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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신병 오시리스 1권(25화)
chapter.9 이스트 웨이, 의외의 만남(4)


레드 웨일

통칭 붉은 고래.
고위급 인사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이스트 웨이에서 가장 큰 고급 클럽 하우스였다. 대륙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상회가 운영하는 곳이며, 뒷골목 갱단들 대부분이 충성을 바치는 암흑계 보스의 거처이기도 했다.
척 봐도 높은 담장과 고급스러운 대문은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제프는 망설이지 않았다.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 대문 앞으로 다가갔다.
척―!
“잠깐 안쪽에 용무가 있으십니까?”
문지기의 물음에 제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고급은 다르다는 것일까?
지금의 제프는 거지꼴이나 다름없는데도 함부로 무례하게 굴지 않았다.
“클럽의 회원이신지요?”
“아뇨, 회원은 아니에요.”
“그럼 혹시 어떤 분의 초대를 받으셨습니까?”
말투는 공손하지만 제프를 살펴보는 눈빛만큼은 칼날보다도 매서웠다. 잘 단련된 안목으로 눈앞의 인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판별하는 것이었다.
“아뇨, 초대받지 않았어요.”
“……그렇습니까?”
제프가 고개를 젓자 문지기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죄송합니다만 저희 레드 웨일은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회원이나 초대장을 가지고 계시지 않다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그래요? 방법이 없나요?”
“예, 방법이 없습니다.”
단호한 축객령이었다. 더불어 더 이상 귀찮게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싸늘한 눈빛도 따라붙었다.
“아, 저기 초대장은 없지만 원래 출입 허가는 있었는데요.”
“출입 허가라고요? 어떤 분으로부터 말씀이십니까?”
“붉은 고래요.”
“……?!”
문지기의 눈빛이 바뀌었다. 당혹, 살기, 경악. 여러 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인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붉은 고래요. 튜폰 씨 말인데, 오늘 있나요? 원래 월말엔 항상 있었던 것 같은데.”
“……?!”
어찌나 놀랐는지 대머리인 문지기는 머리 위까지 새하얗게 질려서는 입술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의심을 하거나 살기를 뿜어낼 단계는 지났다.
그는 더듬더듬 극도의 공손함을 담아 질문했다.
“시, 실례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제가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성함을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제프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프 헤르메스. 제프라고 하면 알 거예요.”
“아, 예.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후다닥 안쪽으로 뛰어갔다가 금세 다시 나온 문지기는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며 제프를 안내했다.
화려한 입구를 지나 건물 옆의 비밀스런 정원으로 들어가더니 커다란 별채로 그를 안내했다.
궁전만큼이나 화려한 곳이었다.
문지기는 고가의 미술품과 크리스탈 장식으로 가득한 방에 그를 안내하더니 연신 처음에 죄송했다고 고개를 십여 번이나 숙인 뒤에야 제자리로 돌아갔다. 시종과 여자를 권했지만 제프가 거절했다.
철컥―!
제프는 고급스런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
다시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나타난 것은 30분 정도가 더 지난 뒤였다.
“튜폰 씨!”
“…….”
나타난 것은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살짝 갈색이 도는 금발 머리를 귀밑에서 단정하게 자르고 화려한 은색 문양을 수놓아진 검은색 벨벳 옷을 입고 있었다.
나이도 어리고 덩치도 크지 않지만 전신에 왠지 모를 위압감이 감돌았다. 오똑한 콧날과 선량한 눈매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눈빛에선 그 나이 또래의 소년이 가질 수 없는 싸늘한 한기가 감돌았다.
그의 이름은 튜폰.
레드 웨일의 주인이자 대륙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동부상회의 숨겨진 정통 후계자였다.
“튜폰 씨! 반가워요! 잘 지냈어요?”
“…….”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제프가 반가운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하지만 튜폰은 반기지 않았다.
차가운 눈으로 제프의 몰골을 위아래로 훑더니 불쾌하다는 듯이 아미를 찌푸렸다.
“너는 변한 것이 없군.”
“네?”
“불쾌하다. 말하지 마. 숨도 쉬지 마.”
“엑……?”
튜폰은 뒤를 돌아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루, 람.”
철컥―
그러자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왔다. 건장하고 잘생긴 두 명의 청년으로 깔끔한 검은색 의복 위로 잘 단련된 육체가 언뜻언뜻 드러났다.
튜폰의 옆에 시립한 두 사람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예! 도련님.”
“예! 도련님.”
튜폰은 불쾌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이 녀석 강제로 씻겨서 데려와. 물론 10분 안에. 도망가면 때려도 좋다.”
“예!”
절도 있게 걸어온 두 청년이 제프의 양팔을 붙잡았다.
“엑! 자, 잠깐! 튜폰 씨! 저는 이대로가…… 우아악!”
발버둥 치며 나름대로 반항해 봤지만 아무런 소용없었다. 두 청년은 빈틈이 없었다.
제프는 곧장 복도 끝 욕실로 끌려갔고, 10분 안에 강제로 씻긴다는 게 어떤 건지를 체험할 수 있었다.
“우욱…… 더럽혀졌어…….”
무릎을 꿇고 절망하고 있는 제프에게선 은은한 쟈스민 향기가 났다.
“이제야 봐줄 만하군.”
“우으…….”
“시끄러워! 그만하고 자리에 앉아라.”
소파에 앉은 튜폰은 차가운 눈빛으로 제프를 쳐다봤다.
“지 맘대로 떠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온 거냐?”
“우으…… 네? 뭐라고요?”
“……내가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하는 건 잘 알 텐데?”
“아, 하하……. 죄송해요오…….”
상냥한 눈매에 살기가 더해지자 보는 사람 입장에선 더욱 두려웠다.
제프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와서 앉았다.
“정보를 얻으려고 왔어요.”
“정보?”
“네, 지금 멤피스의 정세랑…… 대장군 야누스의 목표. 그리고 저랑 제 일행의 지금 상황이랑 비블로스 공국의 현재 연구 진척 결과를…….”
“잠깐, 잠깐!”
가만히 놔두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기세라 튜폰은 황급히 말을 중지시켰다.
“그걸 다 알겠다고?”
“네.”
“……제정신이냐?”
“네? 물론이죠. 저는 항상 제정신이에요. 하하! 오랜만에 봐서 잊어버리셨나 봐요오?”
배시시 웃는 제프를 보며 튜폰은 혀를 찼다.
“쯧. 천만에. 선명하게 기억했다. 너는 어릴 때부터 제정신인 적이 별로 없었어.”
“에이, 친구끼리 너무한 거 아니에요?”
“웃기는군. 친구끼린 존댓말을 쓰지 않아.”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튜폰에게선 어쩐지 투정을 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 삐진 거예요?”
“갑자기 왜 왔나 했더니 죽고 싶었나 보군.”
“으아, 잠깐 잠깐! 농담이에요! 농담!”
으르렁거리는 튜폰에게 제프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이건…… 아시잖아요? 저는 아버지 빼곤 모두 존댓말을 써야 해요.”
“흥! 하긴 그랬지.”
“헤헤. 그나저나…… 알려 주실 수 있으세요? 그거 지금 저한테 꼭 필요한 정보인데.”
“…….”
튜폰은 마치 보석을 감정하듯 말없이 제프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리고 제프는 튜폰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진심이냐?”
“네, 물론.”
“흥!”
튜폰은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루와 람에게 손짓을 했다.
찰칵―
문이 닫히고 방 안엔 두 사람만이 남았다.
튜폰의 목소리가 차가운 바람처럼 낮게 깔렸다.
“잘 아는 사이일수록 계산은 정확해야 하는 법이지. 네가 요구한 정보는 상회 쪽에서 A급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다. 겉핥기 식의 정보라면 별 상관없지만, 네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닐 테지.”
“헤헤, 정확하시네요.”
“웃지 마. 이번만큼은 장난을 받아 줄 수 없다. 시국이 뒤숭숭한 게 예감이 좋질 않아. 실수로 발만 잘못 디뎌도 순식간에 목이 날아가는 시대다.”
“…….”
“함부로 행동하기엔 내 어깨에 걸린 생명들이 너무 많아. 그러니 내 도움을 원한다면 너도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져라.”
튜폰의 목소리엔 지도자에 걸맞은 위엄이 서려 있었다.
제프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사라졌다. 진지한 얼굴, 지혜로운 눈빛으로 솔직하게 튜폰에게 맞섰다.
“미안해요. 지금부턴 진지해질게요.”
“…….”
“저는 정보를 원합니다. 아니 동부상회. 레드 웨일의 주인의 도움을 얻고 싶습니다.”
“대가는?”
“얼마가 필요하죠?”
튜폰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매달렸다.
“돈으로 따지면 갚을 수 없을 텐데?”
“돈으로 갚지는 못해요.”
“그럼?”
“저희가 어릴 때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죠?”
“……?”
튜폰의 눈이 찌푸려졌다.
“지금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아뇨, 관계가 있어요. 제가 그 정보를 바라는 이유가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거든요.”
“……꿈이라고?”
“네, 그러니 제가 약속할게요.”
스읍―
크게 숨을 들이쉰 제프가 마음을 가다듬고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동부상회를 대륙제일 상회로 만들어 드릴게요.”
“……!”
“튜폰 씨의 꿈, 제가 이루어 드릴게요.”
콰당탕―
둘 사이에 놓여 있던 탁자가 뒤집어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튜폰에게서 숨이 막힐 듯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장난이라면……. 아무리 너라도 죽인다!”
“장난…… 아니에요.”
“넌 지금 내 일생의 목표를 그렇게 쉽게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거냐?”
“쉽……지…… 않아요…….”
“그러면!”
콰직!
한 걸음 내딛은 튜폰의 발밑에서 탁자가 산산조각 났다.
날카로운 나무 파편이 제프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주르륵―
흘러 내린 피가 한 방울 툭 떨어졌다.
“저는…… 진심이에요…….”
“…….”
“제 약속……. 그리고 목숨……을 걸게요.”
튜폰의 눈빛이 흔들렸다.
흘러 내리는 붉은색 핏방울. 진지하게 가라앉은 제프의 눈동자.
튜폰은 그 순간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제프는 그런 녀석이었다. 장난스럽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고, 가볍지만 허풍은 떨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면 그건 진실이었다.
그가 약속했다면…… 그건 반드시 이루어졌다.
“후우…….”
살기를 거뒀다. 다시 소파에 앉은 튜폰은 한심하다는 듯이 제프를 쳐다봤다.
“네가 밑지는 장사군.”
“헤헤.”
“웃지 마. 보기 흉하다.”
삐딱하게 쏘아붙인 튜폰은 선심을 쓴다는 듯 손을 까딱거렸다.
“방법을 말해 봐. 들어는 주지.”
“그건…… 승낙이에요?”
“흥! 그건 들어 보고 나서 결정할 거다.”
제프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레드 웨일의 중심부. 동부상회의 숨겨진 후계자가 앉아 있는 상계의 최심처.
그곳에서 제프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으다다다―!”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켜는 누트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는 젖은 머리를 대충 수건으로 털어 낸 뒤 탁자 위에 놓인 시원한 맥주를 쭉 들이키면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크으―! 역시 삶이란 이래야지! 내가 이 맛을 잊고 살았다니!”
“기분 좋으십니까?”
“그럼! 하하, 날아갈 것 같은데?”
쥬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 좋은 것도 이해가 되었다.
두 달이나 밀린 기름때를 깨끗하게 싹 벗겨 냈다. 뜨거운 물에 몸도 녹였고, 땀을 뺀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도 충분히 느꼈다.
이 이상의 행복이 어디에 있겠는가?
평소 감정을 절제하는 쥬드조차 환호성을 내지르고 싶은 기분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거 봐. 돈이 좋긴 좋지?”
“뭐 그렇긴 합니다만.”
“하하. 내가 능력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지금 네가 입고 있는 새 옷도 내 능력으로 산 거란 말이지!”
“범죄 능력을 자랑하지 마십시오.”
톡 쏘아붙였지만 쥬드도 이제 그리 싫은 내색은 하지 않았다.
누트는 활달하게 씩 웃으면서 은근하게 물었다.
“어이, 쥬드. 이참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
“수도에 있는 기사단 말이야. 어때? 재밌었어?”
누트의 목소리엔 기대감이 잔뜩 실려 있었다.
쥬드는 기억을 떠올리듯 시선을 위로 올렸다.
“호루스 기사단…… 말입니까?”
“그래 그거. 어땠어? 정말 소문처럼 삐까번쩍한 엘리트 인재들이 한가득 모여 있는 토끼 굴이야?”
“토끼…… 굴이요?.”
“응? 아아, 우리 용병들은 그렇게 불렀어. 가끔 전쟁터에 나오는 호루스 기사들은 다 재수 없었거든. 어찌나 높으신지 우리랑은 말도 잘 안 섞고 말이야.”
“…….”
“하하 쥬드는 아니지만 말이야. 아무튼 대답 좀 해 봐! 다들 뛰어나다던데, 정말 천재들만 모여 있는 거야?”
쥬드는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문득 그를 괴롭히던 토트와 라울의 얼굴이 떠올랐다.
‘훗! 그럴 리가 없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삐까번쩍한 엘리트 인재?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그 두 사람을 생각하면 엘리트는커녕 인재란 말도 아까웠다.
‘하지만…….’
그렇지만 호루스엔 엘리트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천하의 쥬드도 만만히 보지 못하는 한 명.
하나로 질끈 묶은 검은색 머리카락. 그리고 바다처럼 깊은 눈동자를 가지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청년.
‘아론 임펠리아칸.’
문득 궁금해졌다. 아론은 그 다음으로 소환 의식을 하기로 했었는데 과연 어떤 기체가 나왔을지.
“어이, 쥬드?”
“……아, 예.”
“쳇! 대답 안 해 줄 거야?”
어린아이처럼 입을 삐쭉거리는 모습을 보며 쥬드는 조금 웃어 버렸다.
아무리 철없이 굴어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 그게 누트였다.
“호루스 기사단 말입니까?”
“어.”
“그곳은…….”
그런데 쥬드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못했다.
“어? 쥬드, 왜 그래?”
우당탕―!
거칠게 일어선 그의 뒤로 나무 의자가 쓰러졌다.
쥬드는 흔들리는 눈으로 가게의 창밖으로 지나가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감히!”
“어? 쥬드?”
우드득― 파삭!
그의 손에 들린 맥주잔의 손잡이가 깨져 버렸다.
쥬드는 여관의 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딸랑―!
문에 달린 방울이 울렸다.
지나가던 두 사람이 별 생각 없이 힐끗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두 사람은 유령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 되었다.
“우와악!”
“너, 너는!”
경악 섞인 외침 뒤로 두 사람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말도 안 돼! 너는 죽었을 텐데……?”
“어,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쥬드의 싸늘한 눈이 두 사람을 노려봤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익숙한 얼굴을 지나, 평범한 여행객으로 보이는 옷, 그리고 가슴엔 호루스의 메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메달이 없어?’
뜨겁게 달아올랐던 머릿속이 조금 식는 듯한 기분이었다.
“토트, 라울.”
쥬드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들. 그 이름을 들으며 설마하고 있던 두 사람에게 확신을 주었다.
“물어 볼 것이 있다.”
“…….”
토트와 라울이 서로를 쳐다봤다. 미묘한 눈짓으로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는 냅다 뒤돌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너!”
콰당탕!
“꺄악!”
“우왓! 거기!”
두 사람에게 부딪친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쥬드의 눈이 뜨겁게 타올랐다.
“……도망을 쳐?”
휙―
땅을 박찬 쥬드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사람들이 부딪치고 비명 소리가 들렸다.
한밤의 이스트 웨이.
난데없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거신병 오시리스』 2권에서 계속>

◆ 큐브
: 거신병의 심장. 의식에 쓰이는 소환 도구. 왕궁의 지하 유적엔 정육면체인 큐브가 거대한 정사면체의 피라미드 탑처럼 쌓여 있다.
큐브 하나하나엔 각자의 거신병이 잠들어 있으며, 한 번 소환된 거신병은 큐브가 파괴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기체의 안정화와 마나 충전을 위한 신관(마법사)의 조정이 필요하다.

◆ 거신병
: 고대의 병사라고 사료되는 기갑 병기. 달의 기운이 강성할 때 큐브와 사용자를 매개체로 유적에서 의식을 하면 소환할 수 있다.
기체의 색깔에 따라 그 능력의 크기가 다르며, 일반적으로 마법, 오라, 그리고 마나포를 제외한 모든 인간의 병기가 통하지 않는다.
가슴이 열려 그 안에 탑승할 수 있는 탑승형이며, 거신병을 부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거신병뿐이다.
모든 거신병의 외형은 각기 다르다.
의지가 없는 것이 보통이지만, 야누스의 태양왕이나 크로노스의 해신, 뇌신, 살렘의 세라핌과 같은 최상급 거신병은 스스로의 의지로 주인을 보호했다는 일화가 있다. 증명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