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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사 1권(25화)
10. 이제 시작이다(3)
콰득.
“우꺅! 삐약삐약!! 살살 잡아라. 나는 연약한 병아리라고!”
“… 너 뭐하는 짓이야? 삽질 말고 한스킨스 영감한테 날아가기나 해.”
“삐약삐약!!”
예전에는 아무리 세게 잡아도 반응조차 하지 않더니 이번에는 그렇게 세게 잡은 것도 아닌데 엄살을 부렸다.
“삐약삐약삐약.”
레온이 짜증을 내자 병아리가 3번의 울음소리를 내며 어둠 속을 향해 날아갔다.
그의 빛나는 몸에는 굵은 땀방울들이 맺혀 있었고 날개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병아리가 긴장을 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왜 이러는 거야?’
레온이 병아리의 반응에 의문을 가지고 생각해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한스킨스의 방이 다가오며 그의 방으로 들어와 있었다.
“삐약삐약삐약.”
병아리는 이번에는 레온을 떨어뜨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황급히 사라졌다.
레온이 그런 병아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이번에는 뒷짐을 지고 등을 보이며 서 있는 한스킨스를 바라보았다.
“네놈이 이곳으로 왔다는 것은 메드킨트의 유적을 찾았다는 말이더냐?”
창문 밖을 바라보던 레온의 키보다 한 뼘이 큰 거대한 신장의 주인공, 한스킨스가 몸을 돌렸다.
레온은 한스킨스에게 다가가 라돈이 전해 준 붉은 종이를 한스킨스에게 건넸다.
한스킨스는 떨리는 손으로 그 종이를 받아 들었다.
“드디어… 드디어! 때가 왔는가?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인가?”
한스킨스는 격동에 휩싸여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가만히 서서 자신을 바라보던 레온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괘씸하긴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지. 자네는 앞으로 힘든 여정을 걸어가게 될 터인데 단지 아이템 욕심에 고집을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렇게 말하며 레온의 손을 놓은 한스킨스는 비밀 상자에 고이 모셔 둔 고대의 유물 상자를 꺼내어 조심스럽게 들고 왔다.
“자∼ 이제 자네의 것이네.”
그렇게 말하는 한스킨스의 얼굴은 한가득 기대를 품은 모습이었다.
‘뭐야? 이 영감, 전에는 죽일 듯이 쫓아 보내더니 전직하고 나니 완전 친한 척 작렬하시네. 뭐 어찌 됐든 유물을 어렵지 않게 받아 냈구나.’
어느 정도 난관을 예상했는데 한스킨스가 제 손으로 유물을 건네니 순순히 받아 들고 상자를 열었다.
끼익.
전에 봤을 때와 다름없는 쓰레기들의 집합.
시멘트를 바른 듯 둔탁한 회색빛의 커다란 구슬 하나, 뭉개진 가죽이며 헤어진 천 잔해들, 그리고 색깔이 변해 버린 가공된 지 오래된 금속까지.
‘이걸 왜 그렇게 신주 단지 모시듯 하는 것이지?’
“무엇하는가? 어서 복원시키게.”
“네?”
“어서 유물을 복원시키라는 말이야.”
“…….”
아마 라돈이 전해 준 붉은 종이가 자신의 전직 사실을 알려 주는 암호 같은 것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아직 스킬레벨이 낮아 기본적인 도구나 근접 무기밖에는 복원시킬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무기도 이렇게 완전히 파손된 것은 복원시킬 수가 없어요.”
레온의 말을 들은 한스킨스가 냉소를 지었다.
“자네, 복원술사의 직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군. 복원술사는 자신의 고유한 아이템인 복원술사의 유물은 복원술의 레벨이 1이라도 복원시킬 수가 있다네!”
“정말입니까?”
레온은 놀라서 물었다.
자신이 쥐었을 때 확실히 빛을 발하였기 때문에 복원술사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복원술사 고유의 아이템이라니.
게다가 지금의 스킬레벨로도 복원이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그러니 어서 복원해 보게.”
한스킨스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레온의 옆에 다가와 종용했다.
“…음… 복원!”
후와아앙!
레온이 미간을 좁히며 복원 스킬을 사용하자 천공의 돌이 반응하며 하늘색 빛무리를 뿌려 대더니 주변이 하늘처럼 변화하였다.
레온은 저번과도 같은 변화에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 무엇으로 복원되었는지를 확인했다.
“장갑… 인가?”
복원된 아이템은 장갑이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띠는 가죽에 손바닥 부분은 적색, 황색의 천으로 섬세하게 장식이 되어 있었고 손등 부분과 손목의 끝부분에는 금색을 띠는 금속이 구름무늬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왼쪽 장갑의 손등 정 가운데 부분에는 천공의 돌이 그 자태를 뽐내며 반구 모양으로 박혀 있었다.
천공의 돌은 돌이라는 표현과는 어울리지 않게 맑고 투명했으며 그 안에는 푸르른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이 담겨져 있었다.
아마 복원의 효과로 완전한 구체인 천공의 돌이 반구 형태로 장갑에 봉인된 것 같았다.
“아… 아이템 확인!”
레온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아이템을 확인해 보았다.
척 봐도 보통 아이템은 아닐 것 같았다. 최소한 등급이 있는 마법 아이템이리라.
인도자의 권능―천공의 복원 장갑
인도자의 권능을 가진 복원술사의 증표이다. 천공의 힘을 담은 천공의 돌이 장갑에 깃들어 있어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설의 물건으로 오로지 천공의 돌에게 인정받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
방어력:50 내구도:300/300
사용 제한:레벨 200 이상, 2차 전직을 마친 복원술사 직업을 가진 자, 직업이 복원술사가 아닐 때에는 지력과 지혜의 합이 3,000 이상일 것. 단, 통찰력을 가진 자는 위의 조건을 만족하지 않아도 인도자의 권능을 가진다.
옵션:모든 스탯 +50, 지력 +50, 지혜 +50, 행운 +100
타격을 입을 시에 데미지가 50 줄어든다.
모든 스킬레벨이 1 상승한다.
모든 방어 계열 스킬레벨이 2 상승한다.
복원술 스킬레벨이 3 상승한다.
모든 원거리 공격에 대한 데미지가 50% 감소한다.
모든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30% 증가한다.
MP가 5,000 증가한다.
MP의 회복 속도가 40% 빨라진다.
하루에 한 번 ‘절대방어’ 스킬을 시전할 수 있다.
아직 봉인된 기능이 숨겨져 있다.
등급:유니크
“…….”
레온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유니크!
수천만, 수억의 유저가 이용하는 안토시안에서도 단 하나만 존재하는 아이템인 유니크 아이템.
단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 희소성이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경우에 따라서는 레어 아이템이나 매직 아이템보다 능력이 좋지 않은 유니크 아이템도 나오지만은 지금 레온이 들고 있는 천공의 복원 장갑이라는 유니크 아이템은 대박 중에도 초대박 아이템이었다.
물론 직업이 2차 전직을 끝낸 복원술사이거나 지력과 지혜의 스탯 합이 3,000이 넘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제한이 붙어 있었지만 그 능력만큼은 엄청난 것이었다.
게다가 드러난 기능들도 엄청난데 아직 장갑을 착용할 수 없어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이름만 들어도 강력한 방어 스킬인 절대방어와 봉인된 기능이 숨겨져 있기까지 하다.
통찰력을 가졌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통찰력이라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 제한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장갑을 착용할 수가 있을 것이다.
“오∼ 이것이! 그 인도자의 권능인가?”
한스킨스가 황홀한 눈빛으로 장갑을 향해 손을 뻗자 레온이 얼른 상자를 닫았다.
탁!
“어험! 감사히 받겠습니다. 한스킨스 님.”
그렇게 말하며 얼른 주머니에 상자를 집어넣어 버렸다.
“허!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보여 주게. 나도 전설의 아이템이라는 인도자의 권능을 구경이라도 해 봄세. 그리고 나는 그 아이템을 볼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물론이었다.
애초에 한스킨스에게 배달된 유물이었고 그가 가지고 있었지 않은가?
비록 레온에게 준다고는 했지만 구경을 할 자격은 충분했다.
하지만 레온은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싫어요.”
“응?”
“싫다고요. 너무 자주 보면 부정 탈지도 모릅니다.”
‘이 자식이, 이렇게 복수를 하는 것인가?’
예전에 그렇게 쫓아낸 복수를 하는 것 같아 입맛이 썼다.
“거, 그러지 말고…….”
한스킨스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상한 미소를 보이며 레온에게 사정해 왔다.
“저는 원한을 잘 잊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한스킨스 님.”
“…….”
‘엥, 쪼잔한 놈.’
한스킨스는 구경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한스킨스 님도 지력, 지혜의 스탯 합이 3,000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레벨은 200이 넘으실 테고 그 제한만 아니라면 굳이 저에게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 않습니까?”
레온은 이미 장갑을 챙겨서 아쉬울 게 없어졌다. 자연히 말도 가리지 않았다.
이제 마법사의 탑을 나가는 순간 한스킨스를 다시는 보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무어라?! 내가 그 정도도 안 되는 것 같으냐? 애초에 복원술사의 물건이고 또, 복원술이라는 스킬이 없으면 그냥 유물일 뿐이라 너에게 준 것이다. 이놈!!”
한스킨스의 긴 눈썹과 수염이 천지 사방으로 날리며 그의 몸에서 회오리바람이 일어났다.
이어서 방 안이 어둠으로 변하며 천장에 먹구름이 밀려왔다.
‘소심하기는 안 보여 줘서 삐졌구만.’
원래 이런 성격의 한스킨스였지만 레온은 그가 삐져서 꼬장을 부리는 것이라고 여겼다.
예전에는 이 돌풍에 몸이 휘말렸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레벨도 60이 되었고 능력치도 확연히 높아졌다.
물론 한스킨스를 이기지는 못하겠지만 예전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만은 않으리.
레온은 바닥에 하지즈의 푸른 창을 박아 놓고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한스킨스의 돌풍에 대항했다.
후오오오옹.
―지속적인 공격을 받아 초당 1의 HP가 감소합니다.
“……잉?”
예전에는 분명 초당 50의 데미지를 받아 몇 초 만에 절반 이상의 생명력이 깎였었다.
근데 지금은 초당 1의 데미지라니?
‘그렇구나! 전직을 하면서 방어력이 강해져 이런 공격은 이제 의미가 없어! 애초부터 한스킨스는 그렇게 강한 마법사가 아니었던 거야.’
레온은 자세를 바로하고 하지즈의 푸른 창을 뽑아 한 바퀴 돌리며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냥 돌려보내 주세요. 이제 나갈려니까.”
레온은 사실 한스킨스가 겉모습만 요란했지 그리 강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분명히 대현자이자 마법사라고 되어 있었지, 대마법사이자 현자라고 소개되어 있지는 않았어. 마법 실력은 허접할 거야.’
“이놈이? 까불지 말거라!!”
우르르르. 번쩍.
시커먼 구름 속에서 천둥 번개가 쳤다.
레온은 자신의 주변으로 떨어져 내리는 번개에 일부러 창을 가져다 대어 공격력을 확인해 보았다.
―공격을 받아 HP가 42 감소합니다.
이 정도라면 굳이 피할 이유도 없었다.
생명력이 9,000에 육박하는 자신이 이런 허접한 공격에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사기 치지 말고 그만합시다, 어르신.”
“사기라니? 나는 단지 살생이 싫어 흉악한 공격 마법을 사용하질 않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스킨스는 자신의 허세가 더 이상 통하지 않자 마법을 거두었다.
‘스미스가 마법을 버릴 만하구만. 이 정도의 마법 실력이라면 그가 가르친 스미스의 마법이란 것도 별 볼 일 없는 것이겠지.’
“마법사의 탑에는 날고 기는 마법사들만 들어올 수 있다고 들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이놈! 분명히 말하는 것이지만 내가 여기서 멈춰 주는 것이다. 마법사의 탑 내에서는 그 정도의 공격밖에 가할 수가 없음을 다행으로 여겨라. 그리고 나는 대학자로서 마법사의 탑에 초빙되어 온 것이지 마법사의 위치로 온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마법사의 탑 내의 규정 같은 걸로 인해 더 강한 공격을 할 수가 없다는 겁니까?”
“그냥 대충 넘어가거라.”
자신이 생각해도 믿지 못할 말 같았기에 한스킨스가 손을 내저었다.
“이제 그만 여기서 나가 보거라, 나는 연구할 것이 있으니. 그리고 2차 전직을 하게 되면 나를 찾아 오거라.”
레온은 더 이상 한스킨스를 만날 생각이 없었기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저를 이제 내보내 주세요.”
“안 그래도 그럴 셈이다. 이제 가거라!”
한스킨스가 손을 크게 내젓자 레온의 몸은 강한 바람에 의해 벽을 통과해 사라져 버렸다.
“이것으로 된 것이겠지? 복원술사여, 나와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한스킨스는 레온이 사라진 벽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차핫!”
레온은 이번에는 바닥을 구르지 않았다.
공중에서 몸을 돌려 바닥에 닿기 전에 착지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한스킨스와 한 판 벌일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일이 쉽게 풀리는구나.”
레온은 아이템 창에서 천공의 복원 장갑을 확인해 보며 기쁨을 맛보았다.
2차 전직을 하거나 통찰력을 가져야만 착용할 수가 있었지만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장갑에 비하면 하지즈의 푸른 창이 심하게 부족한 것이로구나.”
레온은 혹시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통찰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장갑을 착용하려 했지만 장갑은 그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다.
장갑에 손을 넣으려 하자 마치 공기가 그의 손을 밀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며 장갑 안으로 1센티도 손가락을 밀어 넣을 수가 없었다.
레온은 손에 들어가지 않는 천공의 복원 장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통찰력이라는 능력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복원술사가 가져야 하는 능력 중에 하나이리라.
레온은 유니크 아이템을 얻은 여운이 사라지지 않은 채로 가슴을 당당하게 폈다.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돈을 쓸어 담아 볼까?”
구름이 깔린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발걸음에 힘이 넘쳐났다.
2권에서 계속