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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제1장. 초감각 소년 바로크(2)
소년 바로크는 병장기들이 어디서 날아올지, 어떤 식으로 올지 모두 알고 있던 것이다.
‘천재적인 청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브록은 바로크가 세상의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청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단정 지었다. 단지, 병장기들의 소리만으로도 어디서 날아올지, 어디서 나타날지를 알아챈 것이다.
‘나는 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당사자인 바로크도 그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 허공에 흩어지는 연기 사이로 그의 과거가 회상되기 시작했다.
진득하게 투명한 잔에서 출렁거리고 있는 와인 잔을 들고 서 있는 지훈의 눈은 지루함 그 자체였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투명 유리를 통해 비춰지는 서울을 보며 와인 한 모금을 음미했다.
‘지루하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같은 일상. 로봇과 다를 바 없는 삶이.’
지훈은 이 삶에 지쳐 있었다. 무엇 하나 자신에게 부족한 게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자신에게는 돈도, 능력도, 그리고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람이었다. 청각이면 청각, 후각이면 후각, 그리고 촉각이면 촉각, 인간이라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적인 부분이 특화되어 있었다.
눈은 매의 눈이라고 할 수 있고, 귀는 개보다도 뛰어났으며 촉각은 인간뿐만이 아니라, 어떠한 생명도 범접하지 못할 만큼 월등하였다.
거기에 두뇌 또한 비상한 그는 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생에 지쳐 가고 있었다.
타리릿.
와인 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그가 곧,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한 개비를 꺼내고는 불을 붙여 깊게 빨았다.
“후우우.”
가늘게 뻗어 나간 연기가 방을 서서히 메워 가기 시작했다. 재는 지훈이 한 모금 한 모금 빨수록 쉴 새 없이 타들어 갔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인식하지도 못할 만큼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길게 늘어진 재가 떨어지는 찰나.
투명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지훈이 다급하게 몸을 비틀었다.
쨍그랑!
타탓.
“이, 이런…….”
지훈은 시력 또한 남들보다 우월했다. 독수리의 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시력. 그의 시력은 5.0이었다.
그의 시력이 이내, 맞은편 건물 옥상에 있는 이런 일을 벌인 장본인을 찾아냈다.
투명 유리를 깬 것은 총알이었다. 물론 지훈은 청각을 통해 소리를 느껴 겨우겨우 피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대체 어떤 이유로…….”
지훈은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이해되지 않는 것보다 실상으로 자신을 노리는 이들이 참으로 많으니, 그중 누구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딸칵.
띠리릭.
딸칵딸칵.
“……!”
그리고 연이어 지훈은 잠긴 문을 따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 분명 최첨단 보안이 되어 있는 아파트였다.
하지만 자신의 청각은 상당한 전문가가 문을 따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타탓.
스르릉.
지훈은 그대로 몸을 한 바퀴 굴려, 마치 장식품처럼 걸려 있던 검집에서 검을 빼 들었다. 가검 따위가 아니었다.
진검이었다.
지훈은 천재적인 모든 감각이 뛰어났기 때문에 몸으로 할 수 있는 거라든지, 아니면 반응 면에서 남들보다 훨씬 앞섰다.
때문에, 그는 검에도 상당한 고수라 말할 수 있었다.
띠이잉.
철컥.
지훈이 문을 매섭게 노려보며 경계하자, 문을 딴 이와 검은 양복을 입은 이들이 들이닥쳤다.
“누구십니까?”
경계 어린 시선에 지훈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그들을 압도하기 위해 착 가라앉아 사내들에게 물었다.
“박하현 부회장. 기억하고 있나?”
이들을 이끌고 온 이로 추정되는 검은 양복을 입은 덩치가 지훈보다 한 뼘은 더 큰 사내가 지훈의 시선을 되받아치며 말했다.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고의적으로 고장 내어 김대호 회장을 죽이고, 회장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던 그 사람 말씀하시는 거군요.”
지훈은 박하현 부회장에 대해서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일부러 브레이크를 고장 내어 회장 김대호를 죽이려고 했었다.
하지만 때마침 그때 자신이 그 회사에서 잠시 일하고 있었기에 그 사실을 자신의 천재적인 청각을 통해 우연치 않게 알아낼 수 있었고, 회사 측에 알렸다. 박하현 회장은 그것으로 하여금 이제까지의 모든 비리가 들통 남으로써 감옥행을 면하지 못했다.
“그분께서 당신의 죽음을 원하는군.”
“후후.”
“……?”
지훈은 사내의 말에 겁 따위는 집어먹지 않는 듯 되레 조소를 띠었다. 그리고 자신이 집어 든 검의 검집을 벗겨 냈다.
“할 수 있다면 해 보시죠.”
스르릉.
검집에서 뽑아져 나온 진검이 빛에 반사되어 더욱더 날카로움을 발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진검을 들었다고 하여, 쉬운 싸움이 아닐 것이다.
분명 처음 자신을 공격한 것은 총이었다. 총을 보유하고 있는 조직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거의 정점에 선 조직일 것이다.
더군다나, 사내들의 품속에 사시미든 총이든 무엇이 들어 있을지 몰랐다. 사람을 위협하는 최고의 무기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거기에 반면, 자신은 진검 한 자루에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초인적 감각만을 무기로 삼고 있었다.
잠시 조직원들과 경계를 하자, 이내 처음 지훈에게 말했던 사내가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와 함께 조직원들이 매섭게 뛰쳐나왔다.
“이야얍!”
지훈의 앞으로 다가오는 조직원들의 품속에서 사시미가 모습을 발했다.
그에 지훈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고는 복부를 찔러 오는 사시미를 몸을 비틀어 피해 낸 뒤, 한 조직원의 팔을 검으로 그었다.
푸슈유육.
“크아악!”
조직원이 손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지르면서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하나, 쉴 틈은 존재하지 않았다. 곧 옆에서 지훈의 목을 노리고 들어오는 사시미가 있었으니까.
스우웅.
이미 청각을 통해 목을 공격하고 들어오는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지훈이 몸을 살짝 비틀어 피해 내고는 재빠르게 공격한 이의 뒤로 이동해 사선으로 등을 그었다.
푸슈유육.
“크으윽!”
“허억 허억.”
조직원 두 명을 벤 지훈의 입가에서 짙은 숨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 겨우 두 명을 베었다. 하지만 남은 숫자는 열 명이 넘어 보였다.
이렇듯 많은 수의 조직원들이 아파트의 내부까지 침입하는 것을 아파트 관리자들 측에서 몰랐을 리가 없다.
필히 금전적인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다. 때문에 경찰에 신고도, 그렇다고 누군가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번뜩.
흠칫!
다시 다가오려는 조직원들을 지훈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맹렬히 노려보았다. 그에 그들은 흠칫하였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은, 조직 폭력배들이 그의 눈빛에 기세가 눌린 것이다.
“한심한 녀석들.”
그에 이제까지 이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던 사내가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이며 지훈의 앞으로 다가왔다.
“청각이면 청각. 후각이면 후각. 그리고 미각이면 미각에 촉각까지. 장지훈 네 녀석은 세계적으로 모든 감각에 있어 특별남을 보이지.”
“…….”
지훈은 갑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사내를 묵묵히 노려보며 경계를 하였다.
그것을 보고 피식하고 입 한쪽을 올려 웃은 사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동물의 모든 감각을 가지고 있는 너는, 분명 반사적 감각 또한 뛰어날 터이지. 하지만… 과연 앞에서 쏘는 총을 피할 수 있을까?”
스으윽.
철컥.
담배를 입에 문 채 히죽 웃는 사내가 검은 양복의 품속에서 총을 꺼냈다.
그에 지훈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확실히 자신은 반사적 감각도 남들보다 우세하였다. 하지만, 앞에서 쏘는 총을 피할 수 있지는 않았다.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정말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멀리서 쏘는 총은 청각을 이용해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와 함께 몸을 날리면 된다지만 앞에서 쏘는 총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그대로 끝이었다.
몸을 날리는 것도, 피하는 것도 시간이 없었다.
“박하현 부회장님께서는 너에게 하나의 기회를 주셨다.”
“기회?”
기회라는 말에 지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용서를 빌 수 있는 기회.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중 하나에 꼽히는 기업의 회장이 될 수 있었던 자신을 망친 것에 대한 사죄할 수 있는 기회 말이지.”
사내의 말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지훈이 잘못한 것이 없었다. 한데, 사죄 따위를 하라니. 개소리였다.
“그렇게 되면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이지?”
“안락한 죽음.”
“후후. 재밌군.”
지훈은 조소를 띠었다. 안락한 죽음이면 뭐고, 개 같은 죽음이면 뭐란 말인가.
죽는다는 것은 모두 똑같았다. 단백질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지랄하지 마라.”
“후후후, 좋아.”
사내는 그의 말에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웃어 보이며 이내 방아쇠를 지훈의 팔을 겨냥하여 당겼다.
탕!
푹.
“윽!”
몸이 절로 반응하려 했지만 역시나 총의 움직임은 어쩔 수가 없었다. 팔에 총을 맞은 지훈의 발이 뒤로 한 발자국 주춤 물러났다.
탕!
탕탕!
그리고 연이어 나머지 팔과 양다리를 쐈다.
“지금 내가 한 행동은 너의 촉각을 망가뜨린 것이다. 뜨거운 고통 속에서 촉각은 힘을 잃겠지. 너의 그 모든 감각을 무너뜨려주지.”
탕탕!
푸슉!
푸슉!
“억!”
다리와 양팔에서 피를 흘리던 지훈의 양귀를 이내 총이 흩고 지나갔다. 상당한 조준력이었다.
지훈이 어느새 아까 전 유리를 뚫고 들어온 총알로 인해 깨져 버려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고 있는, 이제는 공간이 뻥 뚫려 버린 곳에 근접했다.
“크크크큭, 나의 모든 감각을 없애겠다고? 그렇다면 마지막은 여기겠군.”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지훈이 재밌다는 듯 웃으며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코를 가리켰다.
마지막은 코와 눈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내가 그렇게 해 줄 성싶나?”
지훈이 비릿하게 웃으며 바람이 들어오는 곳으로 몸을 이동했다.
그에 사내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그 순간 지훈이 몸을 날렸다.
“이런 빌어먹을!”
사내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여유로움이 낳은 결과였다.
수우우웅.
지훈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떨어져 내리면서 거친 바람이 자신을 감쌌지만, 마치 무언가 포근한 것이 감싸듯 안락하였다.
그렇게 지훈은 빠르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눈을 떴을 때는 이곳에서 이런 어린 몸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다니… 한데, 의문이야. 이 몸은 내가 가졌던 모든 감각을 지니고 있어. 아니, 그것보다 더욱 뛰어나.’
회상에서 벗어난 바로크가 연초를 버렸다.
자신은 알 수 없게도 정신을 차렸을 때, 이 어린아이의 몸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바로크. 알 수 없는 이였지만, 어찌어찌하여 이렇듯 이 ‘아레스’라는 단체까지 오게 되었다.
또 놀라운 것은, 자신의 전생에서보다도 더욱 놀라운 신체적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적 요소. 그것이 자신의 전생보다도 뛰어난 것이다.
얼마나 뛰어났던지, 누군가 주먹을 날리면 그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느껴질 정도로 그의 몸이 빠르게 반응하였다.
‘나는 이곳에서 과연 내가 느꼈던 지루함을 떨쳐 낼 수 있을까?’
문득 아이들을 바라보며 바로크가 생각했다. 전생의 지루함. 하지만 과연 이곳에서는 자신의 전생에 대한 지루함과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게 해 줄지 아니면, 전생과 같은 삶을 반복일지 그것은 지켜보아야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 확실한 것은 이 생에서도 자신과 같은 아니, 바로크 같은 감각을 가진 초감각 인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