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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1권
1화
초감각 소년 바로크
프롤로그


대륙 최강의 제국 아스란트 제국.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최고의 인재 양성 기관 아레스.
그곳의 정문에는 오직 세 가지의 규칙만이 적혀 있다.

첫째. 신분의 귀천이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생과 사의 갈림은 오직 자신의 능력이다.
셋째. 강자가 되고 싶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제1장. 초감각 소년 바로크(1)


아스트 대륙에서 가장 최고의 자리로 꼽히는 제국의 이름.
아스란트 제국.
수많은 검과 마법. 그 외의 것들에 대한 인재들을 다른 제국이나 왕국에 비해 몇 배는 족히 더 보유하고 있었다.
이렇듯, 이 아스란트 제국에서 수많은 인재가 배출되는 이유는 제국에서 천재들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제국에서 인재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본래의 아스란트 제국은 다른 제국에 비해 한없이 초라하고 약한 제국이었다.
하나, 아스란트 제국의 전 황제 아르온 폴 그레이트 황제는 하나의 정책을 시도한다.
그것은 ‘아레스’라는 단체를 설립하여 수많은 아이들을 데려다가 검과 마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일단 아레스에 들게 되면 아이들에게 오는 혜택은 없다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된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죽기 다반사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아레스라는 단체에 아이들을 보내거나 하는 부모들은 아스란트 제국 측으로부터 금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유를 받게 된다.
그 때문에 수많은 아이들이 이 아레스라는 단체에 보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1차 관문조차도 넘지 못하고 죽는 것이 다반사라고 말할 수 있었다.
뚜벅뚜벅.
이 아레스라는 단체의 지휘관을 맡은 크론은 지하의 기나긴 복도를 걷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1차 관문을 통과한 아이들이 홀에 모여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곧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웅성거리던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압도.
크론이 안으로 들어서자 시끌벅적한 아이들마저 압도당한 것이다. 아이들의 나이는 대략 10∼14살 남짓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한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들이 단지, 크론의 눈빛 하나만으로도 압도당해 버린 것이다.
“여기 보고서입니다.”
아이들을 빙 둘러쌓고 있던 한 병사가 크론이 들어오자 옆에 다가와 보고서를 내밀었다.
총 2천 명의 지원자들 중 100명가량이 살아남았다. 즉 20명 중 한 명만이 살아남아 이곳에 왔다고 말할 수 있었다.
“흐음.”
크론은 보고서를 대충 훑어봤다. 이런 자잘한 절차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그리고 이내 병사에게 그 보고서를 넘겼다.
“모두들 정렬해라!”
착!
착!
착!
크론의 외침이 홀 안으로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1차 관문을 통과하면서 아이들은 한 달 동안 병사들의 기초 훈련을 받은 상태임에 빠르고 신속하게 정렬하였다.
하지만 유독 한 아이만이, 구석에 앉아 크론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넌 어째서 정렬하지 않는 것이냐.”
크론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옆의 보고서를 건네주었던 병사가 다가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 저런 녀석입니다. 차갑고 주변 녀석들과 어울리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또, 말도 듣지 않고요.”
“그렇다면 죽여 버리면 되지 않나.”
크론은 냉정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면 추후에 제국을 위한 인재가 된다고 한들 어떠한 삶을 살지 모른다. 때문에 죽이면 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의 짧고 간단한 말에 병사가 잠시 주춤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녀석은 이 아이들 중 톱클래스로 판정됩니다.”
“톱클래스? 그딴 것은 필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충성심이다.”
크론은 톱클래스건 어쩌건 그딴 건 필요하지 않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내 병사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저 녀석은 1차 관문을 5분 32초 만에 돌파했습니다.”
“……!”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제 겨우 13살이나 됐을 법한 어린 녀석이 1차 관문을 5분 32초 만에 돌파하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에 크론의 눈이 놀라움에서 이내 흥미로움으로 변했다.
터벅터벅.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이냐?”
흥미로움에서 빛나던 그의 눈빛이 이내 착 가라앉으며 그가 소년의 앞으로 이동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선을 돌리고 있던 아이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바로크. 그게 내 이름입니다.”
“하…….”
크론은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내뱉었다. 누가 이름을 물었던가.
“저를 귀찮게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술 더 떠 소년이 말했다. 이것이 소년 바로크와 크론과의 첫 만남이었다.

“후후, 정말이지 재미있는 녀석이야.”
자신의 집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던 크론이 자신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 버렸다.
아까 전, 그 소년을 문득 생각하니 웃음이 나와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웃음도 잠깐이었다.
크론. 그는 아레스의 지휘관이었지만 대륙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검사였다.
어디에도 소속되기를 원하지 않는 천재 검사 크론. 하나, 그는 인재를 만든다는 아레스의 이야기를 듣고 흥미로움에 자신이 직접 자원한 것이다.
바로 오늘이 아레스에서 일을 시작한 첫날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본래 검 하면 알아줄 정도로 유명한 그였기에 일 첫날이었지만 지휘관 직을 맡게 된 것이다.
‘그래도 내가 이곳에 들어온 것에 후회는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웃음에서 다시 무표정을 지은 크론은 어쩌면 자신이 이곳에 들어온 것이 후회가 안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똑똑.
“크론 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지.”
노크 소리를 들은 크론이 말하자 문이 열리며 기사 한 명이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온 기사도 예사로운 이는 아니었으며, 이 아레스의 모든 관문을 통과하고, 아스란트 제국의 인재가 된 이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앞으로 3일 후, 2차 관문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렇군. 그것보다 특별히 다른 아이들보다 특출 난 아이들이 있나?”
사실 남은 100명 정도의 아이들 모두가 특출 나다고 할 수 있다. 하나 크론은 그것을 물은 것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이들을 물은 것이다.
“아까 보신 바와 같이 바로크라는 녀석이 한 명 있습니다. 그리고 커라테스 후작가라고 들어 보셨는지요?”
기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고, 커라테스 후작가에 대해 물었다.
“커라테스 후작가라… 알고 있지. 제국에서 유명한 대대로 이어지는 기사 집안이 아니던가.”
물론 크론도 알고 있었다.
커라테스 후작가.
제국에서 손에 꼽히는 유명한 기사 집안이었다. 커라테스 후작가는 아이를 낳을 때마다 남자아이를 낳았으며, 그들 모두가 검에 대한 특출 남을 보였으며, 다 자란 아이들은 언제나 제국에서 좋은 자리 하나를 꿰차고 앉았다.
그만큼, 커라테스 후작가 자체가 천부적인 재능을 이어받았다 할 수 있다.
“커라테스 후작가의 차기 가주인, 일론 커라테스가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커라테스 후작가의 차기 가주가 들어왔다고?”
크론이 적지 않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커라테스 후작가에서 지옥 같은 이곳에 가주가 될 아이를 보냈다는 것이 놀라운 것이 사실이었다.
“예. 아마도 자신감 때문이겠지요. 또한, 이 아레스의 모든 관문을 끝내고 나간 아이들은 모두들 제국에서 인정받았으니까요.”
“자신감이라… 그렇긴 하겠군.”
크론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커라테스 후작가의 사람들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분명 일론이라는 아이도 뛰어날 것이었다.
“녀석의 1차 관문 통과시간은 어떻게 되나.”
“6분 32초. 당연 톱클래스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재밌군.”
크론은 6분 32초라는 말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 아이는 5분 32초. 또 한 녀석은 6분 32초. 앞으로 그 둘 사이에서 벌어질 일이 크론은 상상이 되는 듯 이내 피식하고 웃어 보였다.

“우와, 고기다! 고기!”
“와아아!”
홀 안으로 병사들이 가져온 고기가 아이들에게 지급되었다. 아이들은 1차 관문을 통과하고, 한 달 간의 병사 기초 훈련을 마친 상태였기에 아레스에서 특별히 오늘 하루 배급해 준 것이었다.
아이들은 코를 자극하는 고기 냄새에 고기를 집어 들어 뜯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과는 다르게 다른 두 아이가 있었다.
한 명은 커라테스 후작가의 차기 가주인. 일론이었으며, 또 한 명은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의 바로크였다.
‘제길… 저 녀석 마음에 안 들어.’
일론은 자신의 손톱을 깨물며 구석에 분위기를 잡고 앉아 있는 바로크를 보며 인상을 썼다.
자신의 1차 관문 기록이 6분 32초였다. 이것은 당연 톱클래스의 기록이었으며, 만약 바로크라는 녀석만 없었더라도 역대 최고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1차 관문에서 바로크라는 아이는 단지 앞을 향해 걷기만 했을 뿐이었다.
살기 위해 길길이 날뛰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1차 관문은 거대한 홀 안에 아이들을 집어넣고, 갖가지 병장기들이 곳곳에서 공격해 들어오게 만드는 일종의 트랙 비슷한 것이었다.
살기 위해서는 첫 입구에서 시작해, 300m쯤에 있는 문 앞에 당돌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때 자신은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뚫고 지나가는 창과 검, 화살 중 날아오는 검을 잡아채어 그것들을 쳐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바로크는 틀렸다.
맨몸으로.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몸으로 앞을 향해 걸어갔다.
그것이 끝이었다.
단지 앞을 향해 걸어간 것만으로도 마치 모든 무기들이 그를 피해간 듯 바로크는 문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단지 우연일 뿐이다. 빌어먹을 녀석.’
일론은 바로크가 모든 무기들을 피해간 것이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자신이 보았을 때 녀석은 걷기만 하였고, 모든 무기들이 그를 피해갔다. 때문에 우연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때, 자리에 묵묵히 앉아 있던 바로크가 일어나 병사를 향해 걸어가는 것을 발견하였다.
“죄송하지만, 연초 좀 얻을 수 있겠습니까.”
병사 앞으로 당당히 걸어간 바로크는 어처구니없게도 어린 나이에 연초(담배)를 요구했고, 병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연초 한 갑을 꺼내 던져 주었다.
사실 이 아레스 단체에서 훈련받는 아이들에게는 고된 훈련이 있기는 하였지만, 담배나 술, 모든 것이 지급되었다.
하나, 아직 어린 녀석들이었기에 어른들의 입맛을 몰라 그것들의 대부분은 병사들이 이용하곤 하였다.
연초를 받아 든, 바로크는 곧 다시 구석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는 연초갑을 열어, 안에 함께 들어 있는 성냥을 꺼내 불을 붙이고는 길게 연기를 내뱉었다.
“후우우.”
‘재밌는 녀석이야.’
한편, 그런 그를 바라보는 시선 중, 일론만이 있던 것이 아니었다. 이 아레스의 모든 관문을 통과해 제국의 인재 중 한 사람이 된 기사, 브록도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브록 또한 1차 관문 때 앞을 향해 움직이는 바로크를 보았었다. 그리고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론은 아직 어리기에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관문을 통과하고, 제국의 당당한 기사가 된 브록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