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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왕무적 1권(25화)
八章 습격(5)


휘릭!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유현의 신형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사자후.
“멈춰라.”
평범한 사자후가 아니다.
만인을 짓누르는 기운을 담은 사자후다.
그 충격에 전장의 전투가 멈췄다. 공력이 약한 자는 비틀거리며 주저앉기까지 했다.
그와 함께 진유현의 오른손에 뇌신기가 감겼다.
번쩍!
콰르르르릉!
뇌신기가 사도명을 노리고 쏘아져 갔다.
쾅!
사도명이 북리천을 노리던 검을 돌려 뇌신기를 막은 순간이었다.
휘리릭!
진유현의 신형이 어느새 북리천의 앞에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사도명을 잠시 살피던 진유현이 고개를 돌려 북리천을 바라보았다.
북리천의 얼굴빛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내상이 심한지 입가에는 계속해서 핏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전신을 부들부들 떠는 것으로 봐서는 쉽게 나을 내상이 아니었다.
몇 달은 요양해야만 하는 내상. 그것도 최소한으로 잡은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진유현의 물음에 북리천이 고개를 들었다.
“큭. 괜찮네. 그런데 소협은 누구신가?”
“진유현이라 합니다.”
그에 북리천의 눈이 크게 부릅떠졌다.
“뇌왕.”
뇌왕 진유현.
현 무림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자였다.
북리천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뇌왕의 본가인 진가장에 도움을 요청하러 간 아들 북리성을 찾는 것이다.
“급한 것 같아 제가 먼저 왔습니다. 북리 소협은 곧 도착할 겁니다.”
“고맙네. 그리고…….”
북리천은 말을 잇지 못했다. 중간에 사도명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호오. 네가 뇌왕이라는 애송이냐?”
그 말에 진유현이 사도명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탈혼검이라는 노물이 맞겠지?”
“끌끌끌. 재미난 녀석이군.”
사도명의 흥미로운 시선이 진유현의 전신을 샅샅이 훑고 지나갔다.
그렇게 진유현을 살피던 사도명의 얼굴이 굳어졌다.
진유현의 전신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말 놀랍군. 어떻게 그 나이에 초절정에 오를 수 있는 것이지? 아무튼 뇌신이 대단하기는 대단하군.”
사도명의 말에 진유현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 끼치게 하는 미소였다.
“사부님은 너 같은 노물 따위가 함부로 입에 담을 분이 아니시다.”
사도명을 무시하는 태도.
사도명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버릇이 없군. 뇌신이 그렇게 가르치더냐?”
“배분으로만 따져도 나는 너의 아래가 아니다. 그리고 버릇이 없는 것은 바로 너겠지. 분명히 경고하는데, 너의 더러운 입에 사부님을 담지 마라.”
진유현의 말에 사도명의 입가가 비틀렸다.
지금껏 그 누구도 자신에게 저런 말을 한 자는 없었다. 그것은 성주인 혈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비록 뇌신의 제자라지만 새파랗게 어린 진유현이 자신에게 막말을 하자, 사도명의 전신에서 싸늘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놈, 그렇게 죽고 싶다면 당장 죽여 주마.”
휘이잉!
사도명의 단전에서 사령기(邪靈氣)가 꿈틀거리며 퍼져 나왔다.
사이하면서도 진득한 살기.
사령기가 주변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진유현의 전신에서도 뇌신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십시오.
스윽.
진유현의 전음에 북리천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벗어났다.
둘 모두 초절정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몸 상태로는 둘이 내뿜는 기세조차 견딜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이럴 땐 빨리 물러서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파지지지직!
북리천이 물러나자, 진유현의 몸에서도 본격적으로 뇌신기가 뿜어져 나왔다.
쿠오오오!
후우우웅!
사령기와 뇌신기.
두 기세의 충돌에 비검문이 요동쳤다. 그 영향으로 다른 전투도 모두 멈췄다.
비검문을 장악하던 광기를 몰아낼 정도로 두 기세는 굉장했다.
두 기세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를 밀어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세가 정점에 이르는 순간.
사도명이 먼저 움직였다.
번쩍!
사도명의 검에서 시작되는 검광.
광혼일검이 진유현을 노리고 번개같이 쇄도했다.
우우우웅!
만만치 않은 기세에 진유현의 손에 뇌신기가 맺히고, 광혼일검을 후려쳤다.
콰앙!
한차례의 폭음.
진유현이 뇌신기가 맺힌 손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광혼일검을 막은 순간, 아주 작고 미세한 사령기가 뇌신기를 뚫고 내부로 침입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도명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비록 어느 정도 힘에 여유를 두고 광혼일검을 펼쳤다지만, 진유현이 너무 수월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진유현의 방어하는 모습에 어떤 위기감을 느꼈다.
텅.
그에 사도명이 선공을 취하기로 하고는 진유현을 향해 짓쳐 들었다.
사령기의 기운이 모여 강기를 이룬 검이 진유현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탈혼십사검(奪魂十四劍).
사도명의 검에서 성명절기인 탈혼십사검이 연이어 펼쳐졌다.
파지직!
그에 진유현이 뇌신기가 맺힌 양손을 번개처럼 휘저으며 대항했다.
콰콰콰콰쾅!
폭음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두 기운의 충격파에 근처에 있는 무인들마저 말려들어 목숨을 잃어 갔다.
사도명의 탈혼십사검은 지독히도 잔인하고, 집요한 검법이었다.
일 검만 허용해도 목숨이 위험한, 하나같이 치명적인 요혈들만 노리고 들어갔다.
특히 사령기의 사이한 기운이 뇌신기와의 충돌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진유현의 내부로 파고들려고 했다.
진유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탈혼십사검에 비해 진유현의 뇌신기가 더 빨랐다.
그리고 파괴력에서도 더 강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진유현은 수비하기에 급급했다.
사도명의 공격이 자신의 미세한 빈틈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험에서 오는 차이.
그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콰콰쾅!
파지지지직!
계속 수세에 몰리자 뇌신기가 진유현의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뇌정천벽.
콰아아앙!
탈혼십사검과 뇌정천벽의 충돌.
비검문 전체를 울리는 폭음이 터져 나왔다.
공간이 뒤틀리며 모든 것을 밀어내는 충격파.
저벅.
진유현은 그 충격파에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한 걸음 전진했다.
우우우웅!
파지지지직!
전신에서 뿜어지는 뇌전이 응집되고 있었다.
진유현의 오른손에 맺힌 뇌전의 광구.
절대적인 파괴력을 자랑하는 뇌격포가 사도명을 노리고 쇄도했다.
후우웅!
뇌격포의 기운에 대기마저 울어 댄다.
그 기세에 사도명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뇌격포에 담긴 지독히도 강력하고, 패도적인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느낀 사도명이 단전에 있는 사령기를 모두 검에 쏟아부었다.
우우우웅!
검이 미친 듯이 울어 대며 강기를 토해 냈다.
그리고 뇌격포와 부딪쳤다.
콰아아앙!
벽력탄이 폭발한 듯한 굉음.
충격파에 땅이 터져 나가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좌중의 무인들은 상당히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충격파에 뒤로 밀려났다.
충격파만으로도 내상을 입은 자들도 있을 정도였다.
“큭.”
사도명이 신음을 흘리며 뒤로 밀려났다.
사도명의 전신이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뇌격포를 완전히 막아 내지 못한 것이다.
뇌격포의 일격에 내부가 진탕 됐다.
사도명이 내부가 울렁이는 느낌을 참아 가며 진유현을 노려보았다.
파지지직!
진유현의 오른손에는 다시 뇌격포가 맺히고 있었다.
파르르.
뇌격포를 바라보는 사도명의 눈가가 떨렸다.
그 파괴력은 이미 경험해 보았다.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리고 있었다.
사도명의 눈이 깊숙이 침전되었다. 그러고는 사령기를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우우웅!
사령기의 거대한 기운이 검으로 모이고 모여 응집되기 시작했다.
탈혼진멸(奪魂眞滅).
탈혼십사검의 오의 탈혼진멸이 펼쳐졌다.
뇌격포와 탈혼진멸의 충돌.
콰아아아앙!
비검문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뒤흔들렸다.
대지는 거미줄을 그리며 갈라지고 있었고, 대기는 충격파에 밀려나고 있었다.
콰르르릉!
근처의 전각들이 주저앉을 정도였다.
“컥.”
사도명이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굽혔다. 이미 안색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사도명이 목구멍을 타고 오르는 핏덩이를 억지로 참아 내며 조심스레 운기를 해 보았다.
‘윽.’
사도명이 고통에 나오려는 신음을 참았다.
기혈이 충격에 가닥가닥 끊겼는지 사령기가 원활하게 운용되지 않았다.
우우웅!
귓가에 들려오는 진동음에 사도명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시야에 들어오는 뇌격포.
진유현이 다시 한 번 뇌격포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에 사도명의 눈빛이 암울하게 변해 갔다.
반탄력에 사령기를 운용하기도 힘든 내상을 입은 자신에 비해 진유현은 다시 한 번 뇌격포를 운용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신과 진유현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멍하니 있을 수만은 없는 일.
빠드득.
사도명이 이를 거칠게 갈고는 사령기를 있는 대로 끌어모았다.
기혈이 바늘로 쑤시는 듯한 고통을 호소했지만, 억지로 참았다.
쿠우우우!
검에 사령기가 모이며 다시 한 번 탈혼진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불완전한 모습이다.
간신히 형태만 갖춰지는 모습.
그런 탈혼진멸을 뇌격포가 덮쳤다.
콰아아아아앙!
폭음이 비검문을 울리고.
사도명의 신형이 실 끊어진 연처럼 힘없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털썩!
두 기운의 충격파에 사도명은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숨이 멎어 있었다.
즉사였다.
탈혼검 사도명의 죽음.
그 결과에 비검문이 침묵에 빠졌다.
무림에서 알아주는 초절정 고수이자 산동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인 탈혼검 사도명이 신진 고수인 뇌왕 진유현에게 패한 것이다.
이미 전투는 멎어 있었다.
챙. 챙. 챙. 챙.
흑천대는 자신들도 모르게 검을 떨어뜨렸다.
파지지직!
전신에 뇌전을 두른 진유현의 모습은 천신의 위엄을 자아냈다.
그 모습이 흑천대의 전투 의지를 뺏어 갔다.
비검문에서 또 다른 전설이 이어지고 있었다.


<『뇌왕무적』 제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