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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Epilogue(1)
바인더 남작령에서의 소란이 끝난 지도 이틀이 흘렀다. 소식을 접한 왕성은 남작이 살아 있다는 보고를 접한 후, 영지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죄를 물어 이만 오천 마르크의 벌금을 물렸다고 했다. 그 소식을 단설에게서 전해 들은 류드나르는 혀를 내둘렀지만, 단설은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류드나르를 더 당황하게 했다.
그로부터 엿새 뒤.
“아아, 머리야.”
아캄에 돌아온 단설은 침대에 누워 코코아를 마시며 투덜거렸다.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려. ……망할 놈의 수도원. 백 마르크나 받아 처먹어 놓곤 두통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다니. 이거 사기 아냐?”
“그래도 화상은 다 없어졌잖아.”
“그것도 이백 마르크나 받아먹었잖아!”
류드나르에게 고함을 지른 단설은 옆에 놓인 얼음주머니를 머리에 올리곤 중얼거렸다.
“으으, 삼백 마르크면 그동안 착실히 모아 놨던 내 전 재산인데.”
단설은 두 손을 꽉 쥔 채 부르르 떨었다. 상당히 억울해 하는 모습에, 류드나르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그 돈으로 차라리 스티아 씨네 외상값 먼저 갚지 그랬어.”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이제 돈 들어올 텐데, 뭐.”
그렇게 말하며 컵에 남은 코코아를 쭈욱 들이켠 단설은 머리 위에 올려놓았던 얼음주머니를 다시 들어 올려 옆에 놓고는 몸을 떨었다.
“으, 차갑다.”
“…….”
세상에 뜨거운 얼음은 없다고 말하려던 류드나르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런 낌새를 느꼈는지, 단설은 류드나르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아, 맞다.”
갑자기 단설은 주먹 쥔 왼손으로 오른손 손바닥을 탁 친 후 입을 열었다.
“그 주문 말야.”
“주문? 무슨 주문?”
“바인더 남작령에서 썼던 거 말야.”
그제야 단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한 류드나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쳐 달라는 거야?”
“쓰지 말라는 거다. 안 그래도 무허가 마법사라서 핍박받는데, 흑마법까지 쓰면 골치 아파져. 그것도 마왕 힘 빌린 거라면 더 그럴 거고.”
그렇게 말한 단설은 끄으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으윽, 남자의 생명은 허리라는데.”
눈살을 찌푸리며 허리춤에 손을 댄 단설은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돈 들어오면 제일 먼저 물리치료부터 받아야지. 그 다음에 옷도 좀 사고, 통돼지 바비큐하고…….”
“스티아 씨네 외상값은?”
“에잇. 갚아, 갚는다니까.”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도리질을 치던 단설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대충 옷을 챙겨 입은 뒤 입을 열었다.
“우체국에 가서 돈 찾아와야지.”
“우체국?”
류드나르는 돈을 찾는다면서 우체국으로 간다는 단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을 보았는지, 단설은 류드나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래 그쪽으로 돈이 들어오거든. 입금할 때 수수료가 좀 나오긴 하지만 왕립 은행보다는 훨씬 싸니까 그쪽이 나아. 게다가 왕립 은행은 이자도 짜단 말이야. 세상에 연 1.5%가 뭐야, 1.5%가. 하다못해 리코니아 왕립 은행도 3%가 넘는단 말이야. 그런 주제에 삼천 마르크 이상 예금자에겐 예금 보호비 명목으로 이자율 0%를 적용하는데, 이건 정말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우체국은 이자율이 얼마나 되는데?”
“1.8% 대신 돈 찾아갈 때 수수료가 붙어.”
그렇게 말한 단설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천 마르크 찾으면 이십 마르크가 수수료로 나간다니까. 이거 폭리 아냐?”
“글쎄.”
그렇게 말한 류드나르는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바인더 남작령에 가기 전에 기다리던 사람이 우체부야?”
“응. 그 사람이 확인서 줘야지 돈을 쉽게 찾을 수 있거든. 그거 없으면 본인 확인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말야.”
“에, 하지만 지금은 그거 없잖아.”
“내가 안 받았으니까 우체국에 보관돼 있겠지. 가면 있을 거야.”
단설은 갑자기 콧노래를 불렀다. 돈이 생긴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한동안 그러던 단설은 류드나르를 끌고 우체국으로 향했다.
우체국은 생각보다 멀었다. 수도 전체에 세 개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단설은 다리가 아프지도 않은지 연신 흥얼거리며 빠르게 걸었다.
그렇게 한 시간 이십 분이 지나서야, 단설과 류드나르는 우체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아, 돈이다, 돈.”
아직 돈을 찾기도 전이건만, 단설은 수억 마르크라도 손에 쥔 사람처럼 헤실거렸다.
“우선 천 마르크만 찾아야지.”
“천 마르크?”
“응. 우선…….”
“당연히 외상값 먼저 갚아야지?”
“그건 좀 나중…… 우아악!”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린 단설은 그곳에 서 있는 스티아를 발견하곤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뭐, 뭐야. 왜 여기 있어?”
“웬 난리야? 내가 못 올 데 왔어?”
“아니, 그건 아닌데…….”
단설은 급히 스티아의 모습을 살폈다. 혹시라도 바게트를 들고 있지나 않나 살펴본 것이다.
“뭘 그렇게 봐?”
“아, 아니야, 아무것도. 우린 들어갈게.”
대충 얼버무린 단설은 류드나르를 끌고 우체국 안으로 들어갔다. 가만히 그 모습을 보던 스티아는 팔짱을 끼곤 뭔가를 중얼거리다 단설을 따라 우체국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 고개를 돌렸다 그것을 본 단설은 갑자기 오한을 느끼며 몸을 떨었지만, 어차피 외상값이야 갚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허리를 쭉 펴고는 당당히 걸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예?”
“단설 폰 안드리치 고객님, 현재 지급 가능 잔액은 0마르크입니다.”
“그럴 리가!”
버럭 고함을 내지른 단설은 다시 말했다.
“분명히 열흘쯤 전에 이천 마르크가 들어와 있을 거라고요! 조회해 봐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무적으로 말한 직원은 두꺼운 서류 더미를 들고 왔다. 그러고는 돋보기를 꺼내 들고는 깨알 같은 글씨가 적힌 서류 더미를 뒤적였다. 그렇게 이십여 분이 지났고, 서류를 뒤적이던 직원은 돋보기를 내려놓고는 다시 사무적인 태도로 입을 열었다.
“예금번호 12287번 단설 폰 안드리치 고객님이 맞으시지요?”
“예.”
“정확히 9일 11시 52분 전에 이천 마르크가 입금되었습니다. 입금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은 천팔백오십이 마르크입니다.”
“그것 봐요!”
“하지만.”
“하지만?”
“정확히 48분 전에 예금 전액을 인출하셨습니다.”
“무슨 소리야!”
단설은 소리를 내지르곤 직원의 멱살을 잡은 채 마구 흔들어 댔다.
“난 그런 적 없어! 어디서 사기를 치는 거야아아!”
“고, 고객님, 이러시면 안 됩…… 흐어억!”
이마로 직원의 머리를 받아 버린 단설은 쭈그려 앉아 머리를 움켜쥔 직원을 향해 말했다.
“내 돈 내놔!”
“…….”
단설은 멍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류드나르는 그런 단설과 단설의 앞에 놓인 편지를 바라보았다. 무슨 내용인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단설의 상태로 봐서 뭔가 좋지 않은 내용임은 분명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야?”
“망할…….”
“응?”
“망할 놈의 마스터.”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류드나르는 단설의 앞에 놓인 편지에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스티아의 손이 편지를 집어 들었다.
“……풋.”
잠시 편지를 읽던 스티아는 짧게 웃었고, 그 소리를 들은 단설의 표정은 한층 더 일그러졌다.
그 반응에 더 궁금해진 류드나르는 스티아를 바라보았다.
“응? 아, 보고 싶니?”
류드나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단설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단설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멍한 눈으로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스티아에게서 편지를 건네받은 류드나르는 그것을 읽어 보았다.
친애하는 단설에게
이런 편지를 남기게 되어 미안하다. 하지만 국가를 위한 일이니 양해해 주기 바란다.
사실 내가 좀 골치 아픈 일에 휘말렸다. 그런데 여비가 없어 곤란하던 차에 우체국에서 현금 인출용 본인확인서 수령 안내장이 날아왔더구나.
사실 남의 돈에 손을 댄다는 것이 그리 당당한 일은 아니지. 하지만 너와 나는 운명 공동체잖니. 그러니 이런 일은 흔쾌히 허락해 줄 거라 믿는다. 고작해야 이천 마르크…… 아니, 천팔백오십이 마르크 때문에 원한을 품지는 않을 거라고도 믿는다.
이게 다 국가를 위한 일이니 양해해 줄 거라 믿으며, 이 돈은 고맙게 쓰마.
추신 : 절대로 편집장 피해서 도망가는 거 아니다. 정말이야.
“…….”
류드나르는 벙찐 얼굴로 단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단설은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정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얼굴에 웃음기를 띤 스티아가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네. 외상값은 다음에 갚아.”
스티아의 말을 들은 단설은 다시 한 번 절규했다.
“아아악! 이놈의 메롱법사! 잡히기만 해 봐아아!”
<『하마르티아』 제2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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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링: 그러니까 말이죠.
회색하늘: 안녕하십니까.
피로링: ¨/
회색하늘 is now 회색하늘(刈)
피로링: 5초 남았습니다.
회색하늘(刈): ?
단설: 앗, 회천공이다.
회색하늘(刈): 앗, 하마르티아의 주인공을 몰아내려 하는 단설군이다.
단설: ....그게 뭐야
회색하늘(刈): 그것은 저희가 답변해 드릴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단설: ......
★: ......
피로링: 어? 주인공 단설양 아니었습니까?
단설: 잠깐, 내가 왜 양이야.
피로링: 어, 그러네.
......
단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