.
이렇게 상황이 일파만파 커진 상태에서 제노리가 주니에게 말했다.
“저, 형님. 코리니 형과 코모의 무기가…….”
제노리의 말은 듣을 주니는 나머지 3명을 둘러보고는 미로가 쥐고 있던 포크를 들고는 코모에게 다가가 코모의 손에서 수저를 빼고, 포크를 꼭 쥐어 주었다.
그리고 나서 그 두 형제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저 기사들은 장검을 들고 있어도, 포크를 들고 싸우는 너희 둘을 절대 못 이겨. 이 형 말 믿지?”
주니의 말이라면 죽으라면 죽을 이 형제는 주니가 포크를 꼭 쥐어 주며 자신들을 열렬히 응원해 주자 어디서 용기가 나오기 시작했는지, 어깨를 활짝 펴고는 장검을 뽑아 든 기사들과 포크를 들고서는 당당히 대치했다.
카리우스 왕성 내 파티장.
주니 발언 때문에 얼음장처럼 조용해진 파티장은 기사들과 맞서 포크를 들고 결전을 준비하는 코리니와 코모 형제 때문에 지금 분위기는 황당한 기운마저 나돌았다. 또한 이런 황당한 상황을 처음 겪게 된 왕실 근위대 기사 단장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뭇거리다 병사들을 동원해 주니와 꼴통 5인방을 끌어내려 했다.
한데, 국왕이 이런 단장의 행보를 제지하고 나섰다.
“단장, 가만히 있게나.”
“아니, 전하! 어찌 그런 말씀을…….”
“자네는 지금 근위 기사 두 명이 공노들을 제지 못해서 다른 기사들까지 동원했다고 소문내고 싶은 겐가? 그냥 두면 저 용맹한 두 기사가 제압해서 내보내겠지.”
국왕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기사 단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병사들을 물렸다.
하지만 진짜로 황당한 이들은 먀샤 공주의 명에 주니와 꼴통 5인방을 제압하러 온 두 기사였으니, 이들은 지금 자신들 앞에 포크를 들고 서 있는 산적 같은 공노 두 명과 대치하고 있는 자신들의 처지가 너무나 기가 막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이 황당함을 달래기 시작했다.
“끙∼ 이게 무슨 망신이야. 무기도 없는 공노들과 대치하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두 기사가 이렇게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있을 때 주니의 비아냥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