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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제2장. 혼자였던 사내(1)


아레스의 첫 번째 관문.
그것은 소년소녀들이 감추고 있는 반사적 능력을 보기 위함이었다.
사람이나, 동물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위험이 닥치거나 하면 반사적인 행동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중. 그 반사적 감각이 일반인들보다 뛰어난 이들이 존재하였다.
물론 첫 번째 관문에서 단지 운이 좋아서 통과한 아이들도 무척 소수이겠지만 몇몇 있을 것이다.
하나, 1차 관문을 통과한 대다수의 아이들이 반사적 능력이 일반 아이들에 비해 높은 수준에 속할 것이었다.
“두 번째 관문은 정신적 싸움이겠군. 어린 녀석들이 하기에는 힘든 일이야. 하나, 아레스라는 단체에 나약한 이들은 필요치 않지.”
집무실에 앉은 크론이 내일 시작될 2차 관문을 생각했다.
2차 관문은 1차 관문이 몸의 반사적 감각을 시험한 것이라면, 2차 관문은 정신력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차 관문에서는 목숨을 잃거나 하는 아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치는 아이들이 상당수 존재할 것이다. 그 아이들은 제국의 허가를 받았기에 그대로 죽음이라는 것을 받게 될 것이다.

뚜벅뚜벅.
100여 명 정도의 아이들을 병사들이 둘러쌓은 채 홀에서 벗어나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얼굴로는 초조함과 불안감이 한껏 엿보였다.
첫 번째 관문에서 비록 살아남았다고 하지만, 두 번째 관문이니 더욱 힘들고, 고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끼이익.
거대한 철문이 한 병사로 인해 문이 열렸다.
그와 함께 쭉 나열되어 있는 300개 정도 되는 방의 문이 보였다.
“……?”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토록 많은 방의 존재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각자 원하는 방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브록이 의아한 표정의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에 잠시 두리번거리며 불안해하던 소년이 손을 들어 올렸다.
“저기…….”
“뭔가.”
브록의 얼굴이 한껏 찌푸려져 소년을 노려봤다.
흠칫.
“이, 이 방들에서 뭘 하는 거죠?”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너희들은 이 방에서 1년을 살면 되는 것이다.”
흠칫 놀라면서도 소년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질문했고, 브록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브록의 말에 아이들의 얼굴이 펴졌다.
어렵고 고된 것일 줄 알았더니, 방 안에서 1년을 살라니. 아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쉬운 일은 없어 보였다.
‘안타깝군.’
얼굴이 활짝 펴진 아이들을 보며 브록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쉬운 것처럼 보일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러 명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한 명 한 명이 방 하나씩 들어가는 것.
그것은 즉 1년 동안 해가 들지 않는 좁디좁은 방 안에서 홀로 살아야 하는 것이었다.
사람에게 가장 큰 고통 중 하나가 외로움이었다. 또한, 아무하고도 접촉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은 사람의 정신을 망가뜨리고, 미치게 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도 알지 못하게 할 때도 있다.
때문에 이 두 번째 관문이 첫 번째 관문보다 힘든 일이었다.
터벅터벅.
안도하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브록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가장 앞의 방으로 걸어가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일론. 커라테스 후작가의 차기 가주였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그의 얼굴은 상당히 굳어져 있었다.
‘힘들겠지. 하지만 이런 것조차 버티지 못하면 난 커라테스 후작가를 이을 남자가 되지 못할 것이다.’
끼이익.
쿵!
그의 손이 문을 열고 이내 거칠게 닫으며 그가 들어갔다.
그가 사라지고, 이내 병사들이 아이들을 통제하였고, 곧 하나둘 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아이의 비명 소리가 퍼졌다.
“으아아악!”
“무슨 일이냐?”
아이의 비명에 한 병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아이가 들어간 방의 문을 열어 확인했다.
안에는 소년이 엉덩방아를 찧은 상태였고, 그의 앞으로는 작은 체구의 해골이 하나 있었다.
“이런, 치우는 것을 깜빡했나 보군.”
병사가 해골을 발견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그것을 들어 방을 유유히 나섰다.
아직 방에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은 해골을 보며 눈이 파르르 떨렸다.
‘이제 열 살이나 넘은 아이들의 정신력을 시험하겠다는 건가? 재밌군. 이 아레스라는 단체 흥미로워.’
눈을 떨며 병사의 손에 옮겨지는 해골을 보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바로크의 입가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곧 바로크가 가장 가까운 곳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쿵.
“칠흑 같은 어둠. 3평 내지의 조그마한 방. 이곳에서 1년이라…….”
안으로 들어온 바로크가 방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어둡자 말끝을 흐렸다.
하나, 곧 다시 그의 입가가 웃었고, 벽에 기대어 앉았다.
“난 원래부터 혼자였지. 어둠 속에 홀로 선 것보다도 더욱 내 삶은 어두웠다.”
머리를 벽에 기댄 바로크가 어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괴, 괴물!’
‘저, 저건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저런 일이 가능한 거야?’
문득 머릿속에 자신을 괴물 보듯 바라보며 말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에 씁쓸함이 머금어졌다.
모두들 자신을 괴물 바라보듯 피했다. 친구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이상한 존재였으니까.
그렇게 밝았지만 자신은 어두운 곳보다 더 어둠이 짙은 곳에 있었다.
때문에 자신에게 이런 것은 별 개의치 않은 일이었다.
“후후, 담배를 1년 동안 못 피는 것은 정신적으로 타격이 있기는 하겠군.”
여유로움 속에서 그가 내뱉은 말이었다.

“자네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둡고 좁은 그 방 안에서 무엇을 했나?”
“예?”
크론의 말에 브록이 되물었다.
그에 정리하던 서류를 한쪽에 내려놓은 크론이 그를 바라봤다.
“그곳에서 1년 동안 무엇을 했냐는 말일세.”
“아… 저는 신체를 다지거나 아니면 마나심법을 운용했습니다.”
“우리의 뜻대로 움직여 줬군. 마나심법이라…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마나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배운 적이 있나 보군.”
마나심법이라는 말에 크론이 말하자, 브록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희 가문은 몰락해 가던 기사 가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레스라는 단체의 소식을 접하고 제가 이곳에 오게 되었었지요.”
그의 입가로 씁쓸함이 생겨났다.
“그렇다면 자네 가문은 자네를 이곳에 보낸 데에 대한 확실한 값어치를 얻었겠군. 하지만 자네와 다른 경우가 사실 더욱 허다하다는 것은 알 걸세.”
크론의 말을 브록이 경청하였다.
“아이들이라는 존재들은 순수하다고 말하지, 하지만 순수하기도 하지만 무기력하고 어리석고, 세상 물정 모르는 한낱 어리광이나 부리는 쓸모없는 녀석들이라고 하는 것이 옳으네. 그중 그나마 철이 들고, 세상 물정 아는 녀석들만이 1년 동안 그 좁디좁은 방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겠지. 설령 그곳에서 미치지 않고 나온다고 해도, 자신이 할 일을 찾지 못하고 나온 녀석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
브록이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자신은 그 방 안에서 삶의 의미를 잃었었다. 더구나 2개월 정도 방 안에 있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인지도 까먹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낼 수 없어 가벼운 몸 운동으로 몸을 다지기 시작했으며, 본래 알고 있던 마나심법을 하루에도 몇 시간씩 틈틈이 하였다.
그리고 그 효과는 방에서 나오자마자 확연하게 차이를 보여 줬다.
밖에서 편하게 놀듯이 무언가를 얻은 것에 비해 더욱더 일취월장하여 있었다.
더군다나 검술을 배운 아이들은 방 안에서 검술 연습을 할지도 몰랐지만, 마나심법이나 혹은 가벼운 운동밖에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은 그것만을 익히고 반복할 것이다.
마나심법은 모든 마나의 움직임에 기초가 되는 것. 1년이란 시간 동안 마나심법을 운용한 아이들은 어느새, 마나심법과 하나가 되어 있을 것이다.

“후우우…….”
작은 독방 안에 자리를 잡고 앉은 바로크의 양 중지 손가락이 가운데에 붙어서 배에서 시작해 천천히 하늘을 향해 움직였다.
하늘로 올라갔던 손은 이내 마치 방 안의 모든 것을 느끼듯 쫙 펼쳐져 서서히 내려가더니 딱 중간 부분에서 멈춰졌다.
그리고 곧 오른손은 하늘로 왼손은 아래로 향하며 천천히 원을 그렸으며, 원을 그린 양손은 이내 다시 가운데에서 물결을 치는 것과 같이 움직였다.
“후우우우.”
물결을 치는 것과 같이 천천히 팔 동작을 휘면서 움직였던 그가 이내 다시 중지끼리 만나게 하여, 천천히 배의 밑부분으로 내리며 이내 눈을 부릅떴다.
후우우웅!
덜덜덜덜.
눈을 부릅뜨는 순간 놀라운 일이 생겨났다. 독방 안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한 것이다.
이런 일을 벌인 바로크 본인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태극권의 영향력이 여기에서는 이 정도까지란 말인가…….”
방금 전 바로크가 취했던 행동은 태극권의 호흡을 다지는 동작이었으며 배에 힘을 주고, 자세를 곱게 편 채 단전에 기를 모으는 자세였다.
본래 기라는 것은 사람의 몸 자체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전에 바로크가 살았던 곳에서의 이 태극권은 기를 단전에 모음으로써 부드러움과 포근함, 그리고 오장육부를 단련해 주는 그런 효과가 있었다.
하나, 이곳에서는 다른 효과가 일어나는 듯싶었다.
이곳에서 태극권의 단전호흡을 시행하니, 몸 안의 기가 회오리치는 듯하였고, 이 기의 틈 안으로 외부의 이곳에서는 마나라고 칭하는 하나의 에너지가 몸속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그것은 곧 단전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숨을 내뱉는 순간, 자신의 몸 안에 잠재되어 있던 마나들이 흩어져 나가며 진동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었다.
‘태극권은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것. 또 한편으로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이곳 아스란트 대륙에서는 공기처럼 가득 차 있는 마나가 자연과 같으니 이곳에서만큼은 태극권이 특화되어 있다는 것과 같겠군.’
바로크가 내린 결정이었다.
태극권은 예로부터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긴다는 권법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자연과 일심동체가 돼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이곳에서의 자연을 느끼는 것은, 즉 마나를 느끼는 것과 같았기에 태극권 자체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권법보다는 검술이 더 앞장서 있지. 검을 쥔 것과 주먹을 쥔 것은 차이가 크다.”
바로크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태극권의 권법을 버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엄연히 검을 쥔 것과 주먹을 쥔 것의 차이는 상당했다. 주먹은 타격을 주는 타격기이지만 검은 베기 위한 살생 도구이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1년. 또 나의 천재적인 감각은 주위의 공기와 그 속의 마나까지도 느끼고 있다. 잘 만하면 태극검이 탄생할지도 모르겠군.”
바로크의 입가로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태극검이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그가 이곳에서 1년 동안 하려는 일이었다.

“후욱후욱.”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현재의 바로크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만큼 이곳은 깜깜하고, 시간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숨을 내뿜는 바로크의 입에서 푸른 무언가가 들어갔다가 나왔다 하는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났다.
어두웠지만, 그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마나만큼은 숨길 수 없었던 것이다.
일심동체.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바로크는 자연이 되어 있었다. 이 어두운 방 안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냐만은, 세상 전부가 자연인만큼 그에게는 이 작은 독방 하나와 일심동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하압!”
수우웅.
푸우웅.
“흐아압!”
수우웅.
파아앙!
숨을 쉬던 바로크의 손에는 젓가락이 쥐어져 있었다. 자신에게 검은 없었다.
때문에 가장 비슷하다 할 수 있는 젓가락을 든 것이다. 어차피 태극검은 강함을 부드러움으로 이기는 것. 젓가락이든 뭐든, 부드러움을 낳으면 강함을 이기게 되는 것이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벽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강타하며 독방 안이 진동하였다.
벽을 강타한 것은 다름 아닌 마나의 힘이었다. 아니, 자연의 힘이었다.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위험한 자연. 그것이 바로크의 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후우우.”
이내 바로크가 호흡을 다지며 손을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그리고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곤 편한 자세로 앉았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 부족하다. 힘이 제어가 되지 않고 있어. 더군다나, 아직 태극검을 완전히 창안해 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