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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르티아 1권


1화
강마(降魔)


작가서문


Welcome to Hamartia!
하마르티아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세계는 웃기는 마법사들의 막나가는 이야기……는 아니고, 밝은 분위기를 지향하고 있는 판타지 월드입니다(게임 소설은 아닙니다).
그리고 판타지 브랜드로 나가지만 사실은 라노벨(라이트노벨)입니다.
……믿어 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면 좀 사 주세요(...)


예(刈).
인물 소개


1.류드나르
산골 마을에서 마법사의 꿈을 이어 오던 17세 소년. 순수한 아캄인이나, 아캄인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칠흑색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흘러내려 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당일, 무허가 마법사라는 이유로 왕성으로 끌려와 나이델 밑에 배속된 마법사. 비록 무허가 마법사이긴 하나, 마법적 재능만으로 따지면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의 천재다.
왕성에 끌려와 호스트로 팔릴 뻔한 위험을 겪었지만, 어찌어찌 왕성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다.

2.단설
풀 네임은 단설 폰 안드리치. 류드나르와 같은 열일곱 살이다.
우드빌 지역을 관장하던 고 요제프 후작의 백 번째 자식이자, 아캄 북부에 거주하는 원주민인 라마르인과 아캄인의 혼혈이다(단설이라는 이름은 라마르 식 이름이다). 그러나 아캄인의 피가 강한지, 금발에 푸른 눈이라는 아캄인의 형질을 이어받았다.
백 번째 자식인 까닭에 요제프 후작의 관심을 받던 찰나, 요제프 후작의 큰아들인 로베르에 의해 마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요제프 후작이 사망하자마자 후작 위를 계승한 로베르는 단설을 무허가 마법사 혐의로 신고, 왕성에 끌려와 나이델 밑에서 잡일을 하는 처지가 되었고, 나이델을 찾아오는 각 출판사 편집장들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현재 스티아에게 줄 외상값 백오십 마르크 때문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

3.나이델
왕국 최고 마법사라지만, 그 진면목을 제대로 발휘한 적은 아직 없다.
수많은 출판사의 편집장들을 피해 다니는 비운의 신세. 덕분에 적법사라는 호칭보다 메롱법사라는 호칭을 더 많이 듣는다.
최근엔 편집장들에 의해 시달린 단설의 하극상에 쩔쩔매는 처지가 되었다.

4.라힐렌
아캄의 재무장관. 무허가 마법사 혐의로 끌려온 류드나르에게 뇌물을 요구. 결국 뇌물을 바칠 돈이 없던 류드나르를 호스트로 팔아 버리려 했던 사람이다.
건장한 체격에 걸맞은 괴력을 가진 사람이나, 단설에게 약점을 잡힌 탓에 단설 앞에선 쩔쩔매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라힐렌의 부인은 바바리안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속설이 성안에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5.엘라인
아캄 왕국의 근위기사 중 한 명. 아캄 지방을 관장하고 있다(다른 근위기사들은 주요 영지에 배속되어 부근의 영주들을 감시하고 있다).
긴 금발과 연녹색 눈을 가진 미남.

6.련화
류드나르가 들어오기 일 년 전에 자유의 몸이 된 마법사. 단설과는 이 개월 정도 같이 일했다.
안정된 직장을 잡겠다는 꿈을 이뤄, 지금은 수도 아캄의 남구청 도시환경과 수도관리계에 근무하고 있으며, 칼퇴근과 회식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의외로 마법 실력은 대단하다고 한다.

7.스티아
나이델과 단설이 자주 이용하는 빵집 주인. 어째서인지 두목이라고 불리고 있다.
미인이지만 애인은 없다(단설은 성격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8.로베르
우드빌 지역의 대영주. 고 요제프 후작의 장남이며, 단설을 무허가 마법사로 신고한 사람이기도 하다.
단설이 이를 갈며 저주를 퍼붓는 사람이다.



Prologue


만개한 벚꽃 사이로 시린 달빛이 스며들었다.
은은한 달빛 아래서 바라보는 하얀 벚꽃. 소리 없이 떨어지는 하얀 꽃잎은 겨울을 수놓는 함박눈 같았다.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풀밭으로 떨어지는 하얀 꽃잎이, 개울에 실려 멀어져 간다.
“아름답다…….”
바람에 실려, 개울에 실려 흘러가는 벚꽃 잎을 본 소년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달빛을 받던 가지에서 떨어진 꽃잎 하나가 소년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바람에 날린 머리카락이 그 꽃잎을 밀어냈고, 꽃잎은 소년의 어깨에서 떨어지기 안타깝다는 듯이 한참을 맴돌다 멀어져 갔다.
“아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가지에 매달려 있던 꽃잎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그 바람을 한껏 만끽한 소년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 표정은 바람에 밀려온 머리카락에 금세 가려졌다.
눈앞을 살짝 덮은 머리카락이 거슬렸는지, 하얀 손가락이 검은 머리카락을 살짝 밀어 올렸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잠시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소년은 머리카락에서 손을 떼어 내고는 가볍게 손을 털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하얀 꽃잎이 떨어져 내렸다.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끼인 꽃잎이, 마치 화관(花冠)을 쓴 것처럼 보였다.
떨어지는 꽃잎을 보던 소년은 눈을 감았다.
하얀 꽃잎이 눈에서 사라진 순간, 소년의 입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세계의 것으로는 들리지 않는 소리.
그것이 짙어질수록 소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몽환적인 은빛도 점점 더 짙어져 갔다.
“후우―.”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멎었다.
힘든 기색을 한껏 떠올리면서도, 소년은 기분 좋아 보이는 웃음을 물었다.
“성공했어.”
힘들 거라고 생각했었던 일이 너무도 쉽게 풀렸다.
마법이라는 것에 매료된 지난 칠 년. 그리고 마법을 배워 온 지난 삼 개월 동안의 일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자 그동안 바라만 왔던 것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데 대한 기쁨이 소년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그것에 웃음을 지은 소년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류드.”
“아, 선생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의 주인을 떠올린 소년은 얼굴 가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몸을 돌렸다.
“……마법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걸 축하한다.”
뭔가 개운하지 않은 떨림. 그러나 소년은 그것을 너무 놀랐기 때문이라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선생님께 칭찬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소년의 얼굴에 떠오른 웃음이 한층 더 짙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선생은 소년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예?”
“왜 하필 오늘인 거냐.”
‘에?’
그제야 목소리에 실린 떨떠름함을 느낀 소년은 선생의 얼굴에 멎어 있던 시선을 조금 돌렸다.
“마법사인가.”
“에, 에에?”
“아니, 방금 본 걸로 확인되었으니 물을 필요는 없겠지.”
처음 보는 얼굴. 마을에서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내가 자신의 선생 뒤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혀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에 당황한 소년은 자신의 선생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소년의 눈에 선생의 두 손을 묶고 있는 밧줄의 모습이 확연하게 들어왔다.
‘응?’
“후―.”
의미 없는 한숨을 내쉰 사내는 다시 입을 열었다.
“마법사 알렌 외 2인.”
“에?”
“너희를 무허가 마법사로 규정. 왕국법 제2조 16항에 의거, 체포하는 바이다.”
“에엑!”
“네놈들에겐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 따위는 없으며, 체포에 불응할 경우 사살될 수 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이런 걸까.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하지 못한 소년은 그 사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 저기…….”
그러나 사내는 소년의 말을 기다리지 않았다.
“체포해!”
“우아악!”



Chapter.1 Unlicensed magician(1)


후끈한 열기가 대지 위를 가득 채웠다.
마른 공기. 너무도 메말라 숨을 쉴 때마다 폐가 바짝 말라 가는 것만 같았다.
철컥, 철컥, 철그렁.
철판을 덧댄 사슬 갑옷이 비명을 내질렀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은 온통 철갑옷을 입은 병사들. 두 손에 굳게 쥔 장창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늘어서 있었다.
어두운. 회색 구름이 가득 낀 붉은 대지.
그 구름을 걷어 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수만 발의 화살이 하늘을 향해 내쏘아졌다.
아키텐산(産) 석궁에서 쏘아진 강철 쿼럴들이 얇디얇은 비룡의 날개막을 헤집어 놓았다.
날카로운 강철 촉에 날개 막을 유린당한 비룡들은 비명을 토했다.
목울대에서부터 토해진 비명이 사방을 채웠다. 그 소리에 놀란 말은 기사들의 지휘를 무시한 채 제멋대로 날뛰었다. 비룡의 비명은 떨어질 뻔한 기사 하나가 간신히 숨을 돌리는 사이에도 터져 나왔고, 기사들은 눈물을 머금으며 자신이 탄 말의 목을 쳐 내며 땅으로 내려섰다.
그런 기사들을 노린 괴물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기사들은 애마의 피가 묻은 검으로 괴물들을 쓰러뜨리며, 한껏 차오른 숨을 토해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