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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



복원술사 1권(1화)
01. 접속 안토시안(1)


2080년, 최초의 가상현실 게임이 개발되어 인기를 누린다.
80% 이상 현실화를 이룩했다는 게임은 기대와는 달리 현실성보다는 게임성이 훨씬 컸기 때문인지 이용자의 수는 점차 줄어든다.
게다가 뇌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재기되면서 서비스가 중단되기까지 이른다.
2100년대가 되자 완성도를 높인 가상현실 게임들이 연이어 개발되면서 비디오 게임, 온라인 게임, 컴퓨터 게임으로 삼등분되었던 게임계는 가상현실 게임들이 장악하게 된다.
한편 2135년 대한민국 정부는 경제개혁의 취지하에 100:1 원화 위상(100원을 1원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한다.
그리고 그런 대한민국에서 2153년 세계 최대의 가상현실 게임 회사인 주식회사 드림맵의 가상현실 신작이 발표된다.
발표된 지 1년 만에 전 세계 가상현실 게임의 30% 이상을 점유하게 되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현실 게임 안토시안.
바야흐로 사이버 상에 또 다른 세상이 열린 것이다.

우리나라는 근 200년 동안 북한과의 통일에 대한 문제로 말이 많았었다.
북한의 지도자가 죽으면 통일이 될 것이다, 굶주림을 참지 못한 국민들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다, 결국에는 전쟁이 일어나 적화 통일될 것이다… 등등.
2155년이 된 지금까지도 어른들은 곧 통일이 된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하고 있단다.
하지만 통일이 되지 않은 덕분에 집안이 기울어 버린 가운데 군대를 갔다 와야 했고 출산율(한 쌍이 결혼해서 출산하는 신생아의 비율)이 0.8 이하로 떨어져 버려 2년 4개월로 늘어나 버린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는 한 입이라도 덜기 위해서 집안에서 출가해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다 보니 어느새 끔찍했던 군대의 기억은 잊혀갔다.
내 이름은 이정민, 올해로 24살이 된다.
대한민국 남자의 평균 신장인 180센티미터를 웃도는 185센티의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졌고 얼굴도 꽤 준수한 편이라 주위에서 왜 여자 친구를 만들지 않느냐고 많이들 물어 온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
오전 8시부터 대형 마트에서 물류 업무를 보고 오후 8시가 되면 곧장 편의점으로 달려가 새벽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주 평균 노동시간이 40시간 이하로 떨어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일요일만 쉬면서 일주일에 100시간 가까이 일을 하느라 여자를 만들 시간 따위는 애초에 내게 없었다.
공장을 운영하시던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나며 몸져누우신 지 3년 만에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완전히 기울어 버렸기 때문이다. 요즘은 암도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수준이 되었지만 삶의 의욕을 잃은 아버지는 말기 뇌종양에 합병증까지 겹치자 병마를 이겨 내지 못하고 6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아버지의 보험금과 가족이 살던 아파트는 아버지의 빚을 갚느라 몽땅 써 버리고 월세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공부를 잘해 국내의 상위 대학교에 진학할 성적이 되었지만 나는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나마 고등학교라도 졸업한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공장에 취직했다가, 벌어 놓은 돈을 어머니께 전세라도 얻으시라고 다 드려 버리고 군대에 자원입대했다.
그리고 지금은 제대한 지 6개월째가 되었다.
어머니가 동생들을 고등학교라도 졸업시키기 위해 병약한 몸을 이끌고 공장 일을 하시면서 생활비를 대는 가운데 고 1인 막내 미란이는 일찍 철이 들어 상고로 진학해 졸업 후에 취업을 한다는데 둘째인 남동생 정헌이가 자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학에 가야 한다고 우기는 터라 장남된 입장으로 1학기 학비만 내 주고 2학기가 되기 전에 군대에 보내 버렸다.
비록 많지는 않지만 어머니가 돈을 버시고 내가 한 달에 100만 원의 돈을 보내 드리니 어렵기만 하던 집안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인생은 비전도 없고 재미도 없고 점점 지쳐만 갔다.

지금은 새벽 1시 20분, 새벽 타임 알바에게 인계를 하고 무인전기택시에 올라 목적지를 입력했다.
삑. 삑. 삑.
“창원시 중동… 으로 이동합니다.”
“휴∼”
목적지를 알리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긴 한숨을 쉬었다.
하루 5시간만 자면서 투잡을 시작한 지 5개월이 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 버렸다.
학생 때는 그렇게 돈을 벌고 싶어 어른이 되고자 했는데 막상 어른이 되니 군대에 갔다 왔을 뿐인데 벌써 24살이 되어 버렸다.
돈만 많이 벌면 행복할 거라는 생각에 두 가지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원룸에도 들어갔지만 하루하루가 점점 힘들게 느껴졌다.
친구들은 부모님의 보호 아래 대학을 다니며 가상현실 게임 같은 것들을 즐기면서 여자 친구도 사귀고 재밌게 젊은 시절을 보내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런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한탄스럽기도 했다.
힘없이 구형 휴대폰을 꺼내 보니 제일 친한 친구인 인수로부터 부재중 수신 전화와 문자가 와 있었다.
―콜 미, 베이베∼
“베이베는 미친 자식이.”
부모님 잘 만나 편하게 사는 인수가 왠지 얄미워져서 자고 있을 시간인 지금 시간에 전화를 걸었다.
잠을 깨워 놀려 먹으려는 나의 생각과는 틀리게 5초 만에 깨어 있는 인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정민아. 나 지금 게임 중이니까, 내일 일요일이지? 내가 내일 전화할게.”
“그래, 알았다.”
괜히 헛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끊은 나는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인수가 부럽다는 생각을 하며 어서 빨리 집에 가서 쉬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따르릉, 전화가 왔습니다. 발신자는 유인수입니다. 따르릉, 전화가…….
“…여보세요.”
나는 잠결에 통화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귀에다 가져다 대었다.
“뭐야, 지금 몇 시인데 아직 자는 거야? 일어나 봐. 야, 내가 전에 안토시안 이야기했지?”
“…안토시안? 네가 한다는 게임 말하는 거냐?”
나는 인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1시 38분.
어제 새벽 2시 전에 잠을 잤으니 거의 12시간을 잠을 잔 모양이다.
“그래, 안토시안! 가상현실 게임. 그거 접속기 값이 500만 원이라고 그랬잖아. 이번에 길드 형이 이벤트에 당첨되서 접속기 값 200만 원에 할인받는 게 가능하다더라. 게다가 신규 가입자 무상으로 3개월짜리 쿠폰을 받았대. 근데 그 형이 아이템 살 돈이 부족해서 그거 다해서 300만 원에 판다거든, 네가 사라.”
“…뭔 소리야?”
아침부터 게임기 사는데 3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쉽게 거론하는 인수 녀석은 역시 부모님을 잘 만나 고생을 모르는 녀석임에 틀림없다.
내 사정 뻔히 알면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내 형편에 무슨 게임이냐? 정헌이 군대 가서 사정이 조금 나아지긴 했어도 어머니가 몸이 안 좋으셔서 일 오래 못하실 것 같다고 전에 내가 애기했잖아. 요즘 돈 버느라 벅차다. 미안한데 나는 그 게임 못하겠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나도 너랑 같이하면 재미있게 하겠지만, 네가 싫다니 별수 없지. 어? 오예! 아이템 팔려고 올려놓은 거 경매가 420만 원 받았다. 대박이구나.”
“뭐라고?”
게임 아이템이 420만 원 이라니? 나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내가 이번에 갑옷 괜찮은 걸 먹었는데 아직 많이 안 풀린 거라 C급 방어구인데도 가격이 꽤 나가네. 이걸로 쇼핑이나 해야겠다.”
“420만 원이라고?”
420만 원이면 내 두 달 동안 수입에 가깝다.
그런데 게임 아이템 하나가 400만 원이 넘는다니!
“야, 뉴스 좀 보고 살아라. 안토시안 레어 칼 한 자루가 기본이 몇천만 원이야. 너 아직까지 게임으로 돈 버는 사람들 이야기도 못 들어 봤냐?”
“못 들어 봤다. 그 게임… 돈 좀 벌 수 있냐?”
“당연하지! 동시 접속자 수가 100만 명이 넘은 지가 언젠데, 누적 접속자가 억 단위가 넘었다. 우리 길드에 나랑 친한 형은 상인인데 이번에 귀족 작위 받으면서 영지가 생겨서 한 달에 기본으로 천만 원 이상 번다더라. 상위 랭커들은 한 달에 몇 억씩 벌고 그럴걸?”
“정말이야?”
깜짝 놀랐다.
게임으로 돈을 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그건 일부 폐인들이 담뱃값 정도 버는 수준이라 생각했었다.
“야, 나도 이번에 2차 전직하면서 한 달에 아이템으로 100만 원치는 벌고 있어 학교만 아니면 더 벌 수 있는데 이놈의 학교를 빨리 졸업하던가…….”
나는 문득 지금 나의 힘겨운 삶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고, 그때가 지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300만 원이라고 그랬냐?”
“응? 왜? 접속기 살려고?”
왠지 전화기 저편에서 미소 짓고 있는 인수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녀석이 나를 안토시안이라는 게임을 하게 만들기 위해 이런다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하면서도 지금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과 어쩌면 이렇게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을 벗어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몸이 편찮으신 어머니의 수술도 시켜드리고 정헌이의 그렇게 소원이던 대학도 졸업시켜 주고 똑똑한 막내 미란이도 대학교에 보내 주고, 늦었지만 나도 사이버 대학교라도 입학을 해서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네가 말한 길드 형이라는 사람, 전화번호 좀 가르쳐 줘.”
2155년 10월 어느 날, 나는 안토시안이라는 가상현실 게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동안 모아 두었던 200만 원에 10월 달까지 일하면서 받은 월급의 일부를 합쳐 인수의 길드 형에게 게임 장비 교환권과 3개월 무료 이용 쿠폰을 받았다.
게임 장비는 11월 2일인 오늘에서야 도착했다.
“…….”
다니던 직장(마트, 편의점)을 모두 그만두고 가지고 있던 돈 중에서 약 100만 원을 뺀 모든 돈을 털어서 산 접속기는 싱글 침대보다 약간 작은 크기에 마치 최첨단 관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거 디자인을 누가한 거야? 정말 멋있게 생긴… 관이네.”
모양새가 어떻든 간에 한 달 동안 안토시안이라는 게임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를 한 터라 망설이지 않고 접속기 안으로 들어가 뇌파 조정기와 고글, 그리고 잡동사니들을 착용했다.
전원을 키고 잠시 기다리자 휘황찬란한 녹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또 하나의 세상, 안토시안에 접속하시겠습니까?

Yes , No

손에 착용한 장갑형 센서를 들어 Yes를 클릭했다.
고오오옹.
갑자기 내 몸이 한 덩어리의 빛으로 변하며 위로 떠올랐다.
단지 녹색 빛만 가득했던 배경이 바뀌며 발아래 하나의 커다란 행성이 들어섰다.
그리고 눈앞에 우주가 펼쳐졌다.
우주에 떠 있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온갖 별들이 반짝이는 우주를 바라보며 감탄하던 나에게 6장의 날개를 가진 금발머리 천사가 다가왔다.
―저는 게임 접속을 도와드릴 미카엘입니다. 지금부터 대상자의 신원을 파악하겠습니다.
이어서 미카엘이 자세한 설명을 했다.
설명은 길었지만 내가 해야 될 것은 본인 인증을 위한 국적과 성명,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지문 확인을 하는 것뿐이었다.
―대한민국 국적의 이정민 님의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신체 스캐닝을 통해 기본 능력치를 설정하겠습니다. 제 손을 잡아 주세요.
안토시안은 다른 가상 게임들과는 다르게 유저의 체형이나 생김새, 성별, 나이, 능력 등을 크게 변화시킬 수 없다.
체모나 눈동자의 색깔이나 몇 센티, 몇 킬로 이내의 체형 변화 정도 같은 약간의 변형은 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유저의 생김새를 캐릭터가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처음 캐릭터의 만들 때의 신체 능력으로 초기의 능력치가 결정된다.
물론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큰 차이는 없고 레벨이 높아지면 만회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치 차이지만 초기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몸은 건강하니 능력치가 꽤 나오겠지?’
처음 게임이 시작될 때 주어지는 힘과 민첩, 체력, 지력, 지혜, 매력의 6개의 스탯은 유저의 신체 능력에 따라 총합이 최하 60에서 최대 120까지 주어진다고 했다.
나는 왠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하얀빛 덩어리로 되어 있는 몸에서 손이라고 짐작되는 부분을 뻗어 미카엘을 잡았다.
쏴아아아아.
그러자 미카엘의 손에서부터 찬란한 빛이 생겨나더니 내 온몸을 덮어 버렸다.
나의 하얀빛 덩어리 몸은 미카엘의 은회색 기운에 묻혀 갔다.
‘왠지 좀 짜릿한데.’
나는 짜릿한 기분을 느끼며 어서 스탯이 생기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몸을 빛내던 은회색 빛무리가 사라지고 미카엘의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기본 능력치가 설정되었습니다. 상태창을 열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탯을 확인하자니 긴장이 되어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상태.”
능력치와 레벨은 무조건 높을수록 좋은 법.
나는 높은 능력치가 나왔기를 기대를 하며 눈앞에 떠오르는 창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